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미·중 우주경쟁의 게임체인저 된다

입력 2021.03.0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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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위성요격 미사일, ‘우주전쟁 시대’ 개막
서울에서 수신되는 위성 신호, 베이더우가 GPS의 3배
미·중 우주전쟁에 게임체인저 된 스타링크

 스페이스X의 위성 발사용 로켓, 팔콘 헤비9 스페이스X의 위성 발사용 로켓, 팔콘 헤비9

□‘우주전쟁 시대’의 시작

 당시 언론에 소개된 중국의 위성요격 실험 (출처 : 환구시보) 당시 언론에 소개된 중국의 위성요격 실험 (출처 : 환구시보)

2007년 1월, 중국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 위성공격무기(ASAT, Anti-satellite)를 탑재한 거대한 로켓이 800km 이상 솟구쳤습니다. 이때 중국은 우주에 있는 자국의 낡은 기상위성을 격추하는 위성요격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우주에 배치된 미국 정찰위성의 대부분이 중국이 격추한 기상위성과 같은 고도에 위치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국의 이 실험을, 자국 정찰위성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선전포고로 간주했습니다.

이 격추실험은 중국이 미국의 핵심 우주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파장이 컸습니다. 세계 강대국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우주 군비경쟁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미국 우주군 산하 군사위성국의 ‘전투기용 위성작전 핸드북’, 위성을 이용한 미군의 통신과 작전을 설명한다.미국 우주군 산하 군사위성국의 ‘전투기용 위성작전 핸드북’, 위성을 이용한 미군의 통신과 작전을 설명한다.

그간 전세계를 전장으로 삼다시피 해온 미군은, 해외에 파병된 미군 간 통신 및 위치 확인을 위해 인공위성 시스템을 계속 확대하며 이용해왔습니다. 군인의 신체부위와 장비에 빗대자면, 눈(정찰위성), 귀(통신위성), 나침반(GPS) 등 미군 작전의 기본 요소가 모두 위성에 의존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2007년 당시 국제 언론들은, 중국의 자국 위성 파괴 사건을 ‘우주전쟁 시대의 도래’로 해석하며, 만약 현대전이 발발한다면 각국이 적국의 위성부터 격추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도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둬왔습니다. 지난해 미 국방부에서 발간된 ‘2020년 대중국 군사와 안보 관련 보고서’는 "중국이 지속해서 위성공격용 탄도미사일을 늘리고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미 국방부가 중국의 그같은 움직임을 미군에 큰 위협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

□베이더우, 중국의 새로운 도전

중국의 베이더우 위성을 실은 창정 3B로켓이 작년 6월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를 이륙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추진하는 베이더우 시스템을 완성할 마지막 위성에 해당한다. (출처 : 연합뉴스)중국의 베이더우 위성을 실은 창정 3B로켓이 작년 6월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를 이륙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추진하는 베이더우 시스템을 완성할 마지막 위성에 해당한다. (출처 : 연합뉴스)

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는 흔히 GPS(위성위치항법시스템)로 불립니다. 이것은 미국이 개발한 위성위치정보 시스템입니다. 미국은 GPS를 군사목적으로 개발해, 민간용으로 용도를 넓히며 수십 년간 관련 시장을 독점해왔습니다.

그런데 작년 7월, 중국이 북두칠성을 의미하는 베이더우(北斗) 위성위치항법시스템을 완성하면서 미국이 독점해온 위성위치정보 관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미·중이 경제·군사·보건 등 전방위로 대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GPS의 독점을 깬 것입니다.

3월 4일, 서울에서 베이더우는 24개, GPS는  8개의 신호가 수신된다. (출처 : 미국 위성 서비스 업체 Trimble)3월 4일, 서울에서 베이더우는 24개, GPS는 8개의 신호가 수신된다. (출처 : 미국 위성 서비스 업체 Trimble)

베이더우는 단 시간에 무서운 확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에서 잡히는 베이더우의 위성 신호는 미군 GPS의 2배 이상입니다. 압도적인 우세입니다. 보유한 위성 수가 많으면 전파교란(재밍)에 저항하면서 목적지로 미사일을 보내는 데 유리합니다.

