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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코로나19’ 팬데믹
[코로나19 백신] 공정한 분배가 감염병으로부터 모두를 지킨다
입력 2021.03.04 (05:00) 수정 2021.03.04 (05:00) 취재K

-이철우/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지난달 26일 화이자 백신 11만 8,000여 도즈가 국내에 도착했다. 27일부터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접종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국내 도입된 화이자 백신은 특례수입 절차를 통하여 수입된 물량으로, 중앙예방접종센터, 권역·지역예방접종센터, 자체 접종 의료기관 순으로 접종이 진행될 예정이다.

초저온 유통 등 접종과정이 다소 어려워 이러한 접종 여건을 갖춘 기관들을 위주로 접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2월 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보건소와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접종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 특례수입으로 들어온 화이자사 백신은 우리 정부가 화이자사와 양자 간 계약을 통하여 구매한 것이 아니다. 코백스(COVAX)를 통하여 도입된 것이다.

■세계 보건의 실험, COVAX 퍼실리티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백신, 치료제, 진단키트 등의 개발, 생산 및 공평한 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협력체계로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수단들에 대한 접근성 촉진 이니셔티브(ACT-A: Access to COVID-19 Tools Accelerator)’가 출범했다.

코백스는 바로 이 ACT-A 이니셔티브에서 백신을 담당하고 있는 축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공동으로 주도하고 있다.

코백스의 공평한 백신 공급 전략은 크게 코백스 퍼실리티와 코백스 선 구매공약으로 나뉜다. 먼저, 코백스 퍼실리티는 전 세계 인구의 20%까지 코로나19 백신을 균등하게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참여국들은 코백스에 일정 비용을 선입금으로 내고 그 참여 비율에 따라 백신을 공급받게 된다. 국가별로 편차가 있긴 하나 자국민의 10~50% 분량의 백신을 코백스를 통해 공급받을 예정이다.

단, 참여한 모든 국가가 전 국민의 20%를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받기 전까지는 그 어떠한 국가도 20%를 초과하여 백신을 받을 수 없다. 중하위 또는 저소득 국가는 수혜국으로 분류되어 백신구매 비용을 선진국으로부터 원조받게 된다.

코백스 선 구매공약은 선진국이 공여한 자금으로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공급하기 위한 메커니즘이다. 원조기금의 성격도 띠고 있다. 코백스 선 구매공약에 대한 기여금액이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는 백신의 양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도 코백스 퍼실리티와 선 구매공약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하여 우리 국민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인 1,000만 명분을 2021년 말까지 공급받을 예정이다.

코백스는 위에서 언급된 두 전략을 통해 참여국들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으로 제조사들과 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제조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생산시설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코백스는 개발 성공이 유망한 백신 후보 물질들에 대해 선 구매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대량생산시설에 대한 제조사들의 선제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코백스의 지원이 없었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끝내고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은 이후에나 생산량을 확대할 수밖에 없어 그만큼 대량생산은 늦어졌을 것이다.

백신의 수요대비 공급부족 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었다. 여성의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를 예방하는 백신이 대표적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도 불리는 HPV 백신의 경우를 살펴보면, 2018년부터 전 세계적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공급이 충분치 않아 이미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HPV백신 예방접종을 도입한 국가들에서 접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콜레라 백신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지만, 수요의 약 30%가량만 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가 콜레라 백신이 필요한 국가들의 요청을 개별적으로 검토한 후 특정 물량만큼의 백신만 사용을 허가해주고 있다.


■고른 백신 분배 없는 한, 세계 피해 확산

코백스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의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백신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보장하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시도이다. 이 의의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 코백스를 이끄는 WHO와 GAVI가 포함됐다.

하지만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우선하여 공급받을 수 있는 물량은 국가별 인구의 20%로 제한되어 있어 집단면역을 형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미 선진국들은 제조사들과 개별적으로 계약해 부족한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구매력이 있는 선진국의 입장에서는 코백스 퍼실리티가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 중 하나로 전락하였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국가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코백스에 참여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백신을 확보한 국가들도 있다. 코백스와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백신 제조사들도 있어 국제사회를 위한 충분한 물량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비단 코백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기구 및 국제기금은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일부 회원국들이 개별적인 권한을 행사하더라도 이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이는 유엔 기구들이 반복적으로 직면해왔던 어려움으로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종식은 더 이상 한 국가의 힘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전 세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과제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분배가 지연될수록 전 세계적인 피해 규모도 계속 커질 것이다.

일부 국가들에서 대규모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국가들에서 계속 코로나19가 확산한다면 기존 백신의 방어범위를 피해갈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분배에 투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직·간접적인 이득이 투자금의 5배 가까이 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예방백신을 개발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백신이 신속히 생산될 수 있도록 개발과정에서부터 생산시설이 확충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짧은 시간 내에 백신의 연간 생산능력이 향상하였다.

코백스와 같은 공평한 분배를 위한 노력도 시도되긴 했으나, 여전히 백신에 대한 접근성은 국가마다 차이가 난다.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백신과 같은 공공재의 성격을 띠는 필수의약품에 대한 공평한 분배에 대해 고민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통수단의 발달 등으로 국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만약 전 세계 어딘가에서 감염병의 위험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모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한다.

