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지방 의대·법전원 ‘지역인재 선발 의무화’…요건도 강화

입력 2021.03.08 (21:33) 수정 2021.03.0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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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는 2023학년도 대입부터 지방 의대와 법학전문대학원 등의 지역인재 선발의 의무화됩니다.

지역인재 선발은 그동안 권고에 그쳐 강제성이 없었는데요.

지역인재 자격 요건도 강화됩니다.

어떻게 바뀌고, 과제는 무엇인지 안태성, 안승길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방 의대와 약학, 간호계열 대학, 그리고 의학, 법학전문대학원은 오는 2023년부터 지역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 반드시 선발해야 합니다.

그동안 모집 비율을 정해 권고하던 걸 강제 규정으로 바꾼 건데, 의무 선발 비율은 시행령에 새로 담기로 했습니다.

인기 학과를 찾아 지방대에 몰리는 수도권 출신 학생들의 비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입니다.

게다가 수도권에서 온 졸업자 상당수가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면서 이탈 문제도 심각합니다.

[주상현/전북대 입학처장 : "지역 인재들이 우리 지역에 남아서 지역을 위해 졸업하고 봉사할 수 있는, 헌신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 법이 갖는 중요성이 굉장히 크다고…."]

지역인재 자격 요건도 강화됩니다.

지금까지는 해당 지역의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지역인재 자격이 주어졌지만, 올해 초등학교 6학년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오는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도 비수도권에서 나와야 합니다.

또, 중·고등학교 재학 기간에는 해당 학교가 있는 지역에 반드시 거주해야 지역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로스쿨 등 전문대학원은 해당 지역의 지방대를 졸업하면 지역인재로 입학할 수 있습니다.

지방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학생들의 입학 기회가 그만큼 넓어지는 셈입니다.

▼ “지역인재 선발…요건 강화해야”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지방 의·약대 신입생의 최소 30퍼센트 이상을 지역인재로 뽑도록 권고했습니다.

실제 잘 지켜졌을까?

원광대 치의예과의 경우 지난 5년 내내 권고 기준을 밑돌았고, 심지어 2019년에는 15.5 퍼센트로 가장 낮았습니다.

같은 해 의대 역시 20 퍼센트대에 머물렀습니다.

우석대 약대는 최근 30 퍼센트 선을 간신히 맞췄고, 한의대는 지난해 기준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이지현/교육부 지역혁신대학지원과장 : "지역인재 선발 실적이 우수한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근거도 신설됐습니다. 또한 지역인재 선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대학에 대해서는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재정지원 사업 평가 등에 관련 내용을 반영해서…."]

권고안보다 높은 50 퍼센트 가량을 지역인재로 뽑아온 전북대 의대.

수도권 출신 상산고 학생들이 지역인재 혜택을 독점하는 걸 막기 위해 지역인재 자격요건에 부모가 함께 전북에 거주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다른 대학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지난해 '전북 소재 고교 졸업자'로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곧바로 타지역 출신 상산고 졸업생들의 응시가 이어졌고, 지역인재 75명 중 3분의 1인 25명이 다른 지역 출신으로 채워졌습니다.

이 가운데 1명을 빼고 모두 상산고 졸업생입니다.

전북대는 곧바로 다시 요건을 강화했고, 올해 지역인재 합격자 가운데에는 타지역 출신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지역인재 요건이 강화되는 오는 2028년 이전까지는 상산고를 비롯해 수도권 출신 지역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지방 의대와 약대 등에 지역인재로 진학하는 걸 막을 수 없습니다.

[강민정/열린민주당 국회의원 : "원래 취지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지역 학생들이 받아야 될 혜택을 뺏어가는 현실이 계속돼왔어요. 이 제도는 우리나라 전체의 균형 발전과도 중요한 연관성이 있거든요."]

코로나19로 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드러나자 2023년까지 의대 정원의 70퍼센트 이상을 지역인재로 뽑기로 한 부산대나, 이미 지역인재 비율이 80 퍼센트를 넘어선 동아대 사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역인재들이 나고 자란 곳에서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학과 교육당국의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그래픽: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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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 지방 의대·법전원 ‘지역인재 선발 의무화’…요건도 강화
    • 입력 2021-03-08 21:33:05
    • 수정2021-03-08 22:24:10
    뉴스9(전주)
[앵커]

오는 2023학년도 대입부터 지방 의대와 법학전문대학원 등의 지역인재 선발의 의무화됩니다.

