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참아라!”…학폭 묵인·방조·은폐 ‘침묵의 카르텔’ 깨야!

입력 2021.02.17 (07:37) 수정 2021.02.1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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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구계를 뒤흔든 학교 폭력 사태.

가해 선수 처벌로만 끝난다면 폭력의 뿌리를 뽑을 수는 없습니다.

진학과 프로 입성 등 성공을 절대 가치로 여기는 왜곡된 인식으로, 폭력을 묵인하고 방조하며 은폐하는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만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준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남자 배구 선수 송명근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 A씨.

당시 A씨는 지도자에게 폭행 사실을 곧바로 알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감독은 배구부가 해체될 것을 우려해 조용히 덮고 가자는 뜻을 전했고, 피해자보다 가해자인 팀 내 에이스 송명근을 보호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심지어 부모도 자식의 성공이라는 미명 아래 침묵을 권했습니다.

A씨는 당시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던 엄마의 말을 들은 게 가장 후회 된다고 고백합니다.

2019년 인권위 학생 선수 실태조사.

"뼈 부러지는것 아니면 그냥 참아라. 너도 나중에 후배들한테 그럴 수 있지 않느냐"

"네가 잘했다면 맞지 않았을 수 있지 않았냐, 다음부턴 똑바로 해라."

일부 부모들은 자식의 고통을 성공을 위한 디딤돌 정도로 여겼습니다.

이처럼 폭력에 대한 묵인과 방조, 은폐를 더 공고하게 하는 것이 학교 운동부의 폐쇄적 합숙입니다.

학교 체육진흥법에는 학교장이 학기 중 상시 합숙 훈련을 근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전국 초중고 중 41% 정도가 지금도 합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 선수 B 씨/음성변조 : "합숙하면서 운동 끝나고 형들한테 샤워장 가서도 머리도 박고, 배트로도 맞고 그랬었죠. 24시간 내내 형들하고 붙어있고 하니."]

[허정훈/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 : "잘하는 선수 중심으로 지도자는 묵인하고 때때로 조장하기도 하고 인권에 민감했더라면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성공을 위해 내 고통은 참고 동료의 아픔도 모른 척하라고 강요하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것이, 지긋지긋한 폭력의 고리를 끊는 출발점이라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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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02-17 07: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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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계를 뒤흔든 학교 폭력 사태.

가해 선수 처벌로만 끝난다면 폭력의 뿌리를 뽑을 수는 없습니다.

진학과 프로 입성 등 성공을 절대 가치로 여기는 왜곡된 인식으로, 폭력을 묵인하고 방조하며 은폐하는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만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준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남자 배구 선수 송명근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 A씨.

당시 A씨는 지도자에게 폭행 사실을 곧바로 알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감독은 배구부가 해체될 것을 우려해 조용히 덮고 가자는 뜻을 전했고, 피해자보다 가해자인 팀 내 에이스 송명근을 보호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심지어 부모도 자식의 성공이라는 미명 아래 침묵을 권했습니다.

A씨는 당시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던 엄마의 말을 들은 게 가장 후회 된다고 고백합니다.

2019년 인권위 학생 선수 실태조사.

"뼈 부러지는것 아니면 그냥 참아라. 너도 나중에 후배들한테 그럴 수 있지 않느냐"

"네가 잘했다면 맞지 않았을 수 있지 않았냐, 다음부턴 똑바로 해라."

일부 부모들은 자식의 고통을 성공을 위한 디딤돌 정도로 여겼습니다.

이처럼 폭력에 대한 묵인과 방조, 은폐를 더 공고하게 하는 것이 학교 운동부의 폐쇄적 합숙입니다.

학교 체육진흥법에는 학교장이 학기 중 상시 합숙 훈련을 근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전국 초중고 중 41% 정도가 지금도 합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 선수 B 씨/음성변조 : "합숙하면서 운동 끝나고 형들한테 샤워장 가서도 머리도 박고, 배트로도 맞고 그랬었죠. 24시간 내내 형들하고 붙어있고 하니."]

[허정훈/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 : "잘하는 선수 중심으로 지도자는 묵인하고 때때로 조장하기도 하고 인권에 민감했더라면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성공을 위해 내 고통은 참고 동료의 아픔도 모른 척하라고 강요하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것이, 지긋지긋한 폭력의 고리를 끊는 출발점이라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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