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일했는데 맞벌이 아니라니”…청약 취소 날벼락

입력 2021.03.10 (14:48) 수정 2021.03.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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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모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위례지구 아파트 분양에 당첨됐습니다. 김 씨가 청약했던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쟁률은 26.8 대 1, 해당 단지 전체 기준 경쟁률은 234.3 대 1로 높은 관심을 받았던 아파트였습니다.

올해 초에는 둘째 아이가 생긴 사실도 알게 된 김 씨. 하지만 지난 2일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파트 당첨자 부적격 통보를 받은 겁니다.

부적격 사유는 가점 계산 오류였습니다.

■"6년 동안 같이 일했는데 외벌이라니"

김 씨는 청약 가점 계산을 하며 맞벌이 소득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맞벌이 가정의 소득이 월 555만 원(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00%) 이하라면 가점 1점을 받습니다. 외벌이 가정의 경우 월 444만 원이 기준입니다.

김 씨의 월 소득은 490만 원. 여기에 프리랜서 웨딩플래너로 일하며 월 46만 원 정도(2019년 종합소득세 신고 기준)를 번 아내의 소득을 합해도 맞벌이 기준 소득 이하라고 판단해 가점을 계산한 겁니다.

 SH공사가 제공한 부적격 사유 통지서 SH공사가 제공한 부적격 사유 통지서

하지만 분양을 담당한 SH(서울주택도시공사) 측은 외벌이 기준을 적용했고, 김 씨는 가점 오류로 인한 부적격 판단을 받았습니다.

■ SH "소득조회 시스템에 안 나와"

SH 측이 외벌이 기준을 적용한 근거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조회 결과입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부처별로 분산된 복지서비스 관련 정보를 연계해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SH 측은 이 시스템에 접속해 청약자와 세대원의 소득 정보 조회를 신청합니다. 그러면 국세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계 기관이 소득 관련 자료를 입력합니다. 이 기관들이 통보한 자료를 통해 SH 측은 청약자와 세대원의 소득을 확인합니다.

 SH공사의 소득 확인 절차 SH공사의 소득 확인 절차

SH 측은 김 씨의 소득만 조회됐기 때문에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SH 측은 오는 11일까지 김 씨 소득을 외벌이 기준에 맞게 소명하지 못하면 당첨 취소가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세청 "시스템에 정상 입력…조회 안 되는 이유는 몰라 "

갑작스럽게 당첨 부적격 통보를 받은 김 씨. 회사에서 받은 소득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애초 가점을 계산했던 대로 아내의 소득을 증명하기 위해 국세청과 세무서 등을 찾았습니다.

프리랜서인 아내의 소득은 국세청에 신고된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관에 아내 소득 관련한 문제 여부를 수차례 확인했지만 이상은 없었습니다.

김 씨는 "매년 종합소득세를 제대로 신고하고 있고 연 소득 5백만 원이 넘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가입해 건보료도 정상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세무서에서는 더는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도 "김 씨 아내의 2018년, 2019년 소득 자료가 사회보장시스템에 정상 통보된 것을 확인했다"라며 "그럼에도 SH의 조회에 왜 나오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전산 오류 가능성을 언급하며 "소득금액증명원 등을 들고 가서 SH 측에 강력하게 항의하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스템상 무소득자…서류 제출도 소용없어"

김 씨는 국세청이 언급한 아내의 소득금액증명원을 포함해 건강보험납입증명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 관련 자료들을 더 챙겨 SH를 방문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SH 측은 자료를 입력했다는 국세청의 말과 달리 시스템상에 김 씨 아내의 소득이 조회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그럼에도 SH 측은 오직 시스템상 조회 결과를 기준으로 한다는 원칙만 내세웠습니다. 추가로 조회를 할 근거도 없다는 게 SH 측의 입장입니다.

소득이 일부라도 조회가 됐다면 이를 입력한 기관에 확인을 요청해 소득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아예 조회조차 되지 않은 경우에는 정정할 방법이 없다는 설명만 되풀이했습니다.

김 씨는 "소득 산정의 기준이 되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조회해보고 분양신청을 할 수 없다“라며 ”민간 분양에서 소득 기준이 되는 서류로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분양 금지 가처분 신청 제기

국세청과 SH의 설명이 엇갈리는 가운데, 어느 기관도 이 사안의 원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

영문도 모른 채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 씨가 내일(11일)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아파트 당첨은 취소돼 다른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결국 김 씨는 똑같은 사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다른 청약 당첨자와 함께 지난 8일 분양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더해 김 씨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알 수 없는 오류로 소득 조회가 안 됐고 이 때문에 당첨 취소가 돼서는 안 된다"라는 취지의 소명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김 씨의 변호인인 유광훈 변호사(법무법인 시우)는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운영지침에도 국세청 자료로 소득을 인정할 수 있게 돼 있다"라며 "SH 공사가 피해자들의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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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 일했는데 맞벌이 아니라니”…청약 취소 날벼락
    • 입력 2021-03-10 14:48:23
    • 수정2021-03-10 18:11:31
    취재K

김 모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위례지구 아파트 분양에 당첨됐습니다. 김 씨가 청약했던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쟁률은 26.8 대 1, 해당 단지 전체 기준 경쟁률은 234.3 대 1로 높은 관심을 받았던 아파트였습니다.

