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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코로나19’ 팬데믹
“내 역학조사는 무효” 제주도에 맞소송 건 안산시 확진자
입력 2021.03.03 (15:10) 수정 2021.03.03 (15:10) 취재K
사진 출처: 연합뉴스사진 출처: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코로나19 증상에도 해열제를 먹으며 제주를 여행했다가 제주도 등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경기도 안산시민이 '해당 역학조사는 무효'라며 제주도와 서울 강남구를 상대로 행정·민사소송을 제기했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최근 법원은 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 해열제 10알 먹으며 제주여행…돌아간 다음 날 '확진'

경기도 안산시 주민인 이 확진자는 지난해 6월 15일 제주를 방문해 3박 4일간 여행하고, 같은 달 18일 오전에 김포행 비행기를 타고 제주를 떠났습니다.

당시 방역 당국의 역학 조사 내용을 보면, 안산시 확진자는 제주에 들어온 다음 날부터 몸살과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해열제 10알을 이틀에 걸쳐 복용하면서 제주지역 관광지와 식당 등을 다녔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확진자와 접촉한 애꿎은 56명이 자가 격리를 해야 했습니다.

안산시 확진자는 제주를 떠난 지 하루 만인 19일, 서울 강남구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애초 서울 강남구 확진자로 알려졌으나, 주소지가 경기도 안산시로 확인됨에 따라 안산시 확진자로 최종 분류됐습니다.

 자료화면. 해당 장면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무관함. 자료화면. 해당 장면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무관함.

지난해 7월 9일, 제주도는 도내 업체 2곳과 함께 제주지방법원에 이 확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에 함께 한 업체는 확진자 방문으로 인해 직원이 격리되고, 업장은 임시 폐쇄되는 등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곳들입니다.

제주도가 산정한 피해 청구액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발생한 방역비와 수십 명 자가격리자가 발생한 데 따른 지원 비용 등 약 1억 3천만 원가량입니다.

제주도가 제기한 다른 손해배상 소송 재판과 마찬가지로, 이 확진자 역시 증상이 있는데도 해열제를 먹으며 여행한 점 등 '감염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고의성' 등이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 "내 역학조사는 위법…정신적 피해 입어" 맞소송 제기

제주도 등이 안산시민에게 청구한 소송은 아직 재판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측이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이송 신청'을 해, 시일이 소요됐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해당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제주지법에서 열릴 첫 재판은 지금껏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안산시민, 그 사이에 제주도지사와 서울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맞소송'을 걸었습니다. 두 기관장을 상대로 한 '조사명령처분 무효확인 청구의 소'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된 날은 올해 1월 22일입니다.

주장의 요지는 △원고에 대한 역학조사 처분은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가 되어야 하며 △제주도가 이 같은 위법적인 역학조사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사생활 비밀을 누설하고 개인정보를 침해해, 원고에게 정신적 피해 등을 입혔다는 내용입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사진출처: 연합뉴스

■ "수정 지침 따르지 않은 불법 역학조사"…법원은 "각하"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지자체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기초역학조사서 서식도 있는데, 제주도 등에 따르면 원고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졌던 지난해 6월 당시에는 역학조사서 양식이 규정·지침으로 정해진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안산시 확진자는 앞서 지난해 6월 당시 강남구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해당 지역 보건소가 역학조사를 맡았습니다. 즉, 지난해 6월 당시 이뤄진 역학 조사는 정부의 수정 지침을 따르지 않았으므로 위법이고, 이에 무효가 되거나 취소되어야 한다는 게 원고 측 주장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올해 초, 안산시 확진자가 제주도지사와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사명령처분 무효확인 청구의 소에 대해 피고적격이 없고, 소의 이익이 없다며 지난달 26일,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청구한 2천만 원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각하했습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사진출처: 연합뉴스

각하 처분은 제기된 소송 자체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뜻합니다. 재판 요건은 성립하나, 취소 또는 무효할 만한 사유가 아니라는 판단하에 내리는 '기각'과는 또 다른 결정입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기관장이 아닌 기관을 상대로 해야 합니다. 제소 이후 법원은 이에 대한 보정 명령을 내렸지만, 제대로 보정이 되지 않으면서 재판부가 한 달여 만에 선고기일을 지정했습니다.

■ 안산시 확진자의 손해배상청구 '맞소송' 왜?

안산시 확진자는 왜 제주도를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을까요. 이는 현재 제주도가 제기한 손배소와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제주도는 코로나19 증상이 있는데도 제주를 여행하고, 역학조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했거나, 감염 확산의 고의성을 띠는 이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3건을 제기해,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어디에 갔고, 무엇을 먹었고, 누구를 만났는지 등 확진 판정 전후의 조사 기록이 상세하게 남아있는 역학조사서는 이들 소송의 주요 증거가 됩니다.

