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님은 미성년자였다” 호텔 2개월 영업정지

입력 2021.02.03 (17: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이 이달부터 영업 중단에 들어갔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코로나 19 확산 때문이라고 공지했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습니다.

400여 개의 객실을 보유한 이 4성급 호텔에 남녀 손님이 찾은 건 지난해 9월입니다. 문제는 이들 중 미성년자가 있었는데 호텔 측이 체크인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확인을 못 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이 미성년자는 밖에서 술을 마시다 경찰 단속에 적발됐고, 호텔 투숙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이 담당 구청에 기관 통보를 하게 되며 행정 처분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호텔 업계 “우리도 할 말은 있다”

호텔 업계는 유사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부산 지역의 한 호텔 관계자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법적 책임도 호텔이 져야 하다 보니 불만 역시 일고 있습니다. 청소년보호법 제30조는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반면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법 취지상 관련 청소년에게는 사실상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해운대구청. 해운대구청.

호텔이 구제를 받으려면 수사기관 등에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스스로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미성년자가 신분증을 위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숙박업소를 속였다는 게 입증돼야 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앞선 소개한 사례의 경우에도 호텔 측이 행정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구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습니다.

■우후죽순 인터넷 예약사이트 미성년자도 ‘OK’

인터넷 예약 사이트의 허술한 예약시스템도 미성년자의 혼숙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번에 영업정지를 받은 호텔에서도 미성년자는 성인 계정을 통해 예약과 결제까지 한 거로 전해졌는데요. 이렇게 하면 호텔이 고객의 신분증을 확인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취재진이 한번 직접 국내 유명 숙박 중개 앱을 통해 예약을 해봤습니다. 비회원으로 접속한 후 단 몇 번의 터치만으로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예약 과정에서 “만 14세 이상 이용 동의”라는 문구만 있을 뿐 따로 미성년자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보호와 복지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선욱 한국아동복지학회장(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현실적으로 무인텔 같은 곳은 혼숙을 막을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처벌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업주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겠지만 미성년자들이 숙박업소를 찾게 되는 배경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그 손님은 미성년자였다” 호텔 2개월 영업정지
    • 입력 2021-02-03 17:03:51
    취재K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이 이달부터 영업 중단에 들어갔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코로나 19 확산 때문이라고 공지했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습니다.

400여 개의 객실을 보유한 이 4성급 호텔에 남녀 손님이 찾은 건 지난해 9월입니다. 문제는 이들 중 미성년자가 있었는데 호텔 측이 체크인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확인을 못 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이 미성년자는 밖에서 술을 마시다 경찰 단속에 적발됐고, 호텔 투숙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이 담당 구청에 기관 통보를 하게 되며 행정 처분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호텔 업계 “우리도 할 말은 있다”

호텔 업계는 유사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부산 지역의 한 호텔 관계자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법적 책임도 호텔이 져야 하다 보니 불만 역시 일고 있습니다. 청소년보호법 제30조는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반면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법 취지상 관련 청소년에게는 사실상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해운대구청.
호텔이 구제를 받으려면 수사기관 등에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스스로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미성년자가 신분증을 위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숙박업소를 속였다는 게 입증돼야 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앞선 소개한 사례의 경우에도 호텔 측이 행정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구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습니다.

■우후죽순 인터넷 예약사이트 미성년자도 ‘OK’

인터넷 예약 사이트의 허술한 예약시스템도 미성년자의 혼숙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번에 영업정지를 받은 호텔에서도 미성년자는 성인 계정을 통해 예약과 결제까지 한 거로 전해졌는데요. 이렇게 하면 호텔이 고객의 신분증을 확인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취재진이 한번 직접 국내 유명 숙박 중개 앱을 통해 예약을 해봤습니다. 비회원으로 접속한 후 단 몇 번의 터치만으로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예약 과정에서 “만 14세 이상 이용 동의”라는 문구만 있을 뿐 따로 미성년자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보호와 복지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선욱 한국아동복지학회장(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현실적으로 무인텔 같은 곳은 혼숙을 막을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처벌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업주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겠지만 미성년자들이 숙박업소를 찾게 되는 배경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