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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한 적 없는데 위약금 내라?…“KT에 분통”
입력 2021.02.20 (07:03) 취재K
김 씨에게 날아온 위약금 청구서.김 씨에게 날아온 위약금 청구서.

자신도 모르는 새 통신사 인터넷 상품에 가입돼 있다면 어떨까요? 이 인터넷 상품을 해지하려 하자 통신사에서 위약금을 요구한다면, 돈을 내실 건가요?

제주에 사는 한 가족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고객 측은 "부당한 계약에 의한 위약금"이라고 주장했지만, 통신사 측은 "고객 책임"이라고 맞섰습니다.

■위약금 48만 원…"내 동의는요?"

20대 직장인 김 씨는 최근 KT 통신사로부터 위약금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2019년 2월에 계약한 '기가 와이파이 홈' 기기 약정기간이 3년으로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를 중도해지하려 한다며 위약금을 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김 씨의 어머니가 가입한 기기 와이파이 인터넷 회선 4개 가운데 2개가 김 씨 명의였고, 어머니가 계약을 해지하려 하니 김 씨 명의로 위약금 통지서가 날아왔던 겁니다.

KT 측이 김 씨네 가족에게 청구한 위약금은 모두 48만 원. 기기마다 12만 원의 위약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이 인터넷 계약을 전혀 몰랐다고 말합니다. 계약 과정에서 자신의 동의를 받은 적이 없었고, 계약이 진행된 뒤에도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혹시 나도 모르게 동의를 한 건 아닐까?' 의아하게 여긴 김 씨는 KT 통신사를 찾아가 녹취록을 뒤져봤습니다. 하지만 어느 기록상에도 동의는 없었습니다. KT 측에서 김 씨의 휴대전화로 걸어온 '부재중 전화 2통'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김 씨는 "그건 부재중 전화일 뿐이지, 제가 가입하겠다고 말한 건 아니었잖아요."라며 "제가 미성년자도 아니고, 성인인 제 동의 없이 계약을 진행하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말했습니다.

KT에 ‘부당 계약’을 주장한 김 씨.KT에 ‘부당 계약’을 주장한 김 씨.

김 씨 어머니는 억울하다고 호소합니다. 김 씨 어머니는 아들 명의를 사용한 건 KT 측의 권유였다고 주장합니다.

제주 시내 한 원룸에서 임대업을 하던 김 씨 어머니는 "원룸 건물에 인터넷 와이파이를 설치하기 위해 KT 측에 문의했고, KT가 상품을 추천해줬다"며 "가입 당시 KT 측에서 한 건물에 한 사람의 명의로 2개까지 인터넷 회선이 가능하다며, 가족 명의를 쓰면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합니다.

60대인 김 씨 어머니는 "저희는 인터넷 세대가 아니잖아요. 겨우 인터넷 들어가서 쇼핑하는 정도인데. KT라고 하면 전 국민이 다 아니까, 믿고 했었죠"라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아들한테 너무 미안해요."라고 말했습니다.

KT 제주지사 전경.KT 제주지사 전경.

■KT "동의 안 받은 건 인정, 그래도 위약금은 내야"


KT 측은 동의 없이 상품 가입시킨 건 맞는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계약 당사자인 김 씨 어머니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KT 제주지사 관계자는 "김 씨의 동의가 없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김 씨 어머니에게 아들의 동의가 없는 상황을 설명한 뒤 계약을 맺어서, 이에 대한 책임도 어머니에게 있다"며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와 김 씨 어머니, KT 제주지사 관계자가 만난 삼자대면 자리에서 KT 측은 위약금에 대한 책임을 김 씨 어머니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삼자대면 자리에서 김 씨 어머니가 "너무 화가 난다"고 말하자, KT 관계자는 "열 받으실 건 없지 않습니까? 저희가 잘못한 게 없는데. 설치해달라니까 설치해드렸고, 약정하자 하니까 약정해드렸고"라며 "해지하는 거 때문에 위약금이 생겨서, 위약금을 인정 못 하시니까 여기까지 온 거 아닙니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 어머니의 뒷모습.김 씨 어머니의 뒷모습.

■"대리행위 인정한 책임 KT에 있어"


KT의 주장대로 김 씨 어머니가 위약금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하는 걸까요?

전문가의 생각은 다릅니다. 대리행위 권한이 없는 사람의 가입 요구를 인정한 KT 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박인숙 변호사(법률사무소 청년)는 부동산 계약을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남편이 소유한 땅을 아내가 팔려고 할 때, 부동산 업체는 법적 부부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진행해선 안 됩니다. 아내가 남편의 계약을 대리해도 된다는 증명 서류를 받아야 합니다. 인감증명이나 위임장 등이 그것입니다. 이 대리행위 증명 없이 계약을 진행했다면, 부동산 업체에도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안의 경우에도 KT 측에서 김 씨 어머니가 김 씨를 대리한다는 위임장 등 증명서를 받았어야 한다"며 "최소한 전화상으로라도 김 씨로부터 동의를 직접 받아 녹취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KT 측의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박 변호사는 "KT 측에서 김 씨 어머니에게 (김 씨로부터 받지 못한 위약금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지만, KT 측의 과실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손해 금액 100%를 청구할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재 하루 만에 "직원 실수였다"

KT 제주지사 측은 KBS 취재가 시작되자 하루 만에 "직원의 실수가 있었고, 고객과 원만히 합의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혀왔습니다.

KT 제주지사 측은 김 씨 명의 위약금은 물리지 않고, 김 씨 어머니 명의 위약금만 받기로 했습니다.

