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안 사고 술·담배는 늘고…코로나19가 바꾼 소비

입력 2021.02.19 (07:00) 수정 2021.02.1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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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람들의 지갑은 굳게 닫혔다. 자영업자는 손님이 끊겼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으면서 자연스럽게 소비를 줄인 탓이다.

통계청의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3분기에는 1.4%, 4분기에는 0.1% 줄었다. 그러나 모든 소비가 다 줄어든 건 아니다. 먹구름이 낀 곳이 있는가 하면 특수를 노린 곳도 있다.

■옷 사는 대신 술·담배 찾았다

지난해 4분기 가계는 의류·신발을 사는 데 월평균 17만 8천 원을 썼다. 1년 전보다 9.2% 줄었다. 이 부분 소비는 3분기에도 13.6% 감소했다.

사람들이 의류와 신발을 사지 않은 건 거리 두기와 연관이 깊다. 재택근무가 늘고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새 옷과 새 신발을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사람 간 접촉이 줄어든 상황은 의류·신발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줬다. 오락·문화 관련 소비는 1년 전보다 18.7% 줄었고, 음식·숙박 관련 소비는 11.3% 감소했다.


대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콕' 관련 소비는 늘었다. 식료품·비주류 음료 소비는 1년 전보다 16.9% 증가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소비도 15.6% 증가했다.

소비 증가 항목 중에서 눈에 띄는 건 술·담배 소비가 늘었다는 점이다. 주류·담배 소비는 1년 전보다 12.5% 증가했다. 3분기에도 10.7% 늘어난 바 있다.

술·담배는 경제가 좋지 않은 때 소비가 늘어나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불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람들이 술·담배를 찾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염병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까지 있는 상황이다.


■저소득층은 휴대전화 사고, 고소득층은 자동차 샀다

소비의 증감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흐름을 보이지만, 소득 수준별로 증감이 다르게 나타나는 항목도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교통과 통신, 오락·문화에서 소득 수준별 소비 차이가 드러났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지출이 1년 전보다 6.8% 줄어든 통신 분야 소비는 1분위에서만 5.9% 늘었다. 2분위는 5.8%, 3분위는 5%가 줄었고, 4·5분위는 각각 10.8%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1분위의 통신 소비 증가가 눈에 띈다.

1분위의 통신 소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신 장비 소비가 45.5%나 늘었다. 휴대전화를 많이 샀다는 얘기다. 통계청 관계자는 "휴대전화 구매는 보통 할부로 하지만 통계를 잡을 때는 할부원금이 한꺼번에 잡힌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서는 저소득층인 1분위가 지난해 4분기에 왜 휴대전화를 많이 샀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추측해 볼 수 있는 단서는 있다. 1분위의 오락·문화 소비 증가다.

오락·문화는 전체 가구 소비가 18.7%나 줄어든 항목이다. 그러나 소득수준별로 봤을 때 1분위는 유일하게 6.2%나 늘었다.

어디에서 늘었나 보면 문화서비스에서 17.2%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문화서비스에서는 콘텐츠 이용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서 영화나 드라마 등을 유료로 내려받아서 본 게 문화서비스 소비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고령 1인 가구가 많은 분위도 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을 보기 위해 낡은 휴대전화를 새 기종으로 바꾸면서 통신 장비 소비 증가로 나타났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저소득층이 휴대전화를 살 때, 고소득층은 자동차를 샀다. 교통 관련 소비는 전체 가구에서 2.6% 늘었지만, 4분위는 26.3%나 증가했다.

4분위의 자동차 구매는 1년 전보다 100.1%, 2배 늘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가 끝날 예정이었던 연말이 다가오면서 자가용 구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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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은 안 사고 술·담배는 늘고…코로나19가 바꾼 소비
    • 입력 2021-02-19 07:00:49
    • 수정2021-02-19 22:10:38
    취재K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지갑은 굳게 닫혔다. 자영업자는 손님이 끊겼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으면서 자연스럽게 소비를 줄인 탓이다.

통계청의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3분기에는 1.4%, 4분기에는 0.1% 줄었다. 그러나 모든 소비가 다 줄어든 건 아니다. 먹구름이 낀 곳이 있는가 하면 특수를 노린 곳도 있다.

■옷 사는 대신 술·담배 찾았다

지난해 4분기 가계는 의류·신발을 사는 데 월평균 17만 8천 원을 썼다. 1년 전보다 9.2% 줄었다. 이 부분 소비는 3분기에도 13.6% 감소했다.

사람들이 의류와 신발을 사지 않은 건 거리 두기와 연관이 깊다. 재택근무가 늘고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새 옷과 새 신발을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사람 간 접촉이 줄어든 상황은 의류·신발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줬다. 오락·문화 관련 소비는 1년 전보다 18.7% 줄었고, 음식·숙박 관련 소비는 11.3% 감소했다.


대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콕' 관련 소비는 늘었다. 식료품·비주류 음료 소비는 1년 전보다 16.9% 증가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소비도 15.6% 증가했다.

소비 증가 항목 중에서 눈에 띄는 건 술·담배 소비가 늘었다는 점이다. 주류·담배 소비는 1년 전보다 12.5% 증가했다. 3분기에도 10.7% 늘어난 바 있다.

술·담배는 경제가 좋지 않은 때 소비가 늘어나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불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람들이 술·담배를 찾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염병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까지 있는 상황이다.


■저소득층은 휴대전화 사고, 고소득층은 자동차 샀다

소비의 증감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흐름을 보이지만, 소득 수준별로 증감이 다르게 나타나는 항목도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교통과 통신, 오락·문화에서 소득 수준별 소비 차이가 드러났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지출이 1년 전보다 6.8% 줄어든 통신 분야 소비는 1분위에서만 5.9% 늘었다. 2분위는 5.8%, 3분위는 5%가 줄었고, 4·5분위는 각각 10.8%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1분위의 통신 소비 증가가 눈에 띈다.

1분위의 통신 소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신 장비 소비가 45.5%나 늘었다. 휴대전화를 많이 샀다는 얘기다. 통계청 관계자는 "휴대전화 구매는 보통 할부로 하지만 통계를 잡을 때는 할부원금이 한꺼번에 잡힌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서는 저소득층인 1분위가 지난해 4분기에 왜 휴대전화를 많이 샀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추측해 볼 수 있는 단서는 있다. 1분위의 오락·문화 소비 증가다.

오락·문화는 전체 가구 소비가 18.7%나 줄어든 항목이다. 그러나 소득수준별로 봤을 때 1분위는 유일하게 6.2%나 늘었다.

어디에서 늘었나 보면 문화서비스에서 17.2%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문화서비스에서는 콘텐츠 이용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서 영화나 드라마 등을 유료로 내려받아서 본 게 문화서비스 소비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고령 1인 가구가 많은 분위도 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을 보기 위해 낡은 휴대전화를 새 기종으로 바꾸면서 통신 장비 소비 증가로 나타났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저소득층이 휴대전화를 살 때, 고소득층은 자동차를 샀다. 교통 관련 소비는 전체 가구에서 2.6% 늘었지만, 4분위는 26.3%나 증가했다.

4분위의 자동차 구매는 1년 전보다 100.1%, 2배 늘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가 끝날 예정이었던 연말이 다가오면서 자가용 구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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