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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코로나19’ 팬데믹
[특파원 리포트] ‘2019년 12월은 아니다’…그 해 여름엔 무슨 일이?
입력 2021.02.17 (06:00) 특파원 리포트
부제 : 국제 정치가 망치는 코로나19 기원 찾기...과학인가, 범인 찾기인가?

세계 최강국 미국과 중국의 코로나19 조사와 관련한 대립이 볼썽사납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낸 나라이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19 대유행을 겪은 나라다.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 19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시작됐다며 이는 중국 바이러스"라고 비난한 바 있다. 시진핑 정부는 중국은 방역에 성공한 나라라며 최근 WHO 조사를 받은 뒤에 "다음에는 미국이 조사를 받아라."라며 역공을 하고 있다.


과연 코로나19 기원은 언제 어디인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바이러스. 현재까지 코로나 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것으로 돼 있다. 물론 중국은 코로나 19가 중국산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분명한 건 신종 바이러스의 위험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건 중국 우한사태에서 비롯됐지만 아직 코로나 19의 기원이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코로나 19의 기원을 규명하는 것은, 원천적인 방역 또 비슷한 바이러스의 재발을 막기 위해 규명해야 할 과학적 사명이다. WHO는 코로나 19 기원을 찾는 일이 범인을 잡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탄생, 2019년 12월은 아니다?

"우한 짜이요(힘내라 우한)." 2019년 12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급기야 천만 인구가 넘는 허베이성 주도 우한시가 전격적으로 봉쇄되자, 격리당한 아파트 단지에 울려 퍼진 우한시민들의 외침. 전 세계를 공포에 빠트린 한 장면이다.

그러나 여러 과학적 연구들은 코로나19의 기원이 2019년 12월은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코로나19 책임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미국 내 첫 코로나19 확진자는 2020년 1월 19일에 발생했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속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초 이런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밝혔다. 미국 9개 주에서 2019년 12월 13일~2020년 1월 17일까지 모인 적십자 혈액 7,389건 중 106건에서 코로나 19 항체가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1.4%에 달하는 감염률이다.

심지어 12월 13~16일, 그러니까 공식적인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에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주에서 채취한 혈액 1,912건 중 39건에서 코로나 19 양성 사례가 나왔다. 무려 2%의 확률이다. CDC 연구팀은 "2019년 12월 중순 미국 서부 해안에 코로나19 감염 사례들이 이미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프랑스에서도 최근 이미 2019년 11월 코로나 19 감염자가 프랑스 내에 퍼져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피에르 루이 전염병 및 공공보건연구소는 2019년 11~12월 사이 채취한 혈액 표본 9,144개 중 10개에서 코로나 19 양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채취한 혈액 표본에서 이미 0.1% 감염자가 나온 셈이다. 이 연구결과는 유럽역학저널에 실렸다.

앞서 지난해 5월 프랑스 알베르트 슈바이처 병원 연구진 역시 2,500건의 흉부촬영 영상을 분석한 결과 2019년 11월에 코로나 환자가 여럿 있었다는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었다.

비슷한 결론은 이탈리아에서도, 또 중국 현지 조사를 한 WHO 조사팀에서도 나왔다. 결국, 2019년 10~11월에 이미 감염자가 퍼져 있었다면 대유행으로 폭발하기 전 일정 기간 조용한 전파가 있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코로나 19 기원은 그해 9월 이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럼 코로나19 기원은 어디란 말인가?

결론은 '아직 모른다.'이다.

중국 우한을 현지 조사했던 WHO 조사팀은 2019년 10월 중국 후베이성 일대에서 폐렴 등 코로나 19와 비슷한 증상이 집단 발병해 92명이 입원했었다고 말했다. 이미 13종의 변이 바이러스가 존재했다며 12월에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추가 연구에 대한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는 WHO 조사관 발언이 나오자 미국 백악관은 즉각 중국 측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중국은 WHO 조사팀이 공식 발표한 "우한에서 코로나 19의 기원을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강조하고 있다. WHO 조사에 중국 측 전문가로 참여한 칭화대 량완녠 교수는 후베이성 233개 병원에서 확보한 의료기록과 혈액 표본 검사에서 2019년 12월 이전에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언론들은 미국 백악관의 우려 표명에 대해 "미국에서 과학적 합리성이 사라지고 있다며, 미 언론들의 의혹 제기를 '더러운 설전'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강대국 간의 격돌은 WHO의 입지를 좁게 만들 수 있다. 코로나 기원을 알아내야 하는 과학적 연구가 '코로나19 범인 찾기'로 호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WHO의 연구결과가 국제적인 정쟁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면, 조사를 해야 하는 WHO나 조사에 협조해야 할 국가들 모두 큰 부담이 따른다.

코로나 19로 희생된 가족이 있는 전 세계 수많은 국민들, 인류에게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한 바이러스를 막아내야 할 지혜를 찾아야 하는 과학자들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기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연구 활동을 심리적으로 또 물리적으로도 방해하고 있는 꼴이다.