'김 씨 사례와 같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당사자 동의 없이 계약을 진행하는 게 KT 통신사의 방침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직원의 실수다"라고 답했습니다.
  • 동의한 적 없는데 위약금 내라?…“KT에 분통”
    • 입력 2021-02-20 07:03:24
    취재K
김 씨에게 날아온 위약금 청구서.김 씨에게 날아온 위약금 청구서.

자신도 모르는 새 통신사 인터넷 상품에 가입돼 있다면 어떨까요? 이 인터넷 상품을 해지하려 하자 통신사에서 위약금을 요구한다면, 돈을 내실 건가요?

제주에 사는 한 가족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고객 측은 "부당한 계약에 의한 위약금"이라고 주장했지만, 통신사 측은 "고객 책임"이라고 맞섰습니다.

■위약금 48만 원…"내 동의는요?"

20대 직장인 김 씨는 최근 KT 통신사로부터 위약금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2019년 2월에 계약한 '기가 와이파이 홈' 기기 약정기간이 3년으로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를 중도해지하려 한다며 위약금을 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김 씨의 어머니가 가입한 기기 와이파이 인터넷 회선 4개 가운데 2개가 김 씨 명의였고, 어머니가 계약을 해지하려 하니 김 씨 명의로 위약금 통지서가 날아왔던 겁니다.

KT 측이 김 씨네 가족에게 청구한 위약금은 모두 48만 원. 기기마다 12만 원의 위약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이 인터넷 계약을 전혀 몰랐다고 말합니다. 계약 과정에서 자신의 동의를 받은 적이 없었고, 계약이 진행된 뒤에도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혹시 나도 모르게 동의를 한 건 아닐까?' 의아하게 여긴 김 씨는 KT 통신사를 찾아가 녹취록을 뒤져봤습니다. 하지만 어느 기록상에도 동의는 없었습니다. KT 측에서 김 씨의 휴대전화로 걸어온 '부재중 전화 2통'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김 씨는 "그건 부재중 전화일 뿐이지, 제가 가입하겠다고 말한 건 아니었잖아요."라며 "제가 미성년자도 아니고, 성인인 제 동의 없이 계약을 진행하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말했습니다.

KT에 ‘부당 계약’을 주장한 김 씨.KT에 ‘부당 계약’을 주장한 김 씨.

김 씨 어머니는 억울하다고 호소합니다. 김 씨 어머니는 아들 명의를 사용한 건 KT 측의 권유였다고 주장합니다.

제주 시내 한 원룸에서 임대업을 하던 김 씨 어머니는 "원룸 건물에 인터넷 와이파이를 설치하기 위해 KT 측에 문의했고, KT가 상품을 추천해줬다"며 "가입 당시 KT 측에서 한 건물에 한 사람의 명의로 2개까지 인터넷 회선이 가능하다며, 가족 명의를 쓰면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합니다.

60대인 김 씨 어머니는 "저희는 인터넷 세대가 아니잖아요. 겨우 인터넷 들어가서 쇼핑하는 정도인데. KT라고 하면 전 국민이 다 아니까, 믿고 했었죠"라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아들한테 너무 미안해요."라고 말했습니다.

KT 제주지사 전경.KT 제주지사 전경.

■KT "동의 안 받은 건 인정, 그래도 위약금은 내야"


KT 측은 동의 없이 상품 가입시킨 건 맞는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계약 당사자인 김 씨 어머니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KT 제주지사 관계자는 "김 씨의 동의가 없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김 씨 어머니에게 아들의 동의가 없는 상황을 설명한 뒤 계약을 맺어서, 이에 대한 책임도 어머니에게 있다"며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와 김 씨 어머니, KT 제주지사 관계자가 만난 삼자대면 자리에서 KT 측은 위약금에 대한 책임을 김 씨 어머니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삼자대면 자리에서 김 씨 어머니가 "너무 화가 난다"고 말하자, KT 관계자는 "열 받으실 건 없지 않습니까? 저희가 잘못한 게 없는데. 설치해달라니까 설치해드렸고, 약정하자 하니까 약정해드렸고"라며 "해지하는 거 때문에 위약금이 생겨서, 위약금을 인정 못 하시니까 여기까지 온 거 아닙니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 어머니의 뒷모습.김 씨 어머니의 뒷모습.

■"대리행위 인정한 책임 KT에 있어"


KT의 주장대로 김 씨 어머니가 위약금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 하는 걸까요?

전문가의 생각은 다릅니다. 대리행위 권한이 없는 사람의 가입 요구를 인정한 KT 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박인숙 변호사(법률사무소 청년)는 부동산 계약을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남편이 소유한 땅을 아내가 팔려고 할 때, 부동산 업체는 법적 부부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진행해선 안 됩니다. 아내가 남편의 계약을 대리해도 된다는 증명 서류를 받아야 합니다. 인감증명이나 위임장 등이 그것입니다. 이 대리행위 증명 없이 계약을 진행했다면, 부동산 업체에도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안의 경우에도 KT 측에서 김 씨 어머니가 김 씨를 대리한다는 위임장 등 증명서를 받았어야 한다"며 "최소한 전화상으로라도 김 씨로부터 동의를 직접 받아 녹취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KT 측의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박 변호사는 "KT 측에서 김 씨 어머니에게 (김 씨로부터 받지 못한 위약금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지만, KT 측의 과실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손해 금액 100%를 청구할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재 하루 만에 "직원 실수였다"

KT 제주지사 측은 KBS 취재가 시작되자 하루 만에 "직원의 실수가 있었고, 고객과 원만히 합의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혀왔습니다.

KT 제주지사 측은 김 씨 명의 위약금은 물리지 않고, 김 씨 어머니 명의 위약금만 받기로 했습니다.

'김 씨 사례와 같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당사자 동의 없이 계약을 진행하는 게 KT 통신사의 방침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직원의 실수다"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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