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테크’ 열풍…金파 농부는 ‘부자’ 됐을까?

입력 2021.03.11 (14:24) 수정 2021.03.1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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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파 한 단에 '7천 원'…지난해보다 3.5배 뛰면서 '金파'
가격 폭등에 직접 대파 키워 먹자 '파테크(파+재테크)' 유행
작황 부진에 재배면적 줄어 출하량 전년 대비 51.6% 감소
대파 농가 "가격 오르기 전 '밭떼기 거래'…金파 대박은 남 얘기"


■ 차라리 직접 키우자…'파테크' 열풍

오늘 점심에 대파 가격을 확인하려고 마트에 들렀더니 '6,480원' 딱지가 나붙었습니다. 7뿌리가 든 대파 한단 가격입니다. 들었다 놨다, 한참을 만지작거리던 50대 주부는 결국 바구니에 대파를 담았지만, 표정은 잔뜩 굳었습니다. 파를 두고 값 때문에 살지 말지 고민을 해본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대파 소비자 가격은 어제(10일) 기준으로 1kg에 평균 7천455원, 최곳값은 무려 1만83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1만 원 넘게 값을 매겨 파는 곳도 있는 겁니다. 지난해 2천 원 하던 게 3.5~5배 뛰었습니다. 이 정도면 파 앞에 서서 장고할 만합니다.


심지어 '파테크'란 말이 나왔습니다. 대파와 재테크를 합친 말인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주식보다 대파를 직접 키워 먹는 게 수익률이 높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옵니다.

'비트코인'에 빗대 '대파코인'이란 말도 등장했습니다. SNS에선 대파를 키우기를 시작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유튜브엔 '대파 키우는 법'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출처 : 인스타그램

■ 어쩌다 '金파' 됐을까…날씨 탓만?

대파는 왜 귀한 몸이 됐을까요? 일단 날씨 탓이 큽니다. 겨울 대파는 봄에 파종해서 5~6월에 옮겨 심습니다. 여름내 물을 잘 먹고, 가을 햇볕에 뿌리가 단단해지면 겨울에 캐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난 여름 비가 너무 잦았고, 겨울엔 또 눈이 왕창 온 겁니다. 형편없는 작황에 출하량이 폭락하니 대파 한 뿌리 한 뿌리가 귀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날씨 탓만 있을까요? 깊이 들여다보면 이유는 더 있습니다. 지금은 금파 소리를 듣지만,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밭을 통째로 갈아엎어 폐기했던 게 대파입니다. 우리나라 겨울 대파의 80%를 출하하는 전남에서 지난해 폐기된 양만 1만 3천 톤에 달할 정도였죠. "3~4년 사이 '대농'들 다 망했지" 전남 신안에서 대파 농사를 짓는 농부의 말인데, 실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남 대파 재배 면적은 1년 사이 10% 넘게 줄었습니다.

대파 농가 대부분이 이미 ‘밭떼기 거래’로  대파를 중간상인에 넘겼다.대파 농가 대부분이 이미 ‘밭떼기 거래’로 대파를 중간상인에 넘겼다.

■ 대파 키운 농부들은 부자가 됐을까?

'대파값이 배로 뛰었으니, 농부들 큰돈 벌었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럴까요?

"아이고, 손 떠난 지 오래요" 전남 신안에서 대파 농사를 짓는 40대 농부의 넋두리인데, 이 말을 이해하려면 대파 유통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대파는 출하 작업이 까다롭습니다. 흙을 털어내고, 껍질을 벗겨 다듬고, 단으로 묶어서 망에 담고, 화물차에 싣는 것까지, 이걸 농민 혼자 직접 다 하긴 힘듭니다. 그렇다고 일꾼을 부리기엔 수지가 안 맞는 장사지요.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농민은 '밭떼기 거래'를 합니다. 파를 캐기 전에 밭을 통째로 중간 상인(산지 유통인)에게 넘기는 겁니다. 이르게는 지난해 9월부터 밭떼기 거래는 시작됐고, 올해 1월까지 대부분 농부가 도장을 찍었습니다. 대파가 금파가 될 줄 꿈에도 모를 때지요.

농민들은 3.3㎡당 8천 원에서 조금 후하게는 1만 5천 원을 받았습니다. 3.3㎡에 대파 10kg 정도가 난다고 하니, 대파 1kg에 800원~1,500원 정도 받고 중간 상인에게 넘긴 셈입니다. 밭을 통째로 갈아엎어 폐기할 때보다야 당연히 흡족하지만, 대파가 금파가 됐음에도 농부들이 큰돈을 벌지 못한 이유입니다.

