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수요 없는데, 비싸다고 외면…화훼농가 어려움 가중

[앵커]

코로나19 장기화로 각종 행사가 모임 등이 사라지면서, 가장 타격이 큰 농업 분야는 화훼 재배 농가들입니다.

꽃 소비가 줄면서 덩달아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꽃값이 비싸다며 외면하고 있습니다.

한희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릉의 한 화훼농가.

출하 시기가 지난 꽃들이 군데군데 남아있습니다.

매년 1월에서 3월까지는 졸업식과 입학식 등 행사가 몰려, 연간 꽃 매출의 40%를 올리는 대목이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모종값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지난 1월에는 기습 한파로 냉해 피해까지 입었습니다.

[최명식/화훼농가 주인 : "씨앗 값, 투자의 지금 60%도 못 건지는 이런 현실이에요. 운영비라든가, 인건비는 거의 빚 내서 해결하는."]

꽃 농사를 포기하거나, 채소나 과실류 등으로 재배 품목을 바꾸는 농가도 늘고 있습니다.

강릉의 한 화훼 농가는 30년 가까운 백합 농사를 포기하고, 고추 모종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기호/화훼농가 주인 : "코로나로 인해 꽃 소비도 안 되고 꽃 가격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까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지금은 꽃 재배를 좀 줄이고 모종 쪽으로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화훼농가는 꽃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지만, 소비자들은 꽃이 비싸다며 구매를 주저합니다.

실제로, 지난달(2월) 서울 도매시장의 주요 절화류 20개 품목 가운데 18개의 평균 단가가 한 해 전보다 더 올랐습니다.

산지 꽃 출하량은 줄었지만, 난방비 등 겨울철 시설 유지비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박현숙/꽃집 주인 : "동절기다 보니까 연료비에다가, 꽃값이 1년 중에서 제일 비싼 계절이에요. 그냥 오셨다가 '생각보다 비싸네요'하고 가시면 너무나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팔리지 않아 꽃 생산을 줄이고, 적은 양 때문에 꽃값이 올라 소비자가 외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한희조입니다.

촬영기자:김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