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노리는 국제 마약 조직…수사력 ‘한계’

입력 2021.02.08 (15: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부산해경에 압수된  마약 35kg. 시가 천억 원에 백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부산해경에 압수된 마약 35kg. 시가 천억 원에 백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배 안에 마약이 있는 것 같아요”

지난달 16일 오전, 부산신항으로 입항 중인 14만 톤급 라이베리아 국적 컨테이너선에 마약이 실려 있는 것 같다는 제보가 남해해양경찰청에 전달됐습니다. 이 배는 지난달 19일 오전 부산신항에 도착했고 해경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 배를 수색했습니다.

수색 결과, 이 배 안에서 1kg 단위로 포장된 코카인 35묶음이 발견됐습니다. 시가 천억 원 상당으로 부산시민 3분의 1정도인 백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해경은 코카인을 전부 압수하고 수사를 위해 선원들의 소변 모발 등을 채취하는 한편 여행용 가방도 압수했습니다. 발견된 마약 포장지 위에는 선명한 전갈 모양 문양과 스페인어로 ‘성공’이라는 뜻의 ‘exito’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요. 해경은 이 문양이 콜롬비아 대표 마약조직인 ‘칼리 카르텔’이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하고 이 마약이 남미에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마약의 역사는 영화로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국제적인 악명이 드높습니다. 그렇담 부산항까지 이들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걸까요?


해경 관계자들이 마약 샘플을 채취하는 모습.해경 관계자들이 마약 샘플을 채취하는 모습.

■한국·중국 등 거쳐…“부산항 유통 가능성도”

이 배는 미국에서 출발해 중남미, 파나마 운하, 한국, 중국을 거쳐 다시 같은 루트로 회항하는 컨테이너 선박입니다. 중남미에서 출발한 마약의 최종 목적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해경은 이 마약이 부산항을 통해 국내에 유통될 가능성도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선박에 실려있던 컨테이너 일부가 부산항에서도 내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컨테이너에 마약을 몰래 숨겼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배는 해경 수사 직후 부산항을 떠났고 경찰은 회항을 위해 다시 들른 지난 4일께 배에 다시 올라 휴대전화 등을 추가로 압수했습니다. 이 배는 재입항 이틀 만인 지난 6일 다시 부산항을 떠났습니다.

해경 관계자들이 승선원들의 지문을 채취하는 모습.해경 관계자들이 승선원들의 지문을 채취하는 모습.

■“선원 관련성 확인 안 돼 배·선원 억류 불가능”

해경은 해당 선박 선원들이 마약 유통에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만큼 선박이나 선원을 부산항에 억류하고 수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 배에는 우리나라 선원은 한 명도 없었고 그리스 4명, 우크라이나 15명, 러시아 4명, 탄자니아 1명 등 외국인 선원만 타고 있었습니다. 다만 해경은 마약 포장지에서 불특정한 4명의 DNA 흔적을 발견했고, 선원 24명의 DNA와 대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선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해경은 피의자를 특정한 이후 인터폴 등과 국제공조 수사를 벌인다는 계획입니다.

과거에도 수송책 못 찾아…수사 난항 우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선원들이 이미 떠난 상황에서 수송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 2017년 부산신항에 입항한 라이베리아 선박에서 대마 150kg이 압수됐지만 당시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이듬해에는 부산세관에서 부산항에서 중국으로 출발하려던 컨테이너선에서 코카인 64kg을 발견했습니다. 2백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가 무려 천9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는데요. 당시에도 수송책이 누군지는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동의대 최종술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 부산항은 마약 등의 중간 기착지로서 상당히 위험성이 있는 지역이지만 대비는 미비한 상황”이라며 “ 국제 경찰과의 공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부산항 노리는 국제 마약 조직…수사력 ‘한계’
    • 입력 2021-02-08 15:01:36
    취재K
부산해경에 압수된  마약 35kg. 시가 천억 원에 백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배 안에 마약이 있는 것 같아요”

지난달 16일 오전, 부산신항으로 입항 중인 14만 톤급 라이베리아 국적 컨테이너선에 마약이 실려 있는 것 같다는 제보가 남해해양경찰청에 전달됐습니다. 이 배는 지난달 19일 오전 부산신항에 도착했고 해경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 배를 수색했습니다.

수색 결과, 이 배 안에서 1kg 단위로 포장된 코카인 35묶음이 발견됐습니다. 시가 천억 원 상당으로 부산시민 3분의 1정도인 백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해경은 코카인을 전부 압수하고 수사를 위해 선원들의 소변 모발 등을 채취하는 한편 여행용 가방도 압수했습니다. 발견된 마약 포장지 위에는 선명한 전갈 모양 문양과 스페인어로 ‘성공’이라는 뜻의 ‘exito’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요. 해경은 이 문양이 콜롬비아 대표 마약조직인 ‘칼리 카르텔’이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하고 이 마약이 남미에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마약의 역사는 영화로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국제적인 악명이 드높습니다. 그렇담 부산항까지 이들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걸까요?


해경 관계자들이 마약 샘플을 채취하는 모습.
■한국·중국 등 거쳐…“부산항 유통 가능성도”

이 배는 미국에서 출발해 중남미, 파나마 운하, 한국, 중국을 거쳐 다시 같은 루트로 회항하는 컨테이너 선박입니다. 중남미에서 출발한 마약의 최종 목적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해경은 이 마약이 부산항을 통해 국내에 유통될 가능성도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선박에 실려있던 컨테이너 일부가 부산항에서도 내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컨테이너에 마약을 몰래 숨겼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배는 해경 수사 직후 부산항을 떠났고 경찰은 회항을 위해 다시 들른 지난 4일께 배에 다시 올라 휴대전화 등을 추가로 압수했습니다. 이 배는 재입항 이틀 만인 지난 6일 다시 부산항을 떠났습니다.

해경 관계자들이 승선원들의 지문을 채취하는 모습.
■“선원 관련성 확인 안 돼 배·선원 억류 불가능”

해경은 해당 선박 선원들이 마약 유통에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만큼 선박이나 선원을 부산항에 억류하고 수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 배에는 우리나라 선원은 한 명도 없었고 그리스 4명, 우크라이나 15명, 러시아 4명, 탄자니아 1명 등 외국인 선원만 타고 있었습니다. 다만 해경은 마약 포장지에서 불특정한 4명의 DNA 흔적을 발견했고, 선원 24명의 DNA와 대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선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해경은 피의자를 특정한 이후 인터폴 등과 국제공조 수사를 벌인다는 계획입니다.

과거에도 수송책 못 찾아…수사 난항 우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선원들이 이미 떠난 상황에서 수송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 2017년 부산신항에 입항한 라이베리아 선박에서 대마 150kg이 압수됐지만 당시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이듬해에는 부산세관에서 부산항에서 중국으로 출발하려던 컨테이너선에서 코카인 64kg을 발견했습니다. 2백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가 무려 천9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는데요. 당시에도 수송책이 누군지는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동의대 최종술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 부산항은 마약 등의 중간 기착지로서 상당히 위험성이 있는 지역이지만 대비는 미비한 상황”이라며 “ 국제 경찰과의 공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