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에게 모성애 안 느껴진다고 말해”…재판에서 나온 증언들

입력 2021.02.17 (18:11) 수정 2021.02.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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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이 묘소에 놓인 정인이 사진 정인이 묘소에 놓인 정인이 사진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숨진 정인이. 오늘(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에서는 정인이가 겪었던 피해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습니다.

■어린이집 원장 "등원 안 한 2개월 만에 가죽만 남아"

어린이집 원장 A 씨는오늘(17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3월부터 등원한 정인이는 쾌활하고 예쁘고 밝았고 나이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반복적으로 정인이의 얼굴과 귀, 목, 팔 등에서 상처가 발견됐다"라며 "어머니에게 물으면 대부분 '아이가 부딪히고 떨어져서 난 상처'라고 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A 씨는 "정인이가 계속 다친 상태로 와 항상 (학대를) 의심하다 5월 25일에는 전과 달리 다리에 멍이 있고 배에도 상처가 있어 학대 신고를 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입양 후 몸 곳곳에 멍이 든 정인이 모습 입양 후 몸 곳곳에 멍이 든 정인이 모습

지난해 7월부터 가정에서 지내다 약 2개월 만에 어린이집에 등원한 정인이의 건강 상태는 눈에 띄게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A 씨는 "지난해 9월 재등원한 정인이는 많이 야위어 있어 안았을 때 너무 가벼웠다"라며 "살이 있던 부분이 사라지고 가죽만 남은 상태였다"라고 기억했습니다.

A 씨는 "정인이를 세우니 다리와 허벅지 부분이 바들바들 떨렸다"라며 "이 아이가 오늘 어린이집에서 안전하게 지내다 하원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린이집 측은 이날 정인이를 인근의 한 소아과로 데려갔고, 진료를 맡은 의사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습니다.

A 씨는 "이날 이후 아이가 분리조치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라며 "다음날 양부모가 어린이집에 찾아와 다음부터는 병원에 가기 전 먼저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후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을 나왔던 정인이는 다시 등원하지 않고 가정에서 지내다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 다시 어린이집에 왔습니다.

A 씨는 그날 정인이 상태에 대해 "등원할 때부터 아이가 힘이 없었고 스스로 움직여 이동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라고 말했습니다.

A 씨는 "그날 정인이는 다 포기한 모습으로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먹지 않았다"라며 "마른 상태에서 배만 나와 있었고 머리에는 빨간 멍 자국도 있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17일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앞에 모여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 17일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앞에 모여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

■어린이집 교사 "장 씨 '정인이에게 모성애 안 느껴진다'고 말해"

양모 장 모 씨가 입양한 정인이에 대해서는 모성애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도 공개됐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정인이를 담당한 교사 B 씨는 "어린이집 적응 기간에 장 씨가 저한테 '정인이는 제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 그런지 모성애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라고 전했습니다.

B 씨는 "정인이는 장 모 씨에게 많이 의지했지만 장 씨는 아이가 울면 안아주거나 다독여주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라며 "첫째와 비교해서도 정인이에 대한 관심이 적고 세밀하게 살피지 않는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라고 증언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등 건강이 악화한 채 다시 어린이집에 온 정인이에 대해 담당 교사는 "무엇을 하려는 의지 없이 숨만 쉬고 있는 아이 같았다"라고 기억했습니다.

B 씨는 "보통 배가 볼록한 아이들은 아랫배에 가스가 차는데 정인이는 윗배부터 단단하게 불러 있었다"라며 "양부모의 의사를 무시하고 그날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다"라고 흐느끼기도 했습니다.

 17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정인이 사진과 양부모 엄벌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17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정인이 사진과 양부모 엄벌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홀트 담당자 "일주일째 못 먹어도 병원 데려가지 않아"

정인이가 숨지기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장 씨가 격앙된 상태로 전화를 걸어온 일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정인이의 입양 전후를 담당한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C 씨는 "항상 밝게 통화했던 장 씨가 그 날은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라며 "'일주일째 아이가 먹지 않고 있다.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C 씨는 "보통의 경우 아이가 한 끼만 못 먹어도 부모는 병원에 데리고 가는데, 일주일째 먹지 못했지만 병원 진료를 보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라며 "장 씨는 병원에 가기를 꺼리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습니다.

