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새 학기 도서정가제로 대학 등록금 손해?” 따져보니

입력 2021.03.08 (05:01) 수정 2021.03.0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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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전국의 대학교가 새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지만, 도서관은 개방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인터넷상에서는 "도서정가제때문에 대학 도서관은 할인 폭이 축소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하게 돼 등록금이 낭비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해당 글에는 "동네서점의 요구로 도서관 납품시 가격 할인 10%에 적립금 5% 를 더하는 혜택이 폐지된다. 도서관 납품 도서는 10%만 할인된다. 대학도서관에도 적용됨에 따라 대학등록금으로 동네서점을 지원하는 셈"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가뜩이나 등록금에 민감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누리꾼들도 해당 주장이 담긴 글을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 공유하며 도서정가제와 관련 법안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실과 관련 있는 내용인지 따져봤습니다.

■'도서정가제 개선' 개정안..."현재 심사중"

먼저 인터넷에 게재된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해당 자료는 민주당 도종환 의원 등 20명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일부개정안'의 검토보고서의 10쪽에 게재된 표로 확인됐습니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 검토보고서 10쪽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2021.2)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 검토보고서 10쪽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2021.2)

도종환 의원실은 지난해 11월 법안 발의 취지에 대해 "기존 도서정가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향후 제도개선에 필요한 장치를 마련하고, 지역서점에 대한 체계적 지원 등 지역서점 활성화"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해당 법안은 지난해 발의된 뒤 석 달 만인 지난달 24일 검토보고서가 제출됐고, 소관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됐습니다. 당시 전체회의와 법안심사소위에선 해당 법안에 대해 별다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려면 소관위, 법사위, 본회의 등의 절차가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일단 현재 도서정가제에 따라서 대학 도서관도 15%의 할인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학 도서관이 할인폭에서 손해를 본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럼, 논의 중인 해당 법안 내용 가운데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존 15% 할인 유지...공공도서관 10%만 할인 추진"


개정안에서 신설되는 내용으로는 ▲공공도서관에 도서 판매시 10% 이내 할인 적용 ▲지역 도서관 도서구매시 지역서점 우선 이용 독려 ▲정가변경 기준, 18개월→12개월 단축 등이 있습니다.

도서의 정가 할인율은 현행 제도를 유지합니다. 출판 정가의 10%, 그리고 적립금 등 혜택 5%를 포함해 최대 15% 이내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책 정가의 변경 허용 기준을 기존 18개월에서 12개월로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결론적으로, 개정안 내용은 '공공도서관'에 적용되는데요. 도서관법 2조 4항에는 '공공도서관'을 5항에는 '대학도서관'을 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공도서관은 지방교육자치법 등에 따라 교육감이나 법인이 설립 운영하는 도서관이고, 대학도서관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된 도서관을 말합니다.

이대로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대학교 도서관에서 구매하는 책의 경우 할인 혜택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따라서 개정안으로 인해 "학교 등록금이 낭비된다"고 주장할 근거는 부족한 셈입니다.

다만, 개정안의 내용을 두고 정부 부처 간, 이해단체와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조정될 여지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련 쟁점들은 어떻게 논의되고 있을까요.

검토보고서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공도서관의 지역서점 이용 독려와 할인율 10% 제한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공정위는 "온라인 및 대형체인서점의 경쟁을 제한하고, 도서 구매자의 선택을 일부 제한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요.

이에 대해 문체부는 공공도서관의 문화체육관광부는 특정업계 보호와 육성을 위한 해당 분야의 공공기관 우선 구매 사례(여성기업법, 사회적 기업법 등)가 존재한다며 공정거래 저해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내는 대학 도서관에 납품되는 책의 할인에 대한 관련 분야의 의견, 그리고 해당 내용이 개정안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살펴보겠습니다.

■"문체부-출판계, 대학도서관도 10%만 할인"...교육부는 반대

앞서 살펴봤듯 개정안은 학교, 대학 도서관에 납품되는 책의 가격에 대해서는 기존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출판계는 "개정안에 학교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대학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자료구입 형편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대학도서관협의회 등은 개정안 자체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각 도서관은 도서정가제를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납품가를 입찰받아 책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책 단가를 낮춰야 입찰이 되는 만큼, 지역서점은 도서관에 납품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지자체별 조례 등에 따라 지역 상권(지역 서점)을 활용하도록 권장하는 경우도 있다. 조례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도종환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에는 학교나 대학도서관의 할인율도 10%로 낮추는 내용은 없다. 현재 의견 수렴 과정에 있다. 학교나 대학 도서관에도 할인율을 10%로 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교육부 등은 반대하고 있어서 법안 논의 과정에서 관련 의견들이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도서관에 납품되는 책의 가격은 기존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대학 도서관이 책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사들여 등록금이 낭비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대학 도서관 등도 할인율을 낮추자는 의견도 있어 관련법 개정에는 의견 수렴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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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지원: 조현영 팩트체크 인턴기자 supermax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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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8 05:01:58
    • 수정2021-03-08 05:57:03
    팩트체크K

