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주업이 바뀌었다”…코로나19로 ‘투잡’ 뛰는 사장님들의 사연
입력 2021.01.29 (06:00)
수정 2021.01.2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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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나온 지 1년이 지났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여러 차례 바뀌는가 하면, '밤 9시 이후 영업 제한',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강도 높은 방역 수칙들도 생겨나기도 했죠. 이에 따라 우리의 일상도 많이 변했습니다.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동안 카페 업주들은 배달과 포장만 해야했고,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업장을 운영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손님이 줄어드니 매출은 적어지고, 임대료나 관리비 등 고정적으로 지출은 계속 나가다보니 경제적 부담이 생기는 건 당연할텐데요. 그래서인지 본업과는 다른 부업을 하는, 즉 '투잡'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많아졌습니다.
■ 부업 나선 사장님 11만 명…부업 경험자는 60대가 가장 많아
그렇다면 실제로 부업을 하는 자영업자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고용동향' 에 의하면, 지난달 취업자 중 주된 일 외에 다른 부업을 한 적 있는 사람은 40만 7천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그중 자영업자는 10만 9천명이었는데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9만 7천명으로 대부분이었고, 고용원이 있는데도 부업을 한 자영업자는 1만 2천명에 달했습니다.
연령별로도 한번 살펴볼까요. 60세 이상 부업 경험자가 12만 4천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50대가 11만 2천명, 40대가 7만8천명, 30대가 6만8천 명, 20대가 2만2천 명 순이었습니다. 단정지을 순 없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이 부업에 많이 나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 매출 1/10로 줄어…배달·공장에서 일하다 부상 입기도
이른바 '투잡'을 하는 사장님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이광표 씨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올해로 4년째 키즈카페를 하고 있는데요. 이 씨는 "그동안은 솔직히 경기가 어렵다고 다들 말은 해도 우리는 크게 영향을 안 받았다"며 "그런데 코로나19는 달랐다. 주 고객이 아이들이다 보니 너무 (상황이) 심각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키즈카페 영업을 하지 못해 매출 총액이 0원인 모습
그러면 실제로 매출은 얼마나 떨어졌을까요.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이 씨의 가게는 매출이 한 달에 천 만 원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매출은 그 1/10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단 한 명도 오지 않는 날도 잦아졌죠. 설상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이 씨의 가게는 11월 말부터 영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달과 이번 달 매출은 말 그대로 '0원'입니다.
그런 이 씨에게 매달 꾸준히 나가는 돈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임대료와 관리비 등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만 4, 5백만 원 정도. 매출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그대로였습니다. 소상공인을 위한 코로나19 특별 대출도 두 차례에 걸쳐 5천만 원 정도 받았고, 긴급재난지원금도 신청해서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힘든 건 똑같았고, 결국 이 씨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택배 물류센터. 하지만 그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등 상황의 여의치 않아 지인이 하는 도금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일도 오래하지 못했습니다. 공장에서 기계 뚜껑이 발등으로 떨어져 발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씨는 지금 치료에만 전념 중입니다.
■ "이젠 주업이 바뀐 것 같아요"
매트리스 공장해서 일하고 있는 기성태 씨
기성태 씨의 사정도 안 좋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로 18년째 식당이나 유흥주점 등에 휴지, 방향제 등 소모품을 납품하는 일을 하는 기 씨. 강화된 방역 수칙으로 식당이나 유흥주점들이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영향은 기 씨에게도 크게 미쳤습니다.
매출은 1/3로 줄었고, 가게에 물건을 납품해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기 씨의 거래처에서 '다음에 주겠다'며 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갑자기 가게를 폐업한 뒤 사라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기 씨는 "거기(거래처)도 월세를 못 내고 있고 그러니까 그렇다고 제가 가서 나쁜 짓을 할 수도 없다"며 "거래처들도 어려운 걸 뻔히 아는데 어떻게 그러겠냐"라고 말했습니다.
거의 매일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하러 다니던 기 씨는 이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자신의 가게에 나가고 있습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일용직 등 부업을 시작했습니다. 주변 아는 사람을 통해 일을 구하거나, 인력사무소에 연락처를 등록해 하루하루 돈을 벌고 있습니다. 기 씨는 "거의 지금 주객이 전도됐다"며 " 주업이 바뀌어서 다른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토로했습니다.
