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윤동주 국적이 궁금하면 <별 헤는 밤>을 읽어보라

입력 2021.02.17 (19:30) 수정 2021.02.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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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시 <별 헤는 밤>이 실린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시인의 시 <별 헤는 밤>이 실린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 윤동주 <별 헤는 밤> 중에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 <별 헤는 밤> 의 일부입니다. 우리 말의 서정성, 아름다움과 함께 또 한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少女)들의 이름'이란 대목에서 중국 한족을 이국인, 다시 말해 다른 나라 사람으로 인식했다는 측면입니다.

■ 중국 포털 표기로 불거진 윤동주 국적 논란...환구시보 "전문가 고증 필요"

갑자기 무슨 말이냐 싶으시겠지만 최근 다시 한번 불거진 윤동주 시인의 소위 국적 논란 때문
입니다.

중국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에 윤동주 시인이 중국 국적의 조선족으로 기재돼 문제라는 지적은 그간 여러차례 제기돼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바이두에 항의한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한번 논란이 됐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국적을 중국으로 표기한 중국 포털 ‘바이두’윤동주 시인의 국적을 중국으로 표기한 중국 포털 ‘바이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도 17일 이같은 서 교수의 항의 사실을 전했습니다.

중국 국적법과 역사적 상황에 따라 윤동주 시인같은 역사 인물의 국적을 인정하는 일은 어렵다며 한중 양국 전문가들이 고증해야할 사항이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서 교수에 대해서는 논란을 과장해 민족감정을 부추긴다고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윤동주처럼 다국적 배경을 지닌 역사적 인물은 국가간 교류 증진을 위한 기념 대상이 돼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윤동주 시인은 비록 만주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그가 살았던 용정 명동촌은 독립운동 인재들의 산실이자 조국 광복을 위한 임시 정착지였을 뿐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함경북도 회령이 본적으로 한국말로 시를 쓴 우리의 민족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며, 앞서 <별 헤는 밤>에서 본대로 스스로도 중국인을 타자화했다는 사실 등 열거해 반박할 내용은 수없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 문익환 목사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친구였고 동생 윤일주 선생도 해방 뒤 성균관대 교수를 지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생존하기만 했다면 바로 우리 곁에서 활동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큽니다.

중국이 이른바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역사 왜곡 작업을 해온 사실도 중국 포털의 내용과 대응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베이징 특파원들은 이 같은 역사 문제가 제기되면 매우 예민하게 사안을 주목합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중국측과 소통하고 있고 역사적 사실과 정서를 감안해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한한령 속 계속되는 역사-문화 갈등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사안의 민감성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측면에서는 비교적 조심스럽게 접근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김치의 ISO(국제표준화기구) 인가를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이나 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 과정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일부 누리꾼이 주도한 논란을 환구시보 등 공세적 매체가 퍼나르듯 보도하면서 양국 국민 사이 감정 악화로 번졌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BTS 발언과 관련해서는 발언 내용에 잘못이 없음에도 삼성, 현대차 등의 중국 법인들은 서둘러 중국 홈페이지 등에서 BTS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을 정도로 파장이 컸습니다. 이른바 '한한령'이 완전히 풀리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타격이 있을까 하는 기업들의 우려를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당시 중국측도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이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하며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우리 역사나 문화의 사실 관계가 잘못 알려지는데 대해서는 당연히 당당히 알리고 맞서야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악용당할 소지는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 〈서시〉를 읽는 인도네시아인 페비 엘피다. [사진 출처 : KBS 다큐멘터리 ‘바람, 별 그리고 윤동주’]윤동주 시인의 시 〈서시〉를 읽는 인도네시아인 페비 엘피다. [사진 출처 : KBS 다큐멘터리 ‘바람, 별 그리고 윤동주’]

