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은 왜 코로나19 무료 검사 안 되나요?

입력 2021.02.27 (10:02) 수정 2021.02.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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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인지 알았는데..좀 부담스럽네요"

대학 신입생 자녀를 둔 지인과 근황을 주고받다가, 코로나 검사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서 병원마다 전화를 걸어 좀 더 저렴한 곳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인의 자녀는 대학입시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그야말로 '인서울' 에 성공했고, 운 좋게 기숙사도 배정받아 입실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전에 코로나 19 진단검사를 자비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학교로부터 입실 안내문을 받았을 때만 해도 지인은 자녀가 보건소를 찾아가 검사만 받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확진자와 접촉하지도 않았고, 별다른 증상이 있지도 않은 지인의 자녀는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없다며, 별도의 의료기관에서 자비를 들여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를 받은 겁니다.

그런데, 이 비용도 A병원은 16만 원, B 병원은 13만 원, C 병원은 9만 원, 이렇게 제 각각 이었습니다. 결국, 주변 학부모들과 수소문해 9만 원가량 비용이 드는 C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음성으로 통보받았다고 합니다.

사실 지인의 자녀는 수도권에 있는 대학 주변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아가면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긴 합니다. 학교에 문의를 했을 때도 그렇게 안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입실 3일 이내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하고, 수도권까지 오가는 비용과 시간, 또 확진자 발생이 집중되고 있는 수도권을 굳이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서 거주지에서 검사를 받기로 한 겁니다.


■"어디에서 검사받아야 저렴한가요?"

비수도권 대학의 기숙사에 입실하는 학생들의 고민도 마찬가집니다. 비수도권은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1.5단계로 보건당국으로부터 검사대상자로 통보받지 않는 이상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학생들은 어디에서 검사를 받아야 저렴한지 등을 부지런히 알아보고 있습니다. 모두를 위해 기꺼이 검사에 응하고, 안전하게 집단생활을 하고 싶지만 10만 원 가까이 드는 검사 비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 전국 단위 모집 고등학교 학생은 '무료'

혼란은 최근 발표된 정부 방침도 한몫 했습니다. 정부가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고등학교 기숙사 학생 5만 8천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19 선제검사를 지원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겨울방학 동안 기숙사 형태의 종교 관련 시설이나 대학 기숙사 등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만큼 많은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 입실 전 검사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절차겠지요.

관련 소식을 들은 많은 시민들은 언뜻 기숙사에 입실할 경우 모두 무료 검사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은 선제 검사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대학생도 무료 검사 대상에 포함하기도 하고, 또 일부 대학에서도 자체 예산을 들여 전수조사에 나서기도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비수도권 거주 대학생은 개인 비용을 들여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숙사 내부 사진(자료화면)기숙사 내부 사진(자료화면)

■ 결국 '예산'과 '인력' 문제

이와 관련해 교육부에 문의했더니 어느 정도 예견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주관 부처인 질병관리청과도 기숙사 입실 대학생들의 코로나 검사 지원 여부를 협의했지만, 수 십만 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을 지원하기에는 아직 예산과 관련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기숙사 생활 대학생의 70%가량이 수도권에 있어 임시 선별검사소를 통해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초·중·고 학생들보다는 생활을 통제하기 힘들어 검사 이후의 효율면을 따져봤을 때 후순위로 밀렸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선제적 검사 강조하려면 개인 부담 없애야

새학기를 앞두고 혹시나 하는 우려에 집단생활을 하는 곳을 중심으로 선제적 검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는 지역에 따라 혹은 나이에 따라 무료 검사 지원 여부가 달라진다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휴가 군인장병들에게도 복귀 때 하는 코로나 진단검사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게 했다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자, 국방부가 거리두기 단계 하향에 따라 무료 검사가 중단된 지역에서도 부대 복귀 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누리꾼들은 다행이라면서도 "당연히 처음부터 해줬어야 한다"는 반응이었는데요. 방역에는 어느 지역도 차별이 없다는 정부의 입장처럼, 코로나 진단검사에도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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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은 왜 코로나19 무료 검사 안 되나요?
    • 입력 2021-02-27 10:02:01
    • 수정2021-02-27 10:44:19
    취재K

