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지게차 운전에 하청업체 직원 사망…원청 책임은?

입력 2021.02.06 (08:01) 수정 2021.02.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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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재 사고 1년... 거리로 나온 유가족

지난 3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이틀째 1인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2월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입니다.

이번 달 재판 시작을 앞두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건데, 이미 기소가 돼 재판까지 앞둔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왜 찬 바람을 맞으며 거리에 서야 했을까요.


■ 아버지가 면허도 없는 아들에 지게차 운전 지시.... 어이없는 사망 사고

1년 전인 지난해 2월 8일. 광양항에 정박한 선박 화물칸에서 52살 서 모 씨가 숨졌습니다.

서 씨는 당시 선주인 원청업체가 발주한 작업의 하청업체 소속으로 화물을 고정하는 구조물 설치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근에 있던 지게차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구조물을 밀면서 구조물이 넘어졌고 옆에서 일하고 있던 서씨가 깔림 사고를 당한 겁니다.


조사결과 지게차 운전자인 하 모 씨는 무면허로 확인됐습니다. 지게차 운전을 요청받은 하 씨의 아버지가 일이 생겨 현장에 못 가게 되자 면허도 없는 아들에게 지게차를 조종하도록 한 겁니다.

어이없는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하지만 유가족들을 두 번 울린 것은 가해자와 업체 측의 태도였습니다.

가해자 측은 수사기관 조사과정에서 무면허 운전은 인정했지만, 자신이 직접 구조물을 건드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업체 측도 처음에는 위로금을 제안하며 가족들과 합의하려 했지만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합의는 물론 별다른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게차 운전자 하 씨를 업무상과실치사와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혐의로, 하 씨의 아버지는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교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하청업체 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했습니다.

유가족들은 당시 작업을 발주한 원청업체의 선박안전관리담당자도 처벌을 요구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 책임 비껴간 원청업체.... 유가족들 "원청 업체 안전관리도 문제"

원청 업체는 화물을 싣는 업무를 지시한 것은 맞지만 이 업무를 위한 구조물을 설치하는 업무는 하청업체가 별도로 하는 것으로 자신들은 구조물 설치는 관여하지 않아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서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재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 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는 부분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원청의 선박 안에서 발생한 사고이므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항고했지만 기각됐습니다.

결국 재판에서는 원청 관계자를 제외한 사람들만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유가족들은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일만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라도 원청의 책임 강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겁니다.

사망한 서 씨의 동생 서용원 씨는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거리로 나온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다 해서 이후에는 우리 형님 같은 분이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올바른 법이 제정되어서 억울한 사고로 다치고 돌아가시는 노동자들의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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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면허 지게차 운전에 하청업체 직원 사망…원청 책임은?
    • 입력 2021-02-06 08:01:37
    • 수정2021-02-06 20:19:36
    취재K

■ 산재 사고 1년... 거리로 나온 유가족

지난 3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앞에서 이틀째 1인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2월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입니다.

이번 달 재판 시작을 앞두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건데, 이미 기소가 돼 재판까지 앞둔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왜 찬 바람을 맞으며 거리에 서야 했을까요.


■ 아버지가 면허도 없는 아들에 지게차 운전 지시.... 어이없는 사망 사고

1년 전인 지난해 2월 8일. 광양항에 정박한 선박 화물칸에서 52살 서 모 씨가 숨졌습니다.

서 씨는 당시 선주인 원청업체가 발주한 작업의 하청업체 소속으로 화물을 고정하는 구조물 설치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근에 있던 지게차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구조물을 밀면서 구조물이 넘어졌고 옆에서 일하고 있던 서씨가 깔림 사고를 당한 겁니다.


조사결과 지게차 운전자인 하 모 씨는 무면허로 확인됐습니다. 지게차 운전을 요청받은 하 씨의 아버지가 일이 생겨 현장에 못 가게 되자 면허도 없는 아들에게 지게차를 조종하도록 한 겁니다.

어이없는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하지만 유가족들을 두 번 울린 것은 가해자와 업체 측의 태도였습니다.

가해자 측은 수사기관 조사과정에서 무면허 운전은 인정했지만, 자신이 직접 구조물을 건드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업체 측도 처음에는 위로금을 제안하며 가족들과 합의하려 했지만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합의는 물론 별다른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게차 운전자 하 씨를 업무상과실치사와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혐의로, 하 씨의 아버지는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교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하청업체 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했습니다.

유가족들은 당시 작업을 발주한 원청업체의 선박안전관리담당자도 처벌을 요구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 책임 비껴간 원청업체.... 유가족들 "원청 업체 안전관리도 문제"

원청 업체는 화물을 싣는 업무를 지시한 것은 맞지만 이 업무를 위한 구조물을 설치하는 업무는 하청업체가 별도로 하는 것으로 자신들은 구조물 설치는 관여하지 않아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서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재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 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는 부분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원청의 선박 안에서 발생한 사고이므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항고했지만 기각됐습니다.

결국 재판에서는 원청 관계자를 제외한 사람들만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유가족들은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일만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라도 원청의 책임 강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겁니다.

사망한 서 씨의 동생 서용원 씨는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거리로 나온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다 해서 이후에는 우리 형님 같은 분이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올바른 법이 제정되어서 억울한 사고로 다치고 돌아가시는 노동자들의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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