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표와 ‘이것’만 있으면 해외여행 가능?

입력 2021.03.02 (17:12) 수정 2021.03.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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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2일) 0시 기준으로 2만 3천여 명이 접종을 받았습니다. 접종률은 0.04%여서 집단면역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긴 합니다.

그래도 우려했던 부작용 걱정은 접종이 시작되자 잠잠해지는 양상입니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특수 주사기와 의료인들의 기술로 접종 횟수를 늘릴 수 있게 됐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마침 새 학기 첫날이기도 한 오늘, 정세균 총리는 "한 분이라도 더, 하루라도 빨리 접종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라면서 "접종 현장에서 저는 ‘희망의 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실감했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격리 부담 없는 해외여행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높아집니다.

'백신 여권' 논의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 "백신 여권 도입 논의 중…시기는 지켜봐야"

'백신 여권' 도입 여부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신중합니다.

백신 여권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접종 증명서입니다. 의료기관이 백신 접종 사실을 확인해주는 '접종 증명서' , 혹은 진단검사 결과 감염자가 아니라는 걸 밝히는 '음성 확인서'가 아니라 국가가 발급하는 신분증 개념입니다.

국가가 백신 접종을 증명해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입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오늘 백신 여권 도입과 관련된 부처 간 논의가 진행 중이냐는 KBS 질의에 "중앙방역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어서 "현재 유럽 등 외국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며, 국내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제도화 시기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백신 여권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고려할 사항이 적지 않습니다.

윤태호 반장은 "해외 국가에서 백신 여권이 도입되고 증명서가 발급될 경우 국내 입국하는 해당 외국인들을 어떻게 격리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과 격리 면제 여부 등 실무적인 검토가 상당 부분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관광업 부활 시급한 유럽부터 시작

유럽을 중심으로 일부 국가들은 개인별 '백신 여권' 발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 간 이동의 자유에 대한 합의인 솅겐 조약, 또 기본권으로서의 이동권 같은 논리에서 출발한 것이기도 합니다만, 관광업에 적잖게 기대고 있는 유럽 나라들로서는 여행 제한을 시급히 풀 필요도 적지 않을 겁니다.

지난달 유럽정상회의에서 의견을 모았고, 오는 17일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석 달 안에 디지털 백신 증명서를 마련하기로 했으니까 결국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전까지 접종 속도전을 벌여서 여행 제한을 풀어보자는 구상인 셈입니다.

현재 국가가 이 같은 증명서를 발급하는 나라는 딱 한 곳, 아이슬란드입니다.

1월부터 백신 접종을 마친 자국민들에게 증명서를 내주고 있습니다. 이 증명서가 있으면 다른 나라로 갈 때 코로나 검역 조치를 면제받을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아이슬란드는 비슷한 증명서를 소지한 외국인에게도 같은 혜택, 그러니까 강화된 코로나 검역 조치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 밖에도 국민 대부분이 이미 1차 접종을 마친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녹색 여권’을 발급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덴마크도 이달 초 서너 달 안에 출장 용도 등의 디지털 코로나19 여권을 발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헝가리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거나 면역을 형성한 경우 카드를 준다고 합니다. 다만, 이 증명서는 출입국에 활용되지는 않고 국내에서 음식점 등 다중 이용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입니다.


■ 세계 백신 접종률 3%…백신 여권은 특권?

하지만 백신 여권 구상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 국가별로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렇잖아도 일부 선진국들의 백신 싹쓸이가 문제가 되는 가운데, 백신 여권은 일부 국가 국민들에게 특권을 주는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집계를 보면 2월 말까지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은 3% 수준입니다. 가장 높은 이스라엘은 거의 전 국민이 맞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영국, 미국, 칠레만 두 자릿수 접종률을 보일 뿐 나머지 국가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국가별 백신 접종률 현황.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국가별 백신 접종률 현황.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백신이 충분치 않은 경우, 나라 안에서도 일부만 주사를 맞을 수도 있고, 게다가 그 '일부'가 보호가 필요한 약자라면 몰라도 돈과 권력 있는 기득권층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돈도 힘도 없어서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데, 외국인과 힘 있는 내국인 일부만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다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죠.

이 때문에 프랑스의 클레망 보네 유럽 담당 장관도 '평등'을 이유로, 백신 여권에 반대했습니다.

보네 장관은 “일부에게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한 권리가 있다는 생각은 충격적이고, 프랑스는 그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독일도 비슷한 이유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달 14일 회의에서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국제 여행객들에게 여행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조처의 준수를 면제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 백신 유효성·변이 바이러스…'백신 여권' 필요할까

게다가 현재 보급되는 백신의 효과가 얼마나 가는지,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지 등 과학적 의문도 아직 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무증상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 등 (백신 효능 관련)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며 "이런 부분은 해외도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실무적인 부분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변이바이러스의 출현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라 계산은 더 복잡해집니다. 임상 시험을 간소화한 채 긴급사용승인 형태로 접종이 이뤄지는 만큼, 시판 백신들이 변이에도 유효한지, 면역은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도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의료기관이 발행하는 접종 확인, 혹은 음성 확인 시스템이 존재하고 이미 출입국 절차에 이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백신 여권이 정말 필요하냐는 질문도 나옵니다.

실제로 한국은 이미 입국자 전원에게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고 있고, 확인서 없는 외국인은 입국이 거절됩니다. 한국인이면 입국은 허용하지만 세 차례 진단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되어야 격리가 해제됩니다.

결국 질문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모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백신을 맞은 '일부' 국가의 '일부' 국민들만을 대상으로 국가가 '여행 자유'이라는 특권을 부여할 수 있는가? 그래야 하는가?"

