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베이비박스에 천만 원 기부

입력 2021.02.09 (07:00) 수정 2021.02.0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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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임신했다."

지난해 3월 19일, 방송인 사유리 씨는 두 줄이 된 임신 테스트기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가 선물처럼 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발적 비혼모'가 된 사유리 씨는 하루하루가 소중했습니다. 산부인과를 가서 뱃속에 있는 아이와 처음 만난 날, 주먹 쥐고 있는 아이의 작은 손을 초음파를 통해 본 날, 아들 '젠'이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며 태어난 날을 그저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사람들에게도 아들과의 만남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엄마'가 돼가는 모습을 하루하루 기록했습니다. '엄마, 사유리'라는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그 사이 3.2kg이던 아이는 어느새 7.5kg이 됐습니다. 오는 11일이면 100일을 맞이합니다. 영상도 한 편, 한 편 쌓여 벌써 12편이 됐습니다.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미혼 가정' 지원...베이비박스에 천만 원 기부

사유리 씨가 자발적 비혼모가 돼 아들을 낳고 기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 '엄마, 사유리'는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조회 수가 3백만이 넘는 것도 있습니다. 채널 구독자 수도 5만에서 25만으로 늘었습니다.


사유리 씨는 '엄마, 사유리' 영상으로 얻은 수익 천만 원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베이비박스'가 떠올랐습니다.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낳았지만, 양육비 등 현실적인 이유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놓고 갈 수 있도록 마련해 둔 간이시설로 한 교회가 운영 중입니다.

사유리 씨는 예전부터 베이비박스에 관심이 많았지만 '엄마'가 된 뒤 더 마음이 갔다고 말했습니다. 사유리 씨는 "같은 엄마로서 어떤 마음으로 거기까지 아이를 데리고 갔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라며 "키우고 싶은데 못 키우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는 아이를 정말 너무 가지고 싶었고 어렵게 가졌다"라며 "아이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곳의 존재를 모르고 아이를 혼자 낳아 죽이거나 버리는 사건이 많은데 너무 안타깝다"라고 했습니다.


■사유리 "유튜브 봐준 분들이 기부한 것"..."앞으로도 기부 꾸준히 할 것"

특히 '비혼'이면서 혼자 아이를 길러야 하는 어려움을 알기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사유리 씨는 "젠이 신생아일 때 하루에 20개 넘게 기저귀를 썼다.

자주 바꿔주지 않으면 피부병이 생겨서 안 좋다"라며 "매일 매일 기저귀, 분유 등으로 나가는 돈이 정말 많다. 돈이 없으면 (양육이) 어렵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아들 한 명이지만 베이비박스에는 아이들이 많지 않나"라며 "기저귀 값 장난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유리 씨는 또 "코로나19로 일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돈이 있는 사람도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든 시대인데 돈이 없으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한다"라며 "제 아이는 엄마만 있는 건데 그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 다 없는 것.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아들을 위해 유튜브 수익을 쓸 생각은 없냐고 묻자 사유리 씨는 많은 이들이 도와주고 있어서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사유리 씨는 "침대도, 유모차도, 옷도 다 친구들이 줬다. 새로 살 필요 없이 받은 것을 중고로 쓰면 된다"라며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있고 그렇게 받은 걸 다른 친구에게도 주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되레 사유리 씨는 이번 기부에 자신이 기여한 부분이 적다며 쑥스러워했습니다. 사유리 씨는 "많은 분들이 유튜브를 봐주셔서 나온 수익으로 기부한 것이다 보니 내가 기부를 했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라며 "열심히 벌어서 앞으로도 꾸준히 기부를 많이 할 예정이다"라고 했습니다.

사유리 씨는 금전적 기부뿐 아니라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있는 곳에 방문하는 건 민폐가 될 것 같아 베이비박스에 가지 못했다"라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가서 뭐든 도움 되는 활동을 하고 싶다"라고 사유리 씨는 말했습니다.


사유리 씨는 '엄마, 사유리'에 보내주는 관심이 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응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아들에게 멋있는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사유리 씨의 각오입니다. '자발적 비혼모'라는 선택에 대해 여전히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사유리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손가락질당하고 욕먹는 것, 신경 안 쓴다. 아이를 못 가졌을 때의 불안감,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느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가끔 아기가 불쌍하다는 댓글이 달리는데 불행한지 아닌지는 아이가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아이가 행복해 보인다고 해도 아이가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내 아이가 나중에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그렇게 불쌍하다고 하거나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사회 분위기도 조금씩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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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베이비박스에 천만 원 기부
    • 입력 2021-02-09 07:00:40
    • 수정2021-02-09 16:23:47
    취재K

"나 임신했다."

