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핵심 연루자 이민걸·이규진, 최후진술서 “오만·교만했다”

입력 2021.0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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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검찰 수사 때부터 햇수로 4년째에 접어든 '사법농단' 사건이 중요한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사건의 최고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핵심 공범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의 재판이 28일 마무리됐기 때문입니다.

2019년 5월 말 이 사건의 첫 재판절차가 시작된 지 1년 8개월여 만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이민걸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관련 일선 재판에 개입하고, 옛 국민의당 의원들에 대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의 심증을 알아오라는 지시를 내리고, 법원행정처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모임을 위축시키는 데 공모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법관 재임용을 포기해 다음달 법관직에서 물러납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까지 지낸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통진당 재판 등 여러 일선 재판에 개입하고, 헌법재판소에 파견된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기밀을 수집해 윗선에 보고하고, 판사들의 모임을 위축시키는 데 공모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이 중요한 것은, 재판 개입 등 두 사람의 공소사실 대부분이 공범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주요 공소사실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오는 2월 18일 선고될 두 사람에 대한 1심 판결은, 그동안 1심에서 '4연속' 무죄가 선고됐던 다른 사법농단 관련 사건과는 그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재판 담당 법관을 접촉해 결론에 따른 사법부 조직의 유‧불리를 환기시키고, 특정 판결을 요구 내지 유도함으로써 재판 독립의 환경은 파괴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법관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대하게 훼손한 피고인들이, 도리어 이 법정에서 법관 독립의 가치를 내세워 자신들의 죄 없음을 주장하는 이 역설적 상황이 정당한 것으로 수긍돼선 안된다”며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 독립의 원칙상 '재판 업무를 지휘‧감독할 권한'이란 존재할 수 없고, 결국 남용할 권한 자체가 없으니 직권남용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반박한 것입니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기소된 또 다른 두 판사, 법원행정처에 통진당 사건 담당 재판장으로서의 심증을 누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방창현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의 요청을 받고 통진당 관련 사건 배당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現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광주시법원 원로법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을 각각 구형했습니다.

네 명의 전·현직 판사들도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최후 진술의 기회를 얻었는데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최후 진술은 당사자의 주장과 그동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했던 생각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절차이고, 특히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지위에 있음을 고려해 마지막 말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 방청석에서 노트북으로 받아 적은 내용이라 일부 부정확하거나 빠진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이민걸 피고인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존경하는 윤종섭 재판장님, 그리고 김용신 판사님, 송인석 판사님. 2년에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충실하고도 원만하게 심리해주시고 이렇게 최후진술을 할 수 있는 기회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1991년 임용된 이후 지금까지 약 30년 간 법관으로서 근무해오면서 저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단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재판업무나 사법행정사무를 담당하면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듣고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기울여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자 하였습니다.

법관직과 공직이 가지는 무게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주어진 업무를 감당하면서도 과하거나 분에 넘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자존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지난 3년간 징계는 물론 수사와 재판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아쉽고 억울한 마음도 있었고 괴로웠지만, 지나간 일들을 되돌아 본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법원행정처에서 사법행정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현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동료 법관과 사법부 구성원 그리고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를 제대로 행하지 못하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만한 마음과 타성에 젖어 놓쳐 버렸던 일들이 후회스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반성하고 경계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두 분 판사님. 저로서는 최대한 성실하고 진실되게 재판에 임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길고 긴 재판 과정에서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공정하고 편안하게 재판을 이끌어주신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사건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양심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여러 가지로 힘든 여건임에도 오랜 기간 동안 이 모든 과정에 제 옆에서 부족한 저를 일깨워주고 격려하며 함께해 준 친구이자 변호인인 민병훈 변호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이규진 피고인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두 분 판사님께 진술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2019년 3월 1일자로 30년 근무한 법원을 떠났고 5일 만에 바로 기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2년 동안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자숙의 시간을 가지면서 오로지 재판에만 임해왔습니다.

생각보다 힘들었던 검찰 조사보다 재판 과정이 더 힘겨웠고 제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웠던 시간이었습니다.

