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도주에 사칭까지’…무면허 음주 단속을 피하는 그녀의 방법

입력 2021.01.27 (11:28) 수정 2021.01.2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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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4월 18일 오전 4시 43분쯤 울산 남구 울밀로 앞 도로.

A(48·여)씨는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갑자기 졸음이 밀려왔고, 결국 중앙선을 침범해 화물차와 충돌했다. 이어 화물차 뒤를 따라오던 승용차가 화물차와 추돌하는 등 A 씨의 과실로 삼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 교통사고로 모두 5명이 전치 2주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부상을 입었고 , 자동차 수리비 등으로 약 800만 원 상당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사고 후 A 씨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흔히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구호조치 등 사고 후속조치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A 씨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 다녔다.

이어 피해자들이 경찰 및 119에 신고하자 A 씨는 몰래 택시를 타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이후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놓고 자택에도 귀가하지 않은 채 잠적했다가 오후가 돼서야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A 씨가 이같이 행동을 한 이유는 1년 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후 약 5개월 후 A 씨는 위 교통사고로 재판을 받던 중임에도 불구하고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다. 지난번 사고 당시 현장을 무단으로 떠났던 A 씨. 이번에도 황당한 행동을 하며 자신의 죄를 벗어나려 했다.

2019년 9월 2일 오전 1시 31분쯤 부산 기장군 정관로 앞 도로.

A 씨는 이곳에서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그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8%로 만취 상태였다.

A 씨 옆에는 지인 B(48)씨가 함께 타고 있었다. 이들은 A 씨가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자 A 씨의 신분을 다른 사람으로 속이기로 마음먹는다. 이들이 내세운 인물은 다름 아닌 B 씨의 부인이었다.

A 씨는 마치 자신이 B 씨 부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B 씨 부인의 인적사항을 단속경찰에 말해준다. 이어 A 씨는 음주운전단속결과통보서 등 관련 문서를 작성하고 서명란에 모두 B 씨의 부인을 사칭해 서명했다.

A 씨는 경찰이 단속 현장에서부터 채혈 현장, 경찰서 조사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B 씨 부인과 동일인이 맞는지 확인했으나, 계속해서 B 씨와 부부 행세를 하며 경찰을 속였다.

이 과정에서 B 씨도 A 씨의 신분을 의심하는 경찰에게 “집에 같이 가서 부부인지 확인하자” 하거나 본인 휴대전화에 있는 자신의 부인 사진을 보여주며 A 씨가 맞다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찰을 속였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듯’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A 씨는 모든 것을 실토했다.

결국, 이들은 도주 치상, 무면허운전, 사고 후미조치위반, 사전자기록등 위작,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음주운전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을 맡았던 울산지법 형사2부는 A 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음주운전을 방조한 B 씨에게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판결문에서 “과실로 5명의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교통사고를 일으켰음에도 피해자 구호 및 사고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 이 일로 기소됐음에도 자숙하지 않고 무면허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경찰의 단속에 걸리자 타인을 사칭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범행의 내용과 방법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교통법규 준수 의식이 부족해 보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 5명의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 않고 모두 합의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피고 B 씨에 대해 재판부는 “음주운전을 제지하지 않고 차량에 동승해 음주운전을 방조하고, A 씨가 자신의 아내라고 주장하면서 경찰 기망을 시도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점 등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울산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우철 부장판사)는 A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음주운전을 방조한 B 씨 대해서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 씨에 대해 “피고인의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매우 불량할 뿐만 아니라, 교통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 부족해 보인다”며 “형사사법제도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한바,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로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B 씨에 대해서 재판부는 “자신이 음주운전으로 2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만취한 A 씨 운전을 방조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경찰관을 속이려 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 역시 매우 불량하다”며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도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 또한 이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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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도주에 사칭까지’…무면허 음주 단속을 피하는 그녀의 방법
    • 입력 2021-01-27 11:28:04
    • 수정2021-01-29 19:36:05
    취재후·사건후

지난 2019년 4월 18일 오전 4시 43분쯤 울산 남구 울밀로 앞 도로.

A(48·여)씨는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갑자기 졸음이 밀려왔고, 결국 중앙선을 침범해 화물차와 충돌했다. 이어 화물차 뒤를 따라오던 승용차가 화물차와 추돌하는 등 A 씨의 과실로 삼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 교통사고로 모두 5명이 전치 2주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부상을 입었고 , 자동차 수리비 등으로 약 800만 원 상당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사고 후 A 씨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흔히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구호조치 등 사고 후속조치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A 씨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 다녔다.

이어 피해자들이 경찰 및 119에 신고하자 A 씨는 몰래 택시를 타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이후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놓고 자택에도 귀가하지 않은 채 잠적했다가 오후가 돼서야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A 씨가 이같이 행동을 한 이유는 1년 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후 약 5개월 후 A 씨는 위 교통사고로 재판을 받던 중임에도 불구하고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다. 지난번 사고 당시 현장을 무단으로 떠났던 A 씨. 이번에도 황당한 행동을 하며 자신의 죄를 벗어나려 했다.

2019년 9월 2일 오전 1시 31분쯤 부산 기장군 정관로 앞 도로.

A 씨는 이곳에서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그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8%로 만취 상태였다.

A 씨 옆에는 지인 B(48)씨가 함께 타고 있었다. 이들은 A 씨가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자 A 씨의 신분을 다른 사람으로 속이기로 마음먹는다. 이들이 내세운 인물은 다름 아닌 B 씨의 부인이었다.

A 씨는 마치 자신이 B 씨 부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B 씨 부인의 인적사항을 단속경찰에 말해준다. 이어 A 씨는 음주운전단속결과통보서 등 관련 문서를 작성하고 서명란에 모두 B 씨의 부인을 사칭해 서명했다.

A 씨는 경찰이 단속 현장에서부터 채혈 현장, 경찰서 조사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B 씨 부인과 동일인이 맞는지 확인했으나, 계속해서 B 씨와 부부 행세를 하며 경찰을 속였다.

이 과정에서 B 씨도 A 씨의 신분을 의심하는 경찰에게 “집에 같이 가서 부부인지 확인하자” 하거나 본인 휴대전화에 있는 자신의 부인 사진을 보여주며 A 씨가 맞다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찰을 속였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듯’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A 씨는 모든 것을 실토했다.

결국, 이들은 도주 치상, 무면허운전, 사고 후미조치위반, 사전자기록등 위작,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음주운전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을 맡았던 울산지법 형사2부는 A 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음주운전을 방조한 B 씨에게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판결문에서 “과실로 5명의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교통사고를 일으켰음에도 피해자 구호 및 사고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 이 일로 기소됐음에도 자숙하지 않고 무면허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경찰의 단속에 걸리자 타인을 사칭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범행의 내용과 방법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교통법규 준수 의식이 부족해 보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 5명의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 않고 모두 합의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피고 B 씨에 대해 재판부는 “음주운전을 제지하지 않고 차량에 동승해 음주운전을 방조하고, A 씨가 자신의 아내라고 주장하면서 경찰 기망을 시도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점 등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울산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우철 부장판사)는 A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음주운전을 방조한 B 씨 대해서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 씨에 대해 “피고인의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매우 불량할 뿐만 아니라, 교통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 부족해 보인다”며 “형사사법제도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한바,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로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B 씨에 대해서 재판부는 “자신이 음주운전으로 2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만취한 A 씨 운전을 방조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경찰관을 속이려 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 역시 매우 불량하다”며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도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 또한 이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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