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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가 조폭 시켜 기자 협박…“영화에서나 보던 권력형 범죄”
입력 2021.02.17 (16:21) 수정 2021.02.17 (21:09) 취재K

■ "죽일 수도 없고…애들 시켜서 손 좀 볼래?"

오영호 전 의령군수는 지난 2014년 6월 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같은 해 7월 1일 군수로 취임한 직후, 한 종합 일간지 기자 A 씨가 오 전 군수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습니다.

7월 7일과 11일, 17일 세 차례에 걸쳐서였습니다. 오 전 군수의 금품 살포 의혹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오 전 군수는 평소 알고 지내던 건설업자 등 지인 2명을 불러 A 씨의 기사 때문에 힘들다며 하소연했습니다. 지인들은 오 전 군수에게 '해결사'로 한 남성을 추천했습니다.

지인들의 연결로 이어진 만남은 그해 11월 이뤄졌습니다. 오 전 군수는 이 남성을 자신의 군수 사무실로 불렀습니다. "기자 때문에 죽겠다. 네가 만나서 해결을 볼 수 있겠느냐"라고 제안했습니다.

며칠 뒤 오 전 군수는 이 남성과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마음 같아서는 죽여버리고 싶은데, 죽이지는 못하고 네가 애들 시켜서 손을 좀 보든지 해라"라고 거듭 사주했습니다. 그러면서 현금 100만 원을 건넸습니다. 이 남성은 승낙했습니다.

■군수가 조폭 사주해 기자 협박

해결사로 나선 남성은 경남 의령 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조직폭력배였습니다. 살인미수와 폭력 전과도 있었습니다.

이 조폭은 기자에게 연락했지만 기자는 전화와 만남을 피했습니다. 자신에게 연락을 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왜 연락을 하는지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조폭이 과거 자신의 친한 후배를 폭행한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조폭은 결국 기자가 운영하는 찻집을 찾아갔습니다. 기자가 조폭의 협박에도 기사를 계속 쓰겠다고 답하자 저녁에 다시 보자며 돌아갔고, 저녁 만남을 피하자 전화로 욕설과 함께 "계속 그럴 거냐", "한번 두고 보자"는 등의 협박이 이어졌습니다.

 의령군 농산물 유통기업 ‘토요애’ 의령군 농산물 유통기업 ‘토요애’

■ 군수님의 보답…조폭에게 주어진 '수박 운송권'

의령군은 의령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유통을 담당하는 '토요애'라는 유통회사를 두고 있습니다. 의령군이 최대주주로 의령군수에게 경영 지도 권한이 있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 3월, 이 조폭은 오 전 군수에게 부탁합니다. 농민들로부터 수확한 수박을 전국으로 운송하는 '토요애'의 업무를 자신에게 위탁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 업무를 담당하는 유통회사가 있었지만, 오 전 군수는 토요애 대표에게 연락해 조폭에게 수박 운송권을 나눠주라고 압력을 넣었습니다.

토요애 담당자는 조폭이 차린 화물업체에 (친절하게도 먼저) 연락해 견적서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수박 유통권 계약은 업체들로부터 견적서를 제출받아 최저가를 낸 업체 한 곳을 선정하게 돼 있었지만, 그해 선정된 업체는 기존 업체와 조폭의 회사, 두 곳이었습니다.

기존 물량을 반반으로 나누게 됐다며 (친절하게도 먼저) 배달 건당 단가를 높여주기도 했습니다.


■법원 "영화에서나 보던 권력형 범죄"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오 전 군수에게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조폭을 시켜 자신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협박하도록 한 '협박교사' 혐의와 의령군이 최대주주인 유통회사에 압력을 가해 조폭에게 수박 유통권을 준 '직권 남용'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또, 자신의 재산 상태를 숨길 목적으로 타인의 계좌를 이용해 금융거래한 혐의와 무허가로 산지의 형질을 변경한 혐의도 적용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오 전 군수에 대해 "영화에서나 보던 권력형 비리의 모습으로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또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가 보이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 전 군수는 이미 '토요애'의 운영자금 6천만 원을 빼돌려 선거자금에 쓴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징역 9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돼 있습니다.
  • 군수가 조폭 시켜 기자 협박…“영화에서나 보던 권력형 범죄”
    • 입력 2021-02-17 16:21:41
    • 수정2021-02-17 21:09:57
    취재K

■ "죽일 수도 없고…애들 시켜서 손 좀 볼래?"

