짜장면집 큰 아들이 마지막…올해도 문 닫는 최남단 마라분교

입력 2021.01.2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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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최남단 마라도의 유일한 교육기관인 마라분교장이 6년째 문을 닫는다.

제주도교육청은 23일 학급편성이 확정되는 다음 달 8일까지 신입생이 없으면 마라분교의 휴교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58년 개교한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은 2016년 유일한 재학생이 졸업하면서 6년째 휴교에 들어갈 예정이다.

휴교 첫해 마라도 주민들은 '최남단 학교'라는 상징성과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언젠가 들어올 학생들을 기다렸지만 해가 넘어가며 기대는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김희주 마라도 이장은 "이제는 주민들이 휴교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김 이장은 "교육 환경이 잘 안 되다 보니 부모들 입장에서는 꺼릴 수밖에 없다"며 "마라도에서 일해도 아이들은 제주도 집에 주거하며 도내 학교에 보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등록상 마라도 인구는 94명으로, 이 가운데 앞으로 학교에 들어가야 할 나이인 아동들은 5명에 불과하다.

'짜장면집' 큰아들 졸업 끝으로…

2016년 당시 마라분교 유일한 학생이었던 김영주 군이 졸업했다. 김 군은 2014년 2월 선배이자 친구로 학교생활을 함께했던 정수현 양이 졸업한 이후 학교의 유일한 학생이었다.

당시 김 군은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유명해진 짜장면집 큰아들로 소개됐다.


김 군의 학교생활을 위해 2명의 교사와 김 군의 어머니가 학습보조강사로 수업을 도왔고, 영어와 피아노, 검도 강사도 일주일에 한 번씩 마라도에 들어와 방과 후 교실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졸업생은 1명이었지만 주민과 기관단체장 등 십여 명이 김 군의 졸업을 축하했다.

김희주 마라도 이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제주도에 있는 중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적응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주민들로부터 많이 들어왔다"며 "시설이나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사실상 학생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마라분교는 학생 수가 많을 때 20여 명에 이르기도 했지만, 1990년대 들어 한 자릿수에 머물기 시작했다.

2013년까지 전교생이 2명이던 마라분교는 2014년 2월 7년 만에 졸업생 1명을 배출했고, 이후 2014∼2015년 2년간 '나 홀로 수업'을 진행했다.


김 군을 마지막으로 졸업한 학생은 지금까지 89명이다. 1996년 이후 20여년 동안 졸업식을 치른 해는 6번뿐이다.

당시 제주도교육청은 학생 유치를 위해 옛 마라분교장 건물을 주택으로 정비해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세대에 빌려주는 계획 등을 세웠지만 의견 수렴 과정에서 무산됐다.

현재 부속된 섬 학생 유치에 대한 계획은 사실상 전무하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작은 학교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100명 이하, 또는 6학급 이하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예산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 제도는 현재 유지되고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현재 휴교 상태의 학교를 위한 지원은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신입생 충원이 없는 제주지역 학교는 마라분교와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 추자초 신양분교 등 3곳이다.

추자초등학교 신양분교에는 2명의 재학생이 있어 휴교는 하지 않지만, 최근 2년 동안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비양분교도 사실상 3년째 문을 닫는다. 비양리는 전체 주민 169명 가운데 만 7세 이하 아동은 7명에 그친다.

제주도교육청은 3개 학교가 의무취학 대상 학교인 만큼 폐교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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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장면집 큰 아들이 마지막…올해도 문 닫는 최남단 마라분교
    • 입력 2021-01-22 19:09:18
    취재K

국토 최남단 마라도의 유일한 교육기관인 마라분교장이 6년째 문을 닫는다.

제주도교육청은 23일 학급편성이 확정되는 다음 달 8일까지 신입생이 없으면 마라분교의 휴교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58년 개교한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은 2016년 유일한 재학생이 졸업하면서 6년째 휴교에 들어갈 예정이다.

휴교 첫해 마라도 주민들은 '최남단 학교'라는 상징성과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언젠가 들어올 학생들을 기다렸지만 해가 넘어가며 기대는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김희주 마라도 이장은 "이제는 주민들이 휴교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김 이장은 "교육 환경이 잘 안 되다 보니 부모들 입장에서는 꺼릴 수밖에 없다"며 "마라도에서 일해도 아이들은 제주도 집에 주거하며 도내 학교에 보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등록상 마라도 인구는 94명으로, 이 가운데 앞으로 학교에 들어가야 할 나이인 아동들은 5명에 불과하다.

'짜장면집' 큰아들 졸업 끝으로…

2016년 당시 마라분교 유일한 학생이었던 김영주 군이 졸업했다. 김 군은 2014년 2월 선배이자 친구로 학교생활을 함께했던 정수현 양이 졸업한 이후 학교의 유일한 학생이었다.

당시 김 군은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유명해진 짜장면집 큰아들로 소개됐다.


김 군의 학교생활을 위해 2명의 교사와 김 군의 어머니가 학습보조강사로 수업을 도왔고, 영어와 피아노, 검도 강사도 일주일에 한 번씩 마라도에 들어와 방과 후 교실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졸업생은 1명이었지만 주민과 기관단체장 등 십여 명이 김 군의 졸업을 축하했다.

김희주 마라도 이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제주도에 있는 중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적응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주민들로부터 많이 들어왔다"며 "시설이나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사실상 학생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마라분교는 학생 수가 많을 때 20여 명에 이르기도 했지만, 1990년대 들어 한 자릿수에 머물기 시작했다.

2013년까지 전교생이 2명이던 마라분교는 2014년 2월 7년 만에 졸업생 1명을 배출했고, 이후 2014∼2015년 2년간 '나 홀로 수업'을 진행했다.


김 군을 마지막으로 졸업한 학생은 지금까지 89명이다. 1996년 이후 20여년 동안 졸업식을 치른 해는 6번뿐이다.

당시 제주도교육청은 학생 유치를 위해 옛 마라분교장 건물을 주택으로 정비해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세대에 빌려주는 계획 등을 세웠지만 의견 수렴 과정에서 무산됐다.

현재 부속된 섬 학생 유치에 대한 계획은 사실상 전무하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작은 학교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100명 이하, 또는 6학급 이하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예산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 제도는 현재 유지되고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현재 휴교 상태의 학교를 위한 지원은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신입생 충원이 없는 제주지역 학교는 마라분교와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 추자초 신양분교 등 3곳이다.

추자초등학교 신양분교에는 2명의 재학생이 있어 휴교는 하지 않지만, 최근 2년 동안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비양분교도 사실상 3년째 문을 닫는다. 비양리는 전체 주민 169명 가운데 만 7세 이하 아동은 7명에 그친다.

제주도교육청은 3개 학교가 의무취학 대상 학교인 만큼 폐교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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