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인데…외국인 의료관광 유치한다며 수십억 ‘펑펑’

입력 2021.01.27 (09:32) 수정 2021.01.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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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시티대구 홈페이지 대문화면메디시티대구 홈페이지 대문화면

코로나19 대유행이 전 세계를 휩쓴 지난 해. 모든 해외 입출국이 마비된 세계적 위기 속에서도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마케팅비 22억 2,500만 원을 쓴 지자체가 있습니다.

바로 대구시입니다.


■코로나도 막지 못한 대구시의 외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 '열정'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구시의 '메디시티' 예산과 결산 내역을 받았습니다. '메디시티'는 대구시가 내세우고 있는 일종의 의료관광 슬로건입니다.

지난해 예산은 34억 원, 이 가운데 24억 원이 의료관광 활성화, 즉 외국인 관광객 마케팅 지원으로 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대구시는 예산의 92.7%인 22억 2,500만 원을 집행했습니다.

세부 사업 내용을 보면 대구 의료관광 홍보 설명회 개최, 대구 의료관광 팸투어(초정 관광) 운영, 대구 의료관광 활성화 인센티브 사업 운영 등이 있습니다. 코로나19 극복 콘텐츠 제작도 눈에 들어옵니다.

2020년 한 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제적인 이동은 사실상 멈췄습니다. 꼭 필요한 일정이 아닌 대부분의 해외 방문은 연기되고 취소됐습니다. 특히 대구시는 2월과 3월, 신천지 발 대유행을 겪은 도시입니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팸투어 운영, 인센티브 사업 등에 예산을 집행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누가 팸투어로 대구에 왔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대구시는 실추된 의료 관광 도시 이미지를 회복하는 홍보를 하고, 비대면 마케팅 기반 구축과 유치기관 인프라 강화 등 대구시 의료 관광 생태계 유지에 주력했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대구시의 외국인 의료 관광 마케팅 예산 사업 내역2020년 대구시의 외국인 의료 관광 마케팅 예산 사업 내역


■ 마케팅비 썼는데... 실적은?

이렇게 돈을 쓴 지난해 유치 실적은 어떨까요?

현재 전국적인 외국인 의료 관광객 통계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대구시가 파악한 잠정 수치는 7천 명가량입니다. 대구시의 2019년 외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 실적은 3만 1183명. 코로나19를 감안하면 선방한 듯 보이지만, 여기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주한 미군입니다.

외국인 의료 관광의 주요 대상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 비교적 가까운 나라 국민입니 다. 그런데도 외국인 전체 환자 숫자 통계에서 미국인은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주한미군이거나 그 가족들입니다.

2019년 대구의 외국인 환자 가운데 5천5백여 명 정도는 미국인이었습니다. 주한 미군 숫자가 일정함을 감안하면 2020년에도 적어도 5천여 명은 미군과 그 가족이란 뜻이고, 결국 대구시의 유치 실적은 형편없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대구시는 외국인 의료 관광 분야 예산 집행이 해외 의료 관광 바이어 지원 등 유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투자라는 입장입니다. 분명 미래를 위해 씨앗을 준비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예산 집행에는 상황에 따른 유연성이 중요합니다. 공격적으로 유치할 시점에는 예산을 더 쓸 수도 있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줄이는 게 상식입니다.

지난해 어떤 외국인이 2020년에 '대구 의료 관광' 홍보 영상을 인상 깊게 봤다고 해서, 나중에 대구로 올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많은 나라가 코로나19로 난리인데, '대구 의료 관광'에 관심이 생길까요?

올 수도 없고, 올 의사도 없는 외국인을 상대로 홍보를 펼친 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투자일 뿐입니다.

게다가 대구시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대응한다면서 여러 예산을 줄였습니다. 예산 허리띠 졸라매기 속에 공공의료 예산도 삭감을 피하진 못했습니다. 한 예로 대구 유일의 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의 전문인력 보강 지원 예산은 지난해 20억 원에서 올해 10억 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대구시는 지난해 외국인 유치 마케팅비 22억 2,500만 원을 썼고, 올해도 24억 원을 쓸 계획입니다.

정치가와 행정가의 정책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 알려면, 예산과 인사를 봐야 합니다.

