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공매도 저항…‘기울어진 운동장’ 손봐야

입력 2021.02.03 (07:46) 수정 2021.02.0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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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해설위원

회사가 해고하자 직원이 그 회사 주식을 빌려 모읍니다. 편의상 만 원어치라 할까요? 이걸 팔아 현금 만원을 챙기더니, 헛소문 등으로 회사 주가를 떨어뜨립니다. 5,000원까지 떨어졌다 치죠. 이 값에 주식 되사서 돌려줍니다. 5,000원도 벌고 회사에 복수도 했죠? 이 직원 이름은 400여 년 전 사람 아이작 르 마이어 그 회사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구요. 요즘 뜨거운 공매도의 기원이랍니다.

공매도는 하락이 예측되는 주식을 빌려 팔고 하락 후 싼값에 되 사고 갚아 차익을 얻는 거죠. 르 마이어처럼 하락을 부추기는 이른바 '작전'의 여지는 당국이 감시하구요. 그렇지만 이 제도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이란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주식 빌리는 건 물론, 모든 면에서 자금과 정보력이 압도적인 기관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거죠. 국내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 투자자 비중은 1%대에 불과할 정돕니다. 그런데 지난주 미국에서 이른바, '개미의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게임스톱이라는 회사의 주식을 거대 기관 투자가들이 공매도하려 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연대해 막아 내고, 큰 손실까지 입힌 겁니다.

기관 투자가라는 거대 물고기를 코로나로 증시에 몰린 개인 자금과 SNS 등 발달된 개인 정보 수단이 이긴 거죠. 증시 구조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얘깁니다. 국내에서도 공매도저항 운동이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당장 다음 달 중순이면 잠시 멈췄던 공매도의 재개 예정 시한입니다. 공매도는 시장 순기능도 있고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피해갈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입니다. 결국,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개인들이 이번처럼 놀라운 완력으로 잠시 눌러 놓을 순 있겠죠. 그러나 공매도의 구조와 문제점들을 고쳐 운동장의 수평을 맞추는 일은 고민할 필요 없는 정부의 급선무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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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2-03 07: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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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해고하자 직원이 그 회사 주식을 빌려 모읍니다. 편의상 만 원어치라 할까요? 이걸 팔아 현금 만원을 챙기더니, 헛소문 등으로 회사 주가를 떨어뜨립니다. 5,000원까지 떨어졌다 치죠. 이 값에 주식 되사서 돌려줍니다. 5,000원도 벌고 회사에 복수도 했죠? 이 직원 이름은 400여 년 전 사람 아이작 르 마이어 그 회사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구요. 요즘 뜨거운 공매도의 기원이랍니다.

공매도는 하락이 예측되는 주식을 빌려 팔고 하락 후 싼값에 되 사고 갚아 차익을 얻는 거죠. 르 마이어처럼 하락을 부추기는 이른바 '작전'의 여지는 당국이 감시하구요. 그렇지만 이 제도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이란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주식 빌리는 건 물론, 모든 면에서 자금과 정보력이 압도적인 기관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거죠. 국내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 투자자 비중은 1%대에 불과할 정돕니다. 그런데 지난주 미국에서 이른바, '개미의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게임스톱이라는 회사의 주식을 거대 기관 투자가들이 공매도하려 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연대해 막아 내고, 큰 손실까지 입힌 겁니다.

기관 투자가라는 거대 물고기를 코로나로 증시에 몰린 개인 자금과 SNS 등 발달된 개인 정보 수단이 이긴 거죠. 증시 구조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얘깁니다. 국내에서도 공매도저항 운동이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당장 다음 달 중순이면 잠시 멈췄던 공매도의 재개 예정 시한입니다. 공매도는 시장 순기능도 있고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피해갈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입니다. 결국,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개인들이 이번처럼 놀라운 완력으로 잠시 눌러 놓을 순 있겠죠. 그러나 공매도의 구조와 문제점들을 고쳐 운동장의 수평을 맞추는 일은 고민할 필요 없는 정부의 급선무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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