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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선수의 인생 망치고 싶지 않다”…어느 학폭 제보자의 이유있는 변심
입력 2021.02.25 (16:02) 수정 2021.02.25 (22:16) 취재K

전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기성용의 초등학생 시절 '학폭' 논란이 진실 공방으로 치닫고 있을 때, KBS는 또 다른 학폭 제보를 받았습니다. K리그 현역 스타 선수 A의 학폭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는 제보였습니다.

제보자는 “A 선수가 이유 없이 군기를 잡았다. 집합시켜서 머리를 폭행했고, 게다가 집단 따돌림을 주도하기도 했다”며 매우 구체적으로 피해 사실을 호소했습니다.

KBS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 제보자에게 피해 사실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증언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제보자는 심사숙고 끝에 다음과 같은 요지의 답변을 취재진에 보내왔습니다.

“제보 뒤 곰곰이 생각해봤고 주변에 상의도 했습니다. 그 사실이 기사화되면 나와 다른 친구들은 괜찮겠지만, 사실 A 선수 인생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기사화하지 말 것을 정말로 부탁합니다.”

KBS는 피해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K리그 현역 선수의 학폭 의혹을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른바 '학폭 미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둘째도 피해자의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구단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A 선수는 과거 일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피해자에게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의 뜻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여자 배구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사건을 계기로 일파만파 퍼진 스포츠 학폭 논란은 종목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과거 학폭 사실을 인정한 일부 선수들은 반성의 뜻으로 남은 리그 경기 출전을 포기하거나, 또 어떤 선수는 현역 은퇴 의사까지 밝혔습니다. 학폭 논란에 휩싸인 한 프로야구 선수는 사실무근이라며 법정 소송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태 초반과 달리 점차 폭로전 양상을 띠어가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과 피해자 간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의도 국회에 입성한 체육인 출신의 임오경 의원도 폭력과 관련한 진실 공방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한 피해 제보자의 “선수 인생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는 목소리는 주목할 만합니다.

피해자가 원하는 건 과거 사실에 대한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본질이지, 학폭 전력을 공개해 해당 선수의 현재 지위와 앞길까지 부정하겠다는 앙갚음 차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달 초에 터진 학폭 논란은 스포츠 사회학적으로 다양한 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직업 운동선수를 선택했다면 누구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기형적 스포츠 시스템, 1등과 성적을 위해서라면 주변 동료들의 인권을 짓밟고도 괜찮다는 그릇된 인식, 또 피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체육계의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까지.

다만 과거 미성년자 시절 저지른 잘못에 대해 어디까지 단죄해야 하는지, 또 그 잘못이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후진적 스포츠 시스템에서 잉태된 것인지에 대해 스포츠계에서 보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스포츠 평론가 정윤수 성공회대 교수는,

“형법에서 공소 시효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일정 기간이 지난 사안을 조사한다고 해서 실효적 의미를 찾을 수 있겠냐는 물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학폭 논란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안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이 사안을 바라봐야 하고, 과거 법과 행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이들이 최소한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있어야 한다.

또 이 사태를 단순히 과거 사건에 대한 흥미 정도에 그칠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인식해 지금 현재도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학생 선수들을 위한 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라고 조언했습니다.
  • “가해 선수의 인생 망치고 싶지 않다”…어느 학폭 제보자의 이유있는 변심
    • 입력 2021-02-25 16:02:43
    • 수정2021-02-25 22:16:23
    취재K

전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기성용의 초등학생 시절 '학폭' 논란이 진실 공방으로 치닫고 있을 때, KBS는 또 다른 학폭 제보를 받았습니다. K리그 현역 스타 선수 A의 학폭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는 제보였습니다.

제보자는 “A 선수가 이유 없이 군기를 잡았다. 집합시켜서 머리를 폭행했고, 게다가 집단 따돌림을 주도하기도 했다”며 매우 구체적으로 피해 사실을 호소했습니다.

KBS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 제보자에게 피해 사실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증언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제보자는 심사숙고 끝에 다음과 같은 요지의 답변을 취재진에 보내왔습니다.

“제보 뒤 곰곰이 생각해봤고 주변에 상의도 했습니다. 그 사실이 기사화되면 나와 다른 친구들은 괜찮겠지만, 사실 A 선수 인생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기사화하지 말 것을 정말로 부탁합니다.”

KBS는 피해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K리그 현역 선수의 학폭 의혹을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른바 '학폭 미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둘째도 피해자의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구단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A 선수는 과거 일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피해자에게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의 뜻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여자 배구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사건을 계기로 일파만파 퍼진 스포츠 학폭 논란은 종목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과거 학폭 사실을 인정한 일부 선수들은 반성의 뜻으로 남은 리그 경기 출전을 포기하거나, 또 어떤 선수는 현역 은퇴 의사까지 밝혔습니다. 학폭 논란에 휩싸인 한 프로야구 선수는 사실무근이라며 법정 소송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태 초반과 달리 점차 폭로전 양상을 띠어가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과 피해자 간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의도 국회에 입성한 체육인 출신의 임오경 의원도 폭력과 관련한 진실 공방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한 피해 제보자의 “선수 인생을 망치고 싶지는 않다”는 목소리는 주목할 만합니다.

피해자가 원하는 건 과거 사실에 대한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본질이지, 학폭 전력을 공개해 해당 선수의 현재 지위와 앞길까지 부정하겠다는 앙갚음 차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달 초에 터진 학폭 논란은 스포츠 사회학적으로 다양한 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직업 운동선수를 선택했다면 누구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기형적 스포츠 시스템, 1등과 성적을 위해서라면 주변 동료들의 인권을 짓밟고도 괜찮다는 그릇된 인식, 또 피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체육계의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까지.

다만 과거 미성년자 시절 저지른 잘못에 대해 어디까지 단죄해야 하는지, 또 그 잘못이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후진적 스포츠 시스템에서 잉태된 것인지에 대해 스포츠계에서 보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스포츠 평론가 정윤수 성공회대 교수는,

“형법에서 공소 시효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일정 기간이 지난 사안을 조사한다고 해서 실효적 의미를 찾을 수 있겠냐는 물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학폭 논란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안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이 사안을 바라봐야 하고, 과거 법과 행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이들이 최소한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있어야 한다.

또 이 사태를 단순히 과거 사건에 대한 흥미 정도에 그칠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인식해 지금 현재도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학생 선수들을 위한 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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