코로나를 극복했다면서 'D방역'을 내세우는 대구시. 하지만 실제 예산서 속에선 공공의료 예산은 줄고, 외국인 의료 관광객 예산은 유지됐습니다. 과연 'D방역'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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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팬데믹인데…외국인 의료관광 유치한다며 수십억 ‘펑펑’
    • 입력 2021-01-27 09:32:57
    • 수정2021-01-27 09:34:01
    취재K
메디시티대구 홈페이지 대문화면
코로나19 대유행이 전 세계를 휩쓴 지난 해. 모든 해외 입출국이 마비된 세계적 위기 속에서도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마케팅비 22억 2,500만 원을 쓴 지자체가 있습니다.

바로 대구시입니다.


■코로나도 막지 못한 대구시의 외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 '열정'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구시의 '메디시티' 예산과 결산 내역을 받았습니다. '메디시티'는 대구시가 내세우고 있는 일종의 의료관광 슬로건입니다.

지난해 예산은 34억 원, 이 가운데 24억 원이 의료관광 활성화, 즉 외국인 관광객 마케팅 지원으로 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대구시는 예산의 92.7%인 22억 2,500만 원을 집행했습니다.

세부 사업 내용을 보면 대구 의료관광 홍보 설명회 개최, 대구 의료관광 팸투어(초정 관광) 운영, 대구 의료관광 활성화 인센티브 사업 운영 등이 있습니다. 코로나19 극복 콘텐츠 제작도 눈에 들어옵니다.

2020년 한 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제적인 이동은 사실상 멈췄습니다. 꼭 필요한 일정이 아닌 대부분의 해외 방문은 연기되고 취소됐습니다. 특히 대구시는 2월과 3월, 신천지 발 대유행을 겪은 도시입니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팸투어 운영, 인센티브 사업 등에 예산을 집행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누가 팸투어로 대구에 왔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대구시는 실추된 의료 관광 도시 이미지를 회복하는 홍보를 하고, 비대면 마케팅 기반 구축과 유치기관 인프라 강화 등 대구시 의료 관광 생태계 유지에 주력했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대구시의 외국인 의료 관광 마케팅 예산 사업 내역

■ 마케팅비 썼는데... 실적은?

이렇게 돈을 쓴 지난해 유치 실적은 어떨까요?

현재 전국적인 외국인 의료 관광객 통계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대구시가 파악한 잠정 수치는 7천 명가량입니다. 대구시의 2019년 외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 실적은 3만 1183명. 코로나19를 감안하면 선방한 듯 보이지만, 여기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주한 미군입니다.

외국인 의료 관광의 주요 대상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 비교적 가까운 나라 국민입니 다. 그런데도 외국인 전체 환자 숫자 통계에서 미국인은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주한미군이거나 그 가족들입니다.

2019년 대구의 외국인 환자 가운데 5천5백여 명 정도는 미국인이었습니다. 주한 미군 숫자가 일정함을 감안하면 2020년에도 적어도 5천여 명은 미군과 그 가족이란 뜻이고, 결국 대구시의 유치 실적은 형편없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대구시는 외국인 의료 관광 분야 예산 집행이 해외 의료 관광 바이어 지원 등 유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투자라는 입장입니다. 분명 미래를 위해 씨앗을 준비하는 일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예산 집행에는 상황에 따른 유연성이 중요합니다. 공격적으로 유치할 시점에는 예산을 더 쓸 수도 있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줄이는 게 상식입니다.

지난해 어떤 외국인이 2020년에 '대구 의료 관광' 홍보 영상을 인상 깊게 봤다고 해서, 나중에 대구로 올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많은 나라가 코로나19로 난리인데, '대구 의료 관광'에 관심이 생길까요?

올 수도 없고, 올 의사도 없는 외국인을 상대로 홍보를 펼친 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투자일 뿐입니다.

게다가 대구시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대응한다면서 여러 예산을 줄였습니다. 예산 허리띠 졸라매기 속에 공공의료 예산도 삭감을 피하진 못했습니다. 한 예로 대구 유일의 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의 전문인력 보강 지원 예산은 지난해 20억 원에서 올해 10억 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대구시는 지난해 외국인 유치 마케팅비 22억 2,500만 원을 썼고, 올해도 24억 원을 쓸 계획입니다.

정치가와 행정가의 정책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 알려면, 예산과 인사를 봐야 합니다.

코로나를 극복했다면서 'D방역'을 내세우는 대구시. 하지만 실제 예산서 속에선 공공의료 예산은 줄고, 외국인 의료 관광객 예산은 유지됐습니다. 과연 'D방역'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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