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며 악취 잡겠다더니…“한 번도 안 썼는데요”

입력 2021.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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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천만 원 들여 악취 포집기 구매…"아직 한 번도 안 썼는데요."

대형 축사, 폐수를 배출하는 공장, 식당이 밀집한 상가 주변까지….
어디선가 풍겨오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이런 곳에서 악취가 얼마나 심한지, 농도를 측정해주는 기계가 있습니다.
'악취 포집기'입니다.

한 장소에 계속 설치해두는 '고정식'이 있고, 시시각각 장소를 바꿔가며 측정할 수 있는 '이동식'이 있습니다.

각종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자 충북 청주시는 지난해 7월, '이동식 악취 포집기' 2대를 구매했습니다.

한 대에 2,500만 원씩 모두 5,000만 원의 혈세를 지출했습니다.

냄새 농도를 24시간 측정할 수 있고, 갑자기 수치가 높아지면 휴대전화 등을 통해 원격으로 시료를 채취할 수 있는 장비라고 합니다.

기기를 잘 활용해서, 악취 민원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들였다고 합니다.

민원인도, 자치단체도 모두 만족할 것 같은 이 장비.
지난 6개월 동안 몇 번이나 사용했는지 물었더니, 청주시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아직 한 번도 안 썼는데요."


■ 한 해, 악취 신고 200건 넘는데… "새 장비 쓸 민원이 없어요."

반년 전에 사들인 장비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이동식 악취 포집기'를 보유한 청주시 흥덕구청 환경위생과에 물었더니, "새 장비를 사용할만한 민원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신고가 들어오는 곳에서 사용하려고 했는데, 지금껏 그런 민원이 없었다는 겁니다.

지난해, 청주시 흥덕구에서 발생한 악취 민원 건수는 모두 209건입니다.

청주시 전체 민원 건수(356건)의 58.3%나 됩니다. 하지만 '반복된 악취 민원'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청주시가 사들인 나머지 1대를 보유한 청원구청도 마찬가집니다.

청주시 청원구에서는 지난해, 흥덕구에 이어 두 번째(70건)로 악취 민원 신고가 많았는데요.

역시 단 한 번도, 이동식 포집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쓰지도 않을 수천만 원짜리 장비는 왜 구매한 걸까요?
똑같은 대답이 도돌이표처럼 따라옵니다.

"새 장비 쓸 민원이 생기면 써야죠."

충북 청주시가 구매한 ‘이동식 악취 포집기’충북 청주시가 구매한 ‘이동식 악취 포집기’
■ 취재 시작돼서야… "이제 활용처 찾을 것"

KBS의 취재가 시작되자, 청주시는 부랴부랴 활용처를 찾겠다고 나섰습니다.

청주시 흥덕구청과 상당구청은 일단 기기 제조사부터 불렀습니다.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청주시 청원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조만간 제조업체에 사용법 교육을 받고 (악취 포집기를) 어떻게 활용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흥덕구청도 다를 게 없습니다. 취재진이 악취 포집기의 기능에 대해 물어봤더니, 머쓱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업체가 (교육하러) 오면 물어봐야 한다"는 겁니다.

향후 사용 계획에 대해서도 "악취 발생 시설을 방문해보고, 악취 포집기 설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두 구청 모두, 한 대에 2,500만 원이나 되는 기기를 받은 지 반년이 넘도록 사용은커녕, 어떻게 활용할지도 결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한 셈입니다.

청주시청 홈페이지에는 매년 '예산 절감 우수 사례'가 공개됩니다.

지난 18일 공개된 '2020년 예산 절감' 자료에는 '흙 운반비'를 절감해 1,700만 원의 예산을 아꼈다고 홍보하기도 했는데요.

반년 넘게 '무용지물'로 잠자고 있는 악취 포집기를 사는 데 혈세 5,000만 원을 집행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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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다니며 악취 잡겠다더니…“한 번도 안 썼는데요”
    • 입력 2021-01-28 06:00:27
    취재K

■ 5천만 원 들여 악취 포집기 구매…"아직 한 번도 안 썼는데요."

대형 축사, 폐수를 배출하는 공장, 식당이 밀집한 상가 주변까지….
어디선가 풍겨오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이런 곳에서 악취가 얼마나 심한지, 농도를 측정해주는 기계가 있습니다.
'악취 포집기'입니다.

한 장소에 계속 설치해두는 '고정식'이 있고, 시시각각 장소를 바꿔가며 측정할 수 있는 '이동식'이 있습니다.

각종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자 충북 청주시는 지난해 7월, '이동식 악취 포집기' 2대를 구매했습니다.

한 대에 2,500만 원씩 모두 5,000만 원의 혈세를 지출했습니다.

냄새 농도를 24시간 측정할 수 있고, 갑자기 수치가 높아지면 휴대전화 등을 통해 원격으로 시료를 채취할 수 있는 장비라고 합니다.

기기를 잘 활용해서, 악취 민원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들였다고 합니다.

민원인도, 자치단체도 모두 만족할 것 같은 이 장비.
지난 6개월 동안 몇 번이나 사용했는지 물었더니, 청주시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아직 한 번도 안 썼는데요."


■ 한 해, 악취 신고 200건 넘는데… "새 장비 쓸 민원이 없어요."

반년 전에 사들인 장비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이동식 악취 포집기'를 보유한 청주시 흥덕구청 환경위생과에 물었더니, "새 장비를 사용할만한 민원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신고가 들어오는 곳에서 사용하려고 했는데, 지금껏 그런 민원이 없었다는 겁니다.

지난해, 청주시 흥덕구에서 발생한 악취 민원 건수는 모두 209건입니다.

청주시 전체 민원 건수(356건)의 58.3%나 됩니다. 하지만 '반복된 악취 민원'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청주시가 사들인 나머지 1대를 보유한 청원구청도 마찬가집니다.

청주시 청원구에서는 지난해, 흥덕구에 이어 두 번째(70건)로 악취 민원 신고가 많았는데요.

역시 단 한 번도, 이동식 포집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쓰지도 않을 수천만 원짜리 장비는 왜 구매한 걸까요?
똑같은 대답이 도돌이표처럼 따라옵니다.

"새 장비 쓸 민원이 생기면 써야죠."

충북 청주시가 구매한 ‘이동식 악취 포집기’ ■ 취재 시작돼서야… "이제 활용처 찾을 것"

KBS의 취재가 시작되자, 청주시는 부랴부랴 활용처를 찾겠다고 나섰습니다.

청주시 흥덕구청과 상당구청은 일단 기기 제조사부터 불렀습니다.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청주시 청원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조만간 제조업체에 사용법 교육을 받고 (악취 포집기를) 어떻게 활용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흥덕구청도 다를 게 없습니다. 취재진이 악취 포집기의 기능에 대해 물어봤더니, 머쓱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업체가 (교육하러) 오면 물어봐야 한다"는 겁니다.

향후 사용 계획에 대해서도 "악취 발생 시설을 방문해보고, 악취 포집기 설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두 구청 모두, 한 대에 2,500만 원이나 되는 기기를 받은 지 반년이 넘도록 사용은커녕, 어떻게 활용할지도 결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한 셈입니다.

청주시청 홈페이지에는 매년 '예산 절감 우수 사례'가 공개됩니다.

지난 18일 공개된 '2020년 예산 절감' 자료에는 '흙 운반비'를 절감해 1,700만 원의 예산을 아꼈다고 홍보하기도 했는데요.

반년 넘게 '무용지물'로 잠자고 있는 악취 포집기를 사는 데 혈세 5,000만 원을 집행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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