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공무원 ‘집 급매’에 입주민이 분통 터뜨리는 이유는?

입력 2021.02.17 (08:00) 수정 2021.02.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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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주거'를 금지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생활형 숙박시설이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돼 조망권 침해, 학교 과밀화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겁니다.

그런데 부산시는 이미 넉달 전 생활형 숙박시설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고 단속 계획까지 세웠는데도 여지껏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부산 생활형 숙박시설 절반 이상 "영업 미신고"

지난해 10월 부산에 들어선 19층 규모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에 가봤습니다.

'생활형 숙박시설'로 건축 허가를 받아 개별 분양을 하면서 '개인이 숙박 영업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분양 대행업체 관계자 역시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에어비앤비 같은 개인 임대 영업을 하는 게 불법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영업 신고를 하지 않는 개별 숙박 영업은 불법입니다.

게다가 공중위생관리법상 30호실 이상 혹은 건물의 1/3이상 호실을 위탁해야 숙박영업을 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부산시 생활형 숙박시설 제도 개선 게획 부산시 생활형 숙박시설 제도 개선 게획

최근 5년 새 들어선 부산지역 생활형 숙박시설 30곳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곳이 이 생활형 숙박시설처럼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사실은 부산시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지시로 생활형 숙박시설 실태 조사를 한 결과 드러났는데요.

부산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생활형 숙박시설 건축허가 시 영업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영업신고를 하지 않으면 단속하기로 했습니다. 또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이행강제금을 물리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 단속 계획 세우고도 손 놓은 부산시…단속 실적 '0'

이렇게 단속 계획까지 나왔지만 계획 수립 이후 단속 건 수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부산의 생활형 숙박시설 허가 신고는 13개동, 3천 7백호실 규모로 전국에서 3번째로 많았는데요.

언론과 시민단체가 우후죽순 들어서는 생활형 숙박시설이 해안가 난개발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했고, 부산시 스스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손을 놓고 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단속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생활형 숙박시설에 사는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는 건지, 숙박을 하고 있는 손님인지 공무원이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직접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또 실제로 거주하고 있더라도 장기 숙박객이라고 주장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자체가 주민 민원이나 인력 부족 등을 핑계로 단속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거죠.


■ '단속 계획 나오자 팔았다?'…입주민들만 분통

그런데 부산시가 내부적으로 개선 계획을 세운 지난해 10월, 해운대구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매매 거래가 이뤄집니다.

거래 가격은 8억 원으로 당시 시세보다 2천5백만 원 가량 저렴했는데요. 당시 중개인은 "그 때는 고층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던 시기인데, 매도자가 급하게 개인 사정으로 손해를 보면서 내놓는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집을 산 매수인도 "서둘러 계약하려는 게 조금 의아했지만, 다른 데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길래 그런 줄만 알았다"고 했는데요.

알고보니 집을 판 건 부산시 건축주택국 소속 공무원이었습니다.

공무원이 거래한 부산 해운대구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공무원이 거래한 부산 해운대구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

부산시 건축주택국은 생활형 숙박시설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입니다. 입주민들은 지난달 국토부 규제책이 발표된 이후 거래가 아예 중단됐다며, 공무원이 부산시의 계획을 미리 알고 먼저 집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해당 공무원은 생활형 숙박시설에 세입자를 두고 실제로 거주하고 있지도 않았다는데요. 매수자는 "시청에 직접 알아봤더니 단속 계획을 세운 바로 그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팔았을 리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부산시 계획 수립 사실 몰랐다"…행동 강령 위반 여부 조사해야

입주민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해당 공무원은 "부산시 계획 수립 사실을 전혀 몰랐고, 개인 사정으로 집을 팔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규제가 있을 거라는 걸 입주민 단체 대화방에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이 해명도 거짓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해당 공무원으로부터 생활형 숙박시설을 사들인 입주민은 이미 해당 건물의 다른 층에 살고 있어 단체 대화방에 계속 참여하고 있었다며 "단체 대화방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으면 상식적으로 같은 집을 또 구입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부산시 공무원 행동강령 13조에는 '공무원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정보로 부동산 등과 관련된 재산상 거래 또는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 고 나와있습니다.