형사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제가 대법원에 근무하면서 했던 행동에 부적절한 면이 많았다는 걸 잘 알고 있고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법원은 물론 사회 전체에 대해서 제가 일으켰던 물의나 고통에 대해서도 그 잘못을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선·후배와 동료 법관들에게도 한없이 미안한 마음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 이 모습으로 여기 서 있다는 것만으로 많은 분들께 드린 아픔, 무척 크리라고 생각하면서 또 개인적으로 법관으로 봉직하는 30년 동안 제가 얼마나 교만했는지 새삼 깨닫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저로 인해서 재판 과정이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상처를 입게된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앞으로는 이와 같은 기소와 재판은 없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고생해주신 세 분과 검사님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상입니다.



3. 방창현 피고인

오랜 시간 동안 이 어려운 재판을 해오시면서 양측 주장 경청해주신 재판부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매우 긴장이 많이 되는데요, 먼저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최후진술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991년도에 법대에 입학한 이후에 판사가 된 것이 저의 일생일대의 최고의 소원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사법시험에 합격을 하고 법무관을 마치고 2002년도에 판사 임용을 받았을 때 정말, 정말정말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도 무척 기뻐하셨고요. 조금이나마 부모님께 효도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2002년도에 법원에 임관 받게 되는데요, 법원에 오니 제일 좋았던 점은 제 능력 많이 부족했는데 다른 훌륭한 판사님들한테 묻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능력이 많이 부족한 저였지만 그런 훌륭한 판사님들과 비슷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처음에 주위 사람들이 저를 "방 판사, 방 판사" 불러줬을 때 마치 몸에 맞지않는 옷을 입었던 것처럼 어색한 기분을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재판을 받게 되면서 초임 때 기억이 많이 납니다. 초임 때 정말 많은 실수를 하고 정말 틀렸던 적도 많았었는데요. 그때마다 초임부장님이 저를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서 잘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기회를 여러 번 주셨던 것이 많이 기억이 납니다.

초임 부장님을 비롯해 여러 법원 가족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고 기다려주고 저에게 많은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부족한 저이지만 이제 평균 정도 수준의 판사가 될 수 있었고, 그 이후로 부장이 된 지금까지는 대과 없이 법원 생활을 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이제 어려운 사건도 여러 건 처리할 수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보람을 많이 느끼고 법조인으로서 저도 실력이 향상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분이 들어서 법원생활이 지금까지 저에게 즐거운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2015년에 이번 통진당 사건을 처리하면서 동기인 심경 심의관의 전화를 받으면서 그것이 빌미가 되어서 이 사건이 시작됐습니다.

일련의 사태 중 혹시 제가 어떤 걸 잘못했을까 곰곰이 반성해보았습니다. 혹시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당시 동기인 심경에게 그 사건의 법령의 해석과 관련된 저의 의견을 잠시 이야기했던 것. 그것이 유일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것이 그렇게 잘못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은 제가 받을 수 있겠습니다. 징계 처분까지는 뭐 어느 정도까지는 납득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징계 처분도 지나치게 무겁다고 생각이 되었고 형사재판까지 받게된 상황에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의 변호인이고 저의 동기인 이승엽 변호사가 여러 법리적 부분은 정말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에 자세한 법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저의 공소사실과 관련해서 제가 지금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만약 이 공소사실이 유죄가 인정이 된다면 이것은 법원의 시스템과도 굉장히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생각됩니다.

첫째, 공무상 비밀누설과 관련해서 동료판사와 어떤 법리적 의견에 대해 전혀 상의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법관의 독립,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판사는 사회와 떨어져서 나 혼자 존재할 수 있는 그런 섬과 같은 존재는 아닐 것입니다. 부족한 면이 많기 때문에 동료들과 의견교환을 하며 좀더 나은 결론, 혹시 내가 뭔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진 않을까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단 점이 법원의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기소가 되니 만약 이게 유죄가 된다면 앞으로 동료판사들과 일체의 상의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직권남용죄와 관련해서 저에 대해서 문제삼은 거는 주심인 임○○ 판사와 실질적 합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판결문 수정했다는 거를 들고 있습니다. 실질적 합의가 어디까지인지, 그것을 검사가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저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면 재판장이 앞으로는 주심 판사와 판결문을 작성할 때 한 단어, 한 글자, 한 문장까지 일일이 다 상의해서 "이거 고쳐도 됩니까"라고 상의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하. 현실적으로 이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재판부에서도 잘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세 번째는 우선 저에 대한 공소사실을 보면 일단, 선고를 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이유를 수정할 수 없다. 실질적인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게 들어가 있습니다.