오영호 전 의령군수는 지난 2014년 6월 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같은 해 7월 1일 군수로 취임한 직후, 한 종합 일간지 기자 A 씨가 오 전 군수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습니다.

7월 7일과 11일, 17일 세 차례에 걸쳐서였습니다. 오 전 군수의 금품 살포 의혹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오 전 군수는 평소 알고 지내던 건설업자 등 지인 2명을 불러 A 씨의 기사 때문에 힘들다며 하소연했습니다. 지인들은 오 전 군수에게 '해결사'로 한 남성을 추천했습니다.

지인들의 연결로 이어진 만남은 그해 11월 이뤄졌습니다. 오 전 군수는 이 남성을 자신의 군수 사무실로 불렀습니다. "기자 때문에 죽겠다. 네가 만나서 해결을 볼 수 있겠느냐"라고 제안했습니다.

며칠 뒤 오 전 군수는 이 남성과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마음 같아서는 죽여버리고 싶은데, 죽이지는 못하고 네가 애들 시켜서 손을 좀 보든지 해라"라고 거듭 사주했습니다. 그러면서 현금 100만 원을 건넸습니다. 이 남성은 승낙했습니다.

■군수가 조폭 사주해 기자 협박

해결사로 나선 남성은 경남 의령 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조직폭력배였습니다. 살인미수와 폭력 전과도 있었습니다.

이 조폭은 기자에게 연락했지만 기자는 전화와 만남을 피했습니다. 자신에게 연락을 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왜 연락을 하는지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조폭이 과거 자신의 친한 후배를 폭행한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조폭은 결국 기자가 운영하는 찻집을 찾아갔습니다. 기자가 조폭의 협박에도 기사를 계속 쓰겠다고 답하자 저녁에 다시 보자며 돌아갔고, 저녁 만남을 피하자 전화로 욕설과 함께 "계속 그럴 거냐", "한번 두고 보자"는 등의 협박이 이어졌습니다.

 의령군 농산물 유통기업 ‘토요애’ 의령군 농산물 유통기업 ‘토요애’

■ 군수님의 보답…조폭에게 주어진 '수박 운송권'

의령군은 의령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유통을 담당하는 '토요애'라는 유통회사를 두고 있습니다. 의령군이 최대주주로 의령군수에게 경영 지도 권한이 있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 3월, 이 조폭은 오 전 군수에게 부탁합니다. 농민들로부터 수확한 수박을 전국으로 운송하는 '토요애'의 업무를 자신에게 위탁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 업무를 담당하는 유통회사가 있었지만, 오 전 군수는 토요애 대표에게 연락해 조폭에게 수박 운송권을 나눠주라고 압력을 넣었습니다.

토요애 담당자는 조폭이 차린 화물업체에 (친절하게도 먼저) 연락해 견적서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수박 유통권 계약은 업체들로부터 견적서를 제출받아 최저가를 낸 업체 한 곳을 선정하게 돼 있었지만, 그해 선정된 업체는 기존 업체와 조폭의 회사, 두 곳이었습니다.

기존 물량을 반반으로 나누게 됐다며 (친절하게도 먼저) 배달 건당 단가를 높여주기도 했습니다.


■법원 "영화에서나 보던 권력형 범죄"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오 전 군수에게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조폭을 시켜 자신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협박하도록 한 '협박교사' 혐의와 의령군이 최대주주인 유통회사에 압력을 가해 조폭에게 수박 유통권을 준 '직권 남용'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또, 자신의 재산 상태를 숨길 목적으로 타인의 계좌를 이용해 금융거래한 혐의와 무허가로 산지의 형질을 변경한 혐의도 적용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오 전 군수에 대해 "영화에서나 보던 권력형 비리의 모습으로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또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가 보이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 전 군수는 이미 '토요애'의 운영자금 6천만 원을 빼돌려 선거자금에 쓴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징역 9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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