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워싱턴에 울려퍼진 함성

입력 2021.03.08 (13:56) 수정 2021.03.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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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군부 규탄 집회/ 6일 미국 워싱턴 D.C. 주재 중국 대사관 앞 미얀마 군부 규탄 집회/ 6일 미국 워싱턴 D.C. 주재 중국 대사관 앞

"Shame on you! China" 중국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미 워싱턴 곳곳에서는 토요일인 지난 6일 이 말이 울려 퍼졌습니다. "중국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우리가 원하는 건 민주주의다"라고 외치는 200여 명의 아시아인이 찬바람 속에서 3시간 넘게 워싱턴 곳곳을 행진했습니다.

군부의 쿠데타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곳,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간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진압당해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 곳, 조국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을 속수무책 바로 볼 수만은 없다며 미국에 사는 미얀마 사람들이 집결했습니다.


시작은 중국대사관 앞. 중국은 미얀마 군부가 기대고 있는 속칭 백입니다. 드러내놓고 UN에서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나 결의안에 반대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뒷배도 아니고 앞 배라고 해야 하나요. 워싱턴 듀퐁 서클 인근에 자리한 중국 대사관은 위압감이 느껴질 만큼 큰 규모입니다.

그 앞에 선 200여 명의 미얀마 사람들은 달걀로 바위 치기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며, 이들은 미얀마 대사관으로 걸었습니다. 걸어서 한 시간 거리.. 미얀마 대사관에서 다시 워싱턴 기념탑까지 또 걸었습니다. 이번에는 한 시간 반 거리. 아이들을 데리고 나선 부모도 묵묵히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내내 외쳤습니다. 중국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우리가 원하는 건 민주주의라고.

물어봤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서 집결해도 되는데, 왜 걸어갑니까. 살곳을 찾아 이리저리 떠다니는 피난민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보여줄 방법이 없습니다. 알릴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는 숫자도 적고, 힘도 없습니다. 그저 계속 걸어 다니고, 외치면서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일일까? 생각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러고 보니 미얀마인들의 집회 현장에 우리에게 익숙한 외신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CNN도 AP도 없었습니다. 미국 거의 모든 현장을 취재하는 로이터, AP가 없다면 다른 언론사들이 관심이 없다는 뜻이지요. 통신사들은 고객이 원해야 취재를 하니까요. 아시아 미디어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NHK 같은 일본 미디어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KBS와 VOA(Voice of America, 미국 국영 국제방송)가 로고를 단 유일한 미디어였습니다.

KBS가 집회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미얀마 학생들이 다가와 인사하며, 고맙다고, 고맙다고 여러 차례 인사하기에, 미디어가 현장 취재한다는 게 저렇게 고마운가 의아했었는데... 하루종일 워싱턴 거리를 행진하는 미얀마인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 숱한 미디어들이 특파원을 보내고, 미국 국내 언론들이 진을 치고 있는 워싱턴 D.C.인데도 미국 미디어들은 얼굴 한번 내밀지 않았습니다.


현장을 떠나기 어려웠습니다. 군대의 발포에 숨진 사람들의 얼굴·폭력에 피멍이 든 젊은이들의 얼굴·제 가족이 미얀마에 있다고 눈물짓는 학생들. 숨진 사람들의 사진을 미얀마 대사관 앞에 늘어놓고, 쉰 목소리로 추모의 노래를 부르며 울음을 터뜨리는 중년의 남성.


그들의 모습이 참 낯익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UN은, 국제사회는 나설 겁니까?"
"50명이 부족합니까? 몇백 명이 죽어야 합니까?"

