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무단 폐교’ 은혜초, 학생·학부모에 2억여 원 배상해야”

입력 2021.01.23 (08:00) 수정 2021.01.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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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새 학기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폐교를 강행한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 측이 당시 재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재판장 황순현)는 지난 20일, 강 모 씨 등 학생과 학부모 188명이 학교법인 은혜학원과 이사장 김 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학교 측이 당시 재학생 67명에게 각 3백만 원, 학부모 115명에게 각 50만 원 등 모두 2억 5천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졸업생 2명과 입학 예정자 4명의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교육청과 학교 구성원들과의 의견 수렴절차 없이 일방적인 폐교를 통보했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고려한 적절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교육청으로부터 폐교인가신청에 대한 반려처분을 받았음에도 학교를 정상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사실상 폐교되는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측은 학생 수 감소 등에 따른 재정난으로 폐교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사장인 김 씨가 업무상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 등을 볼 때 학교의 재정난이 외부 요인에만 있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미리 상당한 기간을 두고 교육청이나 학부모들과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겨울방학 하루 전 일방적으로 폐교를 통지하고, 폐교가 인가되기도 전에 교직원들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교육청이 폐교를 반려하고 학교 운영 정상화를 촉구한 뒤에도, 김 씨가 학부모들에게 전학을 종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김 씨의 행위가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침해했다며, 이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졸업생이나 입학 예정자에 대해선, 직접 학습권이 침해되거나 금전적 위자가 필요할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크지는 않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앞서 학교법인 은혜학원은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2017년 12월 28일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에 폐교인가신청서를 제출하고, 같은 날 학부모들에게 재정 적자 등을 이유로 폐교 결정을 통지했습니다.

이후 서부교육지원청은 2018년 1월 폐교인가 신청을 반려하고 학교 운영 정상화를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교비 대폭 인상을 안내하고 담임교사를 배정하지 않는 등 사실상 폐교 절차를 밟았습니다.

이에 강 씨 등은 무단 폐교로 학습권·교육권이 침해돼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학생은 5백만 원을, 학부모는 2백50만 원을 각각 학교 측에 청구하는 소송을 2018년 4월 냈습니다.

이사장 김 씨는 무단 폐교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1월 초·중등교육법 위반과 업무상배임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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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무단 폐교’ 은혜초, 학생·학부모에 2억여 원 배상해야”
    • 입력 2021-01-23 08:00:14
    • 수정2021-01-23 08:05:18
    사회
2018년 새 학기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폐교를 강행한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 측이 당시 재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재판장 황순현)는 지난 20일, 강 모 씨 등 학생과 학부모 188명이 학교법인 은혜학원과 이사장 김 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학교 측이 당시 재학생 67명에게 각 3백만 원, 학부모 115명에게 각 50만 원 등 모두 2억 5천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졸업생 2명과 입학 예정자 4명의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교육청과 학교 구성원들과의 의견 수렴절차 없이 일방적인 폐교를 통보했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고려한 적절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교육청으로부터 폐교인가신청에 대한 반려처분을 받았음에도 학교를 정상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사실상 폐교되는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측은 학생 수 감소 등에 따른 재정난으로 폐교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사장인 김 씨가 업무상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 등을 볼 때 학교의 재정난이 외부 요인에만 있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미리 상당한 기간을 두고 교육청이나 학부모들과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겨울방학 하루 전 일방적으로 폐교를 통지하고, 폐교가 인가되기도 전에 교직원들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교육청이 폐교를 반려하고 학교 운영 정상화를 촉구한 뒤에도, 김 씨가 학부모들에게 전학을 종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김 씨의 행위가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침해했다며, 이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졸업생이나 입학 예정자에 대해선, 직접 학습권이 침해되거나 금전적 위자가 필요할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크지는 않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앞서 학교법인 은혜학원은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2017년 12월 28일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에 폐교인가신청서를 제출하고, 같은 날 학부모들에게 재정 적자 등을 이유로 폐교 결정을 통지했습니다.

이후 서부교육지원청은 2018년 1월 폐교인가 신청을 반려하고 학교 운영 정상화를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교비 대폭 인상을 안내하고 담임교사를 배정하지 않는 등 사실상 폐교 절차를 밟았습니다.

이에 강 씨 등은 무단 폐교로 학습권·교육권이 침해돼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학생은 5백만 원을, 학부모는 2백50만 원을 각각 학교 측에 청구하는 소송을 2018년 4월 냈습니다.

이사장 김 씨는 무단 폐교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1월 초·중등교육법 위반과 업무상배임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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