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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모욕감 참아야 했다”…‘사건 무마’에 ‘2차 가해’까지
입력 2021.01.27 (14:05) 수정 2021.01.27 (17:02)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사퇴한 이후, 부산시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성범죄 사건을 전담 조사하기 위한 기구가 설립됐습니다. 바로 '부산시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입니다.

부산 공직기관에서 발생하는 성추행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하고, 마땅한 결과를 내놓기 위해 출범했지요. 이 '추진단'에서 처음으로 조사한 사건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산시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는 공직 유관기관인 '부산시 교통문화연수원'에서 '상습적인 성희롱'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남성 간부 직원이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일삼았는데, 해당 기관은 '성희롱' 사건을 무마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년 넘은 시간이 지나서야 수면 위로 떠오른 이 사건, 내막을 들여다봤습니다.

■ '성적 굴욕감과 모욕감', 6개월 동안 이어졌다

사건은 2019년 발생했습니다. 부산시 교통문화연수원의 한 남성 간부가 여성 직원 4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한 것인데요. 사건을 조사한 '부산시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에 의하면, "지속적으로 언어적, 신체적인 성적 굴욕감과 모욕감을 주는" 행위를 했습니다. 이런 성희롱은 약 6개월 동안 지속됐습니다.

성희롱 사건의 '발생'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처리 절차'에 있었습니다.

피해 사실이 신고됐지만, 해당 기관은 성희롱 사건은 누락시킨 채, '갑질'에 대한 가해 사실만을 바탕으로 사건을 축소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 자리'를 마련하는 등 2차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다시 동일 부서에 배치됩니다. 이 시점에서, 과거 한 차례 '은폐'되었던 2019년의 성희롱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겁니다.

해당 기관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부산시 감사위원회로 전달되었고, 지난해 처음 출범한 부산시 직속 성폭력 사건 처리 기구인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에서 해당 사건의 전반을 조사해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실제 사건과 관계 없는 자료사진입니다실제 사건과 관계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 피해자 인적사항 노출 … '기관에 의한 2차 피해'까지

추진단은 명백한 가해 사실이 확인되었고, 처리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해당 기관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피해자들의 인적사항과 피해 내용이 고스란히 노출된 사실까지 확인돼 '기관에 의한 2차 피해'도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들은 성희롱 피해 뿐 아니라 이같은 2차 피해 등 중첩된 피해로 인해, 불안과 우울, 두려움과 수면 장애 등 심리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부산시는 해당 기관 사건에 대해 이렇게 심의 의결했습니다.

먼저, 해당 기관에 가해자에 대한 중징계 수준의 징계 조치를 의결할 것과
둘째, 이사회에 기관장인 교통문화연수원장의 면직을 처리할 것,
셋째, 해당 기관에 대한 성폭력 사건 처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특히 기관장과 고위직 간부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할 것,
넷째, 가해자가 퇴직할 때까지 피해자들의 부서로 발령내지 말 것,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상담과 의료, 법률 지원 등을 할 것.

해당 기관은 부산시의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시 교통문화연수원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가해자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이며, "부산시 고충심의위원회의 조사가 졸속으로 추진되는 등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 현재 이의신청을 해 놓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부산시 교통문화연수원은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이사장으로 있으며, 버스·택시조합, 화물협회, 전세·마을버스 조합 이사장 등 10여 명이 이사로 있는 부산시 공직 유관기관입니다. 현재 부산시의 행정부시장이 공석이라 후임 부시장이 발령나면, 이후 가해자 징계나 원장 면직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 성폭력 사건 전담기구 출범 이후, 첫 사건 … "갈 길 너무나 멉니다"

우선, 이번 사건의 접수에서부터 결과까지 일련의 처리 절차는 비교적 신속하게 잘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구성한 전담기구이기도 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부산시 성폭력·성희롱 예방 조례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고혜경 부산시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 단장은 "조례가 아닌 상위법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 여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휴가'가 '특별 휴가'가 아닌 일반 '연차휴가'로 되어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점, 성범죄로 의료기관 진료를 받을 경우, 법률로써 '공무상의 재해'로 분명하게 인정하는 기준을 신설하는 것 등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부산시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은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 인사혁신처 등 관련 정부 부처에 법률 및 제도 개선 건의를 신청해 둔 상황이지만 아직 이렇다할 답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출범 3개월 만에 첫 성희롱 사건에 대한 징계 의결 결과를 내 놓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은 지금도 또 다른 공공기관 내 성추행 관련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 처리와 관련한 추진단의 3가지 원칙, 바로 <가해자 엄정 조치>와 <2차 가해 차단>, <성차별 문화 개선> 입니다. 고혜경 단장은 "처벌과 징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조직 문화다. 교육을 통해 문화 개선을 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예방이 힘들다"고 말합니다.