그동안 우주에서는 미군의 적수가 없었는데, 중국의 위성요격 능력이 강화되는 데 이어 베이더우까지 등장하니 미군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미·중 우주경쟁의 게임 체인저, 스타링크

지구 위 궤도에서 발사 중인 60대의 스타링크 위성 (출처 : 스페이스X)지구 위 궤도에서 발사 중인 60대의 스타링크 위성 (출처 : 스페이스X)

그런데, 이 두 강대국 간 우주 전쟁에, 정부 당국이 아닌 민간업체가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라는 위성 인터넷 시스템을 우주공간에 구축하고 있습니다. 우주공간에 쏘아 올려진 스타링크 위성은 지구 상 거의 모든 곳에 초고속 위성 인터넷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간단한 안테나만 있으면 인터넷을 지구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군이, 자신들의 군사용 통신위성에 바로 이 민수용 스타링크를 추가해 통신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페이스X와 계약을 체결해 스타링크의 위성에서 위치정보도 받기로 했습니다.

미군은 GP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군사 위성에 민간 위성을 더함으로서 위성 작전능력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스타링크도 위성인 만큼 탄도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링크는 숫자가 매우 많습니다. 스페이스X는 현재 천여 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했으며 앞으로 수천 개를 추가로 발사할 예정입니다. 만약 다른 나라가 미군의 위성시스템을 마비시키려 한다 하더라도, 32개의 위성으로 운용 중인 GPS를 상대하는 것과 수천개의 위성을 상대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이제 몇 개의 위성을 요격하는 것만으로 미군의 위성 시스템 전체에 타격을 주기 어렵게 됐습니다.

스타링크는 그 외에도 여러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스타링크는 GPS보다 강한 신호를 발산해 적의 전파 교란에 용이합니다. 위성과 통신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GPS의 만배에 달합니다. GPS가 1백 비트를 전송할 때 스타링크는 1백만 비트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전송속도 또한 기존의 통신위성보다 훨씬 빨라 실시간으로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도 유리합니다.

냉전시대 미국 대 소련의 경쟁에서 21세기 미국 대 중국의 경쟁까지, 우주를 이용한 개발과 군사적 이용은 언제나 국가 주도의 거대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를 앞세워 국가 중심 우주경쟁 구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민수용 위성 스타링크가, 미-중 간 우주 경쟁의 '게임체인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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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미·중 우주경쟁의 게임체인저 된다
    • 입력 2021-03-06 08:05:44
    취재K
위성요격 미사일, ‘우주전쟁 시대’ 개막<br />서울에서 수신되는 위성 신호, 베이더우가 GPS의 3배<br />미·중 우주전쟁에 게임체인저 된 스타링크
 스페이스X의 위성 발사용 로켓, 팔콘 헤비9
□‘우주전쟁 시대’의 시작

 당시 언론에 소개된 중국의 위성요격 실험 (출처 : 환구시보)
2007년 1월, 중국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 위성공격무기(ASAT, Anti-satellite)를 탑재한 거대한 로켓이 800km 이상 솟구쳤습니다. 이때 중국은 우주에 있는 자국의 낡은 기상위성을 격추하는 위성요격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우주에 배치된 미국 정찰위성의 대부분이 중국이 격추한 기상위성과 같은 고도에 위치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국의 이 실험을, 자국 정찰위성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선전포고로 간주했습니다.

이 격추실험은 중국이 미국의 핵심 우주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파장이 컸습니다. 세계 강대국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우주 군비경쟁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미국 우주군 산하 군사위성국의 ‘전투기용 위성작전 핸드북’, 위성을 이용한 미군의 통신과 작전을 설명한다.
그간 전세계를 전장으로 삼다시피 해온 미군은, 해외에 파병된 미군 간 통신 및 위치 확인을 위해 인공위성 시스템을 계속 확대하며 이용해왔습니다. 군인의 신체부위와 장비에 빗대자면, 눈(정찰위성), 귀(통신위성), 나침반(GPS) 등 미군 작전의 기본 요소가 모두 위성에 의존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2007년 당시 국제 언론들은, 중국의 자국 위성 파괴 사건을 ‘우주전쟁 시대의 도래’로 해석하며, 만약 현대전이 발발한다면 각국이 적국의 위성부터 격추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도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둬왔습니다. 지난해 미 국방부에서 발간된 ‘2020년 대중국 군사와 안보 관련 보고서’는 "중국이 지속해서 위성공격용 탄도미사일을 늘리고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미 국방부가 중국의 그같은 움직임을 미군에 큰 위협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

