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시속 최저 30km ‘거북이 운행’…중부고속도로 확장 ‘20년 답보’
입력 2021.03.05 (09:00) 수정 2021.03.05 (17:10) 취재K

■ '거북이 운행' 반복하는 중부고속도로

왕복 4차로.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30.1km.

출근길 혼잡한 도심 도로 상황이냐고요?

아닙니다.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27일 낮 12시, 중부고속도로 하남 방향 서청주나들목에서 오창나들목의 1시간 평균 주행 속도입니다.

혹시 사흘간 황금연휴의 첫날이었기 때문일까요?

평일이었던 지난 2일에도 이 구간의 오전 7시 평균 속도는 시속 59.7km까지 떨어졌고, 이날 종일 평균 주행속도가 시속 100km를 넘은 적이 없습니다.

이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운전자 정수원 씨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시간보다 청주에서 서울 시내까지 진입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정도로 (중부고속도로) 정체가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좁은 도로 폭과 상습 지·정체로 운전자들은 중부고속도로에서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 30년 넘게 '왕복 4차로' 고속도로… "용량 포화상태"

총연장 117.2km의 중부고속도로는 지난 1987년 12월 3일 개통됐습니다. 당시 건설 목적은 경부고속도로의 교통량 분산이었다고 하는데요.

경기도 하남에서 이천 호법까지 약 10km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편도 2차로, 왕복 4차로입니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 중부고속도로 남이 방향으로 이동하거나, 대전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다가 중부고속도로로 합류하면 왕복 8차로의 도로가 4차로로 좁아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30년 넘게 도로 폭은 그대로인데, 교통량은 매년 급증하고 있습니다.

2014년 서청주~오창 구간의 하루 평균 교통량은 6만 3,625대였습니다. 2019년에는 7만 5,915대19.3% 증가했습니다.

특히 중부고속도로가 지나는 경기도와 충북지역의 산업단지는 지난해 말 기준 122곳으로 화물차 교통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2019년 중부고속도로 하루 평균 교통량에서 화물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2.3%. 같은 기간 전국 고속도로 평균인 27.7%를 웃돌았습니다.

비좁고 노후화된 도로에 화물차 통행량이 많다 보니 각종 안전사고 우려도 큽니다.


■ 확장기준 초과했는데… 20년째 검토만

국토교통부의 '2020년 도로업무편람'을 보면 중부고속도로와 같은 4차로 고속도로는 하루 교통량이 5만 1,300대를 초과하면 확장 대상입니다.

하루 평균 7만 대 이상 이용하는 중부고속도로는 이미 확장 기준을 초과한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왜 비좁은 4차로를 유지하고 있을까요?

사실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20년 전인 2001년부터 논의됐습니다.

정부가 음성~호법 구간 44.6km부터 왕복 6차로로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2008년 타당성 재조사에서 사업의 경제성을 가늠하는 비용대비편익(B/C)이 1.03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통상 B/C가 '1'을 넘으면 경제성을 충족하는 것으로 봅니다.

또 같은 해 남이~호법까지 33.8km 구간 확장사업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가 1.63으로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첫 삽을 뜨는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정부가 서울~세종을 연결하는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밝힌 겁니다. 그러면서 중부고속도로 확장 논의는 무기한 중단됐습니다.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가 건설될 경우 중부고속도로의 통행량이 감소하고, 경제성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중부고속도로냐, 제2경부냐'를 고민하는 사이 또다시 10년이 지났습니다.

충북 자치단체와 정치권은 지속적으로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정부에 건의해 왔습니다.

정부도 2018년 예산에 서청주~증평 구간 15.8km부터 6차로로 확장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와 기본 설계비 20억 원을 반영했는데요.

하지만 이마저도 3년 넘게 타당성 조사와 재조사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예상 총사업비가 애초 1,696억 원에서 2,625억 원까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김인 충청북도 균형건설국장은 "고속도로변으로 아파트 단지가 신축되다 보니 주민 민원으로 방음시설 설치비 등을 추가해서 사업비가 증가했고, 타당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투입한 예산 대비 효과, 즉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면서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또다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인 이장섭 국회의원(충북 청주시 서원구)은 "경제성 문제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신설 때문에 중첩되는 구간이라는 것이 문제인데, 실제로는 (두 고속도로의) 기능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승용차 위주의 인적교류 차원이고, 중부고속도로는 산업 도로의 기능"이라면서 도로마다 수요를 고려한 신설·확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상습 정체가 이어지고 있는 중부고속도로 왕복 4차선 구간.상습 정체가 이어지고 있는 중부고속도로 왕복 4차선 구간.

중부고속도로는 개통 직후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연결하는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중부고속도로 주변으로 산업단지 개발도 활발해지면서 비수도권의 성장을 촉진하는 '균형발전'의 상징으로도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낡고 좁은 도로는 이제 운전자의 기피 대상이 됐고, 주변 지역의 성장도 둔화하고 있습니다.

충청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더는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미룰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주최로 지난 3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도 5선의 변재일 국회의원(청주시 청원구)은 "확장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면서 정치권과 자치단체의 협력을 당부했습니다.