판결문을 등록하기 전까지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치고 어떤 문장이 좋을까 여러 번 수정하고 갈고 다듬는 것이 이게 잘못된 일일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에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역사책이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한 구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역사책을 집어들 때 우리의 최초의 관심사는 그 책에 포함돼 있는 사실들이 아니라 그 책을 쓴 역사가에 대한 것이 되어야 한다. 또한 역사책이 어떤 배경하에 쓰였는지를 알고 읽을 때에만 독자들은 그 책의 완전한 의미와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다."

저의 판결문을 역사책에 비유하는 것이 약간 주제넘은 행동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그 당시 했던 제 행동에 대해 그만큼 자부심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해주심 좋겠습니다.

저는 법원 구성원 중 한 명인 지방법원 부장판사입니다. 검찰은 저를 기소하면서 행정처의 지시 또는 요구에 따라 판결한 것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행정처에서 만약 저에게 지시했다면 지방법원 부장판사에게 지시했다면, 과연 주문에서 청구 인용 결론이 나올 수 있었을지 한 번 생각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당시 정말 다른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오직 법리에 따라서 판사가 옳다는 대로 옳다고 믿는 바대로 소신껏 판단을 했기 때문에, 그 당시 통진당 지방의원 이○○ 씨의 의원직을 유지해주는 그러한 결론이 내려졌던 것입니다.

시대적 배경 면에서 한 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당시는 잘 아시다시피 2015년 박근혜 정부 때였습니다. 그리고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이 내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러한 때였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행정처의 요구 또는 지시에 따라서 재판을 했다면 과연 이런 주문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그런 이유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한번 생각을 면밀하게 검토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검사석 바라보며) 저의 판결문에 한 구절, 한 문구를 트집 잡아서 계속 저를 기소까지 했습니다.

판결문은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면서 읽어줘야하지, 국회의원 또는 이런 일부 문구를 넣었다가 뺐다 이런 부분. 일부 문구만을 침소봉대해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기소를 하는 것은 하.. 역사가에 해당하는 피고인, 저와, 역사책에 해당하는 판결문이 작성된 당시 시대적 배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은 이렇게 또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이 사건을 이렇게 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판사가 판결문에 어떤 한 구절, 한 마디를 넣었다고 법원의 위상이 저절로 올라가는 것입니까? 아닐 것입니다. 저는 법원의 위상은 꾸준히 훌륭한 판결을 내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결을 내렸을 때 자연히 높아지는 것이지 어떤 한 문장, 한 구절에 의해서 높아질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같이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부장님들, 원장님들에 비해 제가 가장 어리긴 하지만 저도 이제 20년에 달하는 법관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법원에서 일을 하는 판사가, 그리고 남들과 비교해서 평균 정도 수준되는 그런 판사가, 기록을 보고 정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선고한 행동에 대해서 형사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과연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재판부에서 증거관계와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따져보셔서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진행되면서 저를 많이 걱정해 준 가족들, 동료들, 친구들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 앞에서 정말 떳떳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제 재임용을 앞두고 있는데 어쨌든 20년 가까이 되는 법관생활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서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기를 앙망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4. 심상철 피고인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두 분 판사님. 지난 35년간 법원의 판사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재직해왔고 법원장 근무까지 마치고 일선 시군법원으로 내려가 근무하던 중에 배당 개입 혐의로 법정에까지 서게 되어서 정말 지난 2년 간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법원행정처로부터 사건 배당에 대한 의견을 전달받고 제 권한 범위 내에서 검토한 결과 특례 배당을 했습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가 미제 사건이 적고 중요 사건이 전혀 없었던 점이 있기에 재량 범위 내에서 특례 배당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어떤 경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건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 저도 알게됐습니다만은, 피고인이 생각하고 그 의견을 밝혔던 특례 지정 배당이 된 것이 아니라 자동 배당이 된 것을 수사 이후에야 알게 됐습니다. 그 배당 경위가 불분명하더라도 저는 그 과정을 조금도 알지도 못하고 또 관여한 바도 전혀 없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핵심은 피고인이 기록송부 전에 채번을 하고 그 채번된 사건번호를 송부된 이후에 통진당 사건에 부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건번호를 딴다는 '채번'이라는 말을 수사 이전에는 이 검찰청 조사받기 전에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또한 항소기록 접수 전에 사건번호를 딴다, 미리 정해둔다 이런 일은 법원에 근무하면서 듣지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물론 제가 수석부장이라는 보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곘습니다만 채번이니 사건번호를 따니 이런 용어 자체도 몰랐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인 이규진 실장의 2015.12.1. 업무일지에 기재된 통합진보당 사건의 번호와 재판부 기재가 그 당일 2015.12.1.에 기재된 것이라는 걸 전제로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수사의 시작은 2015.12.1 업무일지 기재내용이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검사는 이것을 기초로해서 사건번호를 미리 빼냈다고 최○○, 오○○을 압박해서 오○○으로부터 피고인이 채번지시를 했다, 이런 진술을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기소 무렵에는 그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자 검사는 그 2015.12.1. 업무일지 기재는 나중에 추가로 기재된 것이다, 이렇게 하고 수사 기초의 전제를 뒤집어 버렸습니다.

