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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코로나19 특례’…세계적 감염병 대응 시험대
입력 2021.02.25 (05:00) 수정 2021.02.25 (22:16) 취재K

-이철우/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4일 최종점검위원회를 개최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조건부 품목허가 결정했다. 미국에서 수행되고 있는 임상시험 결과 등을 추가 제출하는 조건이다.

결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와 관련된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외에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과 최종점검위원회에 이르기까지 3중에 걸친 자료 검토와 자문회의 끝에 이루어졌다. 이로써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국내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1호 백신이 되었다.

승인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국내 제약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받아 제조한 제품이다. 이미 동일한 백신이 유럽, 영국 등 50여 개국에서 조건부 허가 또는 긴급사용승인과 같은 유사한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사용을 허가받았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일에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특례수입을 승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이 합동으로 외부 전문가 자문을 받아 특례수입의 타당성을 검증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11만 7천 도즈의 특례수입을 승인한 것이다.

품목허가와 특례수입 승인 모두 국내에서 백신이 사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그 과정은 매우 다르다.

모든 의약품은 품목허가를 받아야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될 수 있다. 의약품 허가는 규제기관의 엄격한 절차에 따라 안전성과 효과성이 철저히 검증된 뒤 승인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특례수입이다.

의약품 특례수입 제도는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나 방사선 비상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아직 국내에서는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수입자를 통해 수입되도록 하는 제도다. 수입자는 특정 물량을 수입할 때마다 특례수입에 대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는 품목허가와는 별개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특례수입 승인과는 별도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품목허가와 관련된 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

■비상상태, 긴급함에 맞서기 위한 특례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백신에 앞서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특례수입이나 코로나19 진단시약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통해 품목허가를 받지 않았던 제품도 한시적으로 판매 및 사용을 허용한 바 있다.

의약품 또는 진단시약 사용 관련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이유는 통상적인 품목허가 절차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유행이나 방사능 비상 상황 등과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해 공중보건학적 이득을 따져야 한다.

실제로 특례수입제도는 2015년 도입된 이래 방사능 피폭치료제, 코로나19 치료제 등 15개 품목들에 적용되어 국내 도입을 용이하게 한 바 있다.

현재 긴급사용승인과 같은 제도를 코로나19 백신 승인에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이미 미국 정부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하여 긴급사용 승인을 하여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통상 미국의 의약품 규제기관인 FDA는 엄격한 절차에 따라 안전성과 효과성을 철저히 검증한 뒤 승인을 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긴급사용승인 제도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보다 생물테러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정책적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 9/11테러 이후 '바이오 테러' 등 대비 특례제도 본격화

2001년 9월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9/11테러 공격에 이어 탄저균을 이용한 생물테러가 잇달아 발생했다. 대책으로 미국 정부는 2004년 프로젝트 바이오쉴드법(Project Bioshield Act)을 통하여 생화학무기, 방사능 및 핵 테러리즘에 대비·대응할 수 있는 물자와 의약품 등을 신속히 구매·비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의 핵심 중 하나는 아직 사람에게서 안전성이나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사용하거나 비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연구 대상자들에게 백신을 주입한 후 생화학무기 등에 일부러 노출 시킬 수는 없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효능 연구가 비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점 때문에 이러한 백신의 효능을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미국 FDA는 동물실험갈음규칙(Animal Rule)를 만들어 이와 같은 특수한 사례들에 한해서는 동물실험만으로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후 승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해당 법에 따라 보툴리눔과 탄저균의 치료제 및 탄저균에 대한 예방백신 등을 갖추어 비축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미국 FDA는 신속한 의약품 인허가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우선심사, 획기적 치료, 가속 승인 및 신속트랙 등을 갖추고 있어 긴급한 경우에 신속히 의약품을 검토하고 필요시 환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특례제도, 안전성 최우선 검토

의약품의 신속 인허가와 관련된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이 시행되고 있었지만,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에 따라 새로운 예방백신을 광범위하게 긴급사용 승인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백신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H1N1 인플루엔자,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등의 유행 시 미국 정부가 긴급사용 승인한 제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진단시약이었다.

유럽연합의 규제기관인 EMA나 세계보건기구의 긴급사용목록 (Emergency Use Listing) 승인 사례를 살펴보아도 예방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이나 조건부 승인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백신이 처음이다.

하지만 긴급사용승인이나 조건부 승인이라 하더라도 기존 승인절차와 다른 검토·심사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국가의 규제 당국들은 행정절차와 자료 검토에 필요한 소요기간은 줄이더라도, 백신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기존 인허가와 비슷한 심사과정을 거쳐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하고 승인하였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하여 증명된 코로나19 백신의 효능과 단기적인 안전성을 바탕으로 백신의 사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그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하고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더 빨라질 감염병 위기, 더욱 신속하게 맞설 제도 구축해야

많은 전문가는 전 세계적인 인구이동의 증가와 기후변화, 고령화 등으로 인해 신종 감염병의 발생 및 유행이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적 감염병 위기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규제기관의 긴급사용승인, 신속심사 등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도입된 정책이다. 일반 인구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사용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유행에 대해 긴급사용승인, 신속심사 및 특례수입 등 기존의 제도적 장치들을 적용하면서 신속히 대응해왔다. 향후 이와 유사한 감염병 위기 발생 시 보다 신속한 의약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들 간 협력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들과의 공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의약품과 진단시약의 신속 개발 지원 제도들 또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본 기고의 내용은 KBS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코로나19 백신] ‘코로나19 특례’…세계적 감염병 대응 시험대
    • 입력 2021-02-25 05:00:26
    • 수정2021-02-25 22:16:27
    취재K

-이철우/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4일 최종점검위원회를 개최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조건부 품목허가 결정했다. 미국에서 수행되고 있는 임상시험 결과 등을 추가 제출하는 조건이다.

