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의 마지막 도전 “영광은 추억이고, 초심으로 승부”

입력 2021.02.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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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박항서 감독 베트남 대표팀과 올해 계약 만료…추가 1년 옵션 계약
"과거 영광 추억일 뿐 초심으로 다시 도전"
베트남 사상 첫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이 최대 목표
지도자 은퇴 뒤에는 베트남 유소년 축구 발전 헌신


"올해가 계약 기간 마지막이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처럼 도전하겠습니다."

박항서(62)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오늘(1일) 조폐공사 메달 기념 수여식에서 만났다. 축구계에서 국위 선양한 박 감독을 기념하기 위해 조폐공사에서 기념 메달을 제작했는데, 축구인 가운데는 최초이고 스포츠계 전체를 통틀어서는 2017년 피겨여왕 김연아 이후 처음이다.

박 감독은 "사실 내가 이런 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축구로 인해서 베트남과 관계가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더욱 책임감 있게 가져가, 양국이 더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이 받은 메달에는 '최선을 다했으니 고개 숙이지 말라'는 문구가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새겨 있다.

2018년 아시아 U-23 챔피언십 준우승 직후 베트남 선수단에 해준 '박항서 어록' 가운데 하나였다. 결승전 패배의 아쉬움에 빠져 있는 선수단에 박항서 감독이 건넨 메시지였다.


박항서 감독은 대망의 2021년을 시작하면서 이 말을 마음속에 되새기고 있다. 2017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지 4년째. 올해가 계약 기간 마지막이고 1년 옵션 연장이 가능하다. 올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2021년을 시작하는 지금,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영광은 추억으로 돌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갈 뿐입니다. 메달에 새긴 말처럼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면 됩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를 또 다른 차원으로 격상시킨 영웅이다. 10년 만의 스즈키 컵 우승, 60년 만의 동남아시아게임(SEA) 제패, U-23 아시아 챔피언십 준우승 등이 '박항서 매직'으로 불리며, 베트남 축구계의 히딩크와 같은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박 감독의 말대로 과거의 영광은 이제 추억이 됐다. 2021년 박 감독은 어느 때보다 험난한 도전이 예정돼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목표가 바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진출이다.

이 역시 베트남 축구 사상 최초의 기록 도전이다. 현재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말레이시아, UAE 등을 제치고 3승 2무 무패로 조 1위에 올라 있어, 최종 예선 진출은 결코 꿈이 아니다.

"우리가 조 1위에 올라있지만 안심할 수 없습니다. UAE나 말레이시아 같은 팀들은 외국 선수를 귀화시켜 전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지만, 우리 나름대로 지난해 자국 리그를 잘 운영했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월드컵 본선 진출은 어떨까?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베트남 축구는 한 번도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 적이 없습니다. 일단 목표는 최종 예선 진출이고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과 동반 진출요? 그야 당연하죠. 우리나라는 최종예선이 아니라, 월드컵 본선을 뛰어야 하는 나라이니까요."

코로나 19로 월드컵 예선이 미뤄지면서, 부담은 더 늘었다. 베트남 U-22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하는 박 감독은 올해 살인적인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6월 월드컵 예선에 이어 U-23 아시아 챔피언십(10월), SEA 게임(11월), 스즈키 컵(12월)이 차례로 열리는데, 어느 한 대회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더구나 SEA 게임과 스즈키 컵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타이틀을 지켜야 하는 위치다.

산적한 대회들의 성과를 토대로 박 감독의 향후 거취가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재계약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계약 기간은 올해가 마지막이고, 내년에 1년 추가 옵션이 있습니다. 올해 많은 대회가 열리고 결과에 따라 베트남 축구협회와 재계약 여부를 진행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너무 의식하지는 않습니다. 스즈키 컵이나 SEA 게임은 이미 우승을 차지했지만,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과 도전하는 자세로 임할 생각입니다."


박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재계약과 별개로 베트남 축구에 지속적인 헌신을 약속했다.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베트남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끌어올리고 싶다는 바람이다.

"기회가 온다면 유소년 축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돌아와서 한국 축구에서 일하라고요? 제가 설 자리가 있나요? 한일월드컵에서 함께 했던 제자들, 박지성 이영표가 K리그에 돌아와 훌륭한 역할을 해주고 있고 안정환 같은 경우는 방송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베트남 유소년 축구 발전에 힘쓰는 게 제 목표입니다."

박 감독은 기념 메달 판매 수익금을 베트남 현지 유소년 축구 발전 사업으로 환원할 정도로, 이미 목표를 향해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 유소년 아카데미를 여는 것도 그 일환이다.

박항서 감독의 소속사인 이동준 DJ 매니지먼트 대표는 "원래 올해 하반기 유소년 아카데미 사업을 본격 시작하려 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미뤄졌다. 다만 감독님의 유소년 축구 발전에 대한 뜻이 확고해,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항서 감독은 작년 연말부터 이어진 짧은 국내 체류 일정을 마치고, 모레(3일) 출국할 예정이다.