저는 수사 받는 도중이나 최○○ 행정과장 처음 만나 이야기를 듣고 아니 이게 무슨 일이냐라고 수 차례에 걸쳐 업무일지 원본을 보고싶다, 이렇게 요청을 했는데도 전혀 저한테 제시해주지 않았습니다. 기소된 이후 재판부 명에 의해서야 업무일지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피고인이 최○○ 행정과장에게 하였다는 채번 및 사건부여 지시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 정황은 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그 이규진 상피고인의 업무일지 12월 1일자에 기재된 사건번호가 언제 기재됐는지는 물론 모릅니다만 만일 그 제 날짜에 정상적으로 기재된 것이라 그러면은, 이미 12월 1일에 업무일지에 사건번호가 기재돼있는데 그 다음날 사건 채번하라고 지시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가 않습니다.

그 다음에 이것은 시간적으로 서울고등법원에 부재 중에 한 것으로 다 진술이 나와 있습니다. 저는 채번 지시가 있었고 그 채번된 번호를 받았다고 하는 시각에 서울고등법원장실에 있지 않고 그 오후 1시 지나서부터 4시 반까지는 대법원에서 법관 면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수사 당시에는 전혀 몰랐었고 재판 진행된 이후에 증거자료를 보고 비서관의 업무수첩을 보고 일정표가 기재돼서 확인했던 내용입니다. 그 지시했던 시각 또는 전달받은 시간 자체가 제가 고등법원에 부재했던 시간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 다음에, 사전 채번한 사건번호하고 어느 특정 재판부에 배당한 것하고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에 의해 배당이 되는데 왜 사건번호를 기록송부 중에 먼저 특정해야 특정 재판부에 배당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성립하나요? 더군다나 이게 무슨 검찰 주장대로 조작된 프로그램이 있다면 더더욱 더 사전 채번의 필요성은 없는 겁니다.

또 이 사건은 저로서는 참 참기 어려울 정도로 탈탈 털리는 수사를 받았습니다. 사무실이고 자택이고 와서 압수수색에 의해서 핸드폰 찾기 위해서 와버렸죠, 그래서 핸드폰 다 압수해서 가져갔고. 그 다음에 법원장 사무실에 있었던 이메일 또는 뭐 이런 거 법원장 마치고 다 삭제했습니다만은 그때 있었던 걸 확인하기 위해 전산정보센터까지 가서 백업파일까지 다 하고, 자택, 사무실 통화내역 다 가져갔습니다. 전혀 거기서도 제가 사건번호를 알았다거나 아님 그 무렵에 사건번호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행정처하고 전산 담당자하고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하거나 이런 건 전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없었습니다.

아무런 활용 가치가 없는 사건번호를 왜 제가 지시하고 받았다는 겁니까? 수긍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제가 그 사건을 검색하는 것이 수사 중에 저도 확인했습니다만 딱 1번 있었습니다. 그건 사건이 접수되고 배당까지 다 끝난 후, 3일 지난 후에 제가 검색을 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주말이 끼어있었습니다. 만약 그 전에 제가 사건번호를 알고 있었다면 어쩌면 궁금해서라도 한 번 검색을 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건번호를 그때 모르기 때문에 월요일날 회의 끝나고 소속 과장이 중요 사건 보라고 한 장짜리 보고하는 게 있는데 그것에 의해 받아서 그 직후에 했던 것으로 보여지고 그것이 확실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판사님께서 전산으로 이루어지는 사건 배당의 구조와 과정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논리적으로 살펴봐주십시오. 평생 법관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온 제가 공소장 기재와 같은 배당 개입 사실이 없다는 것을 밝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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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농단’ 핵심 연루자 이민걸·이규진, 최후진술서 “오만·교만했다”
    • 입력 2021-01-29 06:00:14
    취재K

2018년 검찰 수사 때부터 햇수로 4년째에 접어든 '사법농단' 사건이 중요한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사건의 최고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핵심 공범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의 재판이 28일 마무리됐기 때문입니다.