올해 초에는 둘째 아이가 생긴 사실도 알게 된 김 씨. 하지만 지난 2일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파트 당첨자 부적격 통보를 받은 겁니다.

부적격 사유는 가점 계산 오류였습니다.

■"6년 동안 같이 일했는데 외벌이라니"

김 씨는 청약 가점 계산을 하며 맞벌이 소득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맞벌이 가정의 소득이 월 555만 원(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00%) 이하라면 가점 1점을 받습니다. 외벌이 가정의 경우 월 444만 원이 기준입니다.

김 씨의 월 소득은 490만 원. 여기에 프리랜서 웨딩플래너로 일하며 월 46만 원 정도(2019년 종합소득세 신고 기준)를 번 아내의 소득을 합해도 맞벌이 기준 소득 이하라고 판단해 가점을 계산한 겁니다.

 SH공사가 제공한 부적격 사유 통지서
하지만 분양을 담당한 SH(서울주택도시공사) 측은 외벌이 기준을 적용했고, 김 씨는 가점 오류로 인한 부적격 판단을 받았습니다.

■ SH "소득조회 시스템에 안 나와"

SH 측이 외벌이 기준을 적용한 근거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조회 결과입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부처별로 분산된 복지서비스 관련 정보를 연계해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SH 측은 이 시스템에 접속해 청약자와 세대원의 소득 정보 조회를 신청합니다. 그러면 국세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계 기관이 소득 관련 자료를 입력합니다. 이 기관들이 통보한 자료를 통해 SH 측은 청약자와 세대원의 소득을 확인합니다.

 SH공사의 소득 확인 절차
SH 측은 김 씨의 소득만 조회됐기 때문에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SH 측은 오는 11일까지 김 씨 소득을 외벌이 기준에 맞게 소명하지 못하면 당첨 취소가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세청 "시스템에 정상 입력…조회 안 되는 이유는 몰라 "

갑작스럽게 당첨 부적격 통보를 받은 김 씨. 회사에서 받은 소득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애초 가점을 계산했던 대로 아내의 소득을 증명하기 위해 국세청과 세무서 등을 찾았습니다.

프리랜서인 아내의 소득은 국세청에 신고된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관에 아내 소득 관련한 문제 여부를 수차례 확인했지만 이상은 없었습니다.

김 씨는 "매년 종합소득세를 제대로 신고하고 있고 연 소득 5백만 원이 넘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가입해 건보료도 정상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세무서에서는 더는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도 "김 씨 아내의 2018년, 2019년 소득 자료가 사회보장시스템에 정상 통보된 것을 확인했다"라며 "그럼에도 SH의 조회에 왜 나오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전산 오류 가능성을 언급하며 "소득금액증명원 등을 들고 가서 SH 측에 강력하게 항의하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스템상 무소득자…서류 제출도 소용없어"

김 씨는 국세청이 언급한 아내의 소득금액증명원을 포함해 건강보험납입증명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 관련 자료들을 더 챙겨 SH를 방문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SH 측은 자료를 입력했다는 국세청의 말과 달리 시스템상에 김 씨 아내의 소득이 조회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그럼에도 SH 측은 오직 시스템상 조회 결과를 기준으로 한다는 원칙만 내세웠습니다. 추가로 조회를 할 근거도 없다는 게 SH 측의 입장입니다.

소득이 일부라도 조회가 됐다면 이를 입력한 기관에 확인을 요청해 소득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아예 조회조차 되지 않은 경우에는 정정할 방법이 없다는 설명만 되풀이했습니다.

김 씨는 "소득 산정의 기준이 되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조회해보고 분양신청을 할 수 없다“라며 ”민간 분양에서 소득 기준이 되는 서류로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분양 금지 가처분 신청 제기

국세청과 SH의 설명이 엇갈리는 가운데, 어느 기관도 이 사안의 원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

영문도 모른 채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 씨가 내일(11일)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아파트 당첨은 취소돼 다른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결국 김 씨는 똑같은 사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다른 청약 당첨자와 함께 지난 8일 분양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더해 김 씨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알 수 없는 오류로 소득 조회가 안 됐고 이 때문에 당첨 취소가 돼서는 안 된다"라는 취지의 소명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김 씨의 변호인인 유광훈 변호사(법무법인 시우)는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운영지침에도 국세청 자료로 소득을 인정할 수 있게 돼 있다"라며 "SH 공사가 피해자들의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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