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한국에 있는데 미국·이란이 준다, 못 준다

입력 2021.03.1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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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재 때문에 이란의 석유수출대금 70억 달러, 7조 6천억 원이 한국의 은행 계좌에 동결돼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이란은 이 가운데 10억 달러를 한국이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표했습니다. 한국도 논의가 진전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미국의 외교수장이 이 자금 동결을 해제할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핵협상 복귀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미국과 이란,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 한국이 서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 블링컨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해제 안 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 내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현지 시각 10일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해 공화당 소속 그레그 스투비 의원이 한국에 동결된 70억 달러의 자금이 미국과 협의 하에 해제되고, 이란이 일본의 동결 자금을 추가로 해제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다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왜 바이든 행정부가 자금을 풀어주려고 하느냐'는 스투비 의원의 질의에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그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이어서 '어떤 자금도 해제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하고 "이란이 핵합의 상 의무 준수로 돌아온다면 우리도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란의 핵합의 준수와 협상 복귀가 전제돼야, 그 이후에 제재를 풀고 자금 동결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뜻입니다. 협상 복귀를 거부하는 이란을 압박한 셈입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 강경파 눈치에 한국 압박하는 이란

앞서 이란은 지난달 23일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산 70억 달러 중 10억 달러를 돌려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런 이란의 태도는 이란 국내 정치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최고 이란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이란이 계속 한국을 문제로 삼는 건, 2000년 이후 한국이 최대 교역국이 되고, 이란 가전 시장의 80% 이상을 한국이 독점하고, 한류 열풍까지 불었는데도 그런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정치적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7조 원 넘는 돈이 묶여 있는데 가져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 강경파의 비판이 거센 상황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한국을 압박하고 언론에 미리 내용을 알린다는 겁니다.

또 이란이 '이란 핵협정'(JCPOA) 복귀를 둘러싸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동결 자금 문제를 부각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여전히 이란에 억류 중인 한국케미호 여전히 이란에 억류 중인 한국케미호
■ '스위스 교역 채널'도 막히나

이란과 한국은 실제 자금 이전을 구체적으로 논의했습니다. 방법은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금액을 정확히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미국과 '이 정도를 협의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를 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어느 건에 대해선 오케이가 됐고, 어느 건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면서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과 이란 간 협상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의 "동결 해제는 없다"는 발언은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고 있는 유정현 이란 대사 (출처 : IRNA)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고 있는 유정현 이란 대사 (출처 : IRNA)

■ 블링컨 국무장관 방한 때 동결자금 논의할까

외교부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외국 장관의 언급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한지 모르겠다"면서 "중요한 건, 미국과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 소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7일과 18일로 예정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과 외교장관 회담 때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실제 (회담) 결과가 나왔을 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회담 때는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관한 폭넓고 깊은 토론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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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은 한국에 있는데 미국·이란이 준다, 못 준다
    • 입력 2021-03-11 16:50:56
    취재K

미국의 제재 때문에 이란의 석유수출대금 70억 달러, 7조 6천억 원이 한국의 은행 계좌에 동결돼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이란은 이 가운데 10억 달러를 한국이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표했습니다. 한국도 논의가 진전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미국의 외교수장이 이 자금 동결을 해제할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핵협상 복귀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미국과 이란,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 한국이 서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 블링컨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해제 안 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 내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현지 시각 10일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해 공화당 소속 그레그 스투비 의원이 한국에 동결된 70억 달러의 자금이 미국과 협의 하에 해제되고, 이란이 일본의 동결 자금을 추가로 해제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다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왜 바이든 행정부가 자금을 풀어주려고 하느냐'는 스투비 의원의 질의에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그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이어서 '어떤 자금도 해제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하고 "이란이 핵합의 상 의무 준수로 돌아온다면 우리도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란의 핵합의 준수와 협상 복귀가 전제돼야, 그 이후에 제재를 풀고 자금 동결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뜻입니다. 협상 복귀를 거부하는 이란을 압박한 셈입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 강경파 눈치에 한국 압박하는 이란

앞서 이란은 지난달 23일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산 70억 달러 중 10억 달러를 돌려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런 이란의 태도는 이란 국내 정치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최고 이란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이란이 계속 한국을 문제로 삼는 건, 2000년 이후 한국이 최대 교역국이 되고, 이란 가전 시장의 80% 이상을 한국이 독점하고, 한류 열풍까지 불었는데도 그런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정치적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7조 원 넘는 돈이 묶여 있는데 가져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 강경파의 비판이 거센 상황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한국을 압박하고 언론에 미리 내용을 알린다는 겁니다.

또 이란이 '이란 핵협정'(JCPOA) 복귀를 둘러싸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동결 자금 문제를 부각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여전히 이란에 억류 중인 한국케미호 ■ '스위스 교역 채널'도 막히나

이란과 한국은 실제 자금 이전을 구체적으로 논의했습니다. 방법은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금액을 정확히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미국과 '이 정도를 협의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를 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어느 건에 대해선 오케이가 됐고, 어느 건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면서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과 이란 간 협상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의 "동결 해제는 없다"는 발언은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고 있는 유정현 이란 대사 (출처 : IRNA)
■ 블링컨 국무장관 방한 때 동결자금 논의할까

외교부 당국자는 블링컨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외국 장관의 언급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한지 모르겠다"면서 "중요한 건, 미국과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 소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7일과 18일로 예정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과 외교장관 회담 때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실제 (회담) 결과가 나왔을 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회담 때는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관한 폭넓고 깊은 토론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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