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정책 다 뒤집는다지만, 이것만은

입력 2021.02.19 (17:55) 수정 2021.02.1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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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외교장관들이 현지시각 18일,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첫 회의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네 나라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공조를 다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 기조를 대거 부정한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만큼은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새 행정부 들어 열린 첫 회의입니다.


왼쪽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오른쪽 :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왼쪽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오른쪽 :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 쿼드 Quad 가 뭐죠?

쿼드는 영어 단어 Qua drilateral (4각형)에서 따온 명칭입니다. 4개국,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여기에 인도, 호주 4개국 외교장관이 화상 회담에 참여했는데, 2019년 트럼프 행정부 때 진행했던 첫 회담 이래 세 번째 외교장관 회담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4개국 장관은 장관급에서 최소 연 1회, 고위급과 실무급에서 정기적으로 쿼드 회의를 하자는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증진하는 데 있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말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중국 견제입니다. 일본과 인도, 호주는 지리적으로도 중국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모테기 외무상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무력이나 강압으로 인도·태평양에서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어떤 시도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왼쪽 : 정의용 외교부 장관, 오른쪽 : 중국 왕이 외교부장왼쪽 : 정의용 외교부 장관, 오른쪽 : 중국 왕이 외교부장

■ 중국이 발끈하는 이유?

쿼드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뒤 중국 주요 매체와 전문가들이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롼쭝쩌(阮宗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쿼드 회의에서 오로지 중국만 의제로 다룬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쿼드를 완전한 반중 클럽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중국에 해를 끼치는 언행에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니펑(倪峰)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부소장도 "중국은 쿼드 회원국 중 하나인 호주가 이미 반(反)중국의 선구자로 나선 만큼 가능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 카드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쿼드 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쿼드 4개국에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이 포함된 '쿼드 플러스'를 구상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4개국에 이 세 나라를 더하면 중국을 더 촘촘하게 둘러쌀 수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가진 첫 통화에서 "중국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지역 협력체를 지지하며,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가르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은 중국 보도자료에만 실렸습니다. 왕 부장의 발언은 한국을 향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중 전선에 동조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해석됐습니다.


■ 참여할까 말까, 참여할까 말까?

그렇다면 한국이 '쿼드' 체제에 동참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쿼드 참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투명하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이고 또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 어떤 지역 협력체 또는 구상과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명성과 개방성 등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가입할 여지가 있다는 말인데, 이 같은 모호한 발언은 쿼드 참여에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란 해석과 함께, 중국을 의식해 미온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란 관측이 엇갈렸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 정부는 쿼드 확대 구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미국이 지난해 쿼드 플러스를 구상했을 때,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쿼드 플러스 참여를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정의용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미국으로부터 쿼드 플러스 참여 요청이 있었냐'는 질의에 "제가 취임한 이후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한국은 모호하고 싶은데, 변수는 '북한'

정부가 현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만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쿼드 체제 가입을 요구한다면, 정부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쿼드 정책에 반발해 중국은 러시아, 북한, 이란 등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개발 협력 움직임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면서 "최근 중국, 러시아와 연계해 사전에 조율된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중국과 북한이 안보 협력을 더 강화할 경우, 미국은 '쿼드'의 역할을 더 강조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동참이 요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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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정책 다 뒤집는다지만, 이것만은
    • 입력 2021-02-19 17:55:49
    • 수정2021-02-19 22:10:32
    취재K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외교장관들이 현지시각 18일,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첫 회의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네 나라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공조를 다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 기조를 대거 부정한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만큼은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새 행정부 들어 열린 첫 회의입니다.


왼쪽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오른쪽 :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 쿼드 Quad 가 뭐죠?

쿼드는 영어 단어 Qua drilateral (4각형)에서 따온 명칭입니다. 4개국,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여기에 인도, 호주 4개국 외교장관이 화상 회담에 참여했는데, 2019년 트럼프 행정부 때 진행했던 첫 회담 이래 세 번째 외교장관 회담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4개국 장관은 장관급에서 최소 연 1회, 고위급과 실무급에서 정기적으로 쿼드 회의를 하자는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증진하는 데 있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말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중국 견제입니다. 일본과 인도, 호주는 지리적으로도 중국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모테기 외무상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무력이나 강압으로 인도·태평양에서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어떤 시도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왼쪽 : 정의용 외교부 장관, 오른쪽 : 중국 왕이 외교부장
■ 중국이 발끈하는 이유?

쿼드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뒤 중국 주요 매체와 전문가들이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롼쭝쩌(阮宗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쿼드 회의에서 오로지 중국만 의제로 다룬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쿼드를 완전한 반중 클럽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중국에 해를 끼치는 언행에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니펑(倪峰)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부소장도 "중국은 쿼드 회원국 중 하나인 호주가 이미 반(反)중국의 선구자로 나선 만큼 가능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 카드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쿼드 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쿼드 4개국에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이 포함된 '쿼드 플러스'를 구상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4개국에 이 세 나라를 더하면 중국을 더 촘촘하게 둘러쌀 수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가진 첫 통화에서 "중국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지역 협력체를 지지하며,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가르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은 중국 보도자료에만 실렸습니다. 왕 부장의 발언은 한국을 향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중 전선에 동조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해석됐습니다.


■ 참여할까 말까, 참여할까 말까?

그렇다면 한국이 '쿼드' 체제에 동참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쿼드 참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투명하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이고 또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 어떤 지역 협력체 또는 구상과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명성과 개방성 등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가입할 여지가 있다는 말인데, 이 같은 모호한 발언은 쿼드 참여에 여지를 열어놓은 것이란 해석과 함께, 중국을 의식해 미온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란 관측이 엇갈렸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 정부는 쿼드 확대 구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미국이 지난해 쿼드 플러스를 구상했을 때,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쿼드 플러스 참여를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정의용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미국으로부터 쿼드 플러스 참여 요청이 있었냐'는 질의에 "제가 취임한 이후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한국은 모호하고 싶은데, 변수는 '북한'

정부가 현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만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쿼드 체제 가입을 요구한다면, 정부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쿼드 정책에 반발해 중국은 러시아, 북한, 이란 등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개발 협력 움직임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면서 "최근 중국, 러시아와 연계해 사전에 조율된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중국과 북한이 안보 협력을 더 강화할 경우, 미국은 '쿼드'의 역할을 더 강조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동참이 요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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