지난해 3월 19일, 방송인 사유리 씨는 두 줄이 된 임신 테스트기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가 선물처럼 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발적 비혼모'가 된 사유리 씨는 하루하루가 소중했습니다. 산부인과를 가서 뱃속에 있는 아이와 처음 만난 날, 주먹 쥐고 있는 아이의 작은 손을 초음파를 통해 본 날, 아들 '젠'이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며 태어난 날을 그저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사람들에게도 아들과의 만남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엄마'가 돼가는 모습을 하루하루 기록했습니다. '엄마, 사유리'라는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그 사이 3.2kg이던 아이는 어느새 7.5kg이 됐습니다. 오는 11일이면 100일을 맞이합니다. 영상도 한 편, 한 편 쌓여 벌써 12편이 됐습니다.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미혼 가정' 지원...베이비박스에 천만 원 기부

사유리 씨가 자발적 비혼모가 돼 아들을 낳고 기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 '엄마, 사유리'는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조회 수가 3백만이 넘는 것도 있습니다. 채널 구독자 수도 5만에서 25만으로 늘었습니다.


사유리 씨는 '엄마, 사유리' 영상으로 얻은 수익 천만 원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베이비박스'가 떠올랐습니다.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낳았지만, 양육비 등 현실적인 이유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놓고 갈 수 있도록 마련해 둔 간이시설로 한 교회가 운영 중입니다.

사유리 씨는 예전부터 베이비박스에 관심이 많았지만 '엄마'가 된 뒤 더 마음이 갔다고 말했습니다. 사유리 씨는 "같은 엄마로서 어떤 마음으로 거기까지 아이를 데리고 갔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라며 "키우고 싶은데 못 키우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는 아이를 정말 너무 가지고 싶었고 어렵게 가졌다"라며 "아이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곳의 존재를 모르고 아이를 혼자 낳아 죽이거나 버리는 사건이 많은데 너무 안타깝다"라고 했습니다.


■사유리 "유튜브 봐준 분들이 기부한 것"..."앞으로도 기부 꾸준히 할 것"

특히 '비혼'이면서 혼자 아이를 길러야 하는 어려움을 알기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사유리 씨는 "젠이 신생아일 때 하루에 20개 넘게 기저귀를 썼다.

자주 바꿔주지 않으면 피부병이 생겨서 안 좋다"라며 "매일 매일 기저귀, 분유 등으로 나가는 돈이 정말 많다. 돈이 없으면 (양육이) 어렵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아들 한 명이지만 베이비박스에는 아이들이 많지 않나"라며 "기저귀 값 장난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유리 씨는 또 "코로나19로 일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돈이 있는 사람도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든 시대인데 돈이 없으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한다"라며 "제 아이는 엄마만 있는 건데 그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 다 없는 것.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아들을 위해 유튜브 수익을 쓸 생각은 없냐고 묻자 사유리 씨는 많은 이들이 도와주고 있어서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사유리 씨는 "침대도, 유모차도, 옷도 다 친구들이 줬다. 새로 살 필요 없이 받은 것을 중고로 쓰면 된다"라며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있고 그렇게 받은 걸 다른 친구에게도 주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되레 사유리 씨는 이번 기부에 자신이 기여한 부분이 적다며 쑥스러워했습니다. 사유리 씨는 "많은 분들이 유튜브를 봐주셔서 나온 수익으로 기부한 것이다 보니 내가 기부를 했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라며 "열심히 벌어서 앞으로도 꾸준히 기부를 많이 할 예정이다"라고 했습니다.

사유리 씨는 금전적 기부뿐 아니라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있는 곳에 방문하는 건 민폐가 될 것 같아 베이비박스에 가지 못했다"라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가서 뭐든 도움 되는 활동을 하고 싶다"라고 사유리 씨는 말했습니다.


사유리 씨는 '엄마, 사유리'에 보내주는 관심이 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응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아들에게 멋있는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사유리 씨의 각오입니다. '자발적 비혼모'라는 선택에 대해 여전히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사유리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손가락질당하고 욕먹는 것, 신경 안 쓴다. 아이를 못 가졌을 때의 불안감,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느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가끔 아기가 불쌍하다는 댓글이 달리는데 불행한지 아닌지는 아이가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아이가 행복해 보인다고 해도 아이가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내 아이가 나중에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그렇게 불쌍하다고 하거나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사회 분위기도 조금씩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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