2019년 5월 말 이 사건의 첫 재판절차가 시작된 지 1년 8개월여 만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이민걸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관련 일선 재판에 개입하고, 옛 국민의당 의원들에 대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의 심증을 알아오라는 지시를 내리고, 법원행정처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모임을 위축시키는 데 공모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법관 재임용을 포기해 다음달 법관직에서 물러납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까지 지낸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통진당 재판 등 여러 일선 재판에 개입하고, 헌법재판소에 파견된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기밀을 수집해 윗선에 보고하고, 판사들의 모임을 위축시키는 데 공모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이 중요한 것은, 재판 개입 등 두 사람의 공소사실 대부분이 공범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주요 공소사실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오는 2월 18일 선고될 두 사람에 대한 1심 판결은, 그동안 1심에서 '4연속' 무죄가 선고됐던 다른 사법농단 관련 사건과는 그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재판 담당 법관을 접촉해 결론에 따른 사법부 조직의 유‧불리를 환기시키고, 특정 판결을 요구 내지 유도함으로써 재판 독립의 환경은 파괴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법관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대하게 훼손한 피고인들이, 도리어 이 법정에서 법관 독립의 가치를 내세워 자신들의 죄 없음을 주장하는 이 역설적 상황이 정당한 것으로 수긍돼선 안된다”며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 독립의 원칙상 '재판 업무를 지휘‧감독할 권한'이란 존재할 수 없고, 결국 남용할 권한 자체가 없으니 직권남용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반박한 것입니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기소된 또 다른 두 판사, 법원행정처에 통진당 사건 담당 재판장으로서의 심증을 누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방창현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의 요청을 받고 통진당 관련 사건 배당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現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광주시법원 원로법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을 각각 구형했습니다.

네 명의 전·현직 판사들도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최후 진술의 기회를 얻었는데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최후 진술은 당사자의 주장과 그동안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했던 생각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절차이고, 특히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지위에 있음을 고려해 마지막 말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 방청석에서 노트북으로 받아 적은 내용이라 일부 부정확하거나 빠진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이민걸 피고인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존경하는 윤종섭 재판장님, 그리고 김용신 판사님, 송인석 판사님. 2년에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충실하고도 원만하게 심리해주시고 이렇게 최후진술을 할 수 있는 기회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1991년 임용된 이후 지금까지 약 30년 간 법관으로서 근무해오면서 저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단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재판업무나 사법행정사무를 담당하면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듣고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기울여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자 하였습니다.

법관직과 공직이 가지는 무게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주어진 업무를 감당하면서도 과하거나 분에 넘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자존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지난 3년간 징계는 물론 수사와 재판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아쉽고 억울한 마음도 있었고 괴로웠지만, 지나간 일들을 되돌아 본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법원행정처에서 사법행정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현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동료 법관과 사법부 구성원 그리고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를 제대로 행하지 못하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만한 마음과 타성에 젖어 놓쳐 버렸던 일들이 후회스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반성하고 경계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두 분 판사님. 저로서는 최대한 성실하고 진실되게 재판에 임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길고 긴 재판 과정에서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공정하고 편안하게 재판을 이끌어주신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사건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양심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여러 가지로 힘든 여건임에도 오랜 기간 동안 이 모든 과정에 제 옆에서 부족한 저를 일깨워주고 격려하며 함께해 준 친구이자 변호인인 민병훈 변호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이규진 피고인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두 분 판사님께 진술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2019년 3월 1일자로 30년 근무한 법원을 떠났고 5일 만에 바로 기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2년 동안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자숙의 시간을 가지면서 오로지 재판에만 임해왔습니다.

생각보다 힘들었던 검찰 조사보다 재판 과정이 더 힘겨웠고 제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웠던 시간이었습니다.