출하가 늦어진 일부 물량이 이달 말 출하되고, 5월부터 봄 대파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야 대파 가격은 안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 : 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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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테크’ 열풍…金파 농부는 ‘부자’ 됐을까?
    • 입력 2021-03-11 14:24:42
    • 수정2021-03-11 15:37:49
    취재K
대파 한 단에 '7천 원'…지난해보다 3.5배 뛰면서 '金파'<br />가격 폭등에 직접 대파 키워 먹자 '파테크(파+재테크)' 유행<br />작황 부진에 재배면적 줄어 출하량 전년 대비 51.6% 감소<br />대파 농가 "가격 오르기 전 '밭떼기 거래'…金파 대박은 남 얘기"

■ 차라리 직접 키우자…'파테크' 열풍

오늘 점심에 대파 가격을 확인하려고 마트에 들렀더니 '6,480원' 딱지가 나붙었습니다. 7뿌리가 든 대파 한단 가격입니다. 들었다 놨다, 한참을 만지작거리던 50대 주부는 결국 바구니에 대파를 담았지만, 표정은 잔뜩 굳었습니다. 파를 두고 값 때문에 살지 말지 고민을 해본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대파 소비자 가격은 어제(10일) 기준으로 1kg에 평균 7천455원, 최곳값은 무려 1만83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1만 원 넘게 값을 매겨 파는 곳도 있는 겁니다. 지난해 2천 원 하던 게 3.5~5배 뛰었습니다. 이 정도면 파 앞에 서서 장고할 만합니다.


심지어 '파테크'란 말이 나왔습니다. 대파와 재테크를 합친 말인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주식보다 대파를 직접 키워 먹는 게 수익률이 높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옵니다.

'비트코인'에 빗대 '대파코인'이란 말도 등장했습니다. SNS에선 대파를 키우기를 시작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유튜브엔 '대파 키우는 법'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 어쩌다 '金파' 됐을까…날씨 탓만?

대파는 왜 귀한 몸이 됐을까요? 일단 날씨 탓이 큽니다. 겨울 대파는 봄에 파종해서 5~6월에 옮겨 심습니다. 여름내 물을 잘 먹고, 가을 햇볕에 뿌리가 단단해지면 겨울에 캐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난 여름 비가 너무 잦았고, 겨울엔 또 눈이 왕창 온 겁니다. 형편없는 작황에 출하량이 폭락하니 대파 한 뿌리 한 뿌리가 귀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날씨 탓만 있을까요? 깊이 들여다보면 이유는 더 있습니다. 지금은 금파 소리를 듣지만,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밭을 통째로 갈아엎어 폐기했던 게 대파입니다. 우리나라 겨울 대파의 80%를 출하하는 전남에서 지난해 폐기된 양만 1만 3천 톤에 달할 정도였죠. "3~4년 사이 '대농'들 다 망했지" 전남 신안에서 대파 농사를 짓는 농부의 말인데, 실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남 대파 재배 면적은 1년 사이 10% 넘게 줄었습니다.

대파 농가 대부분이 이미 ‘밭떼기 거래’로  대파를 중간상인에 넘겼다.
■ 대파 키운 농부들은 부자가 됐을까?

'대파값이 배로 뛰었으니, 농부들 큰돈 벌었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럴까요?

"아이고, 손 떠난 지 오래요" 전남 신안에서 대파 농사를 짓는 40대 농부의 넋두리인데, 이 말을 이해하려면 대파 유통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대파는 출하 작업이 까다롭습니다. 흙을 털어내고, 껍질을 벗겨 다듬고, 단으로 묶어서 망에 담고, 화물차에 싣는 것까지, 이걸 농민 혼자 직접 다 하긴 힘듭니다. 그렇다고 일꾼을 부리기엔 수지가 안 맞는 장사지요.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농민은 '밭떼기 거래'를 합니다. 파를 캐기 전에 밭을 통째로 중간 상인(산지 유통인)에게 넘기는 겁니다. 이르게는 지난해 9월부터 밭떼기 거래는 시작됐고, 올해 1월까지 대부분 농부가 도장을 찍었습니다. 대파가 금파가 될 줄 꿈에도 모를 때지요.

농민들은 3.3㎡당 8천 원에서 조금 후하게는 1만 5천 원을 받았습니다. 3.3㎡에 대파 10kg 정도가 난다고 하니, 대파 1kg에 800원~1,500원 정도 받고 중간 상인에게 넘긴 셈입니다. 밭을 통째로 갈아엎어 폐기할 때보다야 당연히 흡족하지만, 대파가 금파가 됐음에도 농부들이 큰돈을 벌지 못한 이유입니다.

출하가 늦어진 일부 물량이 이달 말 출하되고, 5월부터 봄 대파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야 대파 가격은 안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 : 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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