□베이더우, 중국의 새로운 도전

중국의 베이더우 위성을 실은 창정 3B로켓이 작년 6월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를 이륙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추진하는 베이더우 시스템을 완성할 마지막 위성에 해당한다. (출처 : 연합뉴스)
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는 흔히 GPS(위성위치항법시스템)로 불립니다. 이것은 미국이 개발한 위성위치정보 시스템입니다. 미국은 GPS를 군사목적으로 개발해, 민간용으로 용도를 넓히며 수십 년간 관련 시장을 독점해왔습니다.

그런데 작년 7월, 중국이 북두칠성을 의미하는 베이더우(北斗) 위성위치항법시스템을 완성하면서 미국이 독점해온 위성위치정보 관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미·중이 경제·군사·보건 등 전방위로 대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GPS의 독점을 깬 것입니다.

3월 4일, 서울에서 베이더우는 24개, GPS는  8개의 신호가 수신된다. (출처 : 미국 위성 서비스 업체 Trimble)
베이더우는 단 시간에 무서운 확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에서 잡히는 베이더우의 위성 신호는 미군 GPS의 2배 이상입니다. 압도적인 우세입니다. 보유한 위성 수가 많으면 전파교란(재밍)에 저항하면서 목적지로 미사일을 보내는 데 유리합니다.

그동안 우주에서는 미군의 적수가 없었는데, 중국의 위성요격 능력이 강화되는 데 이어 베이더우까지 등장하니 미군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미·중 우주경쟁의 게임 체인저, 스타링크

지구 위 궤도에서 발사 중인 60대의 스타링크 위성 (출처 : 스페이스X)
그런데, 이 두 강대국 간 우주 전쟁에, 정부 당국이 아닌 민간업체가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라는 위성 인터넷 시스템을 우주공간에 구축하고 있습니다. 우주공간에 쏘아 올려진 스타링크 위성은 지구 상 거의 모든 곳에 초고속 위성 인터넷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간단한 안테나만 있으면 인터넷을 지구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군이, 자신들의 군사용 통신위성에 바로 이 민수용 스타링크를 추가해 통신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페이스X와 계약을 체결해 스타링크의 위성에서 위치정보도 받기로 했습니다.

미군은 GP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군사 위성에 민간 위성을 더함으로서 위성 작전능력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스타링크도 위성인 만큼 탄도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링크는 숫자가 매우 많습니다. 스페이스X는 현재 천여 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했으며 앞으로 수천 개를 추가로 발사할 예정입니다. 만약 다른 나라가 미군의 위성시스템을 마비시키려 한다 하더라도, 32개의 위성으로 운용 중인 GPS를 상대하는 것과 수천개의 위성을 상대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이제 몇 개의 위성을 요격하는 것만으로 미군의 위성 시스템 전체에 타격을 주기 어렵게 됐습니다.

스타링크는 그 외에도 여러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스타링크는 GPS보다 강한 신호를 발산해 적의 전파 교란에 용이합니다. 위성과 통신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GPS의 만배에 달합니다. GPS가 1백 비트를 전송할 때 스타링크는 1백만 비트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전송속도 또한 기존의 통신위성보다 훨씬 빨라 실시간으로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도 유리합니다.

냉전시대 미국 대 소련의 경쟁에서 21세기 미국 대 중국의 경쟁까지, 우주를 이용한 개발과 군사적 이용은 언제나 국가 주도의 거대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를 앞세워 국가 중심 우주경쟁 구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민수용 위성 스타링크가, 미-중 간 우주 경쟁의 '게임체인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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