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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이 접근 중입니다”…세계 최초 ‘바다 내비게이션’ 도입
입력 2021.02.03 (11:04) 수정 2021.02.03 (11:04) 취재K

"경로를 안내합니다."
너무나 익숙한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입니다. 처음 가는 길도 척척 알려줄 뿐 아니라 막히는 도로를 피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이제는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고 운전하는 사람이 드물 정돕니다. 바다에도 이 내비게이션이 지난달 말, 도입됐다고 하는데요, 바다로 나가봤습니다.

■ "항로 검증 결과를 수신했습니다. 항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가덕도 천성항에서 5톤짜리 낚싯배를 타고 나갔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형 바다 내비게이션을 단 배입니다. 목적지를 입력하자, 최적 항로를 알려줍니다. 실시간으로 수심과 항행 구역, 선박 밀집도 등을 자동 분석한 겁니다. 차량 내비게이션과 비슷합니다.

5킬로미터쯤 달리자 거가대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또 낚시를 위해 바다에 떠 있는 배부터 항구로 들어오려는 배까지 곳곳에서 선박이 출몰합니다. 이때 또 들려오는 음성 안내. "전방 2.4킬로미터 앞에서 4노트로 선박이 접근 중입니다. 안전 운항 하십시오." 친절합니다. 교량, 선박은 물론 양식장과 어장, 수심이 얕은 곳에 있는 암초까지 미리 파악해 알려줍니다.


■ 구조요청 땐 '영상통화', 입출항도 '자동신고'

오는 3월부터는 3톤 이상 선박에 설치하는 바다 내비게이션 전용 단말기로 구조요청(SOS)을 보내면 운영센터로 영상통화가 자동으로 연결됩니다. 수협과 여객선 운항관리실, 해양경찰청과 연계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 무전기를 쓰지 않고 전용 단말기로 선박끼리 음성은 물론 영상 통신을 할 수 있고, 어선이 입출항할 때 자동으로 신고도 합니다. 특히 위치 발신 기능이 있어서 선박을 위치를 알리는 '브이패스(V-Pass)'와 전자해도를 볼 수 있는 장비인 '지피에스(GPS) 플로터'를 갖출 필요가 없어집니다.


■ 모바일 앱은 '30km', 전용 단말기는 '100km'까지 통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건 바로 전국 연안에 깔린 초고속 디지털 통신망 덕입니다. 전국 연안을 따라 260개 기지국과 620개 송수신 장치가 구축됐습니다. 3톤 미만 소형선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바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데 최대 30km 바다까지 통신할 수 있습니다. 3톤 이상 선박에 설치한 전용 단말기로는 이보다 3배가 넘는 100km까지 연결됩니다. 역시 IT 강국, 대한민국답습니다.

간단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초고속 장거리 통신을 가능하게 하려고 해양수산부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무려 28개 관련 기관 간의 '국가통합공공망'(육상과 철도, 해상의 재난.안전관리 통신망)의 전파 간섭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각 기관이 할당받은 무선 자원 간 상호 연동을 위해 '지난한' 협의도 거쳐야 했습니다.

■ 한국형 바다 내비게이션, '세계 최초'가 된 이유는?

유럽은 우리보다 6년 앞선 2010년부터 e-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거의 '수동 내비게이션' 수준인데요, 선박 운항자가 항로 계획을 세워서 육상에 보내면 육상에서 다시 수심이나 항행 경로 등을 보완해 선박에 회신하고, 이런 선박별 항로 계획을 단말기를 통해 교환하고 공유하면서 운항하는 겁니다. 초고속 무선 통신망이 아닌 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하다 보니 용량이 적고, 속도도 느려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량이 많지 않은 겁니다. 이마저도 상용화가 안 돼 6개 센터에서 300척 선박을 대상으로 시험 운영 중인데, 민간에서 추진하다 보니 사업성이 떨어져 상용화까지는 못 가고 있습니다.

이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바다 내비게이션은 첨단입니다. 일단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를 자동 입력하는 전자해도를 원격으로 활용합니다. 정보량은 더 많고, 속도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른 겁니다. 최적 항로 안내는 물론 음성으로 선박 추돌 위험을 알려주는 등 차량 내비게이션과 같이 폭넓은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특히 한 해 우리 연안에서 충돌이나 좌초로 발생하는 선박 사고가 400건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이런 사고를 막고 안전한 항해를 돕기 위해 정부 주도로 '일사불란'하게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 차량 내비게이션과 다른 점은? '빠른 길 찾기'보단 '안전한 항해'

해가 진 밤이나 해가 뜨기 전 새벽에는 기존 선박 레이더로는 작은 '어선'과 '파도'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사고 위험이 큽니다. 특히 신항 앞바다에는 낚싯배 같은 어선과 함께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대형 상선까지 뒤섞여 다니는데요, 기존 레이더는 크기와 속도가 다른 이런 선박이 구별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다 내비게이션에는 각기 다른 색깔로 어선과 상선이 따로 표시되고, 화면을 손으로 누르면 선박 정보도 나옵니다. 구조가 필요할 때 무엇보다 유용한 기능입니다. 정부는 바다 내비게이션의 정교한 전자해도와 안전한 바닷길 안내로 충돌이나 좌초 같은 해양사고 30%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바다 내비게이션'이 연안을 넘어 원양으로도 나갑니다. 올해 우리나라와 유럽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에 바다 내비게이션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덴마크와 스웨덴, 호주, 중국 등과 양해각서도 맺었습니다. 또 선박과 항만, 물류 분야 간 디지털 정보를 잇는 국제 정보 공유 체계 사무국도 국내에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 “선박이 접근 중입니다”…세계 최초 ‘바다 내비게이션’ 도입
    • 입력 2021-02-03 11:04:29
    • 수정2021-02-03 11:04:57
    취재K

"경로를 안내합니다."
너무나 익숙한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입니다. 처음 가는 길도 척척 알려줄 뿐 아니라 막히는 도로를 피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이제는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고 운전하는 사람이 드물 정돕니다. 바다에도 이 내비게이션이 지난달 말, 도입됐다고 하는데요, 바다로 나가봤습니다.