경제성 논리에 막혀 '거북이 운행'을 반복하는 중부고속도로. 언제쯤 제 속도로 달릴 수 있을까요?
  • 시속 최저 30km ‘거북이 운행’…중부고속도로 확장 ‘20년 답보’
    • 입력 2021-03-05 09:00:53
    • 수정2021-03-05 17:10:47
    취재K

■ '거북이 운행' 반복하는 중부고속도로

왕복 4차로.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30.1km.

출근길 혼잡한 도심 도로 상황이냐고요?

아닙니다.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27일 낮 12시, 중부고속도로 하남 방향 서청주나들목에서 오창나들목의 1시간 평균 주행 속도입니다.

혹시 사흘간 황금연휴의 첫날이었기 때문일까요?

평일이었던 지난 2일에도 이 구간의 오전 7시 평균 속도는 시속 59.7km까지 떨어졌고, 이날 종일 평균 주행속도가 시속 100km를 넘은 적이 없습니다.

이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운전자 정수원 씨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시간보다 청주에서 서울 시내까지 진입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정도로 (중부고속도로) 정체가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좁은 도로 폭과 상습 지·정체로 운전자들은 중부고속도로에서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 30년 넘게 '왕복 4차로' 고속도로… "용량 포화상태"

총연장 117.2km의 중부고속도로는 지난 1987년 12월 3일 개통됐습니다. 당시 건설 목적은 경부고속도로의 교통량 분산이었다고 하는데요.

경기도 하남에서 이천 호법까지 약 10km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편도 2차로, 왕복 4차로입니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 중부고속도로 남이 방향으로 이동하거나, 대전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다가 중부고속도로로 합류하면 왕복 8차로의 도로가 4차로로 좁아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30년 넘게 도로 폭은 그대로인데, 교통량은 매년 급증하고 있습니다.

2014년 서청주~오창 구간의 하루 평균 교통량은 6만 3,625대였습니다. 2019년에는 7만 5,915대19.3% 증가했습니다.

특히 중부고속도로가 지나는 경기도와 충북지역의 산업단지는 지난해 말 기준 122곳으로 화물차 교통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2019년 중부고속도로 하루 평균 교통량에서 화물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2.3%. 같은 기간 전국 고속도로 평균인 27.7%를 웃돌았습니다.

비좁고 노후화된 도로에 화물차 통행량이 많다 보니 각종 안전사고 우려도 큽니다.


■ 확장기준 초과했는데… 20년째 검토만

국토교통부의 '2020년 도로업무편람'을 보면 중부고속도로와 같은 4차로 고속도로는 하루 교통량이 5만 1,300대를 초과하면 확장 대상입니다.

하루 평균 7만 대 이상 이용하는 중부고속도로는 이미 확장 기준을 초과한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왜 비좁은 4차로를 유지하고 있을까요?

사실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20년 전인 2001년부터 논의됐습니다.

정부가 음성~호법 구간 44.6km부터 왕복 6차로로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2008년 타당성 재조사에서 사업의 경제성을 가늠하는 비용대비편익(B/C)이 1.03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통상 B/C가 '1'을 넘으면 경제성을 충족하는 것으로 봅니다.

또 같은 해 남이~호법까지 33.8km 구간 확장사업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가 1.63으로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첫 삽을 뜨는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정부가 서울~세종을 연결하는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밝힌 겁니다. 그러면서 중부고속도로 확장 논의는 무기한 중단됐습니다.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가 건설될 경우 중부고속도로의 통행량이 감소하고, 경제성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중부고속도로냐, 제2경부냐'를 고민하는 사이 또다시 10년이 지났습니다.

충북 자치단체와 정치권은 지속적으로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정부에 건의해 왔습니다.

정부도 2018년 예산에 서청주~증평 구간 15.8km부터 6차로로 확장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와 기본 설계비 20억 원을 반영했는데요.

하지만 이마저도 3년 넘게 타당성 조사와 재조사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예상 총사업비가 애초 1,696억 원에서 2,625억 원까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김인 충청북도 균형건설국장은 "고속도로변으로 아파트 단지가 신축되다 보니 주민 민원으로 방음시설 설치비 등을 추가해서 사업비가 증가했고, 타당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투입한 예산 대비 효과, 즉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면서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또다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인 이장섭 국회의원(충북 청주시 서원구)은 "경제성 문제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신설 때문에 중첩되는 구간이라는 것이 문제인데, 실제로는 (두 고속도로의) 기능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승용차 위주의 인적교류 차원이고, 중부고속도로는 산업 도로의 기능"이라면서 도로마다 수요를 고려한 신설·확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상습 정체가 이어지고 있는 중부고속도로 왕복 4차선 구간.상습 정체가 이어지고 있는 중부고속도로 왕복 4차선 구간.

중부고속도로는 개통 직후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연결하는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중부고속도로 주변으로 산업단지 개발도 활발해지면서 비수도권의 성장을 촉진하는 '균형발전'의 상징으로도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낡고 좁은 도로는 이제 운전자의 기피 대상이 됐고, 주변 지역의 성장도 둔화하고 있습니다.

충청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더는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미룰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주최로 지난 3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도 5선의 변재일 국회의원(청주시 청원구)은 "확장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면서 정치권과 자치단체의 협력을 당부했습니다.

경제성 논리에 막혀 '거북이 운행'을 반복하는 중부고속도로. 언제쯤 제 속도로 달릴 수 있을까요?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