형사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제가 대법원에 근무하면서 했던 행동에 부적절한 면이 많았다는 걸 잘 알고 있고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법원은 물론 사회 전체에 대해서 제가 일으켰던 물의나 고통에 대해서도 그 잘못을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선·후배와 동료 법관들에게도 한없이 미안한 마음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 이 모습으로 여기 서 있다는 것만으로 많은 분들께 드린 아픔, 무척 크리라고 생각하면서 또 개인적으로 법관으로 봉직하는 30년 동안 제가 얼마나 교만했는지 새삼 깨닫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저로 인해서 재판 과정이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상처를 입게된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앞으로는 이와 같은 기소와 재판은 없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고생해주신 세 분과 검사님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상입니다.



3. 방창현 피고인

오랜 시간 동안 이 어려운 재판을 해오시면서 양측 주장 경청해주신 재판부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매우 긴장이 많이 되는데요, 먼저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최후진술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991년도에 법대에 입학한 이후에 판사가 된 것이 저의 일생일대의 최고의 소원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사법시험에 합격을 하고 법무관을 마치고 2002년도에 판사 임용을 받았을 때 정말, 정말정말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도 무척 기뻐하셨고요. 조금이나마 부모님께 효도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2002년도에 법원에 임관 받게 되는데요, 법원에 오니 제일 좋았던 점은 제 능력 많이 부족했는데 다른 훌륭한 판사님들한테 묻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능력이 많이 부족한 저였지만 그런 훌륭한 판사님들과 비슷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처음에 주위 사람들이 저를 "방 판사, 방 판사" 불러줬을 때 마치 몸에 맞지않는 옷을 입었던 것처럼 어색한 기분을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재판을 받게 되면서 초임 때 기억이 많이 납니다. 초임 때 정말 많은 실수를 하고 정말 틀렸던 적도 많았었는데요. 그때마다 초임부장님이 저를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서 잘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기회를 여러 번 주셨던 것이 많이 기억이 납니다.

초임 부장님을 비롯해 여러 법원 가족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고 기다려주고 저에게 많은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부족한 저이지만 이제 평균 정도 수준의 판사가 될 수 있었고, 그 이후로 부장이 된 지금까지는 대과 없이 법원 생활을 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이제 어려운 사건도 여러 건 처리할 수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보람을 많이 느끼고 법조인으로서 저도 실력이 향상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분이 들어서 법원생활이 지금까지 저에게 즐거운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2015년에 이번 통진당 사건을 처리하면서 동기인 심경 심의관의 전화를 받으면서 그것이 빌미가 되어서 이 사건이 시작됐습니다.

일련의 사태 중 혹시 제가 어떤 걸 잘못했을까 곰곰이 반성해보았습니다. 혹시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당시 동기인 심경에게 그 사건의 법령의 해석과 관련된 저의 의견을 잠시 이야기했던 것. 그것이 유일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것이 그렇게 잘못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은 제가 받을 수 있겠습니다. 징계 처분까지는 뭐 어느 정도까지는 납득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징계 처분도 지나치게 무겁다고 생각이 되었고 형사재판까지 받게된 상황에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의 변호인이고 저의 동기인 이승엽 변호사가 여러 법리적 부분은 정말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에 자세한 법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저의 공소사실과 관련해서 제가 지금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만약 이 공소사실이 유죄가 인정이 된다면 이것은 법원의 시스템과도 굉장히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생각됩니다.

첫째, 공무상 비밀누설과 관련해서 동료판사와 어떤 법리적 의견에 대해 전혀 상의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법관의 독립,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판사는 사회와 떨어져서 나 혼자 존재할 수 있는 그런 섬과 같은 존재는 아닐 것입니다. 부족한 면이 많기 때문에 동료들과 의견교환을 하며 좀더 나은 결론, 혹시 내가 뭔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진 않을까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단 점이 법원의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기소가 되니 만약 이게 유죄가 된다면 앞으로 동료판사들과 일체의 상의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직권남용죄와 관련해서 저에 대해서 문제삼은 거는 주심인 임○○ 판사와 실질적 합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판결문 수정했다는 거를 들고 있습니다. 실질적 합의가 어디까지인지, 그것을 검사가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저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면 재판장이 앞으로는 주심 판사와 판결문을 작성할 때 한 단어, 한 글자, 한 문장까지 일일이 다 상의해서 "이거 고쳐도 됩니까"라고 상의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하. 현실적으로 이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재판부에서도 잘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세 번째는 우선 저에 대한 공소사실을 보면 일단, 선고를 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이유를 수정할 수 없다. 실질적인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게 들어가 있습니다.