  • [특파원 리포트] ‘2019년 12월은 아니다’…그 해 여름엔 무슨 일이?
    • 입력 2021-02-17 06:00:12
    특파원 리포트
부제 : 국제 정치가 망치는 코로나19 기원 찾기...과학인가, 범인 찾기인가?

세계 최강국 미국과 중국의 코로나19 조사와 관련한 대립이 볼썽사납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낸 나라이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19 대유행을 겪은 나라다.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 19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시작됐다며 이는 중국 바이러스"라고 비난한 바 있다. 시진핑 정부는 중국은 방역에 성공한 나라라며 최근 WHO 조사를 받은 뒤에 "다음에는 미국이 조사를 받아라."라며 역공을 하고 있다.


과연 코로나19 기원은 언제 어디인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바이러스. 현재까지 코로나 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것으로 돼 있다. 물론 중국은 코로나 19가 중국산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분명한 건 신종 바이러스의 위험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건 중국 우한사태에서 비롯됐지만 아직 코로나 19의 기원이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코로나 19의 기원을 규명하는 것은, 원천적인 방역 또 비슷한 바이러스의 재발을 막기 위해 규명해야 할 과학적 사명이다. WHO는 코로나 19 기원을 찾는 일이 범인을 잡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탄생, 2019년 12월은 아니다?

"우한 짜이요(힘내라 우한)." 2019년 12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급기야 천만 인구가 넘는 허베이성 주도 우한시가 전격적으로 봉쇄되자, 격리당한 아파트 단지에 울려 퍼진 우한시민들의 외침. 전 세계를 공포에 빠트린 한 장면이다.

그러나 여러 과학적 연구들은 코로나19의 기원이 2019년 12월은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코로나19 책임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미국 내 첫 코로나19 확진자는 2020년 1월 19일에 발생했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속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초 이런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밝혔다. 미국 9개 주에서 2019년 12월 13일~2020년 1월 17일까지 모인 적십자 혈액 7,389건 중 106건에서 코로나 19 항체가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1.4%에 달하는 감염률이다.

심지어 12월 13~16일, 그러니까 공식적인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에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주에서 채취한 혈액 1,912건 중 39건에서 코로나 19 양성 사례가 나왔다. 무려 2%의 확률이다. CDC 연구팀은 "2019년 12월 중순 미국 서부 해안에 코로나19 감염 사례들이 이미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프랑스에서도 최근 이미 2019년 11월 코로나 19 감염자가 프랑스 내에 퍼져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피에르 루이 전염병 및 공공보건연구소는 2019년 11~12월 사이 채취한 혈액 표본 9,144개 중 10개에서 코로나 19 양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채취한 혈액 표본에서 이미 0.1% 감염자가 나온 셈이다. 이 연구결과는 유럽역학저널에 실렸다.

앞서 지난해 5월 프랑스 알베르트 슈바이처 병원 연구진 역시 2,500건의 흉부촬영 영상을 분석한 결과 2019년 11월에 코로나 환자가 여럿 있었다는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었다.

비슷한 결론은 이탈리아에서도, 또 중국 현지 조사를 한 WHO 조사팀에서도 나왔다. 결국, 2019년 10~11월에 이미 감염자가 퍼져 있었다면 대유행으로 폭발하기 전 일정 기간 조용한 전파가 있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코로나 19 기원은 그해 9월 이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럼 코로나19 기원은 어디란 말인가?

결론은 '아직 모른다.'이다.

중국 우한을 현지 조사했던 WHO 조사팀은 2019년 10월 중국 후베이성 일대에서 폐렴 등 코로나 19와 비슷한 증상이 집단 발병해 92명이 입원했었다고 말했다. 이미 13종의 변이 바이러스가 존재했다며 12월에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추가 연구에 대한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는 WHO 조사관 발언이 나오자 미국 백악관은 즉각 중국 측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중국은 WHO 조사팀이 공식 발표한 "우한에서 코로나 19의 기원을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강조하고 있다. WHO 조사에 중국 측 전문가로 참여한 칭화대 량완녠 교수는 후베이성 233개 병원에서 확보한 의료기록과 혈액 표본 검사에서 2019년 12월 이전에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언론들은 미국 백악관의 우려 표명에 대해 "미국에서 과학적 합리성이 사라지고 있다며, 미 언론들의 의혹 제기를 '더러운 설전'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강대국 간의 격돌은 WHO의 입지를 좁게 만들 수 있다. 코로나 기원을 알아내야 하는 과학적 연구가 '코로나19 범인 찾기'로 호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WHO의 연구결과가 국제적인 정쟁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면, 조사를 해야 하는 WHO나 조사에 협조해야 할 국가들 모두 큰 부담이 따른다.

코로나 19로 희생된 가족이 있는 전 세계 수많은 국민들, 인류에게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한 바이러스를 막아내야 할 지혜를 찾아야 하는 과학자들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기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연구 활동을 심리적으로 또 물리적으로도 방해하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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