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中 택배차량서 아이 울음소리…누구도 비난 못한 이유?

입력 2021.03.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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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중국 산둥성 지난시 길가를 지나던 한 시민은 택배 배달 차량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문이 잠긴 차량에서 들려온 소리는 아이의 울음 소리.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목소리에 아이는 당황한 듯 더 크게 소리내 울기 시작했습니다.

■ "누가 이 아버지를 비난할 수 있나?"…누리꾼들, 아버지 옹호

신고를 받은 경찰은 도착 즉시 택배 차량 기사를 수소문합니다.연락을 받고 달려온 택배 기사는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고 아이를 안아 들었는데요. 두 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는 택배 기사를 보고서야 울음을 그쳤습니다.

 지난 2일 택배 기사인 아버지가 딸을 안고 있는 모습 [출처 : 웨이보] 지난 2일 택배 기사인 아버지가 딸을 안고 있는 모습 [출처 : 웨이보]

경찰에 따르면 이 택배 기사는 여자아이의 아버지였습니다. 택배 기사는 부부가 모두 택배 배송 업무를 하고 있다며 아이가 두 명 있지만 대신 봐줄 사람도 없어서 집에 둘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아이를 각자 한 명씩 데리고 택배 배달을 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더 어린 둘째를 데리고 일을 하게 된 택배 기사.

택배 배달할 때 아이를 데리고 갈 때도 있지만 데려가서 일을 보는 사이 아이가 사라지거나 하는 사고가 생길 수 있어 아이를 차에 두고 문을 잠글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는데요.

중국에도 돌봄 시설이 있지만, 이 택배 기사가 아이를 맡기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돌봄 시설이 방학이어서 아이를 데리고 다닌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웨이보에 올라온 중국 누리꾼들 댓글 웨이보에 올라온 중국 누리꾼들 댓글

소식이 중국의 대표 SNS인 웨이보에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애도 불쌍하고 어른도 고생이다.", "아무리 바빠도 집안을 돌보아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비슷한 어릴 적 경험을 전하며 "혼자 모래 놀이하고 혼자 쓰레기 줍고 혼자 건물에서 뛰어다니고 새로 막 지은 건물에서 혼자 잤던 생각이 난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 2018년에도, 2019년에도 '아기 동반 택배 배달' 화제

일은 해야 하고 아이는 집에 둘 수 없는 안타까운 택배 기사 소식이 전해진 건 이번에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8년 10월에도 아이를 데리고 택배를 배달하는 아저씨가 화제가 된 적이 있고 2019년 3월에도 아이를 업고 택배를 배달하는 기사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2019년 3월 화제가 된 ‘아기 동반 택배 배송’ 영상 [출처 : 동영상플랫폼 리시핑] 2019년 3월 화제가 된 ‘아기 동반 택배 배송’ 영상 [출처 : 동영상플랫폼 리시핑]

중국에서 택배업은 대부분 건당 비용을 받습니다. 즉 택배 배송 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돈을 더 벌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 보니 농민공, 호적상으로는 농민의 신분이지만 실제로는 도시에 와서 노동하는 사람들 가운데 택배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한 자격 없이도 쉽게 일할 수 있고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돈을 더 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중국, 지난해 매주 억만장자 약 6명씩 탄생…양극화 심화

생계를 위해 아이를 차량에 두고 문을 잠그면서까지 일을 해야 하는 어느 택배 기사의 소식이 전해지던 날, 중국에서는 또 다른 발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최초로 억만장자가 천 명이 넘는 나라가 됐다는 소식입니다.

중국 후룬리포트가 1월 15일 평가 기준으로 집계한 '2021 글로벌 부호 명단'에서 중국은 억만장자가 1,05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감염증 대유행의 여파에도 증시 붐과 기업 공개(IPO) 영향 등으로 중국에서는 318명의 억만장자가 새로 탄생했습니다. 일주일마다 6.1명씩 억만장자가 생겨난 셈입니다.

