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브리핑] KBS는 2공항 여론조사에 왜 참여하나?

입력 2021.02.01 (19:06) 수정 2021.02.0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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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12월 11일 제주사회 최대 현안인 제2공항 도민 의견 수렴을 위해 여론조사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여론조사에 반드시 필요한 안심번호를 도와 의회는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진척을 보지 못했는데요.

현행 법률에 따라 공직선거법에 근거한 선거여론조사에만 안심번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제3의 기관을 통한 여론조사를 대안으로 논의해 왔죠.

이 과정에서 KBS도 여론조사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제주도의회로부터 받았는데요.

내부 논의 끝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는 공영방송사로서 의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KBS를 포함해 지역사회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들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제주사회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으로 인한 갈등과 그에 따른 고통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현장을 십여 년 이상 지켜봤던 건 제주도민 모두에게 끔찍한 경험이었습니다.

다시는 제주에서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되기에 갈등 해소를 위한 전례없는 실험에 KBS도 동참하기로 한 겁니다.

물론, 꼭 여론조사가 해법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민주적 제도인 투표가 있기 때문이죠.

현행 법률로도 주민투표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주민투표 제도는 주민참여 보장이라는 본래의 입법 취지를 거의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민투표라면 당연히 주민들이 투표 요구권을 가져야 함에도, 국가정책인 경우 중앙행정기관에서 요구해야만 할 수 있고, 중앙행정기관은 그 결과에 굳이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공직선거기간 중에 주민투표 활동 자체를 금지한 조항도 주요 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를 선거를 통해 반영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마저 훼손한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돕니다.

이런 한계를 고려하다보니 불완전하지만 여론조사를 통해서라도 도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지 않느냐는 현실론이 나오게 된 겁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2공항에 대한 보도 때문에 여론조사 주관언론사로 KBS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도민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공영방송 KBS는 갈등 현안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을 가지고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공정성은 산술적인 균형 또는 외견상의 중립성에 의해서만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정성은 사실 관계 확인과 진실 추구를 통해 이뤄진다는게 KBS의 공정성 준칙입니다.

KBS는 받아쓰거나 베껴쓰는 한국언론의 고질적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2공항 보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계획을 꺼내들었다면 국토부는 그 계획에 대해 타당한지, 적절한지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 검증작업은 언론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 오해하듯이 여론조사를 주관했다고 해서 언론사가 조사과정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는 건 상식입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는 도와 도의회의 합의를 존중해 양측에서 이미 선정했던 기관에 그대로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고, 2공항 질문 역시 양측에서 합의한 문구를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담아야 하는 선거문항도 한 개만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2공항 여론조사 결과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섭니다.

제주도와 의회가 이번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얼마나 진통을 겪었을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 정도의 합의라도 만들어낸 데 대해 분명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겁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지금 제주사회는 중요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라는 게임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게임의 규칙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축구경기는 아무리 슛을 많이 쏜다고 해도, 결국 한 점이라도 더 득점한 팀이 이기는 규칙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여론조사는 이런 게임의 규칙도 정하지 않은 채 일단 경기부터 해보자는 불완전한 합의입니다.

이때문에 이번 여론조사가 첨예한 갈등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KBS가 이번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건 2공항에 대한 결론을 미루고 도민들끼리 상처만 내는 현실을 더이상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공항이 더 발전된 제주를 만들 지 난개발의 주범이 될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미래의 일이기 때문이죠.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기에 민주적 절차를 거쳐 뜻을 모으는 과정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제주도민들은 그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력도 그 결과에 따르는 지혜도 가지고 있습니다.

데스크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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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01 19:06:36
    • 수정2021-02-01 21:15:45
    뉴스7(제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12월 11일 제주사회 최대 현안인 제2공항 도민 의견 수렴을 위해 여론조사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여론조사에 반드시 필요한 안심번호를 도와 의회는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진척을 보지 못했는데요.

현행 법률에 따라 공직선거법에 근거한 선거여론조사에만 안심번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제3의 기관을 통한 여론조사를 대안으로 논의해 왔죠.

이 과정에서 KBS도 여론조사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제주도의회로부터 받았는데요.

내부 논의 끝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는 공영방송사로서 의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KBS를 포함해 지역사회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들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제주사회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으로 인한 갈등과 그에 따른 고통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현장을 십여 년 이상 지켜봤던 건 제주도민 모두에게 끔찍한 경험이었습니다.

다시는 제주에서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되기에 갈등 해소를 위한 전례없는 실험에 KBS도 동참하기로 한 겁니다.

물론, 꼭 여론조사가 해법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민주적 제도인 투표가 있기 때문이죠.

현행 법률로도 주민투표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주민투표 제도는 주민참여 보장이라는 본래의 입법 취지를 거의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민투표라면 당연히 주민들이 투표 요구권을 가져야 함에도, 국가정책인 경우 중앙행정기관에서 요구해야만 할 수 있고, 중앙행정기관은 그 결과에 굳이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공직선거기간 중에 주민투표 활동 자체를 금지한 조항도 주요 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를 선거를 통해 반영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마저 훼손한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돕니다.

이런 한계를 고려하다보니 불완전하지만 여론조사를 통해서라도 도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지 않느냐는 현실론이 나오게 된 겁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2공항에 대한 보도 때문에 여론조사 주관언론사로 KBS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도민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공영방송 KBS는 갈등 현안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을 가지고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공정성은 산술적인 균형 또는 외견상의 중립성에 의해서만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정성은 사실 관계 확인과 진실 추구를 통해 이뤄진다는게 KBS의 공정성 준칙입니다.

KBS는 받아쓰거나 베껴쓰는 한국언론의 고질적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2공항 보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계획을 꺼내들었다면 국토부는 그 계획에 대해 타당한지, 적절한지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 검증작업은 언론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 오해하듯이 여론조사를 주관했다고 해서 언론사가 조사과정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는 건 상식입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는 도와 도의회의 합의를 존중해 양측에서 이미 선정했던 기관에 그대로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고, 2공항 질문 역시 양측에서 합의한 문구를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담아야 하는 선거문항도 한 개만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2공항 여론조사 결과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섭니다.

제주도와 의회가 이번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얼마나 진통을 겪었을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 정도의 합의라도 만들어낸 데 대해 분명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겁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지금 제주사회는 중요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라는 게임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게임의 규칙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축구경기는 아무리 슛을 많이 쏜다고 해도, 결국 한 점이라도 더 득점한 팀이 이기는 규칙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여론조사는 이런 게임의 규칙도 정하지 않은 채 일단 경기부터 해보자는 불완전한 합의입니다.

이때문에 이번 여론조사가 첨예한 갈등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KBS가 이번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건 2공항에 대한 결론을 미루고 도민들끼리 상처만 내는 현실을 더이상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공항이 더 발전된 제주를 만들 지 난개발의 주범이 될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미래의 일이기 때문이죠.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기에 민주적 절차를 거쳐 뜻을 모으는 과정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제주도민들은 그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력도 그 결과에 따르는 지혜도 가지고 있습니다.

데스크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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