이달 전국의 대학교가 새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지만, 도서관은 개방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인터넷상에서는 "도서정가제때문에 대학 도서관은 할인 폭이 축소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하게 돼 등록금이 낭비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해당 글에는 "동네서점의 요구로 도서관 납품시 가격 할인 10%에 적립금 5% 를 더하는 혜택이 폐지된다. 도서관 납품 도서는 10%만 할인된다. 대학도서관에도 적용됨에 따라 대학등록금으로 동네서점을 지원하는 셈"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가뜩이나 등록금에 민감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누리꾼들도 해당 주장이 담긴 글을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 공유하며 도서정가제와 관련 법안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실과 관련 있는 내용인지 따져봤습니다.

■'도서정가제 개선' 개정안..."현재 심사중"

먼저 인터넷에 게재된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해당 자료는 민주당 도종환 의원 등 20명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일부개정안'의 검토보고서의 10쪽에 게재된 표로 확인됐습니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 검토보고서 10쪽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2021.2)
도종환 의원실은 지난해 11월 법안 발의 취지에 대해 "기존 도서정가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향후 제도개선에 필요한 장치를 마련하고, 지역서점에 대한 체계적 지원 등 지역서점 활성화"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해당 법안은 지난해 발의된 뒤 석 달 만인 지난달 24일 검토보고서가 제출됐고, 소관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됐습니다. 당시 전체회의와 법안심사소위에선 해당 법안에 대해 별다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려면 소관위, 법사위, 본회의 등의 절차가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일단 현재 도서정가제에 따라서 대학 도서관도 15%의 할인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학 도서관이 할인폭에서 손해를 본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럼, 논의 중인 해당 법안 내용 가운데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존 15% 할인 유지...공공도서관 10%만 할인 추진"


개정안에서 신설되는 내용으로는 ▲공공도서관에 도서 판매시 10% 이내 할인 적용 ▲지역 도서관 도서구매시 지역서점 우선 이용 독려 ▲정가변경 기준, 18개월→12개월 단축 등이 있습니다.

도서의 정가 할인율은 현행 제도를 유지합니다. 출판 정가의 10%, 그리고 적립금 등 혜택 5%를 포함해 최대 15% 이내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책 정가의 변경 허용 기준을 기존 18개월에서 12개월로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결론적으로, 개정안 내용은 '공공도서관'에 적용되는데요. 도서관법 2조 4항에는 '공공도서관'을 5항에는 '대학도서관'을 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공도서관은 지방교육자치법 등에 따라 교육감이나 법인이 설립 운영하는 도서관이고, 대학도서관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된 도서관을 말합니다.

이대로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대학교 도서관에서 구매하는 책의 경우 할인 혜택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따라서 개정안으로 인해 "학교 등록금이 낭비된다"고 주장할 근거는 부족한 셈입니다.

다만, 개정안의 내용을 두고 정부 부처 간, 이해단체와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조정될 여지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련 쟁점들은 어떻게 논의되고 있을까요.

검토보고서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공도서관의 지역서점 이용 독려와 할인율 10% 제한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공정위는 "온라인 및 대형체인서점의 경쟁을 제한하고, 도서 구매자의 선택을 일부 제한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요.

이에 대해 문체부는 공공도서관의 문화체육관광부는 특정업계 보호와 육성을 위한 해당 분야의 공공기관 우선 구매 사례(여성기업법, 사회적 기업법 등)가 존재한다며 공정거래 저해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내는 대학 도서관에 납품되는 책의 할인에 대한 관련 분야의 의견, 그리고 해당 내용이 개정안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살펴보겠습니다.

■"문체부-출판계, 대학도서관도 10%만 할인"...교육부는 반대

앞서 살펴봤듯 개정안은 학교, 대학 도서관에 납품되는 책의 가격에 대해서는 기존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출판계는 "개정안에 학교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대학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자료구입 형편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대학도서관협의회 등은 개정안 자체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각 도서관은 도서정가제를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납품가를 입찰받아 책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책 단가를 낮춰야 입찰이 되는 만큼, 지역서점은 도서관에 납품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지자체별 조례 등에 따라 지역 상권(지역 서점)을 활용하도록 권장하는 경우도 있다. 조례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도종환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에는 학교나 대학도서관의 할인율도 10%로 낮추는 내용은 없다. 현재 의견 수렴 과정에 있다. 학교나 대학 도서관에도 할인율을 10%로 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교육부 등은 반대하고 있어서 법안 논의 과정에서 관련 의견들이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도서관에 납품되는 책의 가격은 기존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대학 도서관이 책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사들여 등록금이 낭비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대학 도서관 등도 할인율을 낮추자는 의견도 있어 관련법 개정에는 의견 수렴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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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지원: 조현영 팩트체크 인턴기자 supermax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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