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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고니’ 쫓아내는 수상한 보트…알고 보니?
입력 2021.01.26 (15:02) 수정 2021.01.26 (22:41) 취재K

■ ‘멸종위기종’ 고니를 대하는 부산시의 두 얼굴

부산 낙동강 하구는 우리나라 철새 서식지 5곳 가운데 한 곳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낙동강을 따라 자리한 사하구, 사상구, 강서구, 북구는 교통량이 많은 담벼락과 지하철 곳곳에 고니를 그려 놨습니다.

하지만 그림뿐입니다. 고니를 위한 부산시 행정은 볼품없습니다. KBS가 확보한 현장 영상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사진 6장과 영상 3개에는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소속의 배 한 척이 진동과 소음을 내며 고니 떼로 다가가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배가 다가가자 고니 70여 마리가 놀라 날아가 흩어집니다. 촬영된 장소는 대저생태공원 인근 낙동강, 철새도래지 보호구역입니다. 보호구역 안에 들어가는 것은 정비(청소)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부산시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았을까요? 취재진이 낙동강관리본부의 허가 신청뿐만 아니라, 낙동강 유역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4곳의 허가 신청 여부를 전부 확인했지만, 허가를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 대저대교 건설 위한 ‘의도적 고니 훼방?’ 의혹

부산시의 불법 행위가 더 심각한 이유는 ‘시기’ 때문입니다. 현재 부산에서는 대저대교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대저대교를 비롯한 3개 교량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부산시는 지난해 6월, 거짓 작성된 것으로 드러난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년도 지나지 않아 재접수시켰습니다. 졸속으로 1천 쪽수가 넘는 평가서를 보완하다 보니, 조사는 또 오류투성이입니다.

이처럼 부산시의 무리한 대저대교 건설 강행이 계속되자, 시민단체는 지난해 12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3자 협약을 맺었습니다. ‘시민단체가 선정한 전문가 등이 함께 철새 조사를 다시 할 것’과 ‘조사 기간에는 인위적인 교란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조사기간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로, 철새들이 북극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쉬는 시간입니다. 이 기간에 문화재청은 출입 허가 신청을 아예 받지 않기도 합니다. 그만큼 철새 보호를 위해 엄격하게 관리돼야 하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부산시는 전동 선박 출입에 대해 “의례적으로 해마다 하는 청소 때문”이라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자연생태학 전문가들은 “허가 누락에, 시민단체와의 협약마저 깨면서 청소해야 할 만큼 쓰레기가 많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합니다. 시민단체 역시, “제보 영상을 보면 쓰레기 수거를 위한 그물이 보트에 없으며, 수면 위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장면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부산시의 철새도래지 무단 침입이 우려스러운 또 하나의 이유는 ‘고니’에게도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생태학 전문가들은 넓은 곳에서 사는 고니는 놀라거나 위협을 느끼면 좁은 지역으로 도망을 가는데, 이때 개체 수 조사를 하면 엉뚱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즉, 대교 건설로 서식지가 좁아져도 살 수 있다는, 고니에겐 불리한 조사가 이뤄진다는 얘기입니다.


■ 시민단체 “부산시의 고의적 방해, 문제 심각”…합동조사 중단

시민단체는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낚시, 수상레저를 즐기는 무단 침입자를 처벌하지 않은 것을 넘어, 직접 무단출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산시의 협약 위반으로 시민단체와의 공동조사는 중단됐습니다.

2차례의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부실 작성에 시민단체와의 공동조사 협약마저 폐기한 부산시는 고니를 지킬 수 있을까요? 멸종위기종인 고니와 큰고니. 2000년대에는 각각 3천여 마리가 낙동강 하구를 찾았지만, 이제 고니는 한해 10마리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 천연기념물 ‘고니’ 쫓아내는 수상한 보트…알고 보니?
    • 입력 2021-01-26 15:02:04
    • 수정2021-01-26 22:41:11
    취재K

■ ‘멸종위기종’ 고니를 대하는 부산시의 두 얼굴

부산 낙동강 하구는 우리나라 철새 서식지 5곳 가운데 한 곳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낙동강을 따라 자리한 사하구, 사상구, 강서구, 북구는 교통량이 많은 담벼락과 지하철 곳곳에 고니를 그려 놨습니다.

하지만 그림뿐입니다. 고니를 위한 부산시 행정은 볼품없습니다. KBS가 확보한 현장 영상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사진 6장과 영상 3개에는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소속의 배 한 척이 진동과 소음을 내며 고니 떼로 다가가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배가 다가가자 고니 70여 마리가 놀라 날아가 흩어집니다. 촬영된 장소는 대저생태공원 인근 낙동강, 철새도래지 보호구역입니다. 보호구역 안에 들어가는 것은 정비(청소)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부산시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았을까요? 취재진이 낙동강관리본부의 허가 신청뿐만 아니라, 낙동강 유역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4곳의 허가 신청 여부를 전부 확인했지만, 허가를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 대저대교 건설 위한 ‘의도적 고니 훼방?’ 의혹

부산시의 불법 행위가 더 심각한 이유는 ‘시기’ 때문입니다. 현재 부산에서는 대저대교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대저대교를 비롯한 3개 교량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부산시는 지난해 6월, 거짓 작성된 것으로 드러난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년도 지나지 않아 재접수시켰습니다. 졸속으로 1천 쪽수가 넘는 평가서를 보완하다 보니, 조사는 또 오류투성이입니다.

이처럼 부산시의 무리한 대저대교 건설 강행이 계속되자, 시민단체는 지난해 12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3자 협약을 맺었습니다. ‘시민단체가 선정한 전문가 등이 함께 철새 조사를 다시 할 것’과 ‘조사 기간에는 인위적인 교란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조사기간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로, 철새들이 북극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쉬는 시간입니다. 이 기간에 문화재청은 출입 허가 신청을 아예 받지 않기도 합니다. 그만큼 철새 보호를 위해 엄격하게 관리돼야 하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부산시는 전동 선박 출입에 대해 “의례적으로 해마다 하는 청소 때문”이라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자연생태학 전문가들은 “허가 누락에, 시민단체와의 협약마저 깨면서 청소해야 할 만큼 쓰레기가 많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합니다. 시민단체 역시, “제보 영상을 보면 쓰레기 수거를 위한 그물이 보트에 없으며, 수면 위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장면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부산시의 철새도래지 무단 침입이 우려스러운 또 하나의 이유는 ‘고니’에게도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생태학 전문가들은 넓은 곳에서 사는 고니는 놀라거나 위협을 느끼면 좁은 지역으로 도망을 가는데, 이때 개체 수 조사를 하면 엉뚱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즉, 대교 건설로 서식지가 좁아져도 살 수 있다는, 고니에겐 불리한 조사가 이뤄진다는 얘기입니다.


■ 시민단체 “부산시의 고의적 방해, 문제 심각”…합동조사 중단

시민단체는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낚시, 수상레저를 즐기는 무단 침입자를 처벌하지 않은 것을 넘어, 직접 무단출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산시의 협약 위반으로 시민단체와의 공동조사는 중단됐습니다.

2차례의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부실 작성에 시민단체와의 공동조사 협약마저 폐기한 부산시는 고니를 지킬 수 있을까요? 멸종위기종인 고니와 큰고니. 2000년대에는 각각 3천여 마리가 낙동강 하구를 찾았지만, 이제 고니는 한해 10마리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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