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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후]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고’…아래층 여성 집 침입한 위층 남자
입력 2021.01.30 (08:01) 수정 2021.01.30 (14:27) 사건후

지난 2019년 7월 11일 오후 7시 30분쯤 서울 강북구의 한 빌라.

이곳에 거주하는 A(28)씨는 자신의 집이 아닌 아래층에 사는 여성의 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어 A 씨는 여성의 집 출입문 비밀번호 4자리를 누르고 들어갔다.

당시 집 안에 집 주인인 여성이 있는 걸 발견하고 A 씨는 그대로 달아났다.

놀란 여성은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기관은 CCTV와 주변 탐문조사 끝에 A 씨를 검거, 주거침입 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그렇다면 A 씨는 어떻게 여성의 집 비밀번호를 알았을까.

재판에서 A 씨는 당시 우편물 함에서 꺼낸 지로용지를 보며 계단을 올라가다가 층수를 헷갈려 여성의 주거지인 2층을 자신의 집인 3층으로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비밀번호와 관련해서는 여성 집 현관문 앞에서 계속 지로용지를 보며 평소처럼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는데 공교롭게 현관문이 열렸다고 주장했다. 즉 A 씨는 고의로 주거침입을 하려 한 것이 아니라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보면 A 씨의 주거침입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A 씨와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주거지 도어락 비밀번호는 같은 번호로 구성은 돼 있지만, 순서가 상이한 다른 번호로 실제 비밀번호를 누를 때 손의 움직임(이동경로)이 전혀 겹치지 않는다”며 "피고인 주장대로 이동 경로가 완전 다른 비밀번호가 우연히 눌러져 현관문이 열려졌다는 것은 경험칙상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피고인이 비밀번호를 틀리지 않고 한 번에 정확히 입력해 도어락이 열렸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범행 당시 이미 피해자 주거지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알고 있는 비밀번호를 입력했기 때문에 틀리지 않고 한 번에 정확히 비밀번호를 입력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로용지를 보면서 계단을 올라가 용지를 보면서 비밀번호를 눌렀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당시는 하절기 일몰 무렵으로 건물의 구조, 창문의 위치와 형태 등에 비추어 계단과 복도가 어두운 상태였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계단과 복도에 센서등이 설치돼 있기는 하나, 경험칙상 무엇인가를 보면서 이동할 경우 통상의 경우보다 걸음이 느려지는 점을 감안해 보면 센서등이 피고인이 계속 지로용지를 읽으며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연속적으로 켜지고 켜진 상태가 유지되었을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피의자의 태도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단순 실수로 피해자의 주거지 현관문을 연 것이라면 피고인으로서는 얼마든지 곧바로 피해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도주한 후 피해자를 찾아가 사과하기는커녕, 여행을 떠나는 등 자신의 행위를 단순 실수로 인식하는 사람의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영호 판사는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A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주거지에 홀로 있던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공포를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 [사건후]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고’…아래층 여성 집 침입한 위층 남자
    • 입력 2021-01-30 08:01:57
    • 수정2021-01-30 14:27:58
    사건후

지난 2019년 7월 11일 오후 7시 30분쯤 서울 강북구의 한 빌라.

이곳에 거주하는 A(28)씨는 자신의 집이 아닌 아래층에 사는 여성의 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어 A 씨는 여성의 집 출입문 비밀번호 4자리를 누르고 들어갔다.

당시 집 안에 집 주인인 여성이 있는 걸 발견하고 A 씨는 그대로 달아났다.

놀란 여성은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기관은 CCTV와 주변 탐문조사 끝에 A 씨를 검거, 주거침입 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그렇다면 A 씨는 어떻게 여성의 집 비밀번호를 알았을까.

재판에서 A 씨는 당시 우편물 함에서 꺼낸 지로용지를 보며 계단을 올라가다가 층수를 헷갈려 여성의 주거지인 2층을 자신의 집인 3층으로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비밀번호와 관련해서는 여성 집 현관문 앞에서 계속 지로용지를 보며 평소처럼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는데 공교롭게 현관문이 열렸다고 주장했다. 즉 A 씨는 고의로 주거침입을 하려 한 것이 아니라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보면 A 씨의 주거침입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A 씨와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주거지 도어락 비밀번호는 같은 번호로 구성은 돼 있지만, 순서가 상이한 다른 번호로 실제 비밀번호를 누를 때 손의 움직임(이동경로)이 전혀 겹치지 않는다”며 "피고인 주장대로 이동 경로가 완전 다른 비밀번호가 우연히 눌러져 현관문이 열려졌다는 것은 경험칙상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피고인이 비밀번호를 틀리지 않고 한 번에 정확히 입력해 도어락이 열렸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범행 당시 이미 피해자 주거지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알고 있는 비밀번호를 입력했기 때문에 틀리지 않고 한 번에 정확히 비밀번호를 입력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로용지를 보면서 계단을 올라가 용지를 보면서 비밀번호를 눌렀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당시는 하절기 일몰 무렵으로 건물의 구조, 창문의 위치와 형태 등에 비추어 계단과 복도가 어두운 상태였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계단과 복도에 센서등이 설치돼 있기는 하나, 경험칙상 무엇인가를 보면서 이동할 경우 통상의 경우보다 걸음이 느려지는 점을 감안해 보면 센서등이 피고인이 계속 지로용지를 읽으며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연속적으로 켜지고 켜진 상태가 유지되었을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피의자의 태도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단순 실수로 피해자의 주거지 현관문을 연 것이라면 피고인으로서는 얼마든지 곧바로 피해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도주한 후 피해자를 찾아가 사과하기는커녕, 여행을 떠나는 등 자신의 행위를 단순 실수로 인식하는 사람의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영호 판사는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A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주거지에 홀로 있던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공포를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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