결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와 관련된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외에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과 최종점검위원회에 이르기까지 3중에 걸친 자료 검토와 자문회의 끝에 이루어졌다. 이로써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국내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1호 백신이 되었다.

승인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국내 제약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받아 제조한 제품이다. 이미 동일한 백신이 유럽, 영국 등 50여 개국에서 조건부 허가 또는 긴급사용승인과 같은 유사한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사용을 허가받았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일에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특례수입을 승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이 합동으로 외부 전문가 자문을 받아 특례수입의 타당성을 검증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11만 7천 도즈의 특례수입을 승인한 것이다.

품목허가와 특례수입 승인 모두 국내에서 백신이 사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그 과정은 매우 다르다.

모든 의약품은 품목허가를 받아야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될 수 있다. 의약품 허가는 규제기관의 엄격한 절차에 따라 안전성과 효과성이 철저히 검증된 뒤 승인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특례수입이다.

의약품 특례수입 제도는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나 방사선 비상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아직 국내에서는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수입자를 통해 수입되도록 하는 제도다. 수입자는 특정 물량을 수입할 때마다 특례수입에 대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는 품목허가와는 별개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특례수입 승인과는 별도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품목허가와 관련된 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

■비상상태, 긴급함에 맞서기 위한 특례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백신에 앞서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특례수입이나 코로나19 진단시약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통해 품목허가를 받지 않았던 제품도 한시적으로 판매 및 사용을 허용한 바 있다.

의약품 또는 진단시약 사용 관련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이유는 통상적인 품목허가 절차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유행이나 방사능 비상 상황 등과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해 공중보건학적 이득을 따져야 한다.

실제로 특례수입제도는 2015년 도입된 이래 방사능 피폭치료제, 코로나19 치료제 등 15개 품목들에 적용되어 국내 도입을 용이하게 한 바 있다.

현재 긴급사용승인과 같은 제도를 코로나19 백신 승인에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이미 미국 정부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하여 긴급사용 승인을 하여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통상 미국의 의약품 규제기관인 FDA는 엄격한 절차에 따라 안전성과 효과성을 철저히 검증한 뒤 승인을 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긴급사용승인 제도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보다 생물테러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정책적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 9/11테러 이후 '바이오 테러' 등 대비 특례제도 본격화

2001년 9월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9/11테러 공격에 이어 탄저균을 이용한 생물테러가 잇달아 발생했다. 대책으로 미국 정부는 2004년 프로젝트 바이오쉴드법(Project Bioshield Act)을 통하여 생화학무기, 방사능 및 핵 테러리즘에 대비·대응할 수 있는 물자와 의약품 등을 신속히 구매·비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의 핵심 중 하나는 아직 사람에게서 안전성이나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사용하거나 비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연구 대상자들에게 백신을 주입한 후 생화학무기 등에 일부러 노출 시킬 수는 없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효능 연구가 비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점 때문에 이러한 백신의 효능을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미국 FDA는 동물실험갈음규칙(Animal Rule)를 만들어 이와 같은 특수한 사례들에 한해서는 동물실험만으로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후 승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해당 법에 따라 보툴리눔과 탄저균의 치료제 및 탄저균에 대한 예방백신 등을 갖추어 비축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미국 FDA는 신속한 의약품 인허가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우선심사, 획기적 치료, 가속 승인 및 신속트랙 등을 갖추고 있어 긴급한 경우에 신속히 의약품을 검토하고 필요시 환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특례제도, 안전성 최우선 검토

의약품의 신속 인허가와 관련된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이 시행되고 있었지만,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에 따라 새로운 예방백신을 광범위하게 긴급사용 승인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백신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H1N1 인플루엔자,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 등의 유행 시 미국 정부가 긴급사용 승인한 제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진단시약이었다.

유럽연합의 규제기관인 EMA나 세계보건기구의 긴급사용목록 (Emergency Use Listing) 승인 사례를 살펴보아도 예방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이나 조건부 승인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백신이 처음이다.

하지만 긴급사용승인이나 조건부 승인이라 하더라도 기존 승인절차와 다른 검토·심사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국가의 규제 당국들은 행정절차와 자료 검토에 필요한 소요기간은 줄이더라도, 백신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기존 인허가와 비슷한 심사과정을 거쳐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하고 승인하였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하여 증명된 코로나19 백신의 효능과 단기적인 안전성을 바탕으로 백신의 사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그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하고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더 빨라질 감염병 위기, 더욱 신속하게 맞설 제도 구축해야

많은 전문가는 전 세계적인 인구이동의 증가와 기후변화, 고령화 등으로 인해 신종 감염병의 발생 및 유행이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적 감염병 위기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규제기관의 긴급사용승인, 신속심사 등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도입된 정책이다. 일반 인구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사용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유행에 대해 긴급사용승인, 신속심사 및 특례수입 등 기존의 제도적 장치들을 적용하면서 신속히 대응해왔다. 향후 이와 유사한 감염병 위기 발생 시 보다 신속한 의약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들 간 협력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들과의 공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의약품과 진단시약의 신속 개발 지원 제도들 또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본 기고의 내용은 KBS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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