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 나뒹구는 개 농장…“고통 없애려 전기 도살”?

입력 2021.02.03 (07:00) 수정 2021.02.0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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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 개 농장의 성견 한 마리가 철장 안에서 짖고 있다. 철장 아래에 분뇨와 강아지 사체가 뒤섞여있다 [사진 출처 : 시청자 제공]충북 증평 개 농장의 성견 한 마리가 철장 안에서 짖고 있다. 철장 아래에 분뇨와 강아지 사체가 뒤섞여있다 [사진 출처 : 시청자 제공]

축사 안으로 들어서자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개 수십 마리가 녹슨 철장 안을 빙글빙글 돌며 짖어댑니다.
켜켜이 쌓인 분뇨. 그 위로 아직 눈도 뜨지 못한 강아지가 차갑게 식어있습니다. 몇 마리인지 헤아리기도 어려운 작은 뼈 수십 개가 나뒹굽니다.

철장 앞에서는 전기충격기도 발견됐습니다. 긴 막대에 전선을 감은 사제 전기충격기입니다. 한쪽에는 성견 크기만한 철망이 까맣게 그을려 있습니다. 선반 위에는 칼자루와 장갑도 놓여있습니다.
충북 증평 외곽에서 개를 불법 사육하고 도축해온 한 농장의 모습입니다.

■ "전기 도살, 동물보호법 위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농장주 70살 A 씨는 전기충격기로 개를 도살해 식용으로 판매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A 씨는 취재진에게 "누가 한 마리 달라고 하면 1년에 서너 번 (잡아서) 줬다"면서 "기존에는 막 때려서 잡았는데 요즘은 소도 그렇고 다 그래. 고통 없이…."라고 했습니다.

개 도살에 사용한 전기충격기 [사진 출처 : 시청자 제공]개 도살에 사용한 전기충격기 [사진 출처 : 시청자 제공]

하지만 개를 전기충격기로 도살하는 건 불법입니다.

2019년, 대법원전기 충격기로 개를 잡은 도살업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동물보호법에 규정한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죽였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당시 이 판결은 '잔인한 도살 방법'의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어서 주목받았습니다.

충북 증평군은 A 씨를 '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철장 앞에 전기충격기가 놓여있는 점으로 볼 때 다른 개가 보는 앞에서 개를 도살했고, 사체를 치우지 않는 등 동물을 학대했다고 본 겁니다. 70마리가 넘는 개들이 사실상 방치돼있는 점도 고발 근거가 됐습니다.

■ 돼지농장으로 신고…환경법 위반 소지

 개 농장 내부를 수색하는 경찰 개 농장 내부를 수색하는 경찰

그런데 이 농장, 원래 개 농장으로 허가받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증평군은, 2005년 돼지농장으로 신고된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축사 운영을 위해 필요한 가축분뇨처리시설도 모두 돼지 농장용입니다.

증평군 관계자는 "분뇨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에서 개를 사육해 환경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불법 용도 변경과 건축물 여부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농장주 A 씨는 "혼자 농장을 관리하려니 힘에 부쳐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이어 "분뇨는 봄이 되면 거름으로 쓰려고 했고, 강아지는 얼마 전 한파 때 얼어 죽었는데 미처 치우지 못했다"고도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농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분뇨에 파묻힌 강아지들의 뼛조각이었습니다.
현장을 다시 찾은 제보자는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자세히 보지도 못했다"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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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체 나뒹구는 개 농장…“고통 없애려 전기 도살”?
    • 입력 2021-02-03 07:00:35
    • 수정2021-02-03 10:33:05
    취재K
충북 증평 개 농장의 성견 한 마리가 철장 안에서 짖고 있다. 철장 아래에 분뇨와 강아지 사체가 뒤섞여있다 [사진 출처 : 시청자 제공]
축사 안으로 들어서자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개 수십 마리가 녹슨 철장 안을 빙글빙글 돌며 짖어댑니다.
켜켜이 쌓인 분뇨. 그 위로 아직 눈도 뜨지 못한 강아지가 차갑게 식어있습니다. 몇 마리인지 헤아리기도 어려운 작은 뼈 수십 개가 나뒹굽니다.

철장 앞에서는 전기충격기도 발견됐습니다. 긴 막대에 전선을 감은 사제 전기충격기입니다. 한쪽에는 성견 크기만한 철망이 까맣게 그을려 있습니다. 선반 위에는 칼자루와 장갑도 놓여있습니다.
충북 증평 외곽에서 개를 불법 사육하고 도축해온 한 농장의 모습입니다.

■ "전기 도살, 동물보호법 위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농장주 70살 A 씨는 전기충격기로 개를 도살해 식용으로 판매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A 씨는 취재진에게 "누가 한 마리 달라고 하면 1년에 서너 번 (잡아서) 줬다"면서 "기존에는 막 때려서 잡았는데 요즘은 소도 그렇고 다 그래. 고통 없이…."라고 했습니다.

개 도살에 사용한 전기충격기 [사진 출처 : 시청자 제공]
하지만 개를 전기충격기로 도살하는 건 불법입니다.

2019년, 대법원전기 충격기로 개를 잡은 도살업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동물보호법에 규정한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죽였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당시 이 판결은 '잔인한 도살 방법'의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어서 주목받았습니다.

충북 증평군은 A 씨를 '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철장 앞에 전기충격기가 놓여있는 점으로 볼 때 다른 개가 보는 앞에서 개를 도살했고, 사체를 치우지 않는 등 동물을 학대했다고 본 겁니다. 70마리가 넘는 개들이 사실상 방치돼있는 점도 고발 근거가 됐습니다.

■ 돼지농장으로 신고…환경법 위반 소지

 개 농장 내부를 수색하는 경찰
그런데 이 농장, 원래 개 농장으로 허가받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증평군은, 2005년 돼지농장으로 신고된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축사 운영을 위해 필요한 가축분뇨처리시설도 모두 돼지 농장용입니다.

증평군 관계자는 "분뇨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에서 개를 사육해 환경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불법 용도 변경과 건축물 여부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농장주 A 씨는 "혼자 농장을 관리하려니 힘에 부쳐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이어 "분뇨는 봄이 되면 거름으로 쓰려고 했고, 강아지는 얼마 전 한파 때 얼어 죽었는데 미처 치우지 못했다"고도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농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분뇨에 파묻힌 강아지들의 뼛조각이었습니다.
현장을 다시 찾은 제보자는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자세히 보지도 못했다"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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