베트남 도착 후 자가 격리 기간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6월 월드컵 예선 준비에 돌입한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 처음 갔을 때와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며 자신감 있는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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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항서 감독의 마지막 도전 “영광은 추억이고, 초심으로 승부”
    • 입력 2021-02-01 14:05:01
    스포츠K
<strong>박항서 감독 베트남 대표팀과 올해 계약 만료…추가 1년 옵션 계약<br />"과거 영광 추억일 뿐 초심으로 다시 도전"<br />베트남 사상 첫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이 최대 목표 <br />지도자 은퇴 뒤에는 베트남 유소년 축구 발전 헌신 <br /></strong>

"올해가 계약 기간 마지막이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처럼 도전하겠습니다."

박항서(62)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오늘(1일) 조폐공사 메달 기념 수여식에서 만났다. 축구계에서 국위 선양한 박 감독을 기념하기 위해 조폐공사에서 기념 메달을 제작했는데, 축구인 가운데는 최초이고 스포츠계 전체를 통틀어서는 2017년 피겨여왕 김연아 이후 처음이다.

박 감독은 "사실 내가 이런 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축구로 인해서 베트남과 관계가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더욱 책임감 있게 가져가, 양국이 더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이 받은 메달에는 '최선을 다했으니 고개 숙이지 말라'는 문구가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새겨 있다.

2018년 아시아 U-23 챔피언십 준우승 직후 베트남 선수단에 해준 '박항서 어록' 가운데 하나였다. 결승전 패배의 아쉬움에 빠져 있는 선수단에 박항서 감독이 건넨 메시지였다.


박항서 감독은 대망의 2021년을 시작하면서 이 말을 마음속에 되새기고 있다. 2017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지 4년째. 올해가 계약 기간 마지막이고 1년 옵션 연장이 가능하다. 올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2021년을 시작하는 지금,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영광은 추억으로 돌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갈 뿐입니다. 메달에 새긴 말처럼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면 됩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를 또 다른 차원으로 격상시킨 영웅이다. 10년 만의 스즈키 컵 우승, 60년 만의 동남아시아게임(SEA) 제패, U-23 아시아 챔피언십 준우승 등이 '박항서 매직'으로 불리며, 베트남 축구계의 히딩크와 같은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박 감독의 말대로 과거의 영광은 이제 추억이 됐다. 2021년 박 감독은 어느 때보다 험난한 도전이 예정돼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목표가 바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진출이다.

이 역시 베트남 축구 사상 최초의 기록 도전이다. 현재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말레이시아, UAE 등을 제치고 3승 2무 무패로 조 1위에 올라 있어, 최종 예선 진출은 결코 꿈이 아니다.

"우리가 조 1위에 올라있지만 안심할 수 없습니다. UAE나 말레이시아 같은 팀들은 외국 선수를 귀화시켜 전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지만, 우리 나름대로 지난해 자국 리그를 잘 운영했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월드컵 본선 진출은 어떨까?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베트남 축구는 한 번도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 적이 없습니다. 일단 목표는 최종 예선 진출이고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과 동반 진출요? 그야 당연하죠. 우리나라는 최종예선이 아니라, 월드컵 본선을 뛰어야 하는 나라이니까요."

코로나 19로 월드컵 예선이 미뤄지면서, 부담은 더 늘었다. 베트남 U-22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하는 박 감독은 올해 살인적인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6월 월드컵 예선에 이어 U-23 아시아 챔피언십(10월), SEA 게임(11월), 스즈키 컵(12월)이 차례로 열리는데, 어느 한 대회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더구나 SEA 게임과 스즈키 컵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타이틀을 지켜야 하는 위치다.

산적한 대회들의 성과를 토대로 박 감독의 향후 거취가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재계약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계약 기간은 올해가 마지막이고, 내년에 1년 추가 옵션이 있습니다. 올해 많은 대회가 열리고 결과에 따라 베트남 축구협회와 재계약 여부를 진행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너무 의식하지는 않습니다. 스즈키 컵이나 SEA 게임은 이미 우승을 차지했지만,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과 도전하는 자세로 임할 생각입니다."


박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재계약과 별개로 베트남 축구에 지속적인 헌신을 약속했다.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베트남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끌어올리고 싶다는 바람이다.

"기회가 온다면 유소년 축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돌아와서 한국 축구에서 일하라고요? 제가 설 자리가 있나요? 한일월드컵에서 함께 했던 제자들, 박지성 이영표가 K리그에 돌아와 훌륭한 역할을 해주고 있고 안정환 같은 경우는 방송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베트남 유소년 축구 발전에 힘쓰는 게 제 목표입니다."

박 감독은 기념 메달 판매 수익금을 베트남 현지 유소년 축구 발전 사업으로 환원할 정도로, 이미 목표를 향해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 유소년 아카데미를 여는 것도 그 일환이다.

박항서 감독의 소속사인 이동준 DJ 매니지먼트 대표는 "원래 올해 하반기 유소년 아카데미 사업을 본격 시작하려 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미뤄졌다. 다만 감독님의 유소년 축구 발전에 대한 뜻이 확고해,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항서 감독은 작년 연말부터 이어진 짧은 국내 체류 일정을 마치고, 모레(3일) 출국할 예정이다.

베트남 도착 후 자가 격리 기간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6월 월드컵 예선 준비에 돌입한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 처음 갔을 때와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며 자신감 있는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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