홀트 측은 정인이 상황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장 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후 장 씨와 연락이 잘되지 않았고, 남편을 통해 지난해 10월 15일 가정 방문 일정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정인이는 홀트 측의 가정 방문을 이틀 앞둔 10월 13일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와 끝내 숨졌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 등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검찰은 정인이 사건 첫 공판에서 부검 재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양모 장 모 씨에게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습니다.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3차 공판은 다음 달 3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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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이에게 모성애 안 느껴진다고 말해”…재판에서 나온 증언들
    • 입력 2021-02-17 18:11:26
    • 수정2021-02-17 21:09:56
    취재K
 정인이 묘소에 놓인 정인이 사진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숨진 정인이. 오늘(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에서는 정인이가 겪었던 피해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습니다.

■어린이집 원장 "등원 안 한 2개월 만에 가죽만 남아"

어린이집 원장 A 씨는오늘(17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3월부터 등원한 정인이는 쾌활하고 예쁘고 밝았고 나이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반복적으로 정인이의 얼굴과 귀, 목, 팔 등에서 상처가 발견됐다"라며 "어머니에게 물으면 대부분 '아이가 부딪히고 떨어져서 난 상처'라고 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A 씨는 "정인이가 계속 다친 상태로 와 항상 (학대를) 의심하다 5월 25일에는 전과 달리 다리에 멍이 있고 배에도 상처가 있어 학대 신고를 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입양 후 몸 곳곳에 멍이 든 정인이 모습
지난해 7월부터 가정에서 지내다 약 2개월 만에 어린이집에 등원한 정인이의 건강 상태는 눈에 띄게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A 씨는 "지난해 9월 재등원한 정인이는 많이 야위어 있어 안았을 때 너무 가벼웠다"라며 "살이 있던 부분이 사라지고 가죽만 남은 상태였다"라고 기억했습니다.

A 씨는 "정인이를 세우니 다리와 허벅지 부분이 바들바들 떨렸다"라며 "이 아이가 오늘 어린이집에서 안전하게 지내다 하원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린이집 측은 이날 정인이를 인근의 한 소아과로 데려갔고, 진료를 맡은 의사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습니다.

A 씨는 "이날 이후 아이가 분리조치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라며 "다음날 양부모가 어린이집에 찾아와 다음부터는 병원에 가기 전 먼저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후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을 나왔던 정인이는 다시 등원하지 않고 가정에서 지내다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 다시 어린이집에 왔습니다.

A 씨는 그날 정인이 상태에 대해 "등원할 때부터 아이가 힘이 없었고 스스로 움직여 이동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라고 말했습니다.

A 씨는 "그날 정인이는 다 포기한 모습으로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먹지 않았다"라며 "마른 상태에서 배만 나와 있었고 머리에는 빨간 멍 자국도 있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17일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앞에 모여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
■어린이집 교사 "장 씨 '정인이에게 모성애 안 느껴진다'고 말해"

양모 장 모 씨가 입양한 정인이에 대해서는 모성애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도 공개됐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정인이를 담당한 교사 B 씨는 "어린이집 적응 기간에 장 씨가 저한테 '정인이는 제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 그런지 모성애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라고 전했습니다.

B 씨는 "정인이는 장 모 씨에게 많이 의지했지만 장 씨는 아이가 울면 안아주거나 다독여주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라며 "첫째와 비교해서도 정인이에 대한 관심이 적고 세밀하게 살피지 않는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라고 증언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등 건강이 악화한 채 다시 어린이집에 온 정인이에 대해 담당 교사는 "무엇을 하려는 의지 없이 숨만 쉬고 있는 아이 같았다"라고 기억했습니다.

B 씨는 "보통 배가 볼록한 아이들은 아랫배에 가스가 차는데 정인이는 윗배부터 단단하게 불러 있었다"라며 "양부모의 의사를 무시하고 그날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다"라고 흐느끼기도 했습니다.

 17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정인이 사진과 양부모 엄벌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홀트 담당자 "일주일째 못 먹어도 병원 데려가지 않아"

정인이가 숨지기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장 씨가 격앙된 상태로 전화를 걸어온 일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정인이의 입양 전후를 담당한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C 씨는 "항상 밝게 통화했던 장 씨가 그 날은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라며 "'일주일째 아이가 먹지 않고 있다.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C 씨는 "보통의 경우 아이가 한 끼만 못 먹어도 부모는 병원에 데리고 가는데, 일주일째 먹지 못했지만 병원 진료를 보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라며 "장 씨는 병원에 가기를 꺼리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습니다.

홀트 측은 정인이 상황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장 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후 장 씨와 연락이 잘되지 않았고, 남편을 통해 지난해 10월 15일 가정 방문 일정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정인이는 홀트 측의 가정 방문을 이틀 앞둔 10월 13일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와 끝내 숨졌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 등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검찰은 정인이 사건 첫 공판에서 부검 재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양모 장 모 씨에게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습니다.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3차 공판은 다음 달 3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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