이에 대한 정부의 답은 논의야 하겠지만, 아직은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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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행기표와 ‘이것’만 있으면 해외여행 가능?
    • 입력 2021-03-02 17:12:51
    • 수정2021-03-02 18:01:13
    취재K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2일) 0시 기준으로 2만 3천여 명이 접종을 받았습니다. 접종률은 0.04%여서 집단면역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긴 합니다.

그래도 우려했던 부작용 걱정은 접종이 시작되자 잠잠해지는 양상입니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특수 주사기와 의료인들의 기술로 접종 횟수를 늘릴 수 있게 됐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마침 새 학기 첫날이기도 한 오늘, 정세균 총리는 "한 분이라도 더, 하루라도 빨리 접종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라면서 "접종 현장에서 저는 ‘희망의 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실감했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격리 부담 없는 해외여행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높아집니다.

'백신 여권' 논의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 "백신 여권 도입 논의 중…시기는 지켜봐야"

'백신 여권' 도입 여부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신중합니다.

백신 여권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접종 증명서입니다. 의료기관이 백신 접종 사실을 확인해주는 '접종 증명서' , 혹은 진단검사 결과 감염자가 아니라는 걸 밝히는 '음성 확인서'가 아니라 국가가 발급하는 신분증 개념입니다.

국가가 백신 접종을 증명해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입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오늘 백신 여권 도입과 관련된 부처 간 논의가 진행 중이냐는 KBS 질의에 "중앙방역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어서 "현재 유럽 등 외국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며, 국내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제도화 시기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백신 여권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고려할 사항이 적지 않습니다.

윤태호 반장은 "해외 국가에서 백신 여권이 도입되고 증명서가 발급될 경우 국내 입국하는 해당 외국인들을 어떻게 격리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과 격리 면제 여부 등 실무적인 검토가 상당 부분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관광업 부활 시급한 유럽부터 시작

유럽을 중심으로 일부 국가들은 개인별 '백신 여권' 발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 간 이동의 자유에 대한 합의인 솅겐 조약, 또 기본권으로서의 이동권 같은 논리에서 출발한 것이기도 합니다만, 관광업에 적잖게 기대고 있는 유럽 나라들로서는 여행 제한을 시급히 풀 필요도 적지 않을 겁니다.

지난달 유럽정상회의에서 의견을 모았고, 오는 17일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석 달 안에 디지털 백신 증명서를 마련하기로 했으니까 결국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전까지 접종 속도전을 벌여서 여행 제한을 풀어보자는 구상인 셈입니다.

현재 국가가 이 같은 증명서를 발급하는 나라는 딱 한 곳, 아이슬란드입니다.

1월부터 백신 접종을 마친 자국민들에게 증명서를 내주고 있습니다. 이 증명서가 있으면 다른 나라로 갈 때 코로나 검역 조치를 면제받을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아이슬란드는 비슷한 증명서를 소지한 외국인에게도 같은 혜택, 그러니까 강화된 코로나 검역 조치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 밖에도 국민 대부분이 이미 1차 접종을 마친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녹색 여권’을 발급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덴마크도 이달 초 서너 달 안에 출장 용도 등의 디지털 코로나19 여권을 발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헝가리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거나 면역을 형성한 경우 카드를 준다고 합니다. 다만, 이 증명서는 출입국에 활용되지는 않고 국내에서 음식점 등 다중 이용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입니다.


■ 세계 백신 접종률 3%…백신 여권은 특권?

하지만 백신 여권 구상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 국가별로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렇잖아도 일부 선진국들의 백신 싹쓸이가 문제가 되는 가운데, 백신 여권은 일부 국가 국민들에게 특권을 주는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집계를 보면 2월 말까지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은 3% 수준입니다. 가장 높은 이스라엘은 거의 전 국민이 맞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영국, 미국, 칠레만 두 자릿수 접종률을 보일 뿐 나머지 국가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국가별 백신 접종률 현황. 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백신이 충분치 않은 경우, 나라 안에서도 일부만 주사를 맞을 수도 있고, 게다가 그 '일부'가 보호가 필요한 약자라면 몰라도 돈과 권력 있는 기득권층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돈도 힘도 없어서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데, 외국인과 힘 있는 내국인 일부만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다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죠.

이 때문에 프랑스의 클레망 보네 유럽 담당 장관도 '평등'을 이유로, 백신 여권에 반대했습니다.

보네 장관은 “일부에게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한 권리가 있다는 생각은 충격적이고, 프랑스는 그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독일도 비슷한 이유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달 14일 회의에서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국제 여행객들에게 여행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조처의 준수를 면제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 백신 유효성·변이 바이러스…'백신 여권' 필요할까

게다가 현재 보급되는 백신의 효과가 얼마나 가는지,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지 등 과학적 의문도 아직 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무증상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 등 (백신 효능 관련)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며 "이런 부분은 해외도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실무적인 부분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변이바이러스의 출현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라 계산은 더 복잡해집니다. 임상 시험을 간소화한 채 긴급사용승인 형태로 접종이 이뤄지는 만큼, 시판 백신들이 변이에도 유효한지, 면역은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도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의료기관이 발행하는 접종 확인, 혹은 음성 확인 시스템이 존재하고 이미 출입국 절차에 이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백신 여권이 정말 필요하냐는 질문도 나옵니다.

실제로 한국은 이미 입국자 전원에게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고 있고, 확인서 없는 외국인은 입국이 거절됩니다. 한국인이면 입국은 허용하지만 세 차례 진단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되어야 격리가 해제됩니다.

결국 질문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모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백신을 맞은 '일부' 국가의 '일부' 국민들만을 대상으로 국가가 '여행 자유'이라는 특권을 부여할 수 있는가? 그래야 하는가?"

이에 대한 정부의 답은 논의야 하겠지만, 아직은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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