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신비의 대나무 소금 ‘개암죽염’을 지키는 봉은마을 사람들

입력 2021.01.25 (19:55) 수정 2021.01.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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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상서면 능가산 자락에 자리한 천 년 고찰 개암사.

1,300여 년 전, 고승 진표율사가 절 뒤 울금바위에서 제조비법을 계시 받아 '죽염'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숨 쉬는 곳입니다.

위장병과 소화 장애를 다스리는 스님들의 상비약으로 사용되던 신비의 대나무 소금, 개암죽염.

지금은 민간요법으로 전래되어 건강을 지키는 식품으로 인기가 습니다.

[조서현/개암사 사무장 : “곰소 염전의 소금과 개암사의 대나무로, 민간요법으로 소화 안 되시거나 아프셨던 분들을 위해서 스님들께서 (죽염을) 구워 오시다가, 이제 많이 널리 쓰이라고 퍼뜨리게 돼서 그 자부심이 굉장히 큽니다.”]

개암사로 들어가는 길목.

상서면 봉은마을에 위치한 죽염공장에서는 오늘도 죽염 만드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개암죽염의 본격적인 첫 작업은 재래종 왕대나무 통에 천일염을 단단히 다져넣는 데서 시작합니다.

["쾅, 쾅, 쾅."]

[정락현/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3호 : “(지금 뭐 하고 계시는 과정인가요, 이게?) 죽염 다지는 과정이에요, 다짐 과정. 죽염을 여덟 번 굽고 아홉 번째 용융해서 완성시키는 건데, 오늘이 여덟 번째 굽는 날, 여덟 번째 굽기 위해서 소금을 다지는 거예요.”]

소금을 다져넣은 왕대나무 통을 토굴에서 이틀간 태워서 구워내면 대나무 통은 타서 없어지고 대나무 진액이 스며든 소금기둥만 남습니다.

["쨍,쨍,쨍."]

[정락현/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3호 : "이거 소리로 내가 보는 거예요. 소리와 색깔로…. 이런 건 잘 구워졌어요. 세 번째. 점점 이제 짙은 회색으로 변해가는 거예요."]

회백색의 소금기둥을 빻아서 다시 새 대나무 통에 넣고 굽는 과정을 여덟 번 반복합니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특수 제작한 용융로에서 2,500°c까지 내부온도를 높여 소금 속의 독과 중금속을 완전히 제거합니다.

삼사십 년 된 토종 소나무 장작에 송진 진액을 뿌려가며 고열을 가하면 소금이 쇳물처럼 벌겋게 녹아내리는데, 이 액체가 굳어져 빻으면 45일 만에 비로소 죽염이 완성됩니다.

개암죽염으로 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이 된 정락현 명인.

어릴 적 폐결핵과 피부병을 심하게 앓던 정 명인은 개암사에서 만든 죽염으로 건강을 되찾고 개암죽염과 인연을 맺었다고 말합니다.

정 명인이 개암죽염공장을 세운 것은 1989년.

규모 1만 8천여 제곱미터에 이르는 이 공장에서는, 불가의 비전으로 내려오는 장인정신을 이어받아 33년째 전통 개암죽염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40여 명의 직원들 대부분은 30년 넘게 동고동락해온 창립 멤버이자, 정 명인의 동기동창생이면서 봉은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입니다.

직원들 상당수는 아침저녁으로 농사를 짓고, 낮에는 죽염을 만드는 장인이 됩니다.

회사라기보다는 모두가 더불어 사는 생활공동체에 가깝습니다.

[최금순/부안군 상서면 : “자녀들 가르치고 농사일도 하면서 여기 다니고 그래요. 그렇게 생활해요.”]

[이금민/부안군 행안면 : “가족 같은 기분도 들고, 또 이렇게 훈훈한 마음도 있고…. 항상 서로 주고 받고 도움도 주고, 이 소금공장이 있음으로 더 친근감도 생기고 좋은 것 같아요.”]

질이 좋기로 유명한 인근의 곰소염전 천일염을 사용해 이웃주민들의 소득 증가에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된장이나 간장 등의 죽염 장류를 만들며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것도 개암죽염공장의 몫입니다.

