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 응급처치 거절한 해바라기 센터…“야간당직 없었다”

입력 2021.03.12 (08:00) 수정 2021.03.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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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응급처치 문의했더니…"당직 없다"

늦은 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이 피해자 지원 기관인 '해바라기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두 번이나 거절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4일 밤 한 성폭력 피해 여성이 경찰에 112신고를 했습니다. 당장 응급 처치가 필요했던 상황이라 경찰은 서울 중구에 있는 중부 해바라기 센터로 응급 검체 채취가 가능한지 문의했습니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피해자가 의료 지원과 피해 상담을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기관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문의했던 센터에 응급 처치를 해줄 의료부문 야간 당직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운영하는 중부 해바라기센터는 실제로 오후 5시 30분 이후에 의료 부문 당직자가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결국 '50분 거리' 병원으로…성동서 "피해자 보호조치"

이후 피해자는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 해바라기센터'에 문의했지만, 이번에도 거절당했습니다. 센터 측은 피해자와 경찰에 "우리 관할이 아니고, 인력이 부족해서 당장 접수가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가 시작된 뒤 서울 해바라기센터는 "직원의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과 관련해 코로나19 간접 접촉 상황이 발생해 민원인을 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 외에도, 이 센터는 주변에 다른 센터들이 인력을 줄이거나 운영을 중단하면서 업무량이 폭증해 피해자를 다른 곳으로 안내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최초 신고지에서 13km나 떨어진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으로 가서 응급처치를 받아야 했습니다.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차로 50분 걸리는 곳까지 가야한 겁니다.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서울 성동경찰서는 피해자 보호 조치를 이어가는 한편, 성폭행 사건을 입건해 수사 중입니다.

해바라기센터 홈페이지 안내 문구.해바라기센터 홈페이지 안내 문구.

■ 24시간 운영 원칙인데… 밤에는 '의료 공백'

해바라기 센터는 성폭력 피해자가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아 전국 39곳에 설치됐습니다. 여성가족부와 지자체, 의료기관 등이 협업해 운영하는 기관으로 1년 365일 24시간 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2차 피해 우려로 신고를 꺼리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부담을 최대한 덜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기관인만큼, 한 곳에서 의료·수사·법률 자문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게 해바라기 센터의 핵심 기능입니다. 하지만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도, 당장 응급 대응이 필요한 성폭력 피해자가 두 번이나 응급 처치를 하지 못 한 사례가 발생한 겁니다.

피해자가 처음 거절당했던 중부 해바라기센터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관리 기관인 서울시는 의료원 측에 "야간 당직자를 마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올해에만 두 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밤 시간 공백은 이어졌고, 결국 실제 지원을 받지 못한 피해 사례가 나왔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가 문의했던 두 센터 모두 공식 홈페이지에선 상담사와 간호사, 여성경찰관이 24시간 근무 중이고 야간 진료가 가능하다고 고지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인력 감축으로 인해 야간 응급 검체 채취가 불가능하다는 부분은 이미 1월부터 경찰 측에 알렸는데, 경찰 측에서 이를 숙지 하지 못 하고 문의한 것 같다"며, "피해자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응급 검체채취 운영 인력이 없어 야간에 운영하지 않는다고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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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 피해자 응급처치 거절한 해바라기 센터…“야간당직 없었다”
    • 입력 2021-03-12 08:00:22
    • 수정2021-03-12 16:29:36
    취재K

■ 성폭력 응급처치 문의했더니…"당직 없다"

늦은 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이 피해자 지원 기관인 '해바라기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두 번이나 거절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4일 밤 한 성폭력 피해 여성이 경찰에 112신고를 했습니다. 당장 응급 처치가 필요했던 상황이라 경찰은 서울 중구에 있는 중부 해바라기 센터로 응급 검체 채취가 가능한지 문의했습니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피해자가 의료 지원과 피해 상담을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기관입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문의했던 센터에 응급 처치를 해줄 의료부문 야간 당직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운영하는 중부 해바라기센터는 실제로 오후 5시 30분 이후에 의료 부문 당직자가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결국 '50분 거리' 병원으로…성동서 "피해자 보호조치"

이후 피해자는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 해바라기센터'에 문의했지만, 이번에도 거절당했습니다. 센터 측은 피해자와 경찰에 "우리 관할이 아니고, 인력이 부족해서 당장 접수가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가 시작된 뒤 서울 해바라기센터는 "직원의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과 관련해 코로나19 간접 접촉 상황이 발생해 민원인을 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 외에도, 이 센터는 주변에 다른 센터들이 인력을 줄이거나 운영을 중단하면서 업무량이 폭증해 피해자를 다른 곳으로 안내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최초 신고지에서 13km나 떨어진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으로 가서 응급처치를 받아야 했습니다.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차로 50분 걸리는 곳까지 가야한 겁니다.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서울 성동경찰서는 피해자 보호 조치를 이어가는 한편, 성폭행 사건을 입건해 수사 중입니다.

해바라기센터 홈페이지 안내 문구.
■ 24시간 운영 원칙인데… 밤에는 '의료 공백'

해바라기 센터는 성폭력 피해자가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아 전국 39곳에 설치됐습니다. 여성가족부와 지자체, 의료기관 등이 협업해 운영하는 기관으로 1년 365일 24시간 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2차 피해 우려로 신고를 꺼리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부담을 최대한 덜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기관인만큼, 한 곳에서 의료·수사·법률 자문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게 해바라기 센터의 핵심 기능입니다. 하지만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도, 당장 응급 대응이 필요한 성폭력 피해자가 두 번이나 응급 처치를 하지 못 한 사례가 발생한 겁니다.

피해자가 처음 거절당했던 중부 해바라기센터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관리 기관인 서울시는 의료원 측에 "야간 당직자를 마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올해에만 두 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밤 시간 공백은 이어졌고, 결국 실제 지원을 받지 못한 피해 사례가 나왔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가 문의했던 두 센터 모두 공식 홈페이지에선 상담사와 간호사, 여성경찰관이 24시간 근무 중이고 야간 진료가 가능하다고 고지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인력 감축으로 인해 야간 응급 검체 채취가 불가능하다는 부분은 이미 1월부터 경찰 측에 알렸는데, 경찰 측에서 이를 숙지 하지 못 하고 문의한 것 같다"며, "피해자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응급 검체채취 운영 인력이 없어 야간에 운영하지 않는다고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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