 2019년 3월 화제가 된 ‘아기 동반 택배 배송’ 영상 [출처 : 동영상플랫폼 리시핑] 2019년 3월 화제가 된 ‘아기 동반 택배 배송’ 영상 [출처 : 동영상플랫폼 리시핑]

어느 나라나 부의 양극화 문제는 사회 갈등 요소이자 해결이 어려운 고충입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올해 샤오캉(국민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해마다 등장했던 '아이 데리고 택배 배송하는 배달원' 소식은 과연 올해가 지나면 사라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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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中 택배차량서 아이 울음소리…누구도 비난 못한 이유?
    • 입력 2021-03-04 07:00:53
    특파원 리포트

지난 2일 오전 중국 산둥성 지난시 길가를 지나던 한 시민은 택배 배달 차량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문이 잠긴 차량에서 들려온 소리는 아이의 울음 소리.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목소리에 아이는 당황한 듯 더 크게 소리내 울기 시작했습니다.

■ "누가 이 아버지를 비난할 수 있나?"…누리꾼들, 아버지 옹호

신고를 받은 경찰은 도착 즉시 택배 차량 기사를 수소문합니다.연락을 받고 달려온 택배 기사는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고 아이를 안아 들었는데요. 두 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는 택배 기사를 보고서야 울음을 그쳤습니다.

 지난 2일 택배 기사인 아버지가 딸을 안고 있는 모습 [출처 : 웨이보]
경찰에 따르면 이 택배 기사는 여자아이의 아버지였습니다. 택배 기사는 부부가 모두 택배 배송 업무를 하고 있다며 아이가 두 명 있지만 대신 봐줄 사람도 없어서 집에 둘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아이를 각자 한 명씩 데리고 택배 배달을 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더 어린 둘째를 데리고 일을 하게 된 택배 기사.

택배 배달할 때 아이를 데리고 갈 때도 있지만 데려가서 일을 보는 사이 아이가 사라지거나 하는 사고가 생길 수 있어 아이를 차에 두고 문을 잠글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는데요.

중국에도 돌봄 시설이 있지만, 이 택배 기사가 아이를 맡기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돌봄 시설이 방학이어서 아이를 데리고 다닌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웨이보에 올라온 중국 누리꾼들 댓글
소식이 중국의 대표 SNS인 웨이보에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애도 불쌍하고 어른도 고생이다.", "아무리 바빠도 집안을 돌보아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비슷한 어릴 적 경험을 전하며 "혼자 모래 놀이하고 혼자 쓰레기 줍고 혼자 건물에서 뛰어다니고 새로 막 지은 건물에서 혼자 잤던 생각이 난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 2018년에도, 2019년에도 '아기 동반 택배 배달' 화제

일은 해야 하고 아이는 집에 둘 수 없는 안타까운 택배 기사 소식이 전해진 건 이번에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8년 10월에도 아이를 데리고 택배를 배달하는 아저씨가 화제가 된 적이 있고 2019년 3월에도 아이를 업고 택배를 배달하는 기사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2019년 3월 화제가 된 ‘아기 동반 택배 배송’ 영상 [출처 : 동영상플랫폼 리시핑]
중국에서 택배업은 대부분 건당 비용을 받습니다. 즉 택배 배송 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돈을 더 벌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 보니 농민공, 호적상으로는 농민의 신분이지만 실제로는 도시에 와서 노동하는 사람들 가운데 택배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한 자격 없이도 쉽게 일할 수 있고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돈을 더 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중국, 지난해 매주 억만장자 약 6명씩 탄생…양극화 심화

생계를 위해 아이를 차량에 두고 문을 잠그면서까지 일을 해야 하는 어느 택배 기사의 소식이 전해지던 날, 중국에서는 또 다른 발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최초로 억만장자가 천 명이 넘는 나라가 됐다는 소식입니다.

중국 후룬리포트가 1월 15일 평가 기준으로 집계한 '2021 글로벌 부호 명단'에서 중국은 억만장자가 1,05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감염증 대유행의 여파에도 증시 붐과 기업 공개(IPO) 영향 등으로 중국에서는 318명의 억만장자가 새로 탄생했습니다. 일주일마다 6.1명씩 억만장자가 생겨난 셈입니다.

 2019년 3월 화제가 된 ‘아기 동반 택배 배송’ 영상 [출처 : 동영상플랫폼 리시핑]
어느 나라나 부의 양극화 문제는 사회 갈등 요소이자 해결이 어려운 고충입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올해 샤오캉(국민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해마다 등장했던 '아이 데리고 택배 배송하는 배달원' 소식은 과연 올해가 지나면 사라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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