[최두례/부안군 상서면 : “여러 가지로 혜택을 많이 보죠. 마을 사람들이. 고추 같은 거, 콩 같은 거, 여기다 다 (농사짓고) 해서 내고 그러니까…….”]

[정락현/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3호 : “같이 소득도 창출하고,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어려운 일 있으면 같이 의논도 하고…. 이렇게 살아온 세월이 33년이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예요. 앞으로도 쭉…….”]

오랜 연구와 고민 끝에 발견한 소금 속의 뻘, 즉‘밑석’ 녹인 물을 황토 지장수와 함께 소금에 버무리는 과정이 첨가되어 항염・항균 작용의 효험을 높인 것도 개암죽염만의 비결입니다.

[정락현/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3호 : “소금 죽염을 여덟 번 굽고 아홉 번째 녹여서 완성하는 과정에서 무거운 성분(소금 속의 뻘)은 밑에 가라앉게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것을 ‘밑석’이라고 칭했어요.”]

[이금민/부안군 행안면 : “제가 원래 치조염이 있었는데 심했었는데, 앞니가…. 죽염공장 여기 근무하면서부터 죽염으로 양치질을 하니까 치조염이 낫더라고요.”]

전국에 죽염 제조회사는 대략 70여 곳.

개암죽염공장은 죽염이 민간요법의 굴레를 넘어 어엿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한 해에 반제품을 포함한 약 500여 톤의 죽염과 치아용, 양치용 등의 의용제품을 비롯해 30여 종의 죽염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겁니다.

동남아를 비롯해 전 세계 10여 개국으로 수출하여 개암죽염의 이로움을 널리 알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가에서 이어진 1,300년 죽염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 있는 봉은마을.

인근 바닷가 곰소에서 나는 소금으로 진심과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명인의 손길을 타고 가족처럼 어우러진 마을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개암죽염.

코로나19도 물러설 만큼 우렁찬 죽염 다지는 소리가 능가산 가득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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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K] 신비의 대나무 소금 ‘개암죽염’을 지키는 봉은마을 사람들
    • 입력 2021-01-25 19:55:20
    • 수정2021-01-25 20: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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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상서면 능가산 자락에 자리한 천 년 고찰 개암사.

1,300여 년 전, 고승 진표율사가 절 뒤 울금바위에서 제조비법을 계시 받아 '죽염'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숨 쉬는 곳입니다.

위장병과 소화 장애를 다스리는 스님들의 상비약으로 사용되던 신비의 대나무 소금, 개암죽염.

지금은 민간요법으로 전래되어 건강을 지키는 식품으로 인기가 습니다.

[조서현/개암사 사무장 : “곰소 염전의 소금과 개암사의 대나무로, 민간요법으로 소화 안 되시거나 아프셨던 분들을 위해서 스님들께서 (죽염을) 구워 오시다가, 이제 많이 널리 쓰이라고 퍼뜨리게 돼서 그 자부심이 굉장히 큽니다.”]

개암사로 들어가는 길목.

상서면 봉은마을에 위치한 죽염공장에서는 오늘도 죽염 만드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개암죽염의 본격적인 첫 작업은 재래종 왕대나무 통에 천일염을 단단히 다져넣는 데서 시작합니다.

["쾅, 쾅, 쾅."]

[정락현/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3호 : “(지금 뭐 하고 계시는 과정인가요, 이게?) 죽염 다지는 과정이에요, 다짐 과정. 죽염을 여덟 번 굽고 아홉 번째 용융해서 완성시키는 건데, 오늘이 여덟 번째 굽는 날, 여덟 번째 굽기 위해서 소금을 다지는 거예요.”]

소금을 다져넣은 왕대나무 통을 토굴에서 이틀간 태워서 구워내면 대나무 통은 타서 없어지고 대나무 진액이 스며든 소금기둥만 남습니다.

["쨍,쨍,쨍."]

[정락현/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3호 : "이거 소리로 내가 보는 거예요. 소리와 색깔로…. 이런 건 잘 구워졌어요. 세 번째. 점점 이제 짙은 회색으로 변해가는 거예요."]