또박또박 묻는 미얀마 학생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괴었습니다. 고국에 있는 사람들이 희망을 품길.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SNS에 올려달라고도 했습니다. 미얀마 군부가 저녁 6시면 인터넷을 끊어버리고 SNS를 통제해서 안에 있는 사람들이 고립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도와줄 거라는 희망이 없다면,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좌절하고 무너질까 봐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만만찮은 타국살이 서러움도 잊은 채, 오직 조국 미얀마를 걱정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한국에, 또 미얀마에 전해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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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8 13:55:59
    • 수정2021-03-08 18:00:42
    특파원 리포트
 미얀마 군부 규탄 집회/ 6일 미국 워싱턴 D.C. 주재 중국 대사관 앞
"Shame on you! China" 중국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미 워싱턴 곳곳에서는 토요일인 지난 6일 이 말이 울려 퍼졌습니다. "중국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우리가 원하는 건 민주주의다"라고 외치는 200여 명의 아시아인이 찬바람 속에서 3시간 넘게 워싱턴 곳곳을 행진했습니다.

군부의 쿠데타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곳,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간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진압당해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 곳, 조국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을 속수무책 바로 볼 수만은 없다며 미국에 사는 미얀마 사람들이 집결했습니다.


시작은 중국대사관 앞. 중국은 미얀마 군부가 기대고 있는 속칭 백입니다. 드러내놓고 UN에서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나 결의안에 반대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뒷배도 아니고 앞 배라고 해야 하나요. 워싱턴 듀퐁 서클 인근에 자리한 중국 대사관은 위압감이 느껴질 만큼 큰 규모입니다.

그 앞에 선 200여 명의 미얀마 사람들은 달걀로 바위 치기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며, 이들은 미얀마 대사관으로 걸었습니다. 걸어서 한 시간 거리.. 미얀마 대사관에서 다시 워싱턴 기념탑까지 또 걸었습니다. 이번에는 한 시간 반 거리. 아이들을 데리고 나선 부모도 묵묵히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내내 외쳤습니다. 중국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우리가 원하는 건 민주주의라고.

물어봤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서 집결해도 되는데, 왜 걸어갑니까. 살곳을 찾아 이리저리 떠다니는 피난민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보여줄 방법이 없습니다. 알릴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는 숫자도 적고, 힘도 없습니다. 그저 계속 걸어 다니고, 외치면서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일일까? 생각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러고 보니 미얀마인들의 집회 현장에 우리에게 익숙한 외신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CNN도 AP도 없었습니다. 미국 거의 모든 현장을 취재하는 로이터, AP가 없다면 다른 언론사들이 관심이 없다는 뜻이지요. 통신사들은 고객이 원해야 취재를 하니까요. 아시아 미디어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NHK 같은 일본 미디어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KBS와 VOA(Voice of America, 미국 국영 국제방송)가 로고를 단 유일한 미디어였습니다.

KBS가 집회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미얀마 학생들이 다가와 인사하며, 고맙다고, 고맙다고 여러 차례 인사하기에, 미디어가 현장 취재한다는 게 저렇게 고마운가 의아했었는데... 하루종일 워싱턴 거리를 행진하는 미얀마인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 숱한 미디어들이 특파원을 보내고, 미국 국내 언론들이 진을 치고 있는 워싱턴 D.C.인데도 미국 미디어들은 얼굴 한번 내밀지 않았습니다.


현장을 떠나기 어려웠습니다. 군대의 발포에 숨진 사람들의 얼굴·폭력에 피멍이 든 젊은이들의 얼굴·제 가족이 미얀마에 있다고 눈물짓는 학생들. 숨진 사람들의 사진을 미얀마 대사관 앞에 늘어놓고, 쉰 목소리로 추모의 노래를 부르며 울음을 터뜨리는 중년의 남성.


그들의 모습이 참 낯익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UN은, 국제사회는 나설 겁니까?"
"50명이 부족합니까? 몇백 명이 죽어야 합니까?"

또박또박 묻는 미얀마 학생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괴었습니다. 고국에 있는 사람들이 희망을 품길.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SNS에 올려달라고도 했습니다. 미얀마 군부가 저녁 6시면 인터넷을 끊어버리고 SNS를 통제해서 안에 있는 사람들이 고립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도와줄 거라는 희망이 없다면,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좌절하고 무너질까 봐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만만찮은 타국살이 서러움도 잊은 채, 오직 조국 미얀마를 걱정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한국에, 또 미얀마에 전해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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