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속의 섬’ 우도 바다에도 오폐수 ‘콸콸’…기준치초과 하수 3년 넘게 배출

입력 2021.02.26 (09:51) 수정 2021.02.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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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영흥리 하수처리시설에서 바다로 배출되고 있는 오·폐수추자도 영흥리 하수처리시설에서 바다로 배출되고 있는 오·폐수

빼어난 경관과 자연으로 천혜의 섬으로 불리는 추자도와 우도에 수질기준을 초과한 오·폐수가 최소 3년 넘게 바다에 배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조처를 하지 않았다.

추자도·우도 바다에 기준치 초과 오·폐수 콸콸

추자도에는 대서리와 영흥리, 신양리, 묵리, 예초리 등 5개 지역에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있다. 기간제 공무원 1명이 이 시설을 담당하고, 유지 관리 업체가 일주일마다 1번씩 섬에 들어와 하수 유입량과 바다로 나가는 방류수의 수질을 검사하고 있다.

KBS는 제주도로부터 최근 3년(2018~2020년)간 추자도와 우도 바다에 배출된 방류수 수질검사 결과 내역 1,000여 건을 받아 분석했다.


먼저 추자도 5개 하수처리시설에서 3년간 진행된 수질검사는 622건. 이 가운데 수질기준 6개 항목 가운데 1개 이상 초과한 경우가 92%인 573건으로 집계됐다.

열 번 검사 중 아홉 번이 오염된 방류수로, 사실상 3년 내내 기준치를 위반한 하수가 추자도 바다에 그대로 배출된 것이다. 수질기준을 2개 항목 이상 초과한 건수도 500건, 6개 항목을 모두 초과한 건수도 40건에 이른다.


공공하수처리시설은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과 화학적 산소요구랑(COD, 올해부터 TOC로 변경), 부유물질(SS), 총질소(TN), 총인(TP), 총대장균군수 등 6개 항목에서 일정 기준치를 초과할 수 없도록 법에서 규제하고 있다.

우도도 상황은 심각하다. 우도에는 오봉중앙동과 천진리, 하고수동, 산호사, 서광리, 조일리 등 6개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지난 3년 동안 557회 수질검사 결과가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1개 항목 이상 기준치를 위반한 건수는 93%인 522건으로 드러났다. 2개 항목 이상 기준치를 초과한 건수는 453건, 6개 항목을 모두 초과한 건수도 45건으로 나타났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90% 넘게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방류됐다는 건 해안과 수중에 큰 피해를 줬다는 뜻"이라며 "바다로 흘러나간 것 자체가 매우 큰 문제이고, 법적으로도 문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하수처리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제주도상하수도본부는 최근 3년 동안 추자도와 우도에서 이처럼 기준치를 초과한 오·폐수가 배출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안우진 제주도상하수도본부 본부장은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2010년 이전에 설치돼 노후화돼 있고, 운영상에 어려움이 있다"며 "도서 지역 소규모 하수처리에 재정을 집중 투자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수처리시설 관리자는 기간제 공무원 1명

우도와 추자도 하수처리시설은 기간제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인력 1명이 여러 시설의 하수 유입량과 배출량, 기계 고장 여부, 미생물 점검 등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 여기에 용역을 받은 유지관리 업체 직원이 일주일에 1번씩 섬에 들어와 기계를 점검하고 수질을 검사하고 있다.

우도와 추자도 등 제주지역 부속섬 하수처리시설 유지관리를 맡은 업체 A 소장은 "미생물은 한번 충격을 받으면 계속 붙어서 24시간 관리해야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들어오기 때문에 관리가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섬에 전문가 한 명 정도는 고정적으로 붙어있어야 곧바로 조치가 된다. 항상 사고가 먼저 나고 조치가 이뤄지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A 소장은 또 "도서지방에서 전문 인력을 쓰려고 해도 올 사람이 없어 회사뿐만 아니라 행정에서도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음식물 찌꺼기와 물티슈 등 주택에서 나오는 무분별한 배출도 오염원으로 지적하며 시민의식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근 제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방류수 수질기준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처리장 시설이 현대화돼야 하고, 그에 못지않게 시설을 운용할 수 있는 전담인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에 따라 수질에 많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증가하는 하수 유입량도 문제다. 추자도 신양리와 예초리 하수처리시설은 하루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최대 16배나 많은 하수가 유입돼 정화가 이뤄지지 않고 배출되고 있었다. 우도에서는 중앙동과 천진리 하수처리시설에서 1일 처리량을 초과하는 하수가 유입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도서 지역 소규모 하수처리시설 하수관로 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했다"며 "조만간 현장 점검을 통해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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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 속의 섬’ 우도 바다에도 오폐수 ‘콸콸’…기준치초과 하수 3년 넘게 배출
    • 입력 2021-02-26 09:51:24
    • 수정2021-02-26 13:39:53
    취재K
추자도 영흥리 하수처리시설에서 바다로 배출되고 있는 오·폐수
빼어난 경관과 자연으로 천혜의 섬으로 불리는 추자도와 우도에 수질기준을 초과한 오·폐수가 최소 3년 넘게 바다에 배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조처를 하지 않았다.

