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쓰레기 치우는 데 “세금 1,261억 원”

입력 2021.02.19 (10:00) 수정 2021.02.19 (22: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산더미… 폐기물 방치 업주 구속

충북 진천군 문백면 우경마을 이장인 이동수 씨는 굳게 잠겨있던 폐기물 재활용 업장의 문이 열린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진천군 공무원과 동행한 KBS 취재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에 덮인 채 부지를 가득 채운 폐기물 산더미의 일부는 성인 키의 무려 3배를 훌쩍 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인 줄은 몰랐던 이 씨와 주민들은, 2019년 4월 초 폐기물을 가득 실은 대형 화물차들이 업장을 수시로 드나들었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마을에 폐기물이 잔뜩 들어와 침출수 유출과 토양 오염, 미세먼지 날림을 걱정했던 주민들은 자치단체에 수차례 민원도 넣었습니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 사양리 이장(이동수 씨)이 취재진에게 침출수 유출·미세 먼지 등의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 사양리 이장(이동수 씨)이 취재진에게 침출수 유출·미세 먼지 등의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진천군은 이 업체의 10,200여 ㎡ 부지에 방치된 불법 폐기물(폐합성수지류)의 양을 '3만 톤'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약 70억 원(국비 약 50억+군비 약 20억)의 세금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추후 업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지만, 업주의 재산을 파악한 진천군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진천군에 따르면, 업주는 수차례 영업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도 폐기물 조치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충북 충주의 한 창고에도 쓰레기를 불법 투기해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진천군 공무원은 이 업주가 2018년 10월 업체를 인수한 뒤 15일~20일 사이에. 폐기물을 허가량의 19배 이상 반입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6월 , 행정 처분을 받고 폐기물 중간재활용업의 허가가 취소된 업장은 경매에 넘겨졌습니다.

환경부는최근 2년에 걸쳐 전국 사유지와 공공지에 방치·투기된 불법 폐기물을 전수 조사했다. 환경부는최근 2년에 걸쳐 전국 사유지와 공공지에 방치·투기된 불법 폐기물을 전수 조사했다.

■ "폐기물 처리에 세금 1,261억 원"

이 곳에서 차로 꼬박 1시간 거리에 있는 충북 제천시 봉양읍의 한 공장 창고에도 1년 넘게 '산업 폐기물'이 방치돼 있습니다. 불법 투기된 1,700톤 분량의 폐기물입니다.

2019년 12월, 폐기물 재활용업으로 허가를 받은 사업장을 인수한 업주가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폐기물만 잔뜩 보관해 온 겁니다.

제천시 특별사법경찰관은 지난해 2월, 해당 업주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재활용업 허가도 취소됐습니다.

제천시는 명의가 바뀐 새로운 공장 부지의 소유주에게 폐기물을 치우라고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곳 역시, 소유주가 처리하지 않으면 모두 세금으로 치워야 합니다.

이처럼 파산 등의 이유로 사유지인 재활용 업장이나 공공지에 방치된, 또는 의도적으로 투기된 불법 폐기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환경부는 2019년과 지난해, 전국 불법 폐기물 실태를 전수 조사했습니다. 무려 160여만 톤이나 됐습니다. 환경부는 국비와 지방비 1,200억여 원을 들여 130여만 톤을 처리했습니다. 올해는 불법 폐기물 27만여 톤을 치우는 데 64억 원을 투입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방방곡곡, 은밀한 곳에 몰래 버려진 불법 투기물이 얼마나 많을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금을 더 들여서 치워야 하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 불법 폐기물과의 전쟁… "적극 수사도 필요"

점점 교묘해지고 대범해지는 불법 폐기물 투기에 환경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관련 처벌을 강화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를 맡긴 사업주는 중간재활용 등의 업체가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확인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폐기물 처리업자가 허용 보관 양의 2배 이상을 반입하면, 행정 당국이 '반입 정지'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위반하면 불법 폐기물 처리 업주와 토지 소유주, 수집·운반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책임 범위'도 확대했습니다. 불법 폐기물로 이득을 본 위반 업주에게는 부당 이득 3배 이하의 징벌적 과징금도 부과됩니다. 폐기물 처리 과정을 입력하는 '올바로(All baro)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도 받게 됩니다.

문제원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불법 폐기물 처리 행정 대집행에 앞서, 위반 행위자의 재산을 조회해 가압류할 수 있게 됐다"면서 "처리비로 투입한 세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 불법 투기가 의심되는 업체의 목록을 만들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강화된 폐기물관리법의 효과는 지켜볼 일입니다. 불법 투기 등 폐기물관리법 위반을 일삼는 범죄 행위는 조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극적인 수사로 범죄 이익의 연결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불법 투기는 반복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코로나19 속, 배달 문화 확산 등으로 급격히 늘고 있는 생활 폐기물에 무분별한 개발과 건축, 공장 가동 등으로 쏟아지는 각종 공업·산업용 폐기물까지, 처리 한계치를 넘어선 쓰레기가 늘면 늘수록, 수익을 노린 투기 범죄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관기사]
① 산처럼 쌓인 불법 폐기물…결국 세금으로 처리 [2021.02.17/ KBS 뉴스광장]
② 불법 폐기물 처리에 수천 억…“적극 수사 필요” [2021.02.18/ KBS 뉴스7]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쓰레기 치우는 데 “세금 1,261억 원”
    • 입력 2021-02-19 10:00:38
    • 수정2021-02-19 22:10:36
    취재후·사건후