안일규 부산경남 미래정책 사무처장은 "부산시 계획이 나오던 시점에 해당 부서의 공무원이 생활형 숙박시설을 매도했다는 점은 공무원 행동 강령에 위반될 소지가 있기 떄문에 감사위원회가 면밀하게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시의회는 해당 공무원의 행동 강령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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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시 공무원 ‘집 급매’에 입주민이 분통 터뜨리는 이유는?
    • 입력 2021-02-17 08:00:35
    • 수정2021-02-17 21:10:15
    취재K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주거'를 금지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생활형 숙박시설이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돼 조망권 침해, 학교 과밀화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겁니다.

그런데 부산시는 이미 넉달 전 생활형 숙박시설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고 단속 계획까지 세웠는데도 여지껏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부산 생활형 숙박시설 절반 이상 "영업 미신고"

지난해 10월 부산에 들어선 19층 규모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에 가봤습니다.

'생활형 숙박시설'로 건축 허가를 받아 개별 분양을 하면서 '개인이 숙박 영업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분양 대행업체 관계자 역시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에어비앤비 같은 개인 임대 영업을 하는 게 불법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영업 신고를 하지 않는 개별 숙박 영업은 불법입니다.

게다가 공중위생관리법상 30호실 이상 혹은 건물의 1/3이상 호실을 위탁해야 숙박영업을 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부산시 생활형 숙박시설 제도 개선 게획
최근 5년 새 들어선 부산지역 생활형 숙박시설 30곳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곳이 이 생활형 숙박시설처럼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사실은 부산시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지시로 생활형 숙박시설 실태 조사를 한 결과 드러났는데요.

부산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생활형 숙박시설 건축허가 시 영업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영업신고를 하지 않으면 단속하기로 했습니다. 또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이행강제금을 물리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 단속 계획 세우고도 손 놓은 부산시…단속 실적 '0'

이렇게 단속 계획까지 나왔지만 계획 수립 이후 단속 건 수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부산의 생활형 숙박시설 허가 신고는 13개동, 3천 7백호실 규모로 전국에서 3번째로 많았는데요.

언론과 시민단체가 우후죽순 들어서는 생활형 숙박시설이 해안가 난개발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했고, 부산시 스스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손을 놓고 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단속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생활형 숙박시설에 사는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는 건지, 숙박을 하고 있는 손님인지 공무원이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직접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또 실제로 거주하고 있더라도 장기 숙박객이라고 주장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자체가 주민 민원이나 인력 부족 등을 핑계로 단속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거죠.


■ '단속 계획 나오자 팔았다?'…입주민들만 분통

그런데 부산시가 내부적으로 개선 계획을 세운 지난해 10월, 해운대구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매매 거래가 이뤄집니다.

거래 가격은 8억 원으로 당시 시세보다 2천5백만 원 가량 저렴했는데요. 당시 중개인은 "그 때는 고층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던 시기인데, 매도자가 급하게 개인 사정으로 손해를 보면서 내놓는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집을 산 매수인도 "서둘러 계약하려는 게 조금 의아했지만, 다른 데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길래 그런 줄만 알았다"고 했는데요.

알고보니 집을 판 건 부산시 건축주택국 소속 공무원이었습니다.

공무원이 거래한 부산 해운대구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
부산시 건축주택국은 생활형 숙박시설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입니다. 입주민들은 지난달 국토부 규제책이 발표된 이후 거래가 아예 중단됐다며, 공무원이 부산시의 계획을 미리 알고 먼저 집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해당 공무원은 생활형 숙박시설에 세입자를 두고 실제로 거주하고 있지도 않았다는데요. 매수자는 "시청에 직접 알아봤더니 단속 계획을 세운 바로 그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팔았을 리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부산시 계획 수립 사실 몰랐다"…행동 강령 위반 여부 조사해야

입주민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해당 공무원은 "부산시 계획 수립 사실을 전혀 몰랐고, 개인 사정으로 집을 팔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규제가 있을 거라는 걸 입주민 단체 대화방에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이 해명도 거짓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해당 공무원으로부터 생활형 숙박시설을 사들인 입주민은 이미 해당 건물의 다른 층에 살고 있어 단체 대화방에 계속 참여하고 있었다며 "단체 대화방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으면 상식적으로 같은 집을 또 구입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부산시 공무원 행동강령 13조에는 '공무원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정보로 부동산 등과 관련된 재산상 거래 또는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 고 나와있습니다.

안일규 부산경남 미래정책 사무처장은 "부산시 계획이 나오던 시점에 해당 부서의 공무원이 생활형 숙박시설을 매도했다는 점은 공무원 행동 강령에 위반될 소지가 있기 떄문에 감사위원회가 면밀하게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시의회는 해당 공무원의 행동 강령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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