※ 본 기고의 내용은 KBS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코로나19 백신] 공정한 분배가 감염병으로부터 모두를 지킨다
    • 입력 2021-03-04 05:00:27
    • 수정2021-03-04 05:00:42
    취재K

-이철우/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지난달 26일 화이자 백신 11만 8,000여 도즈가 국내에 도착했다. 27일부터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접종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국내 도입된 화이자 백신은 특례수입 절차를 통하여 수입된 물량으로, 중앙예방접종센터, 권역·지역예방접종센터, 자체 접종 의료기관 순으로 접종이 진행될 예정이다.

초저온 유통 등 접종과정이 다소 어려워 이러한 접종 여건을 갖춘 기관들을 위주로 접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2월 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보건소와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접종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 특례수입으로 들어온 화이자사 백신은 우리 정부가 화이자사와 양자 간 계약을 통하여 구매한 것이 아니다. 코백스(COVAX)를 통하여 도입된 것이다.

■세계 보건의 실험, COVAX 퍼실리티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백신, 치료제, 진단키트 등의 개발, 생산 및 공평한 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협력체계로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수단들에 대한 접근성 촉진 이니셔티브(ACT-A: Access to COVID-19 Tools Accelerator)’가 출범했다.

코백스는 바로 이 ACT-A 이니셔티브에서 백신을 담당하고 있는 축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공동으로 주도하고 있다.

코백스의 공평한 백신 공급 전략은 크게 코백스 퍼실리티와 코백스 선 구매공약으로 나뉜다. 먼저, 코백스 퍼실리티는 전 세계 인구의 20%까지 코로나19 백신을 균등하게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참여국들은 코백스에 일정 비용을 선입금으로 내고 그 참여 비율에 따라 백신을 공급받게 된다. 국가별로 편차가 있긴 하나 자국민의 10~50% 분량의 백신을 코백스를 통해 공급받을 예정이다.

단, 참여한 모든 국가가 전 국민의 20%를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받기 전까지는 그 어떠한 국가도 20%를 초과하여 백신을 받을 수 없다. 중하위 또는 저소득 국가는 수혜국으로 분류되어 백신구매 비용을 선진국으로부터 원조받게 된다.

코백스 선 구매공약은 선진국이 공여한 자금으로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공급하기 위한 메커니즘이다. 원조기금의 성격도 띠고 있다. 코백스 선 구매공약에 대한 기여금액이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는 백신의 양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도 코백스 퍼실리티와 선 구매공약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하여 우리 국민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인 1,000만 명분을 2021년 말까지 공급받을 예정이다.

코백스는 위에서 언급된 두 전략을 통해 참여국들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으로 제조사들과 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제조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생산시설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코백스는 개발 성공이 유망한 백신 후보 물질들에 대해 선 구매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대량생산시설에 대한 제조사들의 선제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코백스의 지원이 없었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끝내고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은 이후에나 생산량을 확대할 수밖에 없어 그만큼 대량생산은 늦어졌을 것이다.

백신의 수요대비 공급부족 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었다. 여성의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를 예방하는 백신이 대표적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도 불리는 HPV 백신의 경우를 살펴보면, 2018년부터 전 세계적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공급이 충분치 않아 이미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HPV백신 예방접종을 도입한 국가들에서 접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콜레라 백신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지만, 수요의 약 30%가량만 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가 콜레라 백신이 필요한 국가들의 요청을 개별적으로 검토한 후 특정 물량만큼의 백신만 사용을 허가해주고 있다.


■고른 백신 분배 없는 한, 세계 피해 확산

코백스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의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백신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보장하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시도이다. 이 의의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 코백스를 이끄는 WHO와 GAVI가 포함됐다.

하지만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우선하여 공급받을 수 있는 물량은 국가별 인구의 20%로 제한되어 있어 집단면역을 형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미 선진국들은 제조사들과 개별적으로 계약해 부족한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구매력이 있는 선진국의 입장에서는 코백스 퍼실리티가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 중 하나로 전락하였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국가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코백스에 참여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백신을 확보한 국가들도 있다. 코백스와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백신 제조사들도 있어 국제사회를 위한 충분한 물량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비단 코백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기구 및 국제기금은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일부 회원국들이 개별적인 권한을 행사하더라도 이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이는 유엔 기구들이 반복적으로 직면해왔던 어려움으로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종식은 더 이상 한 국가의 힘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전 세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과제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분배가 지연될수록 전 세계적인 피해 규모도 계속 커질 것이다.

일부 국가들에서 대규모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국가들에서 계속 코로나19가 확산한다면 기존 백신의 방어범위를 피해갈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분배에 투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직·간접적인 이득이 투자금의 5배 가까이 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예방백신을 개발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백신이 신속히 생산될 수 있도록 개발과정에서부터 생산시설이 확충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짧은 시간 내에 백신의 연간 생산능력이 향상하였다.

코백스와 같은 공평한 분배를 위한 노력도 시도되긴 했으나, 여전히 백신에 대한 접근성은 국가마다 차이가 난다.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백신과 같은 공공재의 성격을 띠는 필수의약품에 대한 공평한 분배에 대해 고민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통수단의 발달 등으로 국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만약 전 세계 어딘가에서 감염병의 위험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모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한다.

※ 본 기고의 내용은 KBS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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