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EU 진출한 중·러 백신…백신전쟁의 승자는?

입력 2021.03.11 (09:01) 수정 2021.03.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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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 번지는 백신 민족주의...중·러 백신 확산일로>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위해 전 세계가 백신 접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쟁에 가까운 백신 확보 경쟁은 '백신'이 곧 '권력'이 될 것이라던 전망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의 방역 성패에 따라 한 나라의 지도자가 바뀌고 정치 지형이 요동을 치면서 백신 개발 경쟁은 이제 백신 접종 경쟁으로, 이어 백신 확보 전쟁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과연 백신 전쟁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돈은 있지만, 백신이 없다....EU의 수치>

최근 EU 체면이 말이 아니다. 브렉시트로 국외에서 조롱 받던 영국은 자체 백신 개발은 물론, 발 빠른 백신 확보와 긴급 사용 승인으로 백신 천국(?)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에 이어 존슨앤드존슨 백신 등 백신 개발에서 멀리 앞서 갔다.

거대한 국가 블록과 돈을 가진 EU는 높은 협상력으로 백신을 구할 줄 알았고, 많은 계약 물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미국과 영국이 자국 중심으로 백신을 선점하고, 때마침 생산 차질 문제까지 번지면서 백신 접종 경쟁에서 멀찌감치 밀렸다.

EU 내에서 생산되는 백신에 대한 수출 통제를 압박하고 실제로 이탈리아는 실제로 일부 수출을 막는 일까지 벌였으나 백신 수급난은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백신 주권을 확보 못 한 게 통탄하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 EU의 중심국가인 독일과 프랑스에선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중·러 백신, EU 벽을 넘어서다>

유럽 국가지만 EU 회원국인 아닌 또 다른 나라 세르비아. GDP 순위 세계 85위, EU에 비해 초라한 세르비아가 유럽에서 백신 접종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식당과 카페 영업도 허용하고 있고 자국이 확보한 화이자 백신을 주변 국가에 기증할 정도로 여유를 부리고 있다. 세르비아의 백신 접종률은 25%, EU 평균이 10%가 안 되니 허세를 부릴만도 하다.

또 다른 백신 천국(?) 세르비아의 비결은 러시아와 중국의 백신을 일찌감치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에 자극받은 것일까. EU 회원국이지만 백신 확보에 애로가 큰 동유럽 국가들이 속속 러시아와 중국에 손짓하고 있다. EU는 아직 중국과 러시아 백신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헝가리와 체코는 이미 이들 백신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나발니 사건'으로 러시아를 압박하던 독일 메르켈 정부는 '유럽의약품청 승인이 나면 러시아 백신을 환영'하겠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7월부터 러시아 백신을 자국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미국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공언하고 있는 EU 국가들이 백신 앞에서 한껏 몸을 낮췄다.


<선진국의 백신 선점....중.러 백신 확산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그러나 '백신 민족주의'라는 비판 속에 많은 백신을 일부 선진국들이 입도선매하면서 나머지 국가에는 그림의 떡이 돼가고 있다. 냉동 운반체계가 없는 후진국들은 더욱더 그렇다.

그런 사이 중국과 러시아 백신은 날개를 달았다. 뒤늦게 효능까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 스푸트니크 V를 가진 러시아는 백신 연구와 생산 협력 등을 맺어가면서 적국의 동맹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동남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 후진국들에 백신을 공짜로 나눠주다시피 하며 인심을 얻고 있다. 틈날 때마다 G7 국가들의 백신 이기주의를 비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G7 정상회의가 열렸다. G7 정상들은 다자주의와 팬데믹 공동대응을 선언하면서 WHO의 코백스 프로젝트에 40억 달러, 지원액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확보한 백신을 나눠주겠다는 얘기는 없었다. 돈만 더 낸 것인데 돈이 있어도 WHO가 승인한 화이자·모더나·AZ 백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백신 전쟁 과연 누가 승리할까?>

백신 전쟁은 코로나 19를 상대로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백신 전쟁은 매우 정치적이다. 국내 선전용이거나 백신을 무기로 서방과 중국·러시아가 펼치는 치열한 외교전으로 보인다.

민주국가들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 영국 등의 백신 이기주의는 비판받을 만하다.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 선행도 마냥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3월 9일 현재 코로나19 사망자는 260만 명을 넘었다. 많은 전염병 전문가들이 이번 바이러스가 인간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든 영악한 놈이라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런 미증유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인류는 바이러스라는 적을 물리치기도 전에 서로 싸우는 형국이다. 이대로라면 이번 백신 전쟁은 모두가 패자다.