■ 눈 깜짝할 사이에 산더미… 폐기물 방치 업주 구속

충북 진천군 문백면 우경마을 이장인 이동수 씨는 굳게 잠겨있던 폐기물 재활용 업장의 문이 열린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진천군 공무원과 동행한 KBS 취재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에 덮인 채 부지를 가득 채운 폐기물 산더미의 일부는 성인 키의 무려 3배를 훌쩍 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인 줄은 몰랐던 이 씨와 주민들은, 2019년 4월 초 폐기물을 가득 실은 대형 화물차들이 업장을 수시로 드나들었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마을에 폐기물이 잔뜩 들어와 침출수 유출과 토양 오염, 미세먼지 날림을 걱정했던 주민들은 자치단체에 수차례 민원도 넣었습니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 사양리 이장(이동수 씨)이 취재진에게 침출수 유출·미세 먼지 등의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진천군은 이 업체의 10,200여 ㎡ 부지에 방치된 불법 폐기물(폐합성수지류)의 양을 '3만 톤'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약 70억 원(국비 약 50억+군비 약 20억)의 세금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추후 업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지만, 업주의 재산을 파악한 진천군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진천군에 따르면, 업주는 수차례 영업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도 폐기물 조치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충북 충주의 한 창고에도 쓰레기를 불법 투기해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진천군 공무원은 이 업주가 2018년 10월 업체를 인수한 뒤 15일~20일 사이에. 폐기물을 허가량의 19배 이상 반입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6월 , 행정 처분을 받고 폐기물 중간재활용업의 허가가 취소된 업장은 경매에 넘겨졌습니다.

환경부는최근 2년에 걸쳐 전국 사유지와 공공지에 방치·투기된 불법 폐기물을 전수 조사했다.
■ "폐기물 처리에 세금 1,261억 원"

이 곳에서 차로 꼬박 1시간 거리에 있는 충북 제천시 봉양읍의 한 공장 창고에도 1년 넘게 '산업 폐기물'이 방치돼 있습니다. 불법 투기된 1,700톤 분량의 폐기물입니다.

2019년 12월, 폐기물 재활용업으로 허가를 받은 사업장을 인수한 업주가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폐기물만 잔뜩 보관해 온 겁니다.

제천시 특별사법경찰관은 지난해 2월, 해당 업주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재활용업 허가도 취소됐습니다.

제천시는 명의가 바뀐 새로운 공장 부지의 소유주에게 폐기물을 치우라고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곳 역시, 소유주가 처리하지 않으면 모두 세금으로 치워야 합니다.

이처럼 파산 등의 이유로 사유지인 재활용 업장이나 공공지에 방치된, 또는 의도적으로 투기된 불법 폐기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환경부는 2019년과 지난해, 전국 불법 폐기물 실태를 전수 조사했습니다. 무려 160여만 톤이나 됐습니다. 환경부는 국비와 지방비 1,200억여 원을 들여 130여만 톤을 처리했습니다. 올해는 불법 폐기물 27만여 톤을 치우는 데 64억 원을 투입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방방곡곡, 은밀한 곳에 몰래 버려진 불법 투기물이 얼마나 많을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금을 더 들여서 치워야 하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 불법 폐기물과의 전쟁… "적극 수사도 필요"

점점 교묘해지고 대범해지는 불법 폐기물 투기에 환경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관련 처벌을 강화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를 맡긴 사업주는 중간재활용 등의 업체가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확인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폐기물 처리업자가 허용 보관 양의 2배 이상을 반입하면, 행정 당국이 '반입 정지'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위반하면 불법 폐기물 처리 업주와 토지 소유주, 수집·운반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책임 범위'도 확대했습니다. 불법 폐기물로 이득을 본 위반 업주에게는 부당 이득 3배 이하의 징벌적 과징금도 부과됩니다. 폐기물 처리 과정을 입력하는 '올바로(All baro)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도 받게 됩니다.

문제원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불법 폐기물 처리 행정 대집행에 앞서, 위반 행위자의 재산을 조회해 가압류할 수 있게 됐다"면서 "처리비로 투입한 세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 불법 투기가 의심되는 업체의 목록을 만들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강화된 폐기물관리법의 효과는 지켜볼 일입니다. 불법 투기 등 폐기물관리법 위반을 일삼는 범죄 행위는 조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극적인 수사로 범죄 이익의 연결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불법 투기는 반복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코로나19 속, 배달 문화 확산 등으로 급격히 늘고 있는 생활 폐기물에 무분별한 개발과 건축, 공장 가동 등으로 쏟아지는 각종 공업·산업용 폐기물까지, 처리 한계치를 넘어선 쓰레기가 늘면 늘수록, 수익을 노린 투기 범죄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관기사]
① 산처럼 쌓인 불법 폐기물…결국 세금으로 처리 [2021.02.17/ KBS 뉴스광장]
② 불법 폐기물 처리에 수천 억…“적극 수사 필요” [2021.02.18/ KBS 뉴스7]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