끝으로 윤동주 시인을 한국도 중국도 아닌 제 3자는 어떻게 보는지 알고 싶다면 지난 연말 KBS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바람, 별 그리고 윤동주'를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12개 나라 외국인들이 한국말로 윤동주의 시를 가슴으로 읽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환구시보의 주장이 얼마나 덧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KBS 홈페이지 또는 유튜브에 다큐멘터리 제목을 입력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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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윤동주 국적이 궁금하면 <별 헤는 밤>을 읽어보라
    • 입력 2021-02-17 19:30:18
    • 수정2021-02-17 21:09:54
    특파원 리포트
윤동주 시인의 시 <별 헤는 밤>이 실린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 윤동주 <별 헤는 밤> 중에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 <별 헤는 밤> 의 일부입니다. 우리 말의 서정성, 아름다움과 함께 또 한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少女)들의 이름'이란 대목에서 중국 한족을 이국인, 다시 말해 다른 나라 사람으로 인식했다는 측면입니다.

■ 중국 포털 표기로 불거진 윤동주 국적 논란...환구시보 "전문가 고증 필요"

갑자기 무슨 말이냐 싶으시겠지만 최근 다시 한번 불거진 윤동주 시인의 소위 국적 논란 때문
입니다.

중국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에 윤동주 시인이 중국 국적의 조선족으로 기재돼 문제라는 지적은 그간 여러차례 제기돼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바이두에 항의한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한번 논란이 됐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국적을 중국으로 표기한 중국 포털 ‘바이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도 17일 이같은 서 교수의 항의 사실을 전했습니다.

중국 국적법과 역사적 상황에 따라 윤동주 시인같은 역사 인물의 국적을 인정하는 일은 어렵다며 한중 양국 전문가들이 고증해야할 사항이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서 교수에 대해서는 논란을 과장해 민족감정을 부추긴다고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윤동주처럼 다국적 배경을 지닌 역사적 인물은 국가간 교류 증진을 위한 기념 대상이 돼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윤동주 시인은 비록 만주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그가 살았던 용정 명동촌은 독립운동 인재들의 산실이자 조국 광복을 위한 임시 정착지였을 뿐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함경북도 회령이 본적으로 한국말로 시를 쓴 우리의 민족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며, 앞서 <별 헤는 밤>에서 본대로 스스로도 중국인을 타자화했다는 사실 등 열거해 반박할 내용은 수없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 문익환 목사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친구였고 동생 윤일주 선생도 해방 뒤 성균관대 교수를 지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생존하기만 했다면 바로 우리 곁에서 활동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큽니다.

중국이 이른바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역사 왜곡 작업을 해온 사실도 중국 포털의 내용과 대응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베이징 특파원들은 이 같은 역사 문제가 제기되면 매우 예민하게 사안을 주목합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중국측과 소통하고 있고 역사적 사실과 정서를 감안해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한한령 속 계속되는 역사-문화 갈등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사안의 민감성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측면에서는 비교적 조심스럽게 접근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김치의 ISO(국제표준화기구) 인가를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이나 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 과정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일부 누리꾼이 주도한 논란을 환구시보 등 공세적 매체가 퍼나르듯 보도하면서 양국 국민 사이 감정 악화로 번졌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BTS 발언과 관련해서는 발언 내용에 잘못이 없음에도 삼성, 현대차 등의 중국 법인들은 서둘러 중국 홈페이지 등에서 BTS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을 정도로 파장이 컸습니다. 이른바 '한한령'이 완전히 풀리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타격이 있을까 하는 기업들의 우려를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당시 중국측도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이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하며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우리 역사나 문화의 사실 관계가 잘못 알려지는데 대해서는 당연히 당당히 알리고 맞서야 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악용당할 소지는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 〈서시〉를 읽는 인도네시아인 페비 엘피다. [사진 출처 : KBS 다큐멘터리 ‘바람, 별 그리고 윤동주’]
끝으로 윤동주 시인을 한국도 중국도 아닌 제 3자는 어떻게 보는지 알고 싶다면 지난 연말 KBS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바람, 별 그리고 윤동주'를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12개 나라 외국인들이 한국말로 윤동주의 시를 가슴으로 읽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환구시보의 주장이 얼마나 덧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KBS 홈페이지 또는 유튜브에 다큐멘터리 제목을 입력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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