추자도·우도 바다에 기준치 초과 오·폐수 콸콸

추자도에는 대서리와 영흥리, 신양리, 묵리, 예초리 등 5개 지역에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있다. 기간제 공무원 1명이 이 시설을 담당하고, 유지 관리 업체가 일주일마다 1번씩 섬에 들어와 하수 유입량과 바다로 나가는 방류수의 수질을 검사하고 있다.

KBS는 제주도로부터 최근 3년(2018~2020년)간 추자도와 우도 바다에 배출된 방류수 수질검사 결과 내역 1,000여 건을 받아 분석했다.


먼저 추자도 5개 하수처리시설에서 3년간 진행된 수질검사는 622건. 이 가운데 수질기준 6개 항목 가운데 1개 이상 초과한 경우가 92%인 573건으로 집계됐다.

열 번 검사 중 아홉 번이 오염된 방류수로, 사실상 3년 내내 기준치를 위반한 하수가 추자도 바다에 그대로 배출된 것이다. 수질기준을 2개 항목 이상 초과한 건수도 500건, 6개 항목을 모두 초과한 건수도 40건에 이른다.


공공하수처리시설은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과 화학적 산소요구랑(COD, 올해부터 TOC로 변경), 부유물질(SS), 총질소(TN), 총인(TP), 총대장균군수 등 6개 항목에서 일정 기준치를 초과할 수 없도록 법에서 규제하고 있다.

우도도 상황은 심각하다. 우도에는 오봉중앙동과 천진리, 하고수동, 산호사, 서광리, 조일리 등 6개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지난 3년 동안 557회 수질검사 결과가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1개 항목 이상 기준치를 위반한 건수는 93%인 522건으로 드러났다. 2개 항목 이상 기준치를 초과한 건수는 453건, 6개 항목을 모두 초과한 건수도 45건으로 나타났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90% 넘게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방류됐다는 건 해안과 수중에 큰 피해를 줬다는 뜻"이라며 "바다로 흘러나간 것 자체가 매우 큰 문제이고, 법적으로도 문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하수처리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제주도상하수도본부는 최근 3년 동안 추자도와 우도에서 이처럼 기준치를 초과한 오·폐수가 배출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안우진 제주도상하수도본부 본부장은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2010년 이전에 설치돼 노후화돼 있고, 운영상에 어려움이 있다"며 "도서 지역 소규모 하수처리에 재정을 집중 투자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수처리시설 관리자는 기간제 공무원 1명

우도와 추자도 하수처리시설은 기간제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인력 1명이 여러 시설의 하수 유입량과 배출량, 기계 고장 여부, 미생물 점검 등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 여기에 용역을 받은 유지관리 업체 직원이 일주일에 1번씩 섬에 들어와 기계를 점검하고 수질을 검사하고 있다.

우도와 추자도 등 제주지역 부속섬 하수처리시설 유지관리를 맡은 업체 A 소장은 "미생물은 한번 충격을 받으면 계속 붙어서 24시간 관리해야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들어오기 때문에 관리가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섬에 전문가 한 명 정도는 고정적으로 붙어있어야 곧바로 조치가 된다. 항상 사고가 먼저 나고 조치가 이뤄지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A 소장은 또 "도서지방에서 전문 인력을 쓰려고 해도 올 사람이 없어 회사뿐만 아니라 행정에서도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음식물 찌꺼기와 물티슈 등 주택에서 나오는 무분별한 배출도 오염원으로 지적하며 시민의식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근 제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방류수 수질기준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처리장 시설이 현대화돼야 하고, 그에 못지않게 시설을 운용할 수 있는 전담인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에 따라 수질에 많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증가하는 하수 유입량도 문제다. 추자도 신양리와 예초리 하수처리시설은 하루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최대 16배나 많은 하수가 유입돼 정화가 이뤄지지 않고 배출되고 있었다. 우도에서는 중앙동과 천진리 하수처리시설에서 1일 처리량을 초과하는 하수가 유입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도서 지역 소규모 하수처리시설 하수관로 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했다"며 "조만간 현장 점검을 통해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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