회백색의 소금기둥을 빻아서 다시 새 대나무 통에 넣고 굽는 과정을 여덟 번 반복합니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특수 제작한 용융로에서 2,500°c까지 내부온도를 높여 소금 속의 독과 중금속을 완전히 제거합니다.

삼사십 년 된 토종 소나무 장작에 송진 진액을 뿌려가며 고열을 가하면 소금이 쇳물처럼 벌겋게 녹아내리는데, 이 액체가 굳어져 빻으면 45일 만에 비로소 죽염이 완성됩니다.

개암죽염으로 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이 된 정락현 명인.

어릴 적 폐결핵과 피부병을 심하게 앓던 정 명인은 개암사에서 만든 죽염으로 건강을 되찾고 개암죽염과 인연을 맺었다고 말합니다.

정 명인이 개암죽염공장을 세운 것은 1989년.

규모 1만 8천여 제곱미터에 이르는 이 공장에서는, 불가의 비전으로 내려오는 장인정신을 이어받아 33년째 전통 개암죽염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40여 명의 직원들 대부분은 30년 넘게 동고동락해온 창립 멤버이자, 정 명인의 동기동창생이면서 봉은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입니다.

직원들 상당수는 아침저녁으로 농사를 짓고, 낮에는 죽염을 만드는 장인이 됩니다.

회사라기보다는 모두가 더불어 사는 생활공동체에 가깝습니다.

[최금순/부안군 상서면 : “자녀들 가르치고 농사일도 하면서 여기 다니고 그래요. 그렇게 생활해요.”]

[이금민/부안군 행안면 : “가족 같은 기분도 들고, 또 이렇게 훈훈한 마음도 있고…. 항상 서로 주고 받고 도움도 주고, 이 소금공장이 있음으로 더 친근감도 생기고 좋은 것 같아요.”]

질이 좋기로 유명한 인근의 곰소염전 천일염을 사용해 이웃주민들의 소득 증가에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된장이나 간장 등의 죽염 장류를 만들며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것도 개암죽염공장의 몫입니다.

[최두례/부안군 상서면 : “여러 가지로 혜택을 많이 보죠. 마을 사람들이. 고추 같은 거, 콩 같은 거, 여기다 다 (농사짓고) 해서 내고 그러니까…….”]

[정락현/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3호 : “같이 소득도 창출하고,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어려운 일 있으면 같이 의논도 하고…. 이렇게 살아온 세월이 33년이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예요. 앞으로도 쭉…….”]

오랜 연구와 고민 끝에 발견한 소금 속의 뻘, 즉‘밑석’ 녹인 물을 황토 지장수와 함께 소금에 버무리는 과정이 첨가되어 항염・항균 작용의 효험을 높인 것도 개암죽염만의 비결입니다.

[정락현/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3호 : “소금 죽염을 여덟 번 굽고 아홉 번째 녹여서 완성하는 과정에서 무거운 성분(소금 속의 뻘)은 밑에 가라앉게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것을 ‘밑석’이라고 칭했어요.”]

[이금민/부안군 행안면 : “제가 원래 치조염이 있었는데 심했었는데, 앞니가…. 죽염공장 여기 근무하면서부터 죽염으로 양치질을 하니까 치조염이 낫더라고요.”]

전국에 죽염 제조회사는 대략 70여 곳.

개암죽염공장은 죽염이 민간요법의 굴레를 넘어 어엿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한 해에 반제품을 포함한 약 500여 톤의 죽염과 치아용, 양치용 등의 의용제품을 비롯해 30여 종의 죽염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겁니다.

동남아를 비롯해 전 세계 10여 개국으로 수출하여 개암죽염의 이로움을 널리 알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가에서 이어진 1,300년 죽염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 있는 봉은마을.

인근 바닷가 곰소에서 나는 소금으로 진심과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명인의 손길을 타고 가족처럼 어우러진 마을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개암죽염.

코로나19도 물러설 만큼 우렁찬 죽염 다지는 소리가 능가산 가득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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