■ "무료인지 알았는데..좀 부담스럽네요"

대학 신입생 자녀를 둔 지인과 근황을 주고받다가, 코로나 검사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서 병원마다 전화를 걸어 좀 더 저렴한 곳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인의 자녀는 대학입시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그야말로 '인서울' 에 성공했고, 운 좋게 기숙사도 배정받아 입실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전에 코로나 19 진단검사를 자비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학교로부터 입실 안내문을 받았을 때만 해도 지인은 자녀가 보건소를 찾아가 검사만 받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확진자와 접촉하지도 않았고, 별다른 증상이 있지도 않은 지인의 자녀는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없다며, 별도의 의료기관에서 자비를 들여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를 받은 겁니다.

그런데, 이 비용도 A병원은 16만 원, B 병원은 13만 원, C 병원은 9만 원, 이렇게 제 각각 이었습니다. 결국, 주변 학부모들과 수소문해 9만 원가량 비용이 드는 C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음성으로 통보받았다고 합니다.

사실 지인의 자녀는 수도권에 있는 대학 주변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아가면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긴 합니다. 학교에 문의를 했을 때도 그렇게 안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입실 3일 이내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하고, 수도권까지 오가는 비용과 시간, 또 확진자 발생이 집중되고 있는 수도권을 굳이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서 거주지에서 검사를 받기로 한 겁니다.


■"어디에서 검사받아야 저렴한가요?"

비수도권 대학의 기숙사에 입실하는 학생들의 고민도 마찬가집니다. 비수도권은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1.5단계로 보건당국으로부터 검사대상자로 통보받지 않는 이상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학생들은 어디에서 검사를 받아야 저렴한지 등을 부지런히 알아보고 있습니다. 모두를 위해 기꺼이 검사에 응하고, 안전하게 집단생활을 하고 싶지만 10만 원 가까이 드는 검사 비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 전국 단위 모집 고등학교 학생은 '무료'

혼란은 최근 발표된 정부 방침도 한몫 했습니다. 정부가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고등학교 기숙사 학생 5만 8천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19 선제검사를 지원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겨울방학 동안 기숙사 형태의 종교 관련 시설이나 대학 기숙사 등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만큼 많은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 입실 전 검사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절차겠지요.

관련 소식을 들은 많은 시민들은 언뜻 기숙사에 입실할 경우 모두 무료 검사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은 선제 검사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대학생도 무료 검사 대상에 포함하기도 하고, 또 일부 대학에서도 자체 예산을 들여 전수조사에 나서기도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비수도권 거주 대학생은 개인 비용을 들여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숙사 내부 사진(자료화면)
■ 결국 '예산'과 '인력' 문제

이와 관련해 교육부에 문의했더니 어느 정도 예견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주관 부처인 질병관리청과도 기숙사 입실 대학생들의 코로나 검사 지원 여부를 협의했지만, 수 십만 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을 지원하기에는 아직 예산과 관련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기숙사 생활 대학생의 70%가량이 수도권에 있어 임시 선별검사소를 통해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초·중·고 학생들보다는 생활을 통제하기 힘들어 검사 이후의 효율면을 따져봤을 때 후순위로 밀렸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선제적 검사 강조하려면 개인 부담 없애야

새학기를 앞두고 혹시나 하는 우려에 집단생활을 하는 곳을 중심으로 선제적 검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는 지역에 따라 혹은 나이에 따라 무료 검사 지원 여부가 달라진다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휴가 군인장병들에게도 복귀 때 하는 코로나 진단검사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게 했다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자, 국방부가 거리두기 단계 하향에 따라 무료 검사가 중단된 지역에서도 부대 복귀 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누리꾼들은 다행이라면서도 "당연히 처음부터 해줬어야 한다"는 반응이었는데요. 방역에는 어느 지역도 차별이 없다는 정부의 입장처럼, 코로나 진단검사에도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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