지역인재 선발은 그동안 권고에 그쳐 강제성이 없었는데요.

지역인재 자격 요건도 강화됩니다.

어떻게 바뀌고, 과제는 무엇인지 안태성, 안승길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방 의대와 약학, 간호계열 대학, 그리고 의학, 법학전문대학원은 오는 2023년부터 지역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 반드시 선발해야 합니다.

그동안 모집 비율을 정해 권고하던 걸 강제 규정으로 바꾼 건데, 의무 선발 비율은 시행령에 새로 담기로 했습니다.

인기 학과를 찾아 지방대에 몰리는 수도권 출신 학생들의 비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입니다.

게다가 수도권에서 온 졸업자 상당수가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면서 이탈 문제도 심각합니다.

[주상현/전북대 입학처장 : "지역 인재들이 우리 지역에 남아서 지역을 위해 졸업하고 봉사할 수 있는, 헌신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 법이 갖는 중요성이 굉장히 크다고…."]

지역인재 자격 요건도 강화됩니다.

지금까지는 해당 지역의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지역인재 자격이 주어졌지만, 올해 초등학교 6학년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오는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도 비수도권에서 나와야 합니다.

또, 중·고등학교 재학 기간에는 해당 학교가 있는 지역에 반드시 거주해야 지역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로스쿨 등 전문대학원은 해당 지역의 지방대를 졸업하면 지역인재로 입학할 수 있습니다.

지방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학생들의 입학 기회가 그만큼 넓어지는 셈입니다.

▼ “지역인재 선발…요건 강화해야”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지방 의·약대 신입생의 최소 30퍼센트 이상을 지역인재로 뽑도록 권고했습니다.

실제 잘 지켜졌을까?

원광대 치의예과의 경우 지난 5년 내내 권고 기준을 밑돌았고, 심지어 2019년에는 15.5 퍼센트로 가장 낮았습니다.

같은 해 의대 역시 20 퍼센트대에 머물렀습니다.

우석대 약대는 최근 30 퍼센트 선을 간신히 맞췄고, 한의대는 지난해 기준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이지현/교육부 지역혁신대학지원과장 : "지역인재 선발 실적이 우수한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근거도 신설됐습니다. 또한 지역인재 선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대학에 대해서는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재정지원 사업 평가 등에 관련 내용을 반영해서…."]

권고안보다 높은 50 퍼센트 가량을 지역인재로 뽑아온 전북대 의대.

수도권 출신 상산고 학생들이 지역인재 혜택을 독점하는 걸 막기 위해 지역인재 자격요건에 부모가 함께 전북에 거주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다른 대학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지난해 '전북 소재 고교 졸업자'로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곧바로 타지역 출신 상산고 졸업생들의 응시가 이어졌고, 지역인재 75명 중 3분의 1인 25명이 다른 지역 출신으로 채워졌습니다.

이 가운데 1명을 빼고 모두 상산고 졸업생입니다.

전북대는 곧바로 다시 요건을 강화했고, 올해 지역인재 합격자 가운데에는 타지역 출신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지역인재 요건이 강화되는 오는 2028년 이전까지는 상산고를 비롯해 수도권 출신 지역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지방 의대와 약대 등에 지역인재로 진학하는 걸 막을 수 없습니다.

[강민정/열린민주당 국회의원 : "원래 취지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지역 학생들이 받아야 될 혜택을 뺏어가는 현실이 계속돼왔어요. 이 제도는 우리나라 전체의 균형 발전과도 중요한 연관성이 있거든요."]

코로나19로 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드러나자 2023년까지 의대 정원의 70퍼센트 이상을 지역인재로 뽑기로 한 부산대나, 이미 지역인재 비율이 80 퍼센트를 넘어선 동아대 사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역인재들이 나고 자란 곳에서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학과 교육당국의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그래픽: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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