판결문을 등록하기 전까지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치고 어떤 문장이 좋을까 여러 번 수정하고 갈고 다듬는 것이 이게 잘못된 일일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에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역사책이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한 구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역사책을 집어들 때 우리의 최초의 관심사는 그 책에 포함돼 있는 사실들이 아니라 그 책을 쓴 역사가에 대한 것이 되어야 한다. 또한 역사책이 어떤 배경하에 쓰였는지를 알고 읽을 때에만 독자들은 그 책의 완전한 의미와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다."

저의 판결문을 역사책에 비유하는 것이 약간 주제넘은 행동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그 당시 했던 제 행동에 대해 그만큼 자부심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해주심 좋겠습니다.

저는 법원 구성원 중 한 명인 지방법원 부장판사입니다. 검찰은 저를 기소하면서 행정처의 지시 또는 요구에 따라 판결한 것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행정처에서 만약 저에게 지시했다면 지방법원 부장판사에게 지시했다면, 과연 주문에서 청구 인용 결론이 나올 수 있었을지 한 번 생각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당시 정말 다른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오직 법리에 따라서 판사가 옳다는 대로 옳다고 믿는 바대로 소신껏 판단을 했기 때문에, 그 당시 통진당 지방의원 이○○ 씨의 의원직을 유지해주는 그러한 결론이 내려졌던 것입니다.

시대적 배경 면에서 한 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당시는 잘 아시다시피 2015년 박근혜 정부 때였습니다. 그리고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이 내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러한 때였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행정처의 요구 또는 지시에 따라서 재판을 했다면 과연 이런 주문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그런 이유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한번 생각을 면밀하게 검토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검사석 바라보며) 저의 판결문에 한 구절, 한 문구를 트집 잡아서 계속 저를 기소까지 했습니다.

판결문은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면서 읽어줘야하지, 국회의원 또는 이런 일부 문구를 넣었다가 뺐다 이런 부분. 일부 문구만을 침소봉대해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기소를 하는 것은 하.. 역사가에 해당하는 피고인, 저와, 역사책에 해당하는 판결문이 작성된 당시 시대적 배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은 이렇게 또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이 사건을 이렇게 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판사가 판결문에 어떤 한 구절, 한 마디를 넣었다고 법원의 위상이 저절로 올라가는 것입니까? 아닐 것입니다. 저는 법원의 위상은 꾸준히 훌륭한 판결을 내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결을 내렸을 때 자연히 높아지는 것이지 어떤 한 문장, 한 구절에 의해서 높아질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같이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부장님들, 원장님들에 비해 제가 가장 어리긴 하지만 저도 이제 20년에 달하는 법관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법원에서 일을 하는 판사가, 그리고 남들과 비교해서 평균 정도 수준되는 그런 판사가, 기록을 보고 정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선고한 행동에 대해서 형사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과연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재판부에서 증거관계와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따져보셔서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진행되면서 저를 많이 걱정해 준 가족들, 동료들, 친구들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 앞에서 정말 떳떳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제 재임용을 앞두고 있는데 어쨌든 20년 가까이 되는 법관생활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서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기를 앙망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4. 심상철 피고인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두 분 판사님. 지난 35년간 법원의 판사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재직해왔고 법원장 근무까지 마치고 일선 시군법원으로 내려가 근무하던 중에 배당 개입 혐의로 법정에까지 서게 되어서 정말 지난 2년 간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법원행정처로부터 사건 배당에 대한 의견을 전달받고 제 권한 범위 내에서 검토한 결과 특례 배당을 했습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가 미제 사건이 적고 중요 사건이 전혀 없었던 점이 있기에 재량 범위 내에서 특례 배당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어떤 경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건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 저도 알게됐습니다만은, 피고인이 생각하고 그 의견을 밝혔던 특례 지정 배당이 된 것이 아니라 자동 배당이 된 것을 수사 이후에야 알게 됐습니다. 그 배당 경위가 불분명하더라도 저는 그 과정을 조금도 알지도 못하고 또 관여한 바도 전혀 없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핵심은 피고인이 기록송부 전에 채번을 하고 그 채번된 사건번호를 송부된 이후에 통진당 사건에 부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건번호를 딴다는 '채번'이라는 말을 수사 이전에는 이 검찰청 조사받기 전에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또한 항소기록 접수 전에 사건번호를 딴다, 미리 정해둔다 이런 일은 법원에 근무하면서 듣지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물론 제가 수석부장이라는 보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곘습니다만 채번이니 사건번호를 따니 이런 용어 자체도 몰랐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인 이규진 실장의 2015.12.1. 업무일지에 기재된 통합진보당 사건의 번호와 재판부 기재가 그 당일 2015.12.1.에 기재된 것이라는 걸 전제로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수사의 시작은 2015.12.1 업무일지 기재내용이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검사는 이것을 기초로해서 사건번호를 미리 빼냈다고 최○○, 오○○을 압박해서 오○○으로부터 피고인이 채번지시를 했다, 이런 진술을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기소 무렵에는 그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자 검사는 그 2015.12.1. 업무일지 기재는 나중에 추가로 기재된 것이다, 이렇게 하고 수사 기초의 전제를 뒤집어 버렸습니다.