코로나19가 파고든 약점이 단지 인간의 세포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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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1 09:01:56
    • 수정2021-03-11 09:02:40
    특파원 리포트
<선진국에 번지는 백신 민족주의...중·러 백신 확산일로>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위해 전 세계가 백신 접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쟁에 가까운 백신 확보 경쟁은 '백신'이 곧 '권력'이 될 것이라던 전망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의 방역 성패에 따라 한 나라의 지도자가 바뀌고 정치 지형이 요동을 치면서 백신 개발 경쟁은 이제 백신 접종 경쟁으로, 이어 백신 확보 전쟁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과연 백신 전쟁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돈은 있지만, 백신이 없다....EU의 수치>

최근 EU 체면이 말이 아니다. 브렉시트로 국외에서 조롱 받던 영국은 자체 백신 개발은 물론, 발 빠른 백신 확보와 긴급 사용 승인으로 백신 천국(?)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에 이어 존슨앤드존슨 백신 등 백신 개발에서 멀리 앞서 갔다.

거대한 국가 블록과 돈을 가진 EU는 높은 협상력으로 백신을 구할 줄 알았고, 많은 계약 물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미국과 영국이 자국 중심으로 백신을 선점하고, 때마침 생산 차질 문제까지 번지면서 백신 접종 경쟁에서 멀찌감치 밀렸다.

EU 내에서 생산되는 백신에 대한 수출 통제를 압박하고 실제로 이탈리아는 실제로 일부 수출을 막는 일까지 벌였으나 백신 수급난은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백신 주권을 확보 못 한 게 통탄하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 EU의 중심국가인 독일과 프랑스에선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중·러 백신, EU 벽을 넘어서다>

유럽 국가지만 EU 회원국인 아닌 또 다른 나라 세르비아. GDP 순위 세계 85위, EU에 비해 초라한 세르비아가 유럽에서 백신 접종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식당과 카페 영업도 허용하고 있고 자국이 확보한 화이자 백신을 주변 국가에 기증할 정도로 여유를 부리고 있다. 세르비아의 백신 접종률은 25%, EU 평균이 10%가 안 되니 허세를 부릴만도 하다.

또 다른 백신 천국(?) 세르비아의 비결은 러시아와 중국의 백신을 일찌감치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에 자극받은 것일까. EU 회원국이지만 백신 확보에 애로가 큰 동유럽 국가들이 속속 러시아와 중국에 손짓하고 있다. EU는 아직 중국과 러시아 백신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헝가리와 체코는 이미 이들 백신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나발니 사건'으로 러시아를 압박하던 독일 메르켈 정부는 '유럽의약품청 승인이 나면 러시아 백신을 환영'하겠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7월부터 러시아 백신을 자국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미국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공언하고 있는 EU 국가들이 백신 앞에서 한껏 몸을 낮췄다.


<선진국의 백신 선점....중.러 백신 확산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그러나 '백신 민족주의'라는 비판 속에 많은 백신을 일부 선진국들이 입도선매하면서 나머지 국가에는 그림의 떡이 돼가고 있다. 냉동 운반체계가 없는 후진국들은 더욱더 그렇다.

그런 사이 중국과 러시아 백신은 날개를 달았다. 뒤늦게 효능까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 스푸트니크 V를 가진 러시아는 백신 연구와 생산 협력 등을 맺어가면서 적국의 동맹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동남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 후진국들에 백신을 공짜로 나눠주다시피 하며 인심을 얻고 있다. 틈날 때마다 G7 국가들의 백신 이기주의를 비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G7 정상회의가 열렸다. G7 정상들은 다자주의와 팬데믹 공동대응을 선언하면서 WHO의 코백스 프로젝트에 40억 달러, 지원액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확보한 백신을 나눠주겠다는 얘기는 없었다. 돈만 더 낸 것인데 돈이 있어도 WHO가 승인한 화이자·모더나·AZ 백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백신 전쟁 과연 누가 승리할까?>

백신 전쟁은 코로나 19를 상대로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백신 전쟁은 매우 정치적이다. 국내 선전용이거나 백신을 무기로 서방과 중국·러시아가 펼치는 치열한 외교전으로 보인다.

민주국가들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 영국 등의 백신 이기주의는 비판받을 만하다.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 선행도 마냥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3월 9일 현재 코로나19 사망자는 260만 명을 넘었다. 많은 전염병 전문가들이 이번 바이러스가 인간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든 영악한 놈이라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런 미증유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인류는 바이러스라는 적을 물리치기도 전에 서로 싸우는 형국이다. 이대로라면 이번 백신 전쟁은 모두가 패자다.

코로나19가 파고든 약점이 단지 인간의 세포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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