개인과 조직이 함께 노력하지 않는 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직장 내 성범죄' 사건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할지 모릅니다.
  • “성적 모욕감 참아야 했다”…‘사건 무마’에 ‘2차 가해’까지
    • 입력 2021-01-27 14:05:32
    • 수정2021-01-27 17:02:54
<strong>오거돈 전 부산시장</strong>이 성추행으로 사퇴한 이후, 부산시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성범죄 사건을 전담 조사하기 위한 기구가 설립됐습니다. 바로 '부산시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입니다.<br /><br />부산 공직기관에서 발생하는 성추행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하고, 마땅한 결과를 내놓기 위해 출범했지요. <strong>이 '추진단'에서 처음으로 조사한 사건의 결과</strong>가 나왔습니다.<br /><br />부산시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는 공직 유관기관인 '부산시 교통문화연수원'에서 '상습적인 성희롱'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요.<br /><br />남성 간부 직원이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일삼았는데, 해당 기관은 <strong>'성희롱' 사건을 무마</strong>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br /><br />1년 넘은 시간이 지나서야 수면 위로 떠오른 이 사건, 내막을 들여다봤습니다.<br />

■ '성적 굴욕감과 모욕감', 6개월 동안 이어졌다

사건은 2019년 발생했습니다. 부산시 교통문화연수원의 한 남성 간부가 여성 직원 4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한 것인데요. 사건을 조사한 '부산시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에 의하면, "지속적으로 언어적, 신체적인 성적 굴욕감과 모욕감을 주는" 행위를 했습니다. 이런 성희롱은 약 6개월 동안 지속됐습니다.

성희롱 사건의 '발생'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처리 절차'에 있었습니다.

피해 사실이 신고됐지만, 해당 기관은 성희롱 사건은 누락시킨 채, '갑질'에 대한 가해 사실만을 바탕으로 사건을 축소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 자리'를 마련하는 등 2차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다시 동일 부서에 배치됩니다. 이 시점에서, 과거 한 차례 '은폐'되었던 2019년의 성희롱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겁니다.

해당 기관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부산시 감사위원회로 전달되었고, 지난해 처음 출범한 부산시 직속 성폭력 사건 처리 기구인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에서 해당 사건의 전반을 조사해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실제 사건과 관계 없는 자료사진입니다실제 사건과 관계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 피해자 인적사항 노출 … '기관에 의한 2차 피해'까지

추진단은 명백한 가해 사실이 확인되었고, 처리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해당 기관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피해자들의 인적사항과 피해 내용이 고스란히 노출된 사실까지 확인돼 '기관에 의한 2차 피해'도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들은 성희롱 피해 뿐 아니라 이같은 2차 피해 등 중첩된 피해로 인해, 불안과 우울, 두려움과 수면 장애 등 심리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부산시는 해당 기관 사건에 대해 이렇게 심의 의결했습니다.

먼저, 해당 기관에 가해자에 대한 중징계 수준의 징계 조치를 의결할 것과
둘째, 이사회에 기관장인 교통문화연수원장의 면직을 처리할 것,
셋째, 해당 기관에 대한 성폭력 사건 처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특히 기관장과 고위직 간부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할 것,
넷째, 가해자가 퇴직할 때까지 피해자들의 부서로 발령내지 말 것,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상담과 의료, 법률 지원 등을 할 것.

해당 기관은 부산시의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시 교통문화연수원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가해자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이며, "부산시 고충심의위원회의 조사가 졸속으로 추진되는 등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 현재 이의신청을 해 놓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부산시 교통문화연수원은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이사장으로 있으며, 버스·택시조합, 화물협회, 전세·마을버스 조합 이사장 등 10여 명이 이사로 있는 부산시 공직 유관기관입니다. 현재 부산시의 행정부시장이 공석이라 후임 부시장이 발령나면, 이후 가해자 징계나 원장 면직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 성폭력 사건 전담기구 출범 이후, 첫 사건 … "갈 길 너무나 멉니다"

우선, 이번 사건의 접수에서부터 결과까지 일련의 처리 절차는 비교적 신속하게 잘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구성한 전담기구이기도 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부산시 성폭력·성희롱 예방 조례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고혜경 부산시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 단장은 "조례가 아닌 상위법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 여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휴가'가 '특별 휴가'가 아닌 일반 '연차휴가'로 되어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점, 성범죄로 의료기관 진료를 받을 경우, 법률로써 '공무상의 재해'로 분명하게 인정하는 기준을 신설하는 것 등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부산시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은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 인사혁신처 등 관련 정부 부처에 법률 및 제도 개선 건의를 신청해 둔 상황이지만 아직 이렇다할 답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출범 3개월 만에 첫 성희롱 사건에 대한 징계 의결 결과를 내 놓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은 지금도 또 다른 공공기관 내 성추행 관련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 처리와 관련한 추진단의 3가지 원칙, 바로 <가해자 엄정 조치>와 <2차 가해 차단>, <성차별 문화 개선> 입니다. 고혜경 단장은 "처벌과 징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조직 문화다. 교육을 통해 문화 개선을 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예방이 힘들다"고 말합니다.

개인과 조직이 함께 노력하지 않는 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직장 내 성범죄' 사건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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