이 안산시 확진자의 경우 강남구 보건소의 역학조사서가 특히 제주도의 손해배상소송의 주요 증거로 작용하고 있어 "이 자체가 무효다"라는 주장의 맞소송을 제기한 뒤, 제주도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응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역학조사 시점은 작년 6월이었고, 정부의 수정 지침이 생긴 것은 같은 해 12월 말이다. 이를 지침을 따르지 않아 위법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예상했던 대로 각하 결정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 “내 역학조사는 무효” 제주도에 맞소송 건 안산시 확진자
    • 입력 2021-03-03 15:10:14
    • 수정2021-03-03 15:10:48
    취재K
사진 출처: 연합뉴스사진 출처: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코로나19 증상에도 해열제를 먹으며 제주를 여행했다가 제주도 등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경기도 안산시민이 '해당 역학조사는 무효'라며 제주도와 서울 강남구를 상대로 행정·민사소송을 제기했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최근 법원은 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 해열제 10알 먹으며 제주여행…돌아간 다음 날 '확진'

경기도 안산시 주민인 이 확진자는 지난해 6월 15일 제주를 방문해 3박 4일간 여행하고, 같은 달 18일 오전에 김포행 비행기를 타고 제주를 떠났습니다.

당시 방역 당국의 역학 조사 내용을 보면, 안산시 확진자는 제주에 들어온 다음 날부터 몸살과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해열제 10알을 이틀에 걸쳐 복용하면서 제주지역 관광지와 식당 등을 다녔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확진자와 접촉한 애꿎은 56명이 자가 격리를 해야 했습니다.

안산시 확진자는 제주를 떠난 지 하루 만인 19일, 서울 강남구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애초 서울 강남구 확진자로 알려졌으나, 주소지가 경기도 안산시로 확인됨에 따라 안산시 확진자로 최종 분류됐습니다.

 자료화면. 해당 장면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무관함. 자료화면. 해당 장면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무관함.

지난해 7월 9일, 제주도는 도내 업체 2곳과 함께 제주지방법원에 이 확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에 함께 한 업체는 확진자 방문으로 인해 직원이 격리되고, 업장은 임시 폐쇄되는 등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곳들입니다.

제주도가 산정한 피해 청구액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발생한 방역비와 수십 명 자가격리자가 발생한 데 따른 지원 비용 등 약 1억 3천만 원가량입니다.

제주도가 제기한 다른 손해배상 소송 재판과 마찬가지로, 이 확진자 역시 증상이 있는데도 해열제를 먹으며 여행한 점 등 '감염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고의성' 등이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 "내 역학조사는 위법…정신적 피해 입어" 맞소송 제기

제주도 등이 안산시민에게 청구한 소송은 아직 재판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측이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이송 신청'을 해, 시일이 소요됐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해당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제주지법에서 열릴 첫 재판은 지금껏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안산시민, 그 사이에 제주도지사와 서울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맞소송'을 걸었습니다. 두 기관장을 상대로 한 '조사명령처분 무효확인 청구의 소'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된 날은 올해 1월 22일입니다.

주장의 요지는 △원고에 대한 역학조사 처분은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가 되어야 하며 △제주도가 이 같은 위법적인 역학조사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사생활 비밀을 누설하고 개인정보를 침해해, 원고에게 정신적 피해 등을 입혔다는 내용입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사진출처: 연합뉴스

■ "수정 지침 따르지 않은 불법 역학조사"…법원은 "각하"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지자체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기초역학조사서 서식도 있는데, 제주도 등에 따르면 원고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졌던 지난해 6월 당시에는 역학조사서 양식이 규정·지침으로 정해진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안산시 확진자는 앞서 지난해 6월 당시 강남구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해당 지역 보건소가 역학조사를 맡았습니다. 즉, 지난해 6월 당시 이뤄진 역학 조사는 정부의 수정 지침을 따르지 않았으므로 위법이고, 이에 무효가 되거나 취소되어야 한다는 게 원고 측 주장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올해 초, 안산시 확진자가 제주도지사와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사명령처분 무효확인 청구의 소에 대해 피고적격이 없고, 소의 이익이 없다며 지난달 26일,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청구한 2천만 원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각하했습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사진출처: 연합뉴스

각하 처분은 제기된 소송 자체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뜻합니다. 재판 요건은 성립하나, 취소 또는 무효할 만한 사유가 아니라는 판단하에 내리는 '기각'과는 또 다른 결정입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기관장이 아닌 기관을 상대로 해야 합니다. 제소 이후 법원은 이에 대한 보정 명령을 내렸지만, 제대로 보정이 되지 않으면서 재판부가 한 달여 만에 선고기일을 지정했습니다.

■ 안산시 확진자의 손해배상청구 '맞소송' 왜?

안산시 확진자는 왜 제주도를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을까요. 이는 현재 제주도가 제기한 손배소와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제주도는 코로나19 증상이 있는데도 제주를 여행하고, 역학조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했거나, 감염 확산의 고의성을 띠는 이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3건을 제기해,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어디에 갔고, 무엇을 먹었고, 누구를 만났는지 등 확진 판정 전후의 조사 기록이 상세하게 남아있는 역학조사서는 이들 소송의 주요 증거가 됩니다.

이 안산시 확진자의 경우 강남구 보건소의 역학조사서가 특히 제주도의 손해배상소송의 주요 증거로 작용하고 있어 "이 자체가 무효다"라는 주장의 맞소송을 제기한 뒤, 제주도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응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역학조사 시점은 작년 6월이었고, 정부의 수정 지침이 생긴 것은 같은 해 12월 말이다. 이를 지침을 따르지 않아 위법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예상했던 대로 각하 결정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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