저는 수사 받는 도중이나 최○○ 행정과장 처음 만나 이야기를 듣고 아니 이게 무슨 일이냐라고 수 차례에 걸쳐 업무일지 원본을 보고싶다, 이렇게 요청을 했는데도 전혀 저한테 제시해주지 않았습니다. 기소된 이후 재판부 명에 의해서야 업무일지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피고인이 최○○ 행정과장에게 하였다는 채번 및 사건부여 지시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 정황은 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그 이규진 상피고인의 업무일지 12월 1일자에 기재된 사건번호가 언제 기재됐는지는 물론 모릅니다만 만일 그 제 날짜에 정상적으로 기재된 것이라 그러면은, 이미 12월 1일에 업무일지에 사건번호가 기재돼있는데 그 다음날 사건 채번하라고 지시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가 않습니다.

그 다음에 이것은 시간적으로 서울고등법원에 부재 중에 한 것으로 다 진술이 나와 있습니다. 저는 채번 지시가 있었고 그 채번된 번호를 받았다고 하는 시각에 서울고등법원장실에 있지 않고 그 오후 1시 지나서부터 4시 반까지는 대법원에서 법관 면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수사 당시에는 전혀 몰랐었고 재판 진행된 이후에 증거자료를 보고 비서관의 업무수첩을 보고 일정표가 기재돼서 확인했던 내용입니다. 그 지시했던 시각 또는 전달받은 시간 자체가 제가 고등법원에 부재했던 시간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 다음에, 사전 채번한 사건번호하고 어느 특정 재판부에 배당한 것하고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에 의해 배당이 되는데 왜 사건번호를 기록송부 중에 먼저 특정해야 특정 재판부에 배당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성립하나요? 더군다나 이게 무슨 검찰 주장대로 조작된 프로그램이 있다면 더더욱 더 사전 채번의 필요성은 없는 겁니다.

또 이 사건은 저로서는 참 참기 어려울 정도로 탈탈 털리는 수사를 받았습니다. 사무실이고 자택이고 와서 압수수색에 의해서 핸드폰 찾기 위해서 와버렸죠, 그래서 핸드폰 다 압수해서 가져갔고. 그 다음에 법원장 사무실에 있었던 이메일 또는 뭐 이런 거 법원장 마치고 다 삭제했습니다만은 그때 있었던 걸 확인하기 위해 전산정보센터까지 가서 백업파일까지 다 하고, 자택, 사무실 통화내역 다 가져갔습니다. 전혀 거기서도 제가 사건번호를 알았다거나 아님 그 무렵에 사건번호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행정처하고 전산 담당자하고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하거나 이런 건 전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없었습니다.

아무런 활용 가치가 없는 사건번호를 왜 제가 지시하고 받았다는 겁니까? 수긍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제가 그 사건을 검색하는 것이 수사 중에 저도 확인했습니다만 딱 1번 있었습니다. 그건 사건이 접수되고 배당까지 다 끝난 후, 3일 지난 후에 제가 검색을 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주말이 끼어있었습니다. 만약 그 전에 제가 사건번호를 알고 있었다면 어쩌면 궁금해서라도 한 번 검색을 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건번호를 그때 모르기 때문에 월요일날 회의 끝나고 소속 과장이 중요 사건 보라고 한 장짜리 보고하는 게 있는데 그것에 의해 받아서 그 직후에 했던 것으로 보여지고 그것이 확실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판사님께서 전산으로 이루어지는 사건 배당의 구조와 과정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논리적으로 살펴봐주십시오. 평생 법관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온 제가 공소장 기재와 같은 배당 개입 사실이 없다는 것을 밝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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