정부의 경제적인 지원도 기 씨에게는 먼 이야기입니다. 기 씨가 하는 일은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업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 씨의 업종은 2차 피해, 즉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식당이나 유흥주점 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이 온 경우라 소상공인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어제(28일) 중소상인단체 20곳이 손실보상 등을 정부에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청와대 앞에서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주말,정부는 다음 달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나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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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1-29 06: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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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나온 지 1년이 지났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여러 차례 바뀌는가 하면, '밤 9시 이후 영업 제한',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강도 높은 방역 수칙들도 생겨나기도 했죠. 이에 따라 우리의 일상도 많이 변했습니다.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동안 카페 업주들은 배달과 포장만 해야했고,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업장을 운영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손님이 줄어드니 매출은 적어지고, 임대료나 관리비 등 고정적으로 지출은 계속 나가다보니 경제적 부담이 생기는 건 당연할텐데요. 그래서인지 본업과는 다른 부업을 하는, 즉 '투잡'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많아졌습니다.
■ 부업 나선 사장님 11만 명…부업 경험자는 60대가 가장 많아
그렇다면 실제로 부업을 하는 자영업자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고용동향' 에 의하면, 지난달 취업자 중 주된 일 외에 다른 부업을 한 적 있는 사람은 40만 7천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그중 자영업자는 10만 9천명이었는데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9만 7천명으로 대부분이었고, 고용원이 있는데도 부업을 한 자영업자는 1만 2천명에 달했습니다.
연령별로도 한번 살펴볼까요. 60세 이상 부업 경험자가 12만 4천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50대가 11만 2천명, 40대가 7만8천명, 30대가 6만8천 명, 20대가 2만2천 명 순이었습니다. 단정지을 순 없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이 부업에 많이 나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 매출 1/10로 줄어…배달·공장에서 일하다 부상 입기도
이른바 '투잡'을 하는 사장님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이광표 씨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올해로 4년째 키즈카페를 하고 있는데요. 이 씨는 "그동안은 솔직히 경기가 어렵다고 다들 말은 해도 우리는 크게 영향을 안 받았다"며 "그런데 코로나19는 달랐다. 주 고객이 아이들이다 보니 너무 (상황이) 심각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실제로 매출은 얼마나 떨어졌을까요.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이 씨의 가게는 매출이 한 달에 천 만 원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매출은 그 1/10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단 한 명도 오지 않는 날도 잦아졌죠. 설상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이 씨의 가게는 11월 말부터 영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달과 이번 달 매출은 말 그대로 '0원'입니다.
그런 이 씨에게 매달 꾸준히 나가는 돈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임대료와 관리비 등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만 4, 5백만 원 정도. 매출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그대로였습니다. 소상공인을 위한 코로나19 특별 대출도 두 차례에 걸쳐 5천만 원 정도 받았고, 긴급재난지원금도 신청해서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힘든 건 똑같았고, 결국 이 씨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택배 물류센터. 하지만 그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등 상황의 여의치 않아 지인이 하는 도금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일도 오래하지 못했습니다. 공장에서 기계 뚜껑이 발등으로 떨어져 발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씨는 지금 치료에만 전념 중입니다.
■ "이젠 주업이 바뀐 것 같아요"
기성태 씨의 사정도 안 좋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로 18년째 식당이나 유흥주점 등에 휴지, 방향제 등 소모품을 납품하는 일을 하는 기 씨. 강화된 방역 수칙으로 식당이나 유흥주점들이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영향은 기 씨에게도 크게 미쳤습니다.
매출은 1/3로 줄었고, 가게에 물건을 납품해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기 씨의 거래처에서 '다음에 주겠다'며 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갑자기 가게를 폐업한 뒤 사라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기 씨는 "거기(거래처)도 월세를 못 내고 있고 그러니까 그렇다고 제가 가서 나쁜 짓을 할 수도 없다"며 "거래처들도 어려운 걸 뻔히 아는데 어떻게 그러겠냐"라고 말했습니다.
거의 매일 거래처에 물건을 납품하러 다니던 기 씨는 이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자신의 가게에 나가고 있습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일용직 등 부업을 시작했습니다. 주변 아는 사람을 통해 일을 구하거나, 인력사무소에 연락처를 등록해 하루하루 돈을 벌고 있습니다. 기 씨는 "거의 지금 주객이 전도됐다"며 " 주업이 바뀌어서 다른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토로했습니다.
정부의 경제적인 지원도 기 씨에게는 먼 이야기입니다. 기 씨가 하는 일은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업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 씨의 업종은 2차 피해, 즉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식당이나 유흥주점 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이 온 경우라 소상공인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어제(28일) 중소상인단체 20곳이 손실보상 등을 정부에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청와대 앞에서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주말,정부는 다음 달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나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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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waterm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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