■ "항로 검증 결과를 수신했습니다. 항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가덕도 천성항에서 5톤짜리 낚싯배를 타고 나갔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형 바다 내비게이션을 단 배입니다. 목적지를 입력하자, 최적 항로를 알려줍니다. 실시간으로 수심과 항행 구역, 선박 밀집도 등을 자동 분석한 겁니다. 차량 내비게이션과 비슷합니다.

5킬로미터쯤 달리자 거가대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또 낚시를 위해 바다에 떠 있는 배부터 항구로 들어오려는 배까지 곳곳에서 선박이 출몰합니다. 이때 또 들려오는 음성 안내. "전방 2.4킬로미터 앞에서 4노트로 선박이 접근 중입니다. 안전 운항 하십시오." 친절합니다. 교량, 선박은 물론 양식장과 어장, 수심이 얕은 곳에 있는 암초까지 미리 파악해 알려줍니다.


■ 구조요청 땐 '영상통화', 입출항도 '자동신고'

오는 3월부터는 3톤 이상 선박에 설치하는 바다 내비게이션 전용 단말기로 구조요청(SOS)을 보내면 운영센터로 영상통화가 자동으로 연결됩니다. 수협과 여객선 운항관리실, 해양경찰청과 연계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 무전기를 쓰지 않고 전용 단말기로 선박끼리 음성은 물론 영상 통신을 할 수 있고, 어선이 입출항할 때 자동으로 신고도 합니다. 특히 위치 발신 기능이 있어서 선박을 위치를 알리는 '브이패스(V-Pass)'와 전자해도를 볼 수 있는 장비인 '지피에스(GPS) 플로터'를 갖출 필요가 없어집니다.


■ 모바일 앱은 '30km', 전용 단말기는 '100km'까지 통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건 바로 전국 연안에 깔린 초고속 디지털 통신망 덕입니다. 전국 연안을 따라 260개 기지국과 620개 송수신 장치가 구축됐습니다. 3톤 미만 소형선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바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데 최대 30km 바다까지 통신할 수 있습니다. 3톤 이상 선박에 설치한 전용 단말기로는 이보다 3배가 넘는 100km까지 연결됩니다. 역시 IT 강국, 대한민국답습니다.

간단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초고속 장거리 통신을 가능하게 하려고 해양수산부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무려 28개 관련 기관 간의 '국가통합공공망'(육상과 철도, 해상의 재난.안전관리 통신망)의 전파 간섭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각 기관이 할당받은 무선 자원 간 상호 연동을 위해 '지난한' 협의도 거쳐야 했습니다.

■ 한국형 바다 내비게이션, '세계 최초'가 된 이유는?

유럽은 우리보다 6년 앞선 2010년부터 e-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거의 '수동 내비게이션' 수준인데요, 선박 운항자가 항로 계획을 세워서 육상에 보내면 육상에서 다시 수심이나 항행 경로 등을 보완해 선박에 회신하고, 이런 선박별 항로 계획을 단말기를 통해 교환하고 공유하면서 운항하는 겁니다. 초고속 무선 통신망이 아닌 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하다 보니 용량이 적고, 속도도 느려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량이 많지 않은 겁니다. 이마저도 상용화가 안 돼 6개 센터에서 300척 선박을 대상으로 시험 운영 중인데, 민간에서 추진하다 보니 사업성이 떨어져 상용화까지는 못 가고 있습니다.

이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바다 내비게이션은 첨단입니다. 일단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를 자동 입력하는 전자해도를 원격으로 활용합니다. 정보량은 더 많고, 속도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른 겁니다. 최적 항로 안내는 물론 음성으로 선박 추돌 위험을 알려주는 등 차량 내비게이션과 같이 폭넓은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특히 한 해 우리 연안에서 충돌이나 좌초로 발생하는 선박 사고가 400건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이런 사고를 막고 안전한 항해를 돕기 위해 정부 주도로 '일사불란'하게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 차량 내비게이션과 다른 점은? '빠른 길 찾기'보단 '안전한 항해'

해가 진 밤이나 해가 뜨기 전 새벽에는 기존 선박 레이더로는 작은 '어선'과 '파도'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사고 위험이 큽니다. 특히 신항 앞바다에는 낚싯배 같은 어선과 함께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대형 상선까지 뒤섞여 다니는데요, 기존 레이더는 크기와 속도가 다른 이런 선박이 구별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다 내비게이션에는 각기 다른 색깔로 어선과 상선이 따로 표시되고, 화면을 손으로 누르면 선박 정보도 나옵니다. 구조가 필요할 때 무엇보다 유용한 기능입니다. 정부는 바다 내비게이션의 정교한 전자해도와 안전한 바닷길 안내로 충돌이나 좌초 같은 해양사고 30%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바다 내비게이션'이 연안을 넘어 원양으로도 나갑니다. 올해 우리나라와 유럽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에 바다 내비게이션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덴마크와 스웨덴, 호주, 중국 등과 양해각서도 맺었습니다. 또 선박과 항만, 물류 분야 간 디지털 정보를 잇는 국제 정보 공유 체계 사무국도 국내에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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