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앞유리가 퍽…뒤따라가기 무서운 불법개조 화물차

입력 2021.02.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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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위의 살인 무기, 피해자만 있는 사고

묵직한 쇠뭉치가 앞유리를 깨고 운전자에게 날아드는 건 공포영화의 단골 장면입니다. 피할 틈도 없이 벌어지는 이 끔찍한 상황은 그러나 우리나라 도로에선 실제상황입니다.

쇳덩어리의 정체는 화물차 판스프링입니다.

차체 밑에 설치해서 충격을 완화해주는 부품입니다. 하지만 길쭉한 모양 때문인지 적재함에 비녀처럼 꽂아서 짐이 쏟아지는 걸 막는 데 더 많이 사용됩니다.

원래 용도와 다른 곳에 쓰인 판스프링은 주행 중에 날아가거나 길에 떨어진 뒤 튕겨 나가며 도로 위의 살인 무기로 돌변합니다.

어느 화물차에서 떨어진 판스프링인지 찾을 수 없어 흔히 '피해자만 있는 사고'라고 불립니다.

승용차 앞유리를 뚫고 들어온 판스프링승용차 앞유리를 뚫고 들어온 판스프링

■ 연이은 호소에 단속 강화, 고속도로 휴게소 찾아보니...

지난해 하반기 청와대 국민신문고에는 판스프링 단속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자동차안전단속원'을 활용해 단속을 지원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한국소비자원이 보험개발원과 함께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정차 중인 7.5톤 이상 화물차 100대를 조사해봤습니다.

이 가운데 13대가 판스프링을 적재함에 끼워두고 있었습니다. 갑옷처럼 차량 옆 꽂이대에 꽂아 둔 차량도 있었습니다.

모두 불법인 건 물론이고 큰 사고를 일으킬 위험도 있습니다.

판스프링을 적재함에 사용하거나 소지한 사례판스프링을 적재함에 사용하거나 소지한 사례

■ 뒤따라가는 것도 무섭다...단두대가 된 후부 안전판

3.5톤 이상 화물차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는 후부 안전판도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원이 보험개발원과 함께 실시한 위의 조사에서 화물차 100대 중 33대가 후부 안전판을 규정보다 높이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물차의 후부 안전판. 충돌차량이 화물차 밑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주는 범퍼 역할을 합니다.화물차의 후부 안전판. 충돌차량이 화물차 밑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주는 범퍼 역할을 합니다.

후부 안전판은 후방에서 추돌한 승용차가 화물차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언더라이드' 현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안전판 가장 아랫부분과 지상과의 간격은 55cm 이내로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차량은 지상까지와의 간격을 75cm까지 높였습니다.

땅과 가까와 지면 긁히게 되고 또 번거롭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렇게 하면 사고가 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보험개발원이 안전판이 지상 75cm에 달린 화물차를 가정하고 충돌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중형승용차가 화물차 아래로 134cm나 빨려 들어가는 언더라이드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언더라이드 현상이 관찰되는 실험장면언더라이드 현상이 관찰되는 실험장면

■ 매년 높아지는 화물차 사망 사고 비율...단속 강화 절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화물차 사고와 관련해 숨지는 사람의 비율은 매년 늘고 있습니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 중에 화물차의 뒷부분을 추돌하는 사고는 사망비율이 41.9%로 매우 높습니다. 후부 안전판을 제대로 설치하고 판스프링 불법 사용만 막아도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많다는 뜻입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에 단속 강화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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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식간에 앞유리가 퍽…뒤따라가기 무서운 불법개조 화물차
    • 입력 2021-02-16 12:00:58
    취재K
■ 도로 위의 살인 무기, 피해자만 있는 사고

묵직한 쇠뭉치가 앞유리를 깨고 운전자에게 날아드는 건 공포영화의 단골 장면입니다. 피할 틈도 없이 벌어지는 이 끔찍한 상황은 그러나 우리나라 도로에선 실제상황입니다.

쇳덩어리의 정체는 화물차 판스프링입니다.

차체 밑에 설치해서 충격을 완화해주는 부품입니다. 하지만 길쭉한 모양 때문인지 적재함에 비녀처럼 꽂아서 짐이 쏟아지는 걸 막는 데 더 많이 사용됩니다.

원래 용도와 다른 곳에 쓰인 판스프링은 주행 중에 날아가거나 길에 떨어진 뒤 튕겨 나가며 도로 위의 살인 무기로 돌변합니다.

어느 화물차에서 떨어진 판스프링인지 찾을 수 없어 흔히 '피해자만 있는 사고'라고 불립니다.

승용차 앞유리를 뚫고 들어온 판스프링
■ 연이은 호소에 단속 강화, 고속도로 휴게소 찾아보니...

지난해 하반기 청와대 국민신문고에는 판스프링 단속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자동차안전단속원'을 활용해 단속을 지원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한국소비자원이 보험개발원과 함께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정차 중인 7.5톤 이상 화물차 100대를 조사해봤습니다.

이 가운데 13대가 판스프링을 적재함에 끼워두고 있었습니다. 갑옷처럼 차량 옆 꽂이대에 꽂아 둔 차량도 있었습니다.

모두 불법인 건 물론이고 큰 사고를 일으킬 위험도 있습니다.

판스프링을 적재함에 사용하거나 소지한 사례
■ 뒤따라가는 것도 무섭다...단두대가 된 후부 안전판

3.5톤 이상 화물차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는 후부 안전판도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원이 보험개발원과 함께 실시한 위의 조사에서 화물차 100대 중 33대가 후부 안전판을 규정보다 높이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물차의 후부 안전판. 충돌차량이 화물차 밑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주는 범퍼 역할을 합니다.
후부 안전판은 후방에서 추돌한 승용차가 화물차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언더라이드' 현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안전판 가장 아랫부분과 지상과의 간격은 55cm 이내로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차량은 지상까지와의 간격을 75cm까지 높였습니다.

땅과 가까와 지면 긁히게 되고 또 번거롭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렇게 하면 사고가 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보험개발원이 안전판이 지상 75cm에 달린 화물차를 가정하고 충돌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중형승용차가 화물차 아래로 134cm나 빨려 들어가는 언더라이드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언더라이드 현상이 관찰되는 실험장면
■ 매년 높아지는 화물차 사망 사고 비율...단속 강화 절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화물차 사고와 관련해 숨지는 사람의 비율은 매년 늘고 있습니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 중에 화물차의 뒷부분을 추돌하는 사고는 사망비율이 41.9%로 매우 높습니다. 후부 안전판을 제대로 설치하고 판스프링 불법 사용